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7일 살림교회 주일공동예배(성령 강림 후 스물 여섯 번째 주일/추수감사)
야곱의 감사-엘엘로헤이스라엘!
창33:18~20, 35:9~12; 골3:15~17
오늘은 추수감사주일입니다. 농사를 짓지 않는 우리에겐 추수의 기쁨과 감사가 좀 생뚱맞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모든 것이 본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살아온 날을 감사함으로 돌아보는 일은 매우 뜻 깊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올 한해 수확물이 손에 한가득 잡히기 때문에 감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한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다 잘 되었기 때문에 감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것도 감사할 일이겠지요.
그러나 우리의 감사는 그런 감사와는 좀 다른 감사입니다. 우리의 감사는 우리의 손에 뭔가가 한가득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래서 모든 것이 만사형통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 삶을 하나님의 빛 안에서 다시 보게 되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감사할 일을 찾는다는 것은, 우리 삶을 감사로 비추어본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삶을 하나님의 빛 안에서 다시 보게 된다는 것은 그 동안 우리가 읽었던 야곱의 이야기 속에서 잘 보여줍니다. 자신의 삶을 하나님의 빛 안에서 다시 보게 되었을 때, 그는 “주님께서 분명히 이 곳에 계시는데도, 내가 미처 그것을 몰랐구나...이곳이 하나님의 집이요, 여기가 다름 아닌 하늘로 들어가는 문이로구나” 고백하면서 감사할 수가 있었습니다.
감사한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모든 것 안에서 그분의 사랑을 보는 것입니다. 여러분, 뭐라고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 안에서 그분의 사랑을 보는 것입니다. 그때 들이쉬는 모든 호흡이 그분 사랑의 선물임을 알게 됩니다. 우리 존재의 모둔 순간이 은총임을 알게 되고 감사하게 됩니다. 우리 존재는 하나님의 무한하신 은총을 언제나 드러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현승 시인은 <감사하는 마음>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감사하는 마음 - 그것은 곧 아는 마음이다.
내가 누구인가를 그리고
주인이 누구인가를 깊이 아는 마음이다.
여러분, 오늘 여러분은 무엇으로 감사를 드립니까? 여러분이 가진 것 헤아려 보면서 남과 비교하여 더 가졌기 때문에 감사합니까? 만일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대부분 감사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남과 비교할 때, 우리는 보통 우리보다 더 많이 가졌다고 생각되는 사람들과 비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감사가 아니라, 불평과 불만이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삶에는 황량한 바람이 불고, 격랑의 일고, 파도가 치고 있습니다. 늘 잔잔한 바람에 순풍에 돛단 듯 가는 삶이 아닙니다. 그게 우리네 삶입니다. 우리 손 안에 있는 것만 보는 오랜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우리 앞에 이는 황량한 바람과 격랑이 이는 파도를 보면, 감사보다는 불평이, 평화보다는 불안과 초조가, 기쁨보다는 분노와 두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얼마나 억울한 삶입니다. 감사가 없는 삶은 정말 삶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불만과 불평으로 사는 것은 우리 삶을 갉아먹는 것입니다. 반대로, 감사하는 삶은 정말 삶을 사는 것입니다.
노리치의 줄리안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다, 온갖 종류의 일이 잘 될 것이다
오늘 우리가 야곱의 이야기 가운데 두 본문을 읽었습니다. 먼저 35장부터 보겠습니다. 야곱이 밧단아람에서 돌아온 뒤에 하나님께서 다시 그에게 나타나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말씀하셨습니다. “전에 너의 이름은 야곱이었지만,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다” 이 말씀은 전에 얍복강가에서 들었던 말씀입니다. 야곱은 다시 이 말을 깊이 새깁니다.
너는 전에는 남의 것을 빼앗고 남을 속이는 삶을 살았지... 네가 누구인줄 몰랐으니까. 그러나 이제 너는 이스라엘이다. 하나님이여 다스리소서. 하나님이 네 삶의 주인임을 알았으니까. 그러니 너는 그렇게 네 힘을 쓰려고 안간힘 쓰지 않아도 돼. 네 존재 자체로 네 삶은 은총이며 선물이니까.
그러면서 하나님은 또 말씀하십니다.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다. 너는 생육하고 번성할 것이다. 한 민족과 많은 갈래의 민족이 너에게서 나오고, 너의 자손[옐렉]에게서 왕들이 나올 것이다.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준 땅을 너에게 주고, 그 땅을 너의 자손에게도 주겠다.”
여기서 좀 어원적으로 따져 볼 단어가 두 개가 있습니다. 먼저 전능한 하나님이라는 단어입니다. 이 단어는 히브리어로는 “엘 샤다이”라는 말입니다. 엘은 하나님인 것이 확실한데, 샤다이는 그 뜻이 모호합니다. 그래서 샤다이를 그동안 전능한 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오래된 번역입니다. 그러나 근래 들어 구약 학자들은 이 단어가 젖가슴을 가지신 이라는 뜻이 아닌가 제안을 합니다. 샤다임[젖가슴]에서 온 단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다음에 나오는 구절,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구절과도 관련을 갖게 됩니다.
