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저 도연이요. 지난주 수요일, ‘별을 쏘다’가 첫방영된 이후 에 기자들이 ‘언니와의 대결에서 이길 자신이 있느냐?’고 많이 묻 더라구요. 그렇지 않아도 언니랑 시청률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게 영 걸렸었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전 우리 드라마가 ‘장희빈’을 꼭 꺾 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우리 쪽은 매니저란 직업을 통해 밑바닥 인생의 삶과 용기를 그려보자는 쪽이고 언니네는 역사적 사건에 초점 이 맞추어져 있잖아요. 주제가 확연하게 구분되는 만큼 서로 열심히 해서 윈윈했으면 좋겠어요. 언니 혹시 이런 내 마음이 가짜는 아닐까 의심하는 건 아니죠. 제가 며칠 전에 언니한테 전화해서 잘 하자고 얘기했던 거 기억하시리라 믿어요. ^.^;;
근데 언니, 몇 년 만에 드라마 찍으려니까 힘들지 않으세요? 언니 매 니저한테 얘기 들으니까 언니는 아역시절부터 하고 싶었던 배역이라 힘든 줄도 모른다고 하던데. 사실 전 조금 힘들어요. 언니가 알다시 피 촬영이 없는 날에는 동네 헬스클럽에서 하루에 4시간씩이나 러닝 을 하고 체력강화훈련을 했는데도 말이에요. 그나마 영화 ‘피도 눈 물도 없이’를 찍을 때 팔굽혀 펴기를 하루 100회씩 했던 악이 있어 서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는 사람들이 ‘너 몸에 근육 많이 붙 었다’ 하고 칭찬하는데 근육과 체력은 상관이 없나봐요. 며칠 전에 (조)인성이 하고 남산에서 거의 두 시간을 내리 달리는 신이 있었는 데 그땐 정말 조금 힘들더라구요.
언니도 그렇겠지만 첫 방송을 하고 나니까 긴장이 많이 돼요. 무대를 바꿔서 대중들을 만난다는 건 언제 해도 떨리는 일인가 봐요. 오늘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시청자 게시판부터 살폈다니까요. 그래도 드라 마 출연을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아요. 연기자가 ‘벗는 역’을 고사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매체의 종류를 가리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지금까지 본의 아니게 영화쪽에만 매진하게 되면서 제 스스로가 포장만 그럴듯한 배 우로 늙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고민이 많았거든요.
다행인 건 ‘별을 쏘다’의 한소라가 제 실제 성격하고 많이 맞는 것 같다는 거예요. 항상 밝고, 덜렁대고, 사소한 것에 상처받고…. 이제 까지 초등학생, 바람 난 아내, 다부진 의사 등 저하곤 거리가 있는 캐릭터들만 연기해서 그런지 모처럼 편안한 느낌이에요. 하지만 그런 캐릭터들을 하면서 자신감은 많이 붙은 것 같아요. 이제는 어떤 역할 을 맡겨도 똑 부러지게 잘 할 자신이 있거든요. 내가 연기를 하면서 살고 있다는 현실이 꿈같이 행복하기도 하구요.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저한테 그러더라구요. 내가 느낌으로 연기를 하 는 배우라구. 정찬 씨도 그렇고 심재명 대표도 그렇구. 그래서 제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그 말이 조금은 맞는 것도 같아요. 저는 제 스스로를 캐릭터를 완벽하게 분석한 후에 연기하는 배우라고 생각했 는데, 글쎄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우리 매니저한테 단 한 마디의 충 고도 안 받은 거 있죠?
이렇게 언니한테 편지를 쓰니까 언제 한번 언니하고 진하게 술 한잔 해야 할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걸요? 아마 주량에서는 언니가 절 못 이길 걸요. 남자배우들하고 술자리를 자주 갖다보니까 어느 새 웬만 해서는 취하지 않을 만큼 주량이 ‘업’된 거 있죠? (설)경구형, (송 )강호형, (김)석훈이 형이랑은 언제 술을 마셔도 너무 좋은 거 같아 요. 저 술 취하면 친한 사람들한테 전화 잘 거니까 나중에 언니한테 전화하면 꼭 나오시는 거예요?!
음, 마지막으로 언니한테 하고 싶은 말은 우리 하루 빨리 짝을 만나 꼭 결혼에 골인하자는 거예요. 전 다른 건 몰라도 결혼은 꼭 해보고 싶어요. 글쎄 결혼만 한다면 연기생활도 포기할 수 있을 것 같다니까 요. 물론 그 때가 돼봐야 하지만요. 참고로 제 이상형은 똑똑하고 능 력 있고 옷 잘 입는 남자랍니다. 언니 주위에 그런 사람 있으면 꼭 소개시켜 주세~용.
<2002년 11월 20일. ‘별을 쏘다’ 첫방을 마친 후 도연이가 씀>
P.S 언니, ‘장희빈’에서 너무 벗진 마세요. 사실 몸매에선 언니를 이길 자신이 없거든요. 참 한 가지 더.
추위를 이기고 피로를 푸는 데는 녹차가 최고예요. 전 하루에 1.5ℓ 를 넘게 마신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