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님~ 거제도 장애우들에게 집회를 마련해서...... 이하생략" "당근이 부르시면 어디라도 달려 가야지요~" 이백진목사님의 부르심과 나눔님의 대답이 처음 게시판에 올랐고, 일단은 이 후기를 쓰게 된 발단이었다. "그러면, 우리끼리 그칠 것이 아니라, 벙개를 칩시다! 쾅~!!쾅~!!" 이렇게 되어서 하나의 번개가 대한국 자오나눔땅에 내리쳤고, 매인몸은 멀찌감치서 '또 멀리 다녀오시겠구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 생각하였다. 타이핑 작업을 위해 들린 사무실에서 만난 묘령의 여인 샘물님이 있었으니, "룡아~ 거제도 안 갈래?" "A~, 거길 내가 어케 가여? 애들도 있고..." "야, 학교에 현장학습신청하고 가면 돼. 거제도 가 봤니? 진짜 조타~~" "끄응~ 못가아~" 했지만, 가고 싶다는 욕망의 불씨가 슬슬 지펴지기 시작했다. 그 불씨를 발견한 나눔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정네가 휘발유를 찌끄렀으니... "나눔일 계속 하려면 여기저기 다녀봐야 댄다. 갈라믄 가고 말라믄 말어라." 그리하여 학교에 현장학습을 신청하고 학원다니는 꼬맹이랑 간단하게 짐을 꾸려서 월요일 오후,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을 데리고 출발하게 되었던 것이다.
2. [청우님 내외분과 내 친구]
가는 도중, 저녁 무렵이 되자 갑자기 도착장소가 변해 있었다. 새싹 준열이의 대부이자, 자오의 큰 기둥(너무 커서 보이지 않음) 청우님이 거제도까지 다녀가면서 부산을 안 거쳐가면 후한을 품겠다는 말씀이 있었던가 보다. 도착 장소는 광안리다. '앗! 광안리?' 부산에 살면서 광안리를 주무대로 사용하는 친구가 생각났다. 통신 4년동안 거둔 친구 셋 중의 하나이다. 띠리리~ 손퐁을 날렸다. "시방 부산간다. 한 시간쯤 후면 도착이랜다. 나눔님이랑 샘물님 어쩌구 저쩌구" "아라따~ 일 보는대로 달려갈테니까 도착하면 전화해라." 일생에 처음 보는 부산이 아니던가? 광안리 야경은 정말 멋있었다. 더구나 도착하는 우리들을 위해 해변가에서는 폭죽까지 터뜨리며 환영하고 있었다. 약속장소인 횟집으로 올라가, 가는 몇 시간동안 쫄쫄굶긴 배에 음식을 넣어주며 기다리는 동안 청우님 내외분이 들어 오셨다. 세상에... 군대 간 아들까지 있는 분들이란 말이 거짓말처럼 생각되었다. 어쩌면 그렇게도 반가워 할 수가 있는 것인지... 십 년 헤어졌던 형제들이 만난것 같다. 눈이 꿈벅이고 아가미가 벌떡벌떡 숨을 쉬는 물고기의 머리를 한 접시에 모신 식사가 끝나고, 청우님이 마련해 주신 숙소로 자리를 옮겼다. 어디라고 말 하면 읽는 분들 배 아플 것이므로 해운대 어느 여인숙이라고만 발킨다. 아이들을 방에 자리를 깔아주어 몰아 넣고, 해운대 어느 여인숙 32층 스카이 라운지에서 30대처럼 보이는, 군대간 아들을 둔 의사샘 내외분과 밖에서 유난히 더 다정한 나눔님 내외분과 꼽사리낀 뇨자 하나가 조명으로 인해 평소보다 예쁜 얼굴들로 마주 앉았다. 보고싶다는 마음을 서로 갖고 있으면서도 어깨를 부딪히며 지나갔음에도 만나지 못한 일들이며, 사소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는 동안 친구가 들어왔다. 분위기 탓인지 조명탓인지 편안한 마음으로 오랫동안 아는 사람들처럼 작은 고민들도 털어 놓고, 커다란 포부도 밝히며 상의도 하고 서로 의견도 듣고... 새벽 세 시까지 잊지 못 할 추억을 마음에 새기고, 몇 시간 후를 위해 각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수한 마음과 동안을 지닌 청우님과, 내조로 인해 더욱 빛나는 사모님과, 똑또카고 이뿐 내친구와 아쉬운 포옹과 훗날을 기약 하며 일찍(새벽 세 시)자리에 들었다.
