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부조화와 Truthiness 그리고 스톡홀름 신드롬 (착각 속에서 행복을 찾다)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자기가 하고 있는 행동과 실제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태도(생각)가 다를 때, 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두 가지를 일치시키기 위하여 노력한다는 이론입니다. 맞지 않더라도 본인을 위해 맞는 쪽으로 합리화한다는 것이지요.
댄스스포츠를 일주일에 한 번 하고 다니면서 “나의 취미와 특기는 댄스스포츠야”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주변에 아직은 댄스스포츠를 하는 사람이 희귀하다 보니 남들도 그렇게 인정하지만 본인에게 댄스스포츠 이외에 별다른 취미나 특기가 없다보니 자기 자신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일주일에 한번으로는 당연히 부족합니다. 운동효과나 근육의 기억능력이나 10가지나 되는 댄스스포츠의 특성상 일주일에 3번은 해야 객관적으로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댄스를 한지도 오래 되었고 실제로 시간과 돈 투자는 꽤 했는데도 실력이 그리 늘지 않은 경우, 춤이 확실히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고 있으며 자신이 춤을 사랑하고 잘 춘다는 자부심이 없으면 댄스를 계속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일종의 착각의 늪에 빠지는 현상이기도 한데 주변에서 볼 때는 어쩌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주는 편이 좋은 것입니다. 이것은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하기 나름으로 지금하고 있는 일이 좋아 보이기도 하고 나빠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운명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착각 속에서 행복을 찾는 현명한 방법이기도 한 것입니다.
"Truthiness"라는 미국인들이 2005년을 대표하는 단어로 선정한 것인데 이라크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가 있으니 침공해서 세계 평화를 지키고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부시 행정부의 잘못된 논리를 비꼰 “믿고 싶은 진실”이라는 뜻입니다. 이 단어는 정치풍자와 패러디로 인기를 끌고 있는 코미디언 출신의 방송사회자 스티븐 콜버트가 케이블 TV 프로그램 '콜버트 리포트' 첫 방송에서 쓰기 시작하면서 인기어로 자리매김했고 미국방언협회에서는 공식적으로 이 단어를 등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댄스는 예술이라서 이런 Truthiness같은 착각과 인지부조화를 잘 이용하지 않으면 스스로 가치를 하락하는 꼴이 되어 우리가 하는 댄스자체가 평가절하 되어 보입니다.
왈츠를 출 때는 하늘을 나는 듯 한 착각, 파소도블레를 출 때는 경기장에서 수많은 관중이 나를 보고 있고 나는 투우를 상대로 케이프를 멋지게 휘두르며 관중들의 환호를 받는 듯 한 착각, 삼바를 출 때는 리오 카니발의 한 가운데 들어 와서 삼바를 추고 있는 듯 한 착각, 퀵스텝, 자이브와 차차차를 출 때는 또래의 이성과 재미있게 노는 듯 한 착각, 룸바를 출 때는 나이와 처지를 떠나 사랑의 유혹에 갈등을 하고 있는 듯 한 착각의 몰입이 없다면 댄스는 재미없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결혼한 유부남이고 유부녀이니 사랑 타령은 부도덕하다고 생각해서 룸바를 거부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이해 못하고 춤을 종목별로 선별해서 어떤 춤은 음란하고 잔인하다며 거부한다면 오히려 웃기는 사람 취급을 받을 것입니다.
몇 번의 파티나 시범을 위해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댄스복을 맨 정신으로는 선뜻 사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옷을 입었다고 해서 춤이 갑자기 느는 것도 아니지만 ‘옷이 날개’라는 말은 일종의 착각 현상을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멋진 옷을 입은 본인이나 그것을 구경하는 관중이나 아무렇게나 옷을 입은 것에 비해서 훨씬 춤사위가 더 멋지게 보이는 것입니다. 현실은 철수 엄마일 뿐이지만 날아갈 듯한 옷을 입고 춤을 출 때엔 백설공주나 신데렐라의 착각 속에 빠져보며 행복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스톡홀름 신드롬(Stockholm Syndrome)이라고 실제로 1973년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있었던 일인데 은행 강도에게 납치되었던 인질들이 나중에는 은행 강도에게 동조하고 감화되는 비이성적인 심리현상을 말합니다. 범죄학자이자 심리학자인 닐스 베예로트(Nils Bejerot)가 뉴스 방송 중에 이 현상을 설명하면서 처음으로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썼다고 합니다.
실제로 유명한 사례로 1974년 미국의 언론 재벌 허스트 가문의 큰 딸 패티 허스트는 19세 때 급진적 좌파 도시 게릴라들에게 납치되었으나, 납치범에게 감화되어 2개월 뒤 공생해방군의 샌프란시스코 은행 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가 체포되었을 때, 변호사들은 패티 허스트가 스톡홀름 증후군 때문에 범죄에 가담했다고 주장했었답니다. 처음에는 인정받지 못하던 이 심리 이론을 받아들여 결국 1979년 2월에 지미 카터 대통령이 형량을 줄여주었고, 2001년 1월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사면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사례로 2002년 미국에서 엘리자베스 스마트라는 소녀는 정신이상자에게 납치되어 성적 학대를 당하고 부인 행세를 하도록 강요당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여러 달 동안 범인과 노숙을 했는데, 이 기간 동안 신체적 구속이 전혀 없는 상태였는데도 도망가지 않고 계속 범인과 같이 생활했던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도 스톡홀름 신드롬이 아니면 벌써 댄스스포츠를 그만두었을지도 모릅니다. 댄스스포츠에도 문화적으로 공부해보면 부도덕하고 잔인한 구석이 있어서 이러한 심리현상의 대입과 비교가 재미있습니다. 탱고의 역사적인 배경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지저분한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선원과 창녀들의 부도덕한 분위기 때문에 탱고를 경시하지는 않습니다. 애꿎은 소를 창으로 찔러 죽이는 잔인한 경기라고해서 투우를 풍자한 파소도블레를 잔인한 댄스라고 기피하지는 않습니다. 부도덕하고 잔인하지만 어느 정도 부도덕과 잔인성에 대한 동조하는 마음이 없으면 춤이 안 되는 것입니다.
글:캉캉(댄스 앤 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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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비록 월츠 한 곡을 함께 추는 파트너라도, 첫사랑과 함께 추는 것 같은, 그런 환상에 젖어서 추라는 의미 인 것 같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춤이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가 되어야 겠지요. 그런데 춤의 완성도가 높아지면 질수록, 에로틱한 감정보다 예술적 분위기에 먼저 빠져들게 되는 것 같은데요? 물론 예술성 그 자체에도 어느정도는 에로틱한 감성이 내포되어있긴 하겠지만서도요,,, 생각하게 만들는 글입니다.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춤에 대한 착각..환상(?)이 어느정도 있어야 춤을 춘다는것이 아름답고 행복 하게 느낀다는 과정을 설명하신것 같아요....^^*~ 춤의 숙련도가 높을수록 예술적 표현이나 현실적 스포츠로 발전되어 가는것 같아요......^^*~
아 착각으로 환상에 젖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