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서 2년간 갖은 고생하면서 찍은 영상입니다. 총 4부짜리인데 <동아시아 생명대탐사 아무르 1부 프롤로그- 깨어나는 신화>입니다. 중간 중간 광고를 보시면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1부에서 4부까지 보시고 싶은 분은 여기서 보세요.
http://kbs.daum.net/amur/episode/19402
나중에 보실 분은 스톱시켜놓고 밑의 글 보시기 바랍니다. 자동재생이 안되게 할 수가 없네요.
아무르 강의 물결 - 첼로 박경숙, 피아노 Nina Kogan
같은 곡
아무르 강, 러시아에서 '아무르 강'이라고 부르는 이 강은 중국에서는 '헤이룽 강', 몽골에서는 검은 강이라는 뜻의 '하라무렌'이라고 부릅니다. 최상류부의 실카강과 오논강을 포함하여 길이는 4350킬로로 세계에서 8위정도 길이입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10번정도의 길이군요, 주요 지명은 중간 중간 제가 한글로 표시해 놓았습니다.) 최상류 부분의 오논강은 몽골고원 북부에서 발원하여 실카강과 합류하게 되고, 이어 우안에서 아르군 강을 합쳐 블라고베센스크 부근에서 좌안으로 부터 제야강이 합류하고, 하바로브스크에서 우수리강과 합류하여 오호츠크해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대부분의 유역은 남동시베리아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강은 대략 11월부터 4월까지는 꽁꽁 얼어붙습니다. 우리나라 두만강 위쪽의 러시아 동부 최남단의 항구 블라디보스톡도 지도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러시아가 남쪽으로 남쪽으로 우리나라를 기웃거리던 것도 겨울에 결빙하지 않던 부동항을 원하던 이유가 크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르 강과 지류인 우수리 강은 많은 지역에 걸쳐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서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 멀리 발원지 근처에서는 몽골과 국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무르 강은 대륙의 풍부한 영양분을 오호츠크해로 풀어놓기 때문에 바다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지도 오른쪽에 있는 사할린 섬은 좁은 타타르 해협을 사이에 두고 본토와 분리되어 있는데, 이 바다도 겨울엔 아무르강의 담수가 많이 유입되는 영향으로 결빙되어 사할린 섬 주민들과 연결됩니다. 사할린 섬은 일본 홋카이도 위쪽에 있는 섬으로 가장 좁은 지점에서의 너비가 6.4Km에 불과한, 긴 섬인데, 1800년 경 일본이 섬 남부의 일부를 통치했다가, 얼마 뒤 러시아가 영유를 선언하고, 다시 협동 관할지가 되었다가, 러시아 제국의 영토로, 1900년 초에는 일본이 전역을 점령한 후, 2차대전 후에야 러시아의 영토로 된 복잡한 역사를 가진 섬입니다. 아직도 근처 쿠릴열도는 영토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고, 일제시대때 강제징용된 우리나라 동포가 학살된 곳이어서,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의 섬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르강의 물결이란 이 노래는 일본가수가 일본어로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러일전쟁때 러시아에서 많이 부르던 노래였습니다.
우리나라에 발매된 러시아 민요 CD 가운데 볼가에서 돈강까지라는 곡이 포함된 CD의 전체 제목도 같은 제목인데, 이 곡도 그 CD에 포함되어 있지만, 볼가 강, 돈 강등은 훨씬 왼쪽, 유럽 쪽에 위치하고 있어 아무르 강의 정서와는 조금 다를 듯 합니다.
러시아는 1800년대 말부터 1900년대 말까지 유럽권에 거주하던 인구가 시베리아와 극동지방으로 많은 이동을 하였는데, 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정착지대가 아무르-우수리-제야 강 유역 저지대입니다. 러시아에서 제가 제일 가보고 싶은 곳이 아무르 강과 우수리 강이 합쳐지는 하바로브스크인데, 과거 극동지역의 수도로 불릴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도시입니다. 여기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를 동에서 서로 여행하면 어떨까요...(춥겠죠...? ㅠㅠ, 웬놈의 '스키'들은 또 그렇게 많은지, 겁도 나구요....ㅠㅠㅠㅠㅠㅠㅠ)
하바로브스크 우스펜스크 사원
대문곡은 첼리스트 박경숙이 피아니스트 니나 코간과 함께 2003년 1월, 모스크바 라디오 방송국에서 다른 러시아 로망스 곡들과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등을 3일에 걸쳐 녹음한 음반에 있는 곡입니다. 이 곡은 군인들 복색의 합창으로도 많이 불리워집니다. 국경을 이루고 있는 강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곡의 작곡가인 막스 큐브가 1909년 이 곡을 쓸 때가 러-일 전쟁이 일어날 때입니다. 이 곡의 가사는 1944년 세라핌 뽀포프가 붙였습니다. 일본과 싸우던 러시아의 라디오에서 자주 방송되었다고 합니다. 러시아의 영향으로 당시 조선에서도 즐겨 불리던 곡이라고도 합니다.
러시아의 알렉산드로프 앙상블(붉은군대 합창단 - 알렉산드로프는 소장 출신이구요, 창단후 18년동안 지휘를 했었군요)의 노래입니다.