3. [장애인 전도 협회 실로암]
아침 여섯 시, 파랗게 다가서는 새벽을 해운대 어느 여인숙 7층 커다란 창을 통해 맞으며 가장 빠른 동작으로 각자 얼굴을 씻고 옷을 갈아 입고 커피를 마시며 내려 가, 거제도쪽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연안부두를 향했다. 배 타고 45분정도 된다는 거리... 배에 차를 싣기 위해 표를 끊으려는데, 운임이 5만원이 넘는 것이었다. 보통 그 정도 거리이면 반 값정도밖에 안 드는데, 두 배가 넘는 배삯에 배신감을 느끼며 빠르지만 후진 뱃길을 미련없이 버리고, 봄을 만끽하며 시원한 공기를 느낄 수 있는 도로로 나왔다. 세 시간정도 달려 중간에서 합류한 이백진 목사님과 지난 여름 소록도에서 뵌 적이 있는 늘찬양님과 함께 목적지인 연사리에 위치한 실로암에 도착했다. 저 아래 바다가 보이고, 돌을 박아 꾸민 담과 하얗게 칠한 울타리가 그림처럼 어울리는 곳이었다. 조립식 건물이지만 몇 개의 방들과 사무실, 재활실, 컴퓨터실, 탁구대가 있는 모임장소, 깨끗하고 넓은 화장실과 목욕탕... 공동체를 준비하고 있는 샘물님은 구석구석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둘러보았고, 그 곳에서 직접 만든 녹차를 한 잔씩 마시며 일행들은 장래 계획들을 이야기 했다. 조금 있자, 장애를 가진 분들이 모였고 주방에서는 식사 준비가 시작되었다. 그 곳에서 만난 분들은 모두 다 밝은 얼굴이었다. 불편한 몸으로 찬양을 하였다. 내가 만약 장애를 가졌다면, 저들처럼 밝은 얼굴로 찬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문득 눈시울이 붉어졌다. 저들이 갖고 있는 희망과 믿음을 지켜주십사하는 기도를 드렸다. 전도협회 실로암을 이끌어 가시며 예배를 진행하시던 여 전도사님... 다리를 절었지만, 허스키한 목소리에 누구보다도 강한 힘이 느껴지는 분이셨다. 나눔님의 간증이 두 시가 넘어 끝나고, 주방에서 봉사자들과 그 곳 집사님들이 마련하신 식사를 식탁이 된 탁구대 위에 차리고, 20여명이 넘는 그 곳 식구들이 모여 앉으셨다. 평소에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해 큰샘물님과 둘이 후다닥 설거지를 마치고, 다른 일정때문에 실로암에 오시지 못 한 거제도 최목사님을 찾아뵙기 위해 이백진 목사님과 늘찬양님과 우리들은 아래로 아래로 남쪽 바다를 향해 내려갔다.
