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이번 설에는 어떻게 차레를 지낼 것인가?

[목암(전희식)]

설이 다가 왔습니다. 

요즘에 와서 설은 우리에게 어떤 뜻을 지니고 있는지 새삼 묻게 됩니다.

저 역시 어머니를 모시고 살게 된 이후에 설 명절은 물론 추석 명절과 조상 제삿날까지

오로지 집에 머물면서 어머니 곁만 지켜야 하다 보니

이런 때를 맞아 그냥 보낼 수는 없고

그렇다고 큰 형님 집에서 해 왔던 대로

국적도 알 수 없는 음식을 수북히 쌓은 젯상 앞에서 뜻도 모른 채 절이나 몇 번 하는 것을

반복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아래 정리 한 것은 이번 설에 제가 모실 차레에 대한 구상입니다. 새들이와 새날이가 집에 온다고 하니

오랜만에 온 식구가 모이게 되는지라 설 차레를 잘 모셔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대부분 (사)밝은마을의 윤중선생님이 그동안 설파 해 오신 것들입니다.

제가 조금 덧붙여 봤을 뿐입니다.

이렇게 해 보는 것은 오랜 옛적 우리 조상들이 해 오셨던 뜻과 정성을 이어 보고자 하는 것이며

설의 참 뜻을 새겨 보고자 함입니다. 

우리식 '차레'와 그 의미

먼저, '차레'라는 말부터 바로 알아야 하겠습니다. 윤중선생님의 풀이를 따르면 그동안 우리가 써 온

'차례(茶禮)'는 잘못 된 말이고 '차레'가 맞습니다.

저도 오래 전부터 여러 번 '차례(茶禮)'의 전래에 대해 들어 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것으로 알았습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제가 들어 온 전래라는 것은 이렇습니다.

'차례(茶禮)'는 차를 올려 놓고 제사를 지낸다는 말입니다. 어떤 이는 다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다반사(茶飯事)'라는 말도 있듯이

늘 있는 일을 우리는 밥 먹고 차 마시고 하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밥'과 같은 위치에 '차'를 놓고 있습니다.

차 중에는 전차(錢茶)라는 게 있는데 엽전처럼 가운데 구멍이 뚫린 차입니다.

먼 길 가는 나그네나 전쟁중인 병사가 허리춤에 꿰 차고 다니면서 차를 마셨다는 전설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 모두는 중국 이야기 일 뿐입니다.

제가 15년 여 전 처음 중국에 가서 한 달쯤 있을 때 가는 곳 마다 차가 나왔습니다. 호텔이건 가정집이건

벌건 홍차가 대부분이고 갖가지 차 식품이 많았습니다.

물이 더러워 끓여 먹다보니

차가 발달 한 것이지요.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집 뒤로 돌아가면 어디에나 약수가 철철 솟으니 

차를 끓여 마실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차레'의 뜻은 채움과 비움이라는 것입니다. 역시 윤중선생님의 풀이입니다. '차'는 채움이라는 뜻입니다.

가득 차다, 찰랑찰랑, 벅차다. 등에서 그 뜻의 파생을 알 수 있는 말입니다.

'레'는 비움이라는 말입니다. '레'의 파생어는 많이 찾을 수가 없는데 벼랑끝 이라는 옛말이 '비레끝'이라고 하니

'레'가 어떻게 쓰이는지 짐작 할 수는 있겠습니다.

저는 윤중선생님의 '차레' 설명글을 보면서 재미있는 상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왜 '채움'이 먼저일까 하는 것입니다.

흔히 비워라, 잊으라, 비워야 새로 채울 수 있다는 말들이 있잖아요.

그렇다면 왜 '레차'가 아니고 '차레'일까?

이런 생각입니다.

애써 비울 필요 없다는 것 아닐까요?

내 속에 있는 더러운 것, 나쁜 것, 어두운 것들에 연연하지 말고

그냥 깨긋한 것, 좋은 것, 밝은 것, 기쁜 것, 보람찬 것들을 꿈꾸고 실천해 나가면 저절로

다 바뀐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차레 중에는 '마차레'가 있는데 이것은 큰 행사를 말합니다. 공동체가 지내는 차레라고 하겠습니다.

'마'라는 말은 참되다는 뜻도 있고 뿌리가 된다는 뜻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마차레는 참된 근본이 되는 차레가 됩니다.

