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에이의 남산순환도로
저는 서울 남산에 있는 필동에서 태어나 결혼하여 미국에
올떄까지 살았으니 남산중턱이 고향인 셈이지요.
제가 어렸을때는 남산 순환도로가 없었고 포장이
되지 않은 산길이었읍니다.
소나무와 아카시아 나무가 울창했던 산길을 아침 식전에
식사준비를 하시는 어머니를 제외한 5남매와 아버지와
약수터까지 다녀오는 게 일과의 시작이었지요.
막내인 어린 저는 잠이 많아 가기 싫었지만 약수터에서
운동을 마치면 아버지께서 사주시던 고소한 날계란을 위아래
톡톡 깨트려 쏙 빨아먹는맛, 때론 노른자가 살짝 익은
계란 반숙이 먹고 싶어 따라나섰던게 아닌가 싶어요.
그때는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부유하던 시절이 아니라 하루에
한개씩 먹는 계란의 유혹이 대단했거든요.
엘에이 한인타운에서 멀지 않은 곳에 꼭 남산 순환도로처럼
소나무도 우거지고 공기도 좋은 곳이 있어 드라이브 다녀왔읍니다.
너무나 유명한 곳이지만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이곳을 가면 마치 필동 뒷산에 온듯 정겨운 것은
저만의 생각인지요?
작년에 큰 불이나 아름드리 소나무가 시커멓게 그을린 모습이
무척 안타까웠읍니다. 길이 많이 꼬불꼬불하여 운전에 각별히
신경쓰셔야 하며 높이가 만피트가 넘는 산이라고 합니다.
엔젤레스 마운틴이라고 불리우며 Mountain High 스키장이
있는 빅파인을 지나 가면 필란을 지나 15번을 만나는
정말 커다란 산입니다.
한인 타운에서 2번을 타고 2번 끝나는 곳에서 210번 East를
타자마자 2번Angeles Crest Highway Sign이 나오면 빠지셔서
좌회전 하시면 오른쪽으로 구수한 커피가 일품인
Panera Bread가 나옵니다.
여기서 향내 좋은 Hazelnut 커피와 베이글로 요기를 하시고
산쪽으로 북행하기 시작하면
금새 엘에이의 전경이 눈앞에 들어옵니다.
길은 8000피트에 오르도록 꼬불꼬불 장난아니지만
구비구비 모습을 바꾸는 경치 역시 일품입니다.
자전거를 타는 건각의 젊은이들의 화려한 옷들과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오토바이들의 질주도 드라이브의 재미를 더해 주더군요.
경치가 좋은 곳마다 차를 세우고 구경도 하고 쉬어갈수 있게끔
주차장을 만들어 놓았으니 천천히 사진도 찍으시며 가시면 됩니다.
작은 터널도 있고 리프트 3개의 아담한 waterman 스키장도 있고
모토사이클족이 엄청나게 모여있는 산속카페 Newcomb Ranch에서
간단한 식사도 하실수 있읍니다.
fredrick r from yelp
경치 좋은 곳곳에 피크닠 테이블도 있으니
김밥을 가져가셔도 좋을듯 합니다.
겨울이 되면 눈이 길에 얼어붙어 길이 통제되기도 하지만
엘에이에서 멀지 않은 이 곳에선 소나무에 소복히 쌓인
눈구경도 할수 있으니
제가 당연히 어린 시절을 보낸 남산이 생각날수 밖에요.
라카나다의 산 입구부터 마운틴 하이 스키장이 있는 빅파인까지는
56마일, 빅파인에서15번까지는 약 36마일이 소요되는데
제 생각에는 빅파인에서 샌버나디노 까지의 드라이브는
약간 지루하고 다시 엘에이까지 돌아오는데 길도 막히고
시간도 꽤 걸리기 때문에 차라리 빅파인에서 길을 돌려 왔던 길을
되짚어 엘에이로 돌아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트레일 코스도 많고 캠핑장도 많읍니다. 산이 워낙 깊어
교통사고도 많고 추락사고도 잦은 곳이니 조심해서
운전하시고 혼자 산행에 나서시는 것은 위험합니다.
도심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송림이 울창한 거대한 산맥이
있다는 것이 엘에이에 사는 또다른 즐거움인것 같읍니다.
밤엔 마치 엘에이를 모두 보석으로 수놓은 듯 야경이 기가 막힙니다만
야간 운전은 정말 위험하니 초입에서 차 세우시고
기분만 내시는 게 좋을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