4. [다포리 다포교회 최영천 목사님]
얼마나 갔을까? 구불 구불한 산 길 한참 아래로 보이는 바다 경치에 넋을 놓으며, 한참을 달리자, 남부면 다포리 작은 바닷가 마을에 차를 세워 주셨다. 작은 바다 마을 다포리에 잘 어울리는 작은 교회... 그 마을에 더욱 잘 어울리는 목사님과 사모님... 그것이 첫 인상이었다. 먼 길 온 우리들을 위해 사모님은 고구마를 굽고, 해풍을 맞고 자란 직접 딴 유자로 담근 차를 내 주셨다. 이목사님과 늘찬양님이 최목사님의 고장난 컴퓨터와 놀고 계시는 동안 피곤에 지친(=무드라고는 빵점인)나눔님을 재워 놓고, 최목사님의 유혹에 넘어간 샘물님과 나는 바다를 만나러 나갔다. 얼마나 그리워 했던 너였더냐? 모 과자 시에푸에도 나왔다는 하얀 등대가 있는 곳을 지나, 해변가에 쏟아 놓은 듯한 동글동글한 돌들을 잘그락 거리며 밟고 얼마쯤 가자, 옛날 공룡(미룡이었나?)들이 놀던 발자국들을 만날 수 있었고, 은행나무 침대를 촬영했다는 거대한 절벽밑에 내가 서 있었다. 절벽아래라고 생각하는 순간 발 아래 펼쳐지는 또 하나의 아찔한 절벽... 영화 어느 부분쯤에 절벽을 배경으로 하얀 바닷가를 달리던 말이 생각났다. 주인공 무사가 말을 달리던 그 바다, 절벽위에 천년 전 사랑을 생각하며 내가 서 있었다.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최목사님의 주민들에 대한 가난하지만 따뜻한 사랑을 읽을 수 있었다. 오고가는 물질속에 싹트는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후원받아 차에 싣고 다니던 쌀 반 가마와, 시장이 멀어 귀경하기 힘드셨을지 모를 돼지괴기를 내려 드리고, 목사님의 냉장고에서 나온 꽁꽁 언 숭어 네 마리와 돌미역을 차에 싣는 큰샘물님... 그저 어딜가든 생각하는 '우리 할머니들~ 참 좋아하시겠다'는 소리를 하신다. 최목사님은 꼭 필요한 사람을 위해 엿바꿔 먹지 않고 보관해 두었던 거대한 도트프린터를 한 대 차에 실어주신다. 나눔지 작업을 하면서 늘상 프린터때문에 애 먹던 대장 좋아하시겠다. 바닷가에 왔으면 회를 먹어야지~ 목사님도 힘드실텐데... 걸쭉한 목소리로 최목사님은 어느새 바닷가 횟집에 우리들을 위해 자리를 마련하셨고, 감동에 눈물겨운 회를 맛나게 먹고, 아쉬움에 오랜 시간 작별 인사를 하고, 또 다시 밤 길을 달렸다.
5. [후기]
바닷가 마을에서 실로암까지... 실로암에서 서진주까지... 이목사님이 계신 서진주에서 실로암까지도 한 시간 반이 넘는 거리였다. 몇 시간 동안 밤길에 나란히 달려오다 정든 하루를 작별하고, 계속 북으로... 열심히 기쁨조역할을 하는 나눔님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틀동안 세 시간 자고 버틴 샘물님은 졸음때문에 너무 힘겨워 하신다. 이럴 때 내가 운전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짧은 시간동안 정말 멋지고 감동적인 많은 분들을 만났다.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져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고, 그런 분들을 만날 수 있게 나를 유혹했던 샘물언니와 나눔대장께도 감사하고... 오랫동안 뵙고 싶었던 청우님 내외분과, 힘들 때 더욱 그리운 친구와, 소박함과 고향의 푸근함을 듬뿍 느낄 수 있게 해 주신 다포교회 최영천 목사님 내외분과 간호 공부를 마치고 다른 공부를 진행중인 예쁜 따님과, 하루의 시간을 기쁨으로 우리들에게 내 주셨던 이백진목사님과 늘찬양님... 소중한 분들로 가슴 한 쪽에 늘 남겨질 것 같다.
조금 전, 사모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는데 여전히 껄쭉한 목소리의 최목사님, "왜 내는 안 바까 주능교? 피곤한데, 얼렁 불끄고 디비 자소~" "불이 안 꺼지는데여? 우짜까요?" "그라마 눈을 가려야제. 얼렁 자소~" ^^ 한숨 푹 자고 인났어예~ 겪었던 일들인데 어째 꿈만 같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