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가 가득한 나라..
허브 아일랜드
딱딱한 콘크리트 속에서 빡빡한 일상은 보내는 요즘, 가을하늘은 청명하고,
가을산은 울긋불긋한디 이내 몸은 어이하여 서울 하늘 아래에서 움직이지 못하는고...
방콕하여 신세한탄하는 자신의 모습에 혐오가 들기 시작했다면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바깥으로 나가보자. 저 멀리 단풍이 좋다하는 내장산에 가야만,
설악산에 가야만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경기도 포천에 허브농원 '허브 아일랜드'가 지난 9월에 대문을 활짝 열었다는데.
소요산 근처라 그 산에 핀 단풍도 구경하고, 몸에 좋다는 허브향도 맡을 겸
또한 나쁜 공기에 지친 애인의 피부를 위하야, 여우같은 아내와 토끼같은 자슥들을
위하야 하루 정도의 드라이브 코스로 갔다옴직한데...
물론 도시락을 준비하면 더 분위기 나겠지!
그럼 떠나보자.
단풍의 아름다움을 유지코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소요산을 먼저 들린다.
의정부 시내를 지나 동두천 푯말을 보고 계속 직진해 시내를 벗어나 3㎞쯤 더
가면 소요산 푯말이 나온다. 푯말을 보고 우회전하면 소요산으로 가게 된다.
(의정부역에서 소요산행 통일호 기차 1000원)
소요산의 정상까지 갈려면 준비가 많이 필요하니 산책로 코스 수준으로 왕복할 수
있는 자재암까지만 가도 저물어가는 가을 향취가 충분히 느껴진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10여 분 올라가면 일주문이 있고, 거기를 지나면 원효폭포가
나타난다. 20여m 절벽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 소리가 답답한 가슴을 뚫리게
한다. 이곳에서 다리를 건너 조금만 올라가면 바로 자재암이 보인다.
자재암에는 추담대사의 사리탑, 대웅전, 석굴, 옥류폭포, 약수터 등이
있는데 이 약수터의 물맛은 약간 단맛이 느껴진다. 자재암부터는 여러 등산로가 있다.
소요산을 나와 전곡방향으로 6㎞쯤 달리면 초성리 이정표가 나온다.
여기에서 우회전해 포천쪽으로 2㎞ 더 달려 신북 방향으로 좌회전해
삼정리(삼정초등학교)가 나오면 다시 좌회전하면 된다.
차가 없다. 그래도 간다. 그럼 당연히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된다.
지하철 1호선 의정부(절대 의정부북부가 아님!)에서 초성리로 가는 통일호 기차로
옮겨 탄다. 기차는 매시 20분마다 출발하고, 1100원이다.
초성리역에서 신북온천으로 가는 버스(53번, 5백원, 30분마다)를 탄다.
덜컹거리는 마을버스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지나가는 것도 하나의 낭만이 되지 않을지...
어디쯤에서 내려야할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이 버스의 종점이 바로 삼정리이고
허브 아일랜드의 입구가 된다. 종점에서 다리를 건너 우회전 초등학교를 지나
5분여 걸어가면 왼쪽편에 '허브 아일랜드'의 표지판이 보인다.
잠깐! 허브의 나라에 간다는데 허브에 대한 기본 지식은 갖추고 가야하지
않을까요? 허브는 우리말로 향초나 향약초로 번역할 수 있는데, 사람에게 이로운
식물의 통칭이지만, 주로 향기나는 식물을 일컫는다. 국내에 소개된 허브로는
데이지, 스위트바질, 페퍼민트, 로즈마리 등 주로 서양 향초들이다.
실제 전통 식품인 마늘이나 쑥, 박하, 생강, 고추 등도 넓은 의미의 허브에 속하나
주식으로 사용되는 야채나 식물은 굳이 허브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허브로는 허브의 여왕이 라벤더, 설탕의 3백배 정도 단맛을 내는 스테비아, 감기
치료제로 쓰는 케모 마일, 박하향 냄새가 나고 머리를 맑게 하는 박하제라늄,
향수원료인 라벤더,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세이지 등이 유명하다.
콘크리트 언덕길을 헉헉거려 오르면 산중턱에 넓디넓은 정원이 펼쳐진다.
3년간의 준비 끝에 개장한 허브 아일랜드는 허브 재배면적이 5천여 평, 재배 종류만도
100여 종이 넘는다. 넓은 야외정원과 비닐하우스의 실내정원, 샵, 연못, 허브가
심어져 있는 산책로 등으로 꾸며져 있다.
연못 옆에는 예전의 경주마였던 말이 유유자적 거닐고 있다.
허브를 구경하려면 야외정원과 실내정원을 이용한다. 정원을 산책하다 보면
다양한 허브 향으로 피로가 말끔히 가신다. 이는 요즘 유행하는 허브향 치료의
기본이 된다. 해가 지면 자세히 볼 수 없기에 요즘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도가 적당하다.
하얀 색 목조 건물의 허브 샵에는 허브향수, 허브방향제, 허브삼푸, 허브비누,
허브크림 등 허브를 이용한 모든 제품들이 모여 있다. 가만히 구경만 해도 머리가
개운해진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허브차나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식사는 허브비빔밥과 허브돈까스가 있는데 모두 5천원이다.
샵과 함께 있는 민박시설은 5~6평 정도의 크기로 평일엔 3만원(주말은 5만원)이며,
취사는 불가능하다.
허브 아일랜드는 앞으로 말을 타고 다닐 수 있는 마장시설을 마련해
도시민들이 편안히 쉬어갈 수 있는 농원으로 만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