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아내를 맞이하면서
"밖에 비 많이 오지?"
하고 물었다.
"그러네, 봄비라기엔 좀 많이 온다싶게. 근데 왜?"
"응, 오늘 밤에 어딜 다녀오려구."
사실 많이 기다렸었던 밤 여행이었다. 와카 식구들과 대대적인 여행을 다녀온 게 언제였던가? 03년 10월이었던가? 석모도를 다녀왔었는데, 그 후로 크고 작은 여행이 이어졌지만 대부분 쉰들러 멤버들끼리였다.
게 중에 04년 여름에 번개 팅으로 다녀 온 강원도 여행은 정오에 출발해서 새벽 4시에 분당으로 돌아온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이제 두 친구는 이사 한 후 자주 만날 수 없게 되었지만 그 여행 이후로 더욱 가까워진 건 분명하다. 물론 충주의 국희 샘은 이사는 했지만 매년 복숭아 수학기엔 꼭 진천으로 우리를 불렀다. 그게 벌써 세 번째였던가?
그래서 꼭 샘이 돌발적으로 밤 여행을 제의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모두들 즉석에서 '좋아요'로 답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비가 질기게 내리고 있으니... 불길한 예감은 늘 잘 들어맞는가 보다. 오후 들어서까지 그칠 줄 모르는 비 사이로 메시지가 떠내려 와 핸드폰에 문자로 박혔다. '비로 인하여 오늘 밤 여행은 취소...' 더 읽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비가 내려도...
인사동에라도 함께 나가 보았으면...
인사동 골목을 몰려다니며 맛있는 곳이 있으면 들러 주문도 하고 우산도 함께 쓰고 깔깔 낄낄대며 젖은 바지 밑단도 털어보면 좋았을 걸...
아님 광화문 그 미친 듯이 열정이 뿜어 나오는 광기에 빠져 보든지.
또 아님 신당동 떡볶이 집을 들러 젊은이들과 어울려 3류 라이브 락이라도 들었어도 좋았을 걸...
요 몇 년 사이에 멤버들이 많이 노쇠(?)해진 건 사실이다. 이달 초에 있었던 율돌 공원 뒷산을 오르며 힘겨워 하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몇 년 전에 자주 태원고 뒷산을 힘들이지 않고 오르던 그 멤버 그대로 건만, 이젠 그때를 떠올릴 수가 없을 정도로 힘겨워하고 있었다. 그땐 무슨 에너지가 그토록 충만했었던가? 끊임없이 재미있는 Y담을 풀어놓으며 산을 오르던 국희 샘 얘기에 쉴 틈 없이 쏟아내던 웃음소리가 지금도 귓전을 울리건만...
그런데 이번 주 토요일에 만나 인사동부터 광화문까지 스케치 해보자던 또 다른 멤버들마저도 이런 저런 핑계로 그 일정이 무산됐다고 연락이 왔다.
이 봄...
그 따스하다 못해 초여름을 방불케 하더니 꽃마저 다 떨궈진 이때에 비바람이 몰아쳐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는지...
오늘에야 반짝 햇살이 비추지만 바깥은 초가을을 연상케 한다. 기죽지 말아야지...
나이에도, 날씨에도, 주머니 사정에도 ....
첫댓글 ㅎㅎ 샘 많이 아쉬우셨군요.. 좋은 날 나들이가요~~~~ㅋㅋ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잖아요. ^^
아쉬움은 다음에 즐거움을 기다리게 하는거 아닌지?...담에 모이면 배로 즐겁게 놀자구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