비슷한 분위기의 러시아 볼쇼이 합창단의 곡입니다. 음질은 훨씬 좋네요.
아무르강은 그 물결을 잘도 실어 나른다.시베리아의 바람이 그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네.타이가가 아무르에 낮은 소리를 낸다.거품이는 물결이 흐른다, 물결이 거품을내며도도히, 거침없이 넘실댄다.
저기 진홍색 태양이 떠오른다.아무르강의 뱃사람이 노래를 하네그 노래는 드넓은 강을 따라 흘러간다.노래가 넓어지며 흐르니 노래가 흐르며 넓어지고,멀리까지 들린다.
아무르강의 물결은 아름다움과 힘으로 차있네물결이 은색처럼 빛나니, 물결 빛은 은색이네,그들은 러시아의 영광으로 벅차오른다.힘찬 파도가 찰랑대며, 철썩이며 바다로 나아간다.물결이 은빛처럼 빛나니, 물결 빛은 은색이네,러시아의 정신을 찬양하네.
아무르의 물결은 아름답고, 그것들은 자유를 숨쉰다.그들은 우리가 그 고요를 지키는 것임을 아네.강변은 고요하고 거기엔 황금빛의 타이가가 펼쳐진다.물결은 그 신비한 아름다움을 숨쉬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인민군대가 부르고 있습니다. 가사 내용이 궁금합니다.
중국에서는 아무르 강을 헤이룽 강이라고 불리운다 했는데 한자말로는 흑룡강(黑龍江)입니다.
러시아어로 '사랑의 강'이 중국에 와서는 '검은 용의 강'이 되었습니다.
박정대의 이 시 '아무르 강가에서' 중에 '그리움의 국경'이라는 말이 나오는군요.
처음엔 이 말이 어려웠는데 갈수록 멋있고 그리운 말이 되어갑니다.
이 시를 어디서 썼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몽골에서 쓴 것 같습니다.
제19회(2004년)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작이었는데 심사평 중 하나를 가져와 보겠습니다.
장엄하고 섬세한 음악 소리를 내는 몽골의 악사 같은 시인…… 박 시인이 근래에 발표한 작품으로 <馬頭琴 켜는 밤>을 읽은 적이 있다. 몽골 초원의 여행 추억을 담은 감미로운 산문시였다. 이번에 본심 대상에 오른 시 <아무르 강가에서>도 일종의 유목민 체험이고, 비슷한 소재가 다른 작품에도 등장한다. 이국정취의 매력은 그 나름대로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김광규(시인, 한양대 교수)
이런 정도의 느낌이었을까요?
박정대의 수상소감
명자나무 아래서 글을 쓰는 새벽입니다. 낮에 수상 소식을 듣고 얼떨떨하고도 기쁜 마음밭에, 술 몇 잔 쏟아 붓고 그 번잡한 일상을 다 지난 뒤에 당도한 새벽입니다. 저는 이 시간을 ‘천상의 시간’이라고 부릅니다. (……중략……) 창밖에는 素月이 빛나고, 제 발등에서는 소설이 턱을 괴고 자고 있는 새벽입니다. 제 기침 소리만이 실내악처럼 고요히 들려오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또한 천 개의 고원에 피어 있는 만 개의 구절초들에게 감사해야할 시간인 것 같습니다. 끝까지 읽기도 힘든, 횡설수설의 긴 시편들을 끝까지 읽어주시고 거기에 ‘소월시문학상’이라는 명예까지 얹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수상 소식을 듣고 불원천리 술병부터 들고 찾아온 재식형, 희승형, 흥진형, 철호형, 호오형과 우리 분회원 선생님들께도 거듭 감사드립니다. (……중략……) 온몸으로, 온마음을 끌고 이제사 당도한 고요한 나의 아침입니다. 창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희미한 햇살들이 시의 와불들을 일으켜 세우려고 합니다. 그 ‘일어남’과 ‘드러누움’ 사이에서 제 시가 막 태어나려고 하는, 아직은 태어나지도 못한, 시의 前生의 아침입니다. 그래서 아득하기만 한, 한 천 년 그럴 것만 같은 아득한 이 아침에 봉창문을 열고 ‘안녕’하고, 뒤늦게 서러운 모국어로 세상의 들판에 인사를 보냅니다.
아무르 강가에서
박정대
그대 떠난 강가에서나 노을처럼 한참을 머물렀습니다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낮이밤으로 몸 바꾸는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유목민처럼 오래 서성거렸습니다그리움의 국경 그 허술한 말뚝을 넘어 반성도 없이민가의 불빛들 또 함부로 일렁이며 돋아나고 빌밑으로는어둠이 조금씩 밀려와 채이고 있었습니다, 빌밑의 어둠내 몸에 불을 밝혀 스스로 한 그루 촛불나무로 타오르고 싶었습니다그대 떠난 강가에서그렇게 한참을 타오르다 보면 내안의 돌멩이 하나뜨겁게 달구어져 끝내는 내가 바라보는 어둠 속에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날 것도 같았습니다그러나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야광나무 꽃잎들만 하얗게 돋아나던 이 지상의 저녁정암사 적멸보궁 같은 한 채의 추억을 간직한 채나 오래도록 아무르 강변을 서성거렸습니다별빛을 향해 걷다가 어느덧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