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11 - 서영남
3월 8일(일)
박영대 선생의 가족 모두 설거지 봉사를 하러 오셨습니다. 아이들 어머니와 따님 셋입니다. 막내딸이 초등학교 일학년! 까치발을 하고선 언니들이 깨끗하게 씻어놓은 접시를 닦는 모습이 얼마나 앙징스러운지요!!!
지난 겨울에 봉화로 내려갔던 석원씨가 오늘 올라왔습니다. 둘이 내려갔었는데 한 명은 스무 날을 살다가 떠났고요. 영주-풍기를 거쳐 대구. 그리고 전남 신안으로 가서 염전에서 일하고 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옥련동에서 지내면서 막노동을 하고 살겠다고 합니다.
마르티즈 3개월 강아지인데 이름이 설구랍니다. 얼마나 설치는지 설치는 강아지란 뜻으로 설구! 설구와 함께 오신 부부께서 맛있는 커피 한 잔 드시고 마음 가득 담긴 봉투 주시고 가셨습니다.
3월 9일(월)
오늘은 시골 장터처럼 법석을 떨었습니다. 야단법석입니다.
만수1동 성당에서 마침 재활용 옷을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긴 겨울 동안 우리 손님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단벌 옷들도 고생 많았습니다. 이제는 옷을 바꿀 때입니다.
월요일은 서울에서 오는 분들이 많은 날입니다. 왜냐면 월요일 무료급식을 하는 곳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전철이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손님들이 오셨다가 가곤 했는데 오늘은 그 타이밍도 없어졌습니다. 수저도 모자라고 밥을 담을 접시도 모자라서 쩔쩔 매었습니다. 아마 가스 밥솥이 아니었다면 밥도 댈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계란말이의 달인이신 윤기장님이 오늘도 솜씨를 뽐내셨습니다. 마침 화수성심의원 원장선생님이 보내주신 계란이 열 판이 도착했습니다. 윤 기장님께서 몇 년을 민들레국수집에 오셔서 계란말이를 하셨습니다. 이제는 계란 열 판이나 깨트려 계란말이를 하시는데 진짜 달인의 경지입니다. 크기, 모양, 맛이 모두 최고입니다.
노숙인을 위한 문화센터!
"민들레 문화센터"
우리 손님들이 낮 동안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차 한 잔 마시면서 음악도 들을 수 있는 공간.
빨래를 한 다음에 낮잠을 잘 수 있는 공간.
DVD를 보면서 문화적인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공간.
신문도 보고 책도 보고 만화도 보고 인터넷도 활용할 수 있고 또 필요한 정보도 제공받을 수 있는 공간.
상담도 할 수 있는 공간.
취업정보도 제공받을 수 있고, 팩스나 전화 등 연락처를 남기고 또 연락받을 수 있는 공간.
술 취한 사람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
인문학 강의도 들을 수 있는 공간.
동아리 모임을 만들어 공동체 생활도 해 볼 수 있는 공간.
그러면서 저녁이 되고 밤이 되면 노숙하러 나가야 하는 공간.
스스로 노숙생활을 청산하려고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간.
샤워도 하면서 재활용 옷도 제공받을 수 있는 공간. 할 수 있으면 이발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1) 하느님의 대사(大使)들을 위한 민들레국수집은 2005년 4월 1일에 열었습니다. 매주 토,일,월,화,수 닷새 동안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손님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식당입니다. 손님들은 준비된 밥과 여러 가지 반찬을 마음대로 양껏 몇 번이라도 드시면 됩니다. 양껏 드시되 책임을 가지고 남기지는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하루에 두세 번도 괜찮습니다! 셀프로 커피나 녹차도 마실 수 있습니다. 담배가 꼭 피우고 싶은 분들을 위해 담배 한 개비도 드리기도 합니다.
(2) 민들레의 집은 2003년 5월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의 vip 손님 중에서 노숙생활을 그만 두고 자립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집입니다. 민들레의 집은 여럿이 함께 집단으로 있는 집이 아닙니다. 한 사람만 개인적으로 삽니다. 민들레국수집의 여유가 약간 생겨서 동네에 월세 보증금이라 마련할 정도가 되면 민들레의 집 식구을 찾아봅니다. 민들레의 집은 기간도 규칙도 제한도 없습니다. 자립하실 때까지 거들어드립니다. 편히 일없이 지냐고 싶다면 최소한 필요한 용돈도 드립니다. 선호 씨는 2005년 5월에 민들레의 집 식구가 되었습니다. 옥련동 민들레의 집에 삽니다. 강아지도 키우고 채마밭도 가꾸고 삽니다. 매달 용돈도 드렸습니다. 지난 달부터 민들레국수집 무급직원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주헌씨는 2005년 4월달에 민들레의 집 식구가 되었습니다. 오랜 노숙생활로 알콜 의존증이 심합니다. 그래도 함께 삽니다. 건강이 괜찮고 틈이 나면 민들레국수집으로 와서 설거지도 돕습니다.
(3) 민들레국수집 부설 민들레 꿈 공부방은 인터넷 다음에 카페도 있습니다. 어제 개설했답니다. 가입 부탁드립니다. 민들레 꿈은 2008년 4월 1일 열었습니다. 동네의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입니다. 무상입니다. 모니카가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돌봅니다. 학교 공부가 끝나면 공부방에서 놀이도 하고 만화 그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방학에도 문을 엽니다. 아이들의 가정이 되기를 지향합니다.
(4) 민들레국수집이 2008년 12월에 바로 옆으로 옮기면서 기존의 국수집 일부를 옷 나눔 가게로 만들려고 합니다. 민들레 옷방 민들레 옷방은 단벌 신사인 우리 손님들이 계절이 바뀌거나 옷을 급히 갈아입어야 할 때 필요한 공간입니다. 헌 운동화도 필요합니다. 슬리퍼도 있으면 좋습니다. 수건과 배낭도 필요합니다.
(5) 민들레국수집의 자원봉사자는 자유롭게 찾아오셔서 봉사하시면 됩니다. 목요일과 금요일은 제외하고 언제든지 국수집 문 여는 시간에는 좋습니다. 봉사하시는 일도 자유롭게 스스로 찾아서 하시면 됩니다. 시간도 자유입니다. 오실 때는 앞치마를 가지고 오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일거리를 챙겨서 오셔도 좋습니다. 예를 들면 김치 담그기. 파김치 담그기. 깍두기 담그기. 밑반찬 만들기 등등입니다. 그리고 민들레국수집 무급직원도 찾습니다. 급료가 없습니다. 아무런 댓가가 없습니다. 약간의 활동비만 지급합니다.
앞으로 "민들레 문화센터"도 꿈을 꿉니다.
3월 10일(화)
순천향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용산 참사 농성장에 쌀이 떨어질 것 같다는 이야기에 쌀을 조금 가져다 드렸습니다. 배고프면 안됩니다.
오후에는 도시속 작은학교 선생님들께서 맛있는 고기 재워서 들고 찾아오셨습니다. 아이들이 3월 31일날 봉사활동 오기로 했습니다.
첫댓글 민들레 일기는 언제 읽어도 너무 재미있고, 따뜻하네요~ ^^ 한 번 읽으면 계속 읽게 됩니다. ㅎㅎ 수사님이 꿈꾸던 '민들레 문화센터'가 이제 곧 현실이 되지요~?! 너무너무 축하드립니다!!!
지친 아이들에게 「민들레 꿈」은 희망의 바탕이 될 것입니다. 풀꽃처럼 영롱한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민들레 희망지원센터'를 열렬히 응원합니다!! 다음 아고라에서 모금 중이던데 우리 모두 동참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