이런 제안을 우리가 고려한다면, 야곱은 이제 갖난 아기가 된 것입니다. 그 수많은 세월 동안 그렇게나 애쓰면서 살아왔지만, 결국에 자신은 하나님 안에서 갖난 아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생육과 번성이 하나님 손에 달린 것임을 알게 되고, 그런 하나님이 자신을 품고 있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어머니와 같이 젖가슴을 가지고 우리를 품으시는 하나님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품 안에서 젖을 먹고 놀고 쉴 수 있습니다. 여러분, 이런 하나님을 우리 하나님의 이미지로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편131편에, 젖 뗀 아이가 어머니 품에 안겨 있듯이, 내 영혼도 젖뗀 아이와 같습니다. 라는 구절을 기억나게 하는 이미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생육과 번성은 우리의 일이 아니라 사실은 하나님의 일이 됩니다. 우리가 하나님 안에 있음을 기억하기만 하면, 우리 삶은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이나 끊어지기 쉬운 낡은 새끼줄이 아니라, 하나님 품에 안겨 있는 무한한 사랑을 받는 존재, 그 분 안에서 생육하고 번성하는 존재임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 다음 살펴보아야 할 단어는 “한 민족과 많은 갈래의 민족이 너에게서 나오고, 너의 자손[옐렉]에게서 왕들이 나올 것이다.”에 나오는 “너의 자손”이라는 단어입니다. 이 단어가 개역성경에는 “네 허리”라고 되어 있습니다. 옐렉이라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이 단어는 언제 나왔던 단어인가 하면, 야곱이 얍복강가에서 하나님과 씨름할 때도 한번 나왔습니다. 야곱이 씨름하다가 엉덩이뼈가 어긋났다고 했는데, 바로 이 엉덩이뼈가 옐렉이라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이 단어가 왜 엉덩이뼈[허벅지 관절]라고도 했다가 허리라고도 했다가 또 여기서는 자손으로 번역되었는가는 좀 복잡하니까 지나가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야곱이 하나님과 씨름하고 어긋났던 옐렉, 절뚝거리며 브니엘의 아침을 맞던 그 옐렉에서 왕들이 나올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 옐렉은 하나님 앞에서 야곱의 약함을 드러내는 상징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전적인 무력함을 경험한 곳이며 동시에 하나님의 엄청난 사랑과 자비를 경험한 상징입니다. 자신의 가난과 약함을 자신의 힘으로 대치하고 상쇄시키려 하지 않고 하나님 안에서 그 분의 능력을 덧입는 놀라운 신비를 경험한 장소입입니다. 바로 그 곳에서 왕들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도 바울이 경험했던, 내가 약할 그 때에 오히려 내가 강하다는 놀라운 역설입니다.
야곱은 벧엘에서 다시 한번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듣습니다. 20년의 타향생활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와 남은 여생을 보내는 야곱은 마음속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순간에 자신과 함께 하셨던 벧엘 경험을 다시 한번 기억하고 또 얍복강가에서 밤새워 씨름하던 그 브니엘의 경험을 상기합니다. 이 기억,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깨달음, 알아차림은 야곱에게 이런 고백을 하게 합니다. 엘 엘로헤 이스라엘!
33장 18~20절을 보면, 야곱은 밧단아람에서 돌아와 가나안 땅에 무사히 이르러 세겜 성에 장막을 치고 거기에 제단을 쌓고 그 곳을 엘 엘로헤 이스라엘이라고 이름붙입니다. 엘엘로헤이스라엘이라는 말은 “하나님, 이스라엘의 하나님” 또는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시다”라는 뜻입니다. 야곱의 마지막 정착지입니다. 벧엘을 지나 브니엘을 거쳐 엘엘로헤이스라엘까지!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시다! 야곱의 삶은 여기에 모두 집약되어 있고, 야곱의 감사는 여기에 모두 집약되어 있습니다. 우리 모두 자신의 이름을 넣어서 이 고백을 드려봅시다! 엘 엘로헤 (첫눈)!
골로새서3:15절에서 17절까지 함께 읽어 봅시다.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을 지배하게 하십시오. 이 평화를 누리도록 여러분은 부르심을 받아 한 몸이 되었습니다. 또 여러분은 감사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리스도의 말씀이 여러분 가운데 풍성히 살아 있게 하십시오. 온갖 지혜로 서로 가르치고 권고하십시오. 감사한 마음으로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로 여러분의 하나님을 찬양하십시오. 그리고 말이든 행동이든 무엇을 하든지, 모든 것을 주 예수의 이름으로 하고, 그분에게서 힘을 얻어서,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십시오.
첫댓글 '감사가 없는 삶은 정말 삶을 낭비하는 것입니다'..............이 부분을 읽으면서, 감사가 없어서 그동안 내 삶이 낭비되었던걸까 잠시 생각하게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