공동체야말로 한 개인을 진정 참되게 만들고

개인의 존속에 뿌리 또는 밑바탕이 된다는 말인가 싶습니다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차레를 통해 통렬하게 자기를 반성하고

하늘의 뜻에 따라 살아 가겠다는 참 자아를 되찾는 다짐이 있어야 제대로 된 차레라 하겠습니다.

왜 우리식인가?

음식이나 옷, 집, 건강, 수련, 말, 글, 의례 등등에서

옛날 방식이나 조상들의 전통을 되새기다 보면

'계승'과 '극복'을 만나게 됩니다.

뭘 이어받고 뭘 극복 할 것인가?

극복은 허례허식이요 위계요 가부장제요 형식주의 입니다.

계승은 천.지.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옛조상들은 천지인 삼재의 조화가 일상에 늘 깃들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합니다.

젯상과 신위

설이나 추석 명절에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은 젯상 차릴 때 부터 시작됩니다.

어동육서(魚東肉西 - 물고기 음식은 동쪽, 땅 고기 음식은 서쪽)라는

말에서 부터 좌포우혜(左鮑右醯 - 왼쪽에 건어물 포나 고기 포, 오른쪽에 식혜)니, 

조율이시(棗栗梨枾 - 왼쪽부터 대추, 밤, 배. 감)니, 홍동백서(紅東白西 - 붉은 과실은 동, 흰 과실은 서)니 하는

말들이 그것입니다.

모두 다 오방원리니 음양원리에 입각한 중국식이라 보면 됩니다.

공자님의 논어에 기반한 것으로 주자의 집대성을 거치고 조선시대 성리학의 영향을

받아 허례와 허식이 가득 찬 젯상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윤중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마련한 음식이 젯상을 중심으로 하여 어느 쪽에서 난 것이냐로 위치를 정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즉, 제주도에서 온 감귤이 있으면 젯상의 남쪽에,

앞 밭에서 난 파전은 젯상에서 밭 쪽에

옆 논에서 난 밥은 젯상 옆쪽이 되겠습니다.

이러는 이유는 젯상에 강림한 조상신이나 천지신명은 온 천지에 동시에 주석하시는 분이신지라

그렇게 음식을 놓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만 중국식 젯상은

밥 옆에 국, 바로 앞에는 고기반찬 좀 멀리는 나물반찬, 가장 멀리는 후식에 해당하는

과일들을 놓고 있습니다.

매우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 두 가지 원리를 잘 섞어서 젯상을 차릴 까 합니다.

음식은 마땅히 제 철 음식이라야 할 것이며

우리 나라 농산물이라야 할 것이며

웬만하면 스스로 지은 농산물이라야 할 것입니다.

스스로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라면

되도록 시장에서 누가 농사 지었는지 모르는 것을 올리기 보다

아는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

그도저도 아니면 자연농, 자연농이 아니면 최소한 유기농 음식이라야 하겠습니다.

설 젯상에 바나나나 수박, 참외 등을 올리는 사람이 있다면 미친 사람이지요. 

시장바닥에 뒹구는 농산물은

공장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하늘 기운, 땅 기운, 사람 기운이 없는 공장제품입니다. 요즘 농사가 그렇게 지어지니까요. 기계와 농약과 화학비료와 비닐로....

견과류와 과일 즉, 대추, 밤, 호두, 감, 배, 사과, 귤 등은 꼭 챙기면 좋겠구요.

젯상 음식에 고춧가루가 들어 가면 안 됩니다.

고추는 축령의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 져 있습니다.

강령하지 않습니다. '고춧가루 뿌린다.'는 속어는 일을 망친다는 뜻입니다. 하늘이 강령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 제가 떡국을 끓였는데 고춧가루를 살짝 넣었거든요.

어머니와 설날 이야기를 나누며 떡국을 먹는데 오늘이 설날인 줄 아시게 된 어머니는

젯상에 고춧가루 들어가면 안 된다면서 해 주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신위 문제는 판단이 잘 안 섭니다.

