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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도 어김없이 집으로 전화를 하였더니 아버지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아버지께서는 당뇨가 점점 깊어지시다 보니 자꾸 기력이 떨어지고 계시다. 그 날은 말씀마저 많이 부정확하여 제대로 알아듣지를 못하여 되묻다보니 많이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었다.
아버지가 슬며시 엄마를 바꿔주신다. 아버지 말씀을 잘 못 알아듣겠다고 하였더니 요즘 아버지께서 식사 때가 되면 걱정을 하신단다. 식욕이 떨어져서 식사하는 것이 곤혹스럽다고 말씀을 하신단다.
지난 3월 내 생일날에 부모님을 모시고 영종도에서 조개구이를 사드렸는데 그때 무척 맛있게 드시고 집에 돌아가서도 며칠 동안 내내 조개구이 맛있게 먹었다고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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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에서 바라본 영종도로 가는 연육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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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이은화 |
| 그래서 이번에도 아버지의 입맛을 찾아드리기 위해 다시 영종도로 가기로 했다. 지난 주 화요일에 영종도공항에서 두 분과 만나서 을왕리 바닷가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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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왕리 바닷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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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이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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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왕리 바닷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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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이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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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왕리 바닷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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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이은화 |
| 그곳에서 조개구이와 칼국수를 시켜 먹었는데 함께 갔던 우리 아들이 연신 익은 조개를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접시에 담아놓는다. 참 예쁘다! 하나 가지고는 모자를 것 같아서 조개구이 하나를 더시켰다. 아버지와 엄마가 맛있게 드셔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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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개구이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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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이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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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개구이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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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이은화 |
| 식사를 마치고 난 뒤에 바닷가주변을 조금 산책하는데 전날 비가 내려서인지 바람도 상쾌하고 파도도 다소 거칠게 밀려온다. 혹시나 바닷바람에 아버지께서 추우실까봐 다시 차에 올라타서 무의도로 향했다.
무의도에 도착해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데 배타고 들어가는 거리는 매우 짧아서 타고 내리는 시간까지 10분도 채 안 걸린다. 그래도 배에 타서 아버지가 2층으로 올라가시는데 계단이 약간 가파르기도 했지만 거의 기시다시피해서 엉금엉금 올라가신다. 그 모습을 뒤따라 올라가면서 지난번보다 더 약해지신 모습에 마음만 아플 뿐이다.
아버지의 손도 많이 부어있고 약간 떨리기조차 한다. 2층에서 다시 내려올 때 이번에는 내가 앞서서 내려오면서 두 팔을 벌려 양쪽을 잡고 내려오니 아버지가 왜 그렇게 내려 가냐고 말씀을 하신다.
"아버지가 넘어지시면 막으려구요!!"
"허허!! 너가 나를 막을 수는 있겠냐? 너도 함께 넘어지게 되지!!"
"함께 넘어져도 아버지는 내 등에 넘어지시잖아요!!"
엄마와 아버지와 웃으면서 말은 했지만 가슴속으론 아버지가 너무 기력이 떨어지시는 것이 눈에 보여 걱정스러웠다. 속으로 "아버지! 예전에는 아버지가 나를 막아주셨지만 지금은 내가 아버지를 막아드려야 하나 봐요"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내가 힘들어 할 때 늘 전화를 하셔서 "너 한데는 아버지가 있다! 잊지 말아라" 하시면서 나의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주셨는데 이제는 내가 아버지의 보호자가 되어야 하나보다.
배에서 내려 자동차로 섬을 한 바퀴 도는데 드라마 <천국의 계단>과 영화 <실미도>가 촬영이 되었던 곳이라 그런지 섬은 대체로 깨끗하고 펜션도 아기자기 예쁘게 잘 꾸며놓아 약간은 이국적인 분위기도 있었다. 길도 아스팔트로 잘 닦여져 있어 산책하기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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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의도 산책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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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이은화 |
| 아버지가 잘 걸을 수 만 있다면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어 보았을 텐데 진작 아버지와 자주 걷고 그랬을 것을.
무의도를 돌아보고 나와서 이번에는 월미도로 배를 타고 가기로 했다. 남편이 미리 코스를 잡아 놓았었다. 아버지의 입맛을 찾아드리기 위해 점심은 조개구이와 칼국수로 하고 저녁은 연수동의 괜찮은 고기 집으로 모시기로 미리 정했었다.
