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연말을 앞두고 금융당국의 부실채권 지도 비율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부실채권(NPL)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및 은행권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은 연말까지 부실채권 5600억원을 매각할 계획이다.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실 관계자는 “아직 입찰을 시작하지는 않았으나 곧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입찰을 받아 매수자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실채권은 금융기관의 대출금 중 채무자의 사정으로 회수가 어려운 돈을 말한다. 현재 은행들의 총 부실채권 규모는 22조원 안팎 수준이다. 금감원은 총 여신 중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평균 목표치를 1.5%로 잡고 있다. 은행별로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은행들은 매년 연말 이러한 지도비율을 맞추기 위해 부실채권을 대규모로 상각하거나 매각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9월말 기준 2.36% 수준이던 부실채권 비율을 연말까지 1.5%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도 각각 1.88%, 1.76%이었던 부실채권 비율을 1.5%로 떨어트리기 위해 부실채권 매각이 한창이다.
그러나 일부 은행의 경우 이 권고치를 맞추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9월말 기준 2.25%(4조원) 수준이던 부실채권 비율을 2%내로 낮출 계획이며 농협도 2.08% 수준의 부실채권 비율을 2%에 맞출 예정이다. 9월말 기준으로 특수은행을 포함한 12개 은행 중 부실채권 비율이 가장 높았던 수협(2.41%)도 부실채권 비율을 1%대 후반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중 은행들은 민간 배드뱅크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를 통해 1조9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채권도 연말까지 대거 정리할 계획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부실채권 정리에 나서고 있는 것은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에 따른 부실대출 매각 수요가 늘어나고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부동산 PF 관련 채권이 부실화된 데 따른 것이다.
또 은행들이 2013년까지 도입해야 하는 바젤 III에서는 고유동성 자산으로 현금과 중앙은행 예치금, 국채, 중앙은행 발행 채권(통안채), 외화표시 국채만 100% 인정하기 때문에 국고채로의 쏠림현상이 더욱 확대되고 부실채권 시장은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허윤석 우리투자증권 강북 프리미어블루센터 부장은 “바젤III가 시행되면 채권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국고채 위주로 쏠림현상이 더욱 강해지는 반면 은행들은 대거 부실채권 정리에 나서면서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부실채권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기관과 연기금들은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부실채권은 금융회사가 돈을 빌려주고 이자조차 받을 수 없다고 보는 채권이지만 싼값에 사면 높은 수익률을 낼 수도 있다.
증권사 중에서는 메리츠종금증권이 가장 적극적이다. 올 초 동양종금증권에서 부실채권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해 특수투자금융팀을 신설하고 올해 하나은행 일반담보부채권(2700억)과 신한은행 기업회생채권(2300억)을 매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