동학의 향아설위(向我設位) 정신으로 하고 싶은데

향아설위라고 써 붙일 수도 없고

천.지.인. 이라 써 붙일까

아니면 내가 바라는 바를 써 붙일까

스스로 살리고 서로 살리고 세상을 살리세 라고 써 붙일까

조상신을 모시기만 하는 기존의 신위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내 안의 하늘님

하늘 기운

조상 기운 을 모시고 싶은데

어떻게 신위를 써야 할까요?

식구들이 먹을 갈아 소원을 한지에 적어 붙일까 싶기도 합니다. 

절 하기

절에 가면 절하는 법부터 배웁니다. 저는 잠시 출가 한 적이 있는지라 절하는 법을 아주 혹독(?)하게 배웠습니다.

무당이 비손 할 때 하는 절을 흉내 내다가 혼이 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윤중선생님이 가르치는 절은

바로 우리 어머니들이 장독간에 물 한 그릇 올려 놓고 비손 할 때 그 절입니다.

절에서 하는 절은 합장과 오체투지입니다.

우리 절은 온 우주 만물만생을 아우르는 절입니다.

옆구리 아래 재봉선에서부터 손바닥을 펴고

팔을 옆으로 쫙 벌린 채 천천히 치켜 들면서 이마 앞에서 합장하여 가슴께로 내립니다.

이때 저는 손 끝이 쭉 뻗어나가 우주 끝까지 이르렀다고 여기면서

온 우주를 훑는다는 마음으로 팔을 치켜 올립니다.

그리고서 합장을 하면 양 손 바닥 안에

온 우주 만물만생만령이 다 모였다는 의념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땅에 손을 짚고 절을 할 때 

두 손의 끝을 붙이느냐

어깨 넓이고 양 손을 벌리느냐가 있습니다.

윤중선생님에게 배운대로 어깨 넓이고 벌려서 절을 하렵니다.

손 끝이 붙지 않으면 음전치 못하다고 어른들이 야단을 칩니다.

유교적 가부장 주의가 아닌가 합니다.

어른 앞에서 반 가부좌 해도 야댠을 맞지요. 건방지다고....

절은 두 번 합니다.

한 번은 세배 할 때.

두 번은 돌아 가신 분 또는 귀신에게 할 때.

세번은 큰 스님이나 부처님. 크게 존경하는 분에게 할 때.

진행 순서

- 쑥 연기 피우기 : 주변을 깨끗이 정화한다. 큰 향그릇에 쑥을 담아 쑥 향을 피운다. 그러면 사람도 정화된다.

- 젯상 차리기 : 음식, 초, 향, 술 등을 놓은다. 맑은 물 한 그릇. 쌀 한 그릇도 좋다.

- 강신 또는 강령의식 : 향을 세 개 피우고 제주가 절을 두 번 한다.

다시 잔을 채워 퇴주 그릇에 세 번에 걸쳐 붓고 절을 두 번 한다.

향은 하늘(령)을 모시는 것이고 퇴주 행위는 땅을 모시는 것이라고 한다. 모두 제주 혼자 한다.

- 공동 절 : 다 함께 절을 합니다. 물론 두 번.

- 축문 : 공동 축문을 만들어 조상신. 하늘님. 내 안의 하늘님께 소원을 빌고 다짐하는 글입니다.

축문에 가장 먼저 감사 말씀을 극진히 하는 게 좋겠습니다. 하늘에 감사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입니다. 내 소원을 줄레줄레

풀어 놓기 보다는.

그 다음에는 하늘님의 노고를 치하 해 드리고 위로 및 격려 하는 것입니다. 하늘님이라고 힘들지 않겠어요?

사실은 이 격려와 칭송은 결국 스스로에게 하는 것이 됩니다.

- 물이나 보이차 놓고 절 : 마지막 순서가 되겠습니다.

- 밥상에 둘러 앉아 같이 먹기.

여기까지입니다.

물론, 제사 모시기 전에 세배 부터 하는 것이지요.

죽은 영보다 살아 있는 사람이 우선이지요.

세배는 윗 어른부터 차례로.... 같은 항렬끼리는 맞절을 꼭 하여 서로 덕담을 주고 받으면 좋겠습니다.

새배 때는 어른이 덕담도 하고 새배돈도 주고 하는데 자식들도 부모께 작은 선물을 준비 하면 좋겠지요.

[정철]

감사합니다 윗글대로 하겠습니다 행복의 명절 되십시요

[장수민채네사과]

잘 읽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