월미도행 배를 탔는데 아버지께서 이번에는 2층으로 올라가실 생각을 안 하시고 차안에 계시겠다고 한다. 아마도 계단을 올라가려니 힘이 들으셨나 보다. 나도 함께 차안에서 엄마와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버지! 자꾸 걸으시고 운동도 꾸준히 하셔야 다음에도 나랑 함께 바람 쐬러 갈 수 있어요! 아버지 못 걸으시면 힘들잖아"
"걷고야 싶지만 걸을 때 다리가 아픈 것을 어떡하니. 걸을 수가 있어야 운동을 하지!"
아버지는 무릎이 아프신 것이 아니라 허벅지부분 고관절부분이 많이 아프다고 하신다. 내가 어떻게 해드릴 수 없는 것이 그냥 속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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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연안부두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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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이은화 |
| 잠시 후 월미도에 도착을 해서 일단 연안부두시장을 갔다. 시장에서 조개구이를 3만원어치 사서 아이스박스에 담고 그리고 고기 집으로 갔는데 고기집 앞에서 아버지께서 식사를 하고 싶지 않다고 굳이 그냥 가시자고 한다.
아버지는 무의도 섬에서도 실미도유원지 들어갈 때에도 입장료가 있고 하나개해수욕장도 입장료를 받으니 들어가지 말자고 하셨다. 아마도 우리의 주머니사정을 배려하시는 것 같다. 하도 완강하시기에 다시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왔는데 죄송스럽기만 하다.
우리 가게에 도착을 해서 일단 두 분을 가겟방에서 잠시 쉬게 하시고 저녁식사로 막국수를 시켜드리고 족발을 사서 포장을 해놓았다.
남편이 부모님이 사시는 퇴계원까지 모셔다 드리기로 하고 트렁크에 조개와 족발을 실어드렸다.
부모님을 모셔다 드리고 돌아온 남편의 차 트렁크에는 엄마가 나를 위해 전날에 담그셨다는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겨 있는 김치 한 박스가 실려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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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기력이 더 약해지시기전에 더 자주 부모님을 모시고 바람을 쐬어드리고 싶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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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5 오후 6:13 |
ⓒ 2005 OhmyNews | | |
첫댓글 아버지란 단어만 들어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나의 아버지는 나 어릴적 하늘나라로 가셨는데..아마도 이딸이 안스러워 편히 쉬지도 못하셨을 것 같습니다..유난이도 사랑하셔는데...
부모님은 항상 우리를 걱정하고 사랑하고 염려하면서 살지요.. 시간나는대로..찾아뵈세요..저도 작년에 아버님을 잃고..세월이 흐다보니..뭘 먹을때나..어딜갈때도 마음에 걸리더군요..하다못해..전동의자에 타시고 다니는 휠체어만 보아도..눈물이 나곤해요..살아생전에 그거하나 사달라했는데..못해주어 가슴이 아프네요.
제 마음이 흐뭇합니다. 건강 하시고 다복 하십시요.
아직 "아버지" 하고 부를 수 있는 분이 계신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돌아 가시고 난 뒤 그 허망함이란...전 이 땅에서 딱 한 번 만이라도 아버지를 모실 수 있다면 자장면 한 그릇 가지고 나누어 먹고 싶어요ㅠㅠ "너 더 먹어라" "아부지 더 드세요"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고 싶은가 봐요
잔잔한 감동이 전해 오네요..부모님께서 건강하시고 장수하시길 빕니다.
열심히 효도하면서 살아가는 님의 모습 눈앞에 서 보는것같네요~~~ 아직도 부모님은 우리 걱정많이할겁니다~~ 당신의 몸도 잘 지탱할수없어도 당신에눈에는 우리가 어려보여서 그런생각을 하지요 `부모님 살아계실적에 자주 찾아뵙고 효도 많이많이 하세요~~~ 빛님의 부모님께서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시길 기원합니다~~~
네..감사합니다..어느새 아버지의 목소리로 아버지의 건강을 체크하게 됩니다. 어제는 아주 발음도 좋으시고 기분도 아주 좋아보이셨어요!! 우리 이쁜인가? 하시면서 전화하셨거든요...ㅎ 님들 덕분에 건강해지실꺼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