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계 위에서
이 향 숙
알람 소리에 비몽사몽 거실로 나왔다. 한참 스트레칭에 열중하던 남편이 포옹으로 아침인사를 하더니 나를 이끌어 체중계 앞에 세운다. 저항해도 소용없음을 알기에 그대로 올라간다. 전자저울이 몸무게를 그려내기 전 남편은 예상 몸무게를 말한다. 뒷자리까지 정확하다. 특별히 큰 변화도 없는데 그는 습관처럼 체크한다.
우리집 아이들은 내 눈에는 통통하고 사내답지만 사실 비만이다. 큰아이도 그랬고 작은아이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살이 오르던 큰아이와 백일도 안돼 우량아로 변신한 작은아이를 보고 지인들은 듣기 좋은 말로 “든든하겠다.” 했지만 은근히 걱정됐다. 성장할수록 씨름선수의 체형을 닮아갔다. 더군다나 큰아이가 고등학교 때 새벽부터 서울, 대전을 오가며 악기연습을 하고 자정이 다되어 집에 들어왔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배달 음식을 자주 시켜주었다. 그것이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바쁘다는 핑계로 신경써주지 못한 부분을 음식으로 채워주었다. 다행이 큰아이는 대학을 들어가면서 체중조절을 해 그럭저럭 볼만해졌다.
이제는 작은 아이가 걱정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8시까지 등교하여 10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온다. 매일 먹던 야식을 온가족이 모인 주말 한번으로 정했지만 살은 그다지 빠지지 않는다. 그래도 아이에게 무엇이라도 먹여주고 싶은 마음에 갈등이 생긴다. 몸에 필요 이상의 살이 붙으면 제일 먼저 건강이 적신호를 보내온다. 비만이지만 중학교 때까지 운동량이 많았던 작은아이가 마음껏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궁여지책으로 주말마다 운동을 하는데 태릉선수촌의 일원이라고 착각하는지 하루 네 댓 시간을 한다. 연이어 이틀을 운동복이 땀으로 흠뻑 젖어 들어 올 때는 걱정스럽다. 순전히 운동이 좋아서라고 하지만 몸이 상할까 싶어서다. 균형이 맞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대학에 입학을 하게 되면 큰아이처럼 체계적으로 다이어트를 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별반 변화가 없는 나의 체중에도 한 달을 주기로 1kg정도 움직인다. 체중이 올라갈 때는 주위에서 얼굴이 핀다고 하는데 듣기 좋다. 반면 살이 빠지는 주기는 만나는 사람마다 걱정을 한다. 내가 봐도 얼굴 살이 제일 먼저 빠져 계단식 다랭이 논같이 주름이 가득하다. 피할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다. 지금도 평균치를 웃도는 체중이지만 작은아이를 임신 했을 때는 초기부터 임신중독으로 고생을 해선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까지 조금씩 줄어서 내심 걱정이 되어었다. 건강도 좋지 않아서 자주 병원신세를 졌었다.
요즘 중국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SNS에 허리부분을 A4용지로 가리고 인증 샷을 찍어 올리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그리고 유명 여성 TV프로그램에서는 다이어트를 돕거나 전신성형을 해서 아예 새로운 인간이 탄생되기도 한다. 신의 영역을 침범한 듯 놀라움을 감출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사례자가 ‘나’라면 하고 이율배반적인 상상을 해본다. 키는 좀 더 크게, 허리는 가늘고 다리는 쭉 뻗어주고 가슴은 풍만하며 얼굴은 잡티 하나 없고 미세한 주름도 허락하지 않는 완벽한 바비인형인 내가 탄생된다.
삶이 늘 즐거울 수만은 없다. 어둠의 그림자가 나의 정신과 육체를 지치게 했고 그것들을 극복해 내는데도 많은 시간들과 노력이 필요했다. 끝없는 기다림 같았는데 어느결에 나의 몸과 마음이 조금은 윤택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몸에서 필요없다고 느꼈던 부분들이 필요한 곳으로 옮겨져 더 건강하고 젊어지고 싶다는 욕심이다. 여전히 삶의 한가운데 당당히 서있는 내 몸에서 그들과 숙명적인 친구가 되어간다. 겨우 반환점에 서 있는 나에게 남편의 강요로 체중계를 오르내렸지만 이제는 남편의 강요가 아닌 오직 나의 의지로 밥도 잘먹고 운동도 열심히 해야지 싶다.
첫댓글 헉~~소인은 어찌 하오리까???ㅋㅋ나이들어 허리살 없으면 허리꼬부라져요♡♡♡친구야^^굵은허리로 건강하게 만나장~~
밥잘먹고 운동 열심히 하고요~~~
현숙ㅋㅋㅋㅋ 앞으로 두둥하고 나와서 걱정 안해도 되용~~~
다이어트는 평생숙제.. 날씬하게 살아보고픈 조카딸래미의소원ㅋㅋㅋ 엊그제 잠깐이라도 얼굴봐서 너무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