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논평]
국회 국토위 버스 차령 연장안 통과,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개악이다.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결정은
즉시 철회해야
지난 1월 23일 시내 및 광역 노선버스에 투입하는 차량의 수명을 현행 11년에서 최대 16년까지 연장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 회의를 통과했다. 사유는 버스 제작기술의 발전, 친환경 차량 보급에 따른 시장환경 변화, 조기 폐차에 들어가는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득보다 실이 더 크며 이용자와 종사자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나쁜 법 개정이다. 동시에 버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책상머리 행정의 비극이다.
정비인력 부족, 안전장치 노후화... 현행 버스는 불량 상태
이번 개정안에서 차령 연장에 따라 존재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고민하였는지. 혹은 현장 상황을 적절히 판단하였는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차량이 출고되면 제조사가 보증기한을 설정하여 차량의 이상이 없는가를 살피는데, 반대로 보증기한이 지나버리면 그에 대한 책임은 버스를 구입하고 관리해야 할 운수업체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만에 하나 정비인력 확충이나, 제때 정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에 관한 결과는 사고다. 게다가 같은 차종, 같은 연식이라도 노선의 거리 및 총 운행회수, 심지어 도로 환경 등에 따라 노후화가 진행되는 속도도 천차만별인 만큼 국회가 이런 현황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의문이다.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졌다 한들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데, 10년 이상 노후화된 버스는 첨단 안전장치 설치에 제외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범퍼 등에 센서를 설치하여 운행 중 추돌사고를 사전에 방지하여 자동으로 멈추게 하는 ‘비상자동제동장치(AEBS)’를 예시로 들면, 졸음운전으로 인한 광역버스 사고에 대응하기 위하여 2018년 이후 출고되는 버스에 의무적으로 차로 이탈 경고장치(LDWS)와 앞서 언급한 AEBS를 적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법 제정 이전에 출고된 차량은 권고사항에 그쳐 사각지대에 놓여있으며, 2015년 제작 모델은 이 두 장치를 설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갖춰져 있지도 않다.
마지막으로 전기 및 수소 전기버스는 개정안이 실제로 시행될 시 오히려 내연기관보다 더 많은 사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최근부터 보급이 확대되어 기술력이 발전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나, 장착된 배터리의 안전성 강화 없이 시행하는 건 더 큰 위험을 자초할 것이며, 이미 전기버스 위주로 출고를 증가시킨 몇몇 운수업체에선 충전기와 배터리에 대형 화재 사고가 발생한 사례도 적지 않다.
시민 불안과 자동차 산업의 문제는 어쩔 건가
국회는 이번 개정안이 대중교통 소외지역의 교통권 보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하나의 운수업체가 독점하는 지방 중소도시의 사정 상 사업주들이 꼼수로 악용될 소지가 더 크다. 차량의 정비가 불량하거나, 노후화가 너무 심하여 시민들이 대차를 요구하더라도 개정안에 따라 16년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시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대중교통 소외지역일수록 막대한 시민의 혈세로 보조금을 투입하더라도 업체들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내세워 정비가 매우 불량하거나, 노후화된 차량을 유지하는 업체가 많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운수업체지만, 이용 시민이 운수업체를 걱정하는 일종의 ‘주객전도’가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도 막막한 노릇이다.
더불어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버스와 트럭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기업이 대략 1,000여 곳이 존재하는데 상당수가 중소기업인데, 이번 시행령 개정안의 통과로 인하여 상용차 매출이 절반을 넘는 기업들은 생존 위험에도 노출된다. 무엇보다 전기차 전환이 시급한데도 기존 차량의 차령을 늘려버리면 차량의 교체가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기버스를 생산하는 업체의 입장에선 물량을 늘릴 이유가 사라진다. 자일대우버스의 국내 사업 철수 후 사실상 ‘현대자동차’가 유일한 제작사다. 장기적으로 버스 제작의 독점화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사업자 말고 누구에게 유리한 법개정인가
공공교통네트워크가 보기에 이번 법 개정안은 불이익을 보는 측이 많은 데 반면 이익을 보는 측이 너무 적다. 솔직히 버스 사업자 한쪽만 이익을 보는 구조다. 그런데 사업자의 이익이 대중교통 정책에 있어서 이토록 우선순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버스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것을 넘어서 안전성이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수단이자 법령을 지금보다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수명을 최대 16년까지 결정하는 것은 매우 후퇴시키는 것이며, 이용하는 시민들과 현장에서 체감하는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더 크게 만든다. 기후 위기 대응에 있어 공공교통의 역할 강화도 늦어지게 하는 만큼 이번 국회 국토교통위의 결정에 다시 한번 유감을 뜻하며, 잘못된 정책 결정을 규탄하며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