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의 『대통령의 글쓰기』는 저자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는 연설 비서관실 행정관 또는 연설 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두 대통령과 연설문에 얽힌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 은근히 청와대 근무와 연설문 작성 담당자임을 자랑하려는 의도를 깔고 있다.
그렇지만 저자는 이 책에 대해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고 한다. 단 문학적 글쓰기가 아니라 실용적 글쓰기라고 구분 짓는다. 그리고 그 내용은 연설문이 주재료이며,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연설문이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은 문구 하나하나를 직접 다듬어줬고, 노무현 대통령은 불러서 앉혀놓고 토론하듯 가르쳤다고 한다. 연설문을 쓰는 일은 단지 글을 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연설하는 사람의 생각하는 방식과 말하는 방법을 배우는 기회가 된다.
저자가 연설문을 쓰게 되는 것은 어느 날 불쑥 온 전화를 받으면서 일어난 지극히 우연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우연일 수 있지만 누군가는 그가 글을 잘 쓴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그를 청와대에 추천했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연설문 골격을 비서실장을 통해 내려 보냈고, 이를 바탕으로 쓴 연설문 초안을 보면서 하나하나 수정을 하며 꼼꼼하게 챙겼다고 한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직접 연설문을 쓸 비서관을 불러 직접 내용 지시를 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에 관한한 철저했던 모양이다. 저자가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기 시작하면서 대통령으로부터 글쓰기 지침을 받았다고 한다. 연설문은 간결하게 쓰되 두괄식으로 쓸 것, 가급적 단문으로 쓰되, 모호한 표현은 하지 말 것 등 저자는 32가지를 나열했다.
두 대통령은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모든 사안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편이라 그들의 연설문을 쓴다는 것은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연설문을 쓴다는 것은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연설을 할 사람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독자와의 교감을 강조했다고 한다. 국민보다 반걸음 정도 앞서 가는 글을 주문했다고 한다. 그래야 국민이 공감한다는 것이다. 사실, 미사여구가 많으면 듣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명료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하지 못하면 공감이 따르지 않는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를 넘어 역사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승만을 찍어준 국민의 눈높이와 4.19 혁명을 일읜 역사의 눈높이를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상대를 배려하는 교감을 강조했다고 한다.
수많은 에피소드는 두 대통령의 인간됨을 드러내고 더러는 애민사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았으니 그의 말은 틀림이 없을 것이다. 저자는 여전히 그들 두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안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