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저녁먹고 돌아와 샤워하고나니 도저히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를 못하겠더라구요.
밀려오는 피곤함과 나른함이 겨우 애써보는 저를 무력하게 만들고 옆에서 지켜보던 마누라는
얼른 방으로 들어가 푹 쉬라고 앙탈(?)을 부립니다.
어제는 집안모임에서 완존히.....
각설하고 26일 밤11시30분에 롼님의 차를 타고 집합장소인 배드맨턴 경기장 아래에 모인 시각은 12시 전후였던 것 같습니다.
대충의 인원파악과 함께 차량배정, 실장님차에는 실장님, 아자님, 술퍼맨님, 마루님, 늑대님이 타고
롼님의 차에는 롼님, 솔체님, 잎새님,옥수수님, 현계산, 한솔님,신입예정인 김정호씨,강바다님이 탑승하여 13명이 출발했습니다.
홍천을 걸쳐 인제 내설악 광장휴게소에서 한솔님의 동창분(미모의 여성 두분)들과 합류하여 라면과 김밥으로 야참을 먹습니다.
김밥도 맛있지만 대형코펠에서 라면 건더기를 낚시하는 재미 이또한 쏠쏠합니다. 한젖가락이라도 더 뜨려는 늑대님, 국물을 덜어내고 왕건이를 건져올리는 강바다님, 생존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은 이렇게 라면 국물로부터 시작됩니다.
설악동을 향하면서 미시령터널을 지나게 되였는데 이놈아 미시령터널이 올때까지 말썽을 부립니다 .갈때는 통행료가 아까워서 여직원에게 옛길을 물으니 눈을 치깔고 얘기하더니 올때는 작년에는 이터널이 있었다 없었다로 주가를 올리네요. 처음가는 대부분은 입은 있으되 꿀먹은 벙어리.
예상시간보다 조금지나 설악동 신흥사입구에 도착하여 산행준비에 들어간 시간은 새벽세시반경. 몸속에 물버리고 지금님 친구분들과 합류하여 산행에 들어간 시간은 3시 48분이였습니다.
머리에 손에 랜턴을 달고 들은 모습이 탄캐러 가는 광부의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특히 옥수수형님은 전생에 광부였는지 제법 잘 어울립니다. 일주문앞에서 사진한장 찍고 드디어 공룡능선 산행의 대장정이 시작됩니다.
솔찍히 이때만해도 저는 앞뒤좌우가 분간이 안됩니다. 희미한 불빛을 비추며 앞사람 뒤꽁무니만 쫒아갈뿐, 앞에서는 회장님이 인도하고 뒤에서는 아자님 롼님이 뒤쳐짐을 방지하며......
비선대에서 오른쪽으로 산등성이를 타면서부터 숨이 차오르고 땀이 비오듯 하지만 서서히 동터오르는 밝음으로 설악의 장엄함을 선보입니다. 힘이들지만 어렵게 떨어지는 한걸음 한걸음에 좀더 웅장하게 펼쳐칠 장관을 기대하며 연실 땀을 훔쳐봅니다.
세존봉을 지나 처음으로 카메라를 꺼내들었습니다. 일명 못난이 삼남매를 담으려 했는데 늑대님이 끼여들어 못난이 사남매로 첫컷을 시작합니다. 언제나 다양한 멘트로 때로는 익살스런 표정으로 주위를 웃겨주는 옥수수형님이 그냥있지는 않지요, 허벌래한 모습으로 삼복더위에 똥개 혓바닥 내놓은 모습으로 들이댑니다.
"자 준비하세요" 아이고 우리 회장님의 휴식끝 출발을 알리는 소리입니다.산행내내 귓전을 껄끄럽게 만들던 소리였지만 이런 책임감있는 행동이 있었기에 우리 모든이의 만족스런 성과가 있었슴을 잘압니다. 그땐 정말 듣기싫은 소리였는데 이로인해 안전산행을 담보할 수 있었고 지금은 회장님께 매우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금강문을 지나 식수를 뜰 수있는 곳 중간지점에서 우리 대장 마루님이 쥐에 물리는 변고가 발생했습니다. 롼님과 실장님등이 쥐를 잡으려 애써 보았지만 요놈이 얼마나 다부진지 잘 안잡히는구먼유. 여기서 처음 알았슴니다. 산행 필수품에는 쥐약이 필요하다는 것을 ...
롼님이 마루님의 쥐를 해결하는동안 뒤쳐져 있던 강바다님 실장님 저 현계산은 앞선 일행을 만날때까지 꽤나 역경과 고난의 시간을 보내야 했답니다. 강바다님이 샘터에서 한컷 찍어주고 앞서간후에는 실장님과 둘이서 눈앞의 비경은 지나치며 앞사람의 뒷자태만을 쫒았을 앞선이들에 냉소의 한말들을 맞짱구치며 잠시 아주잠시 이탈의 시간인 동시에 작은 삼매경의 시간을 즐기며 교대로 몇컷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공룡능선의 시작인 마등령에 도착하니 앞선 우리의 일행들이 아침을 먹습니다. 쉴참 중간중간에 주전부리를 했건만 조선놈은 역시 밥을 먹어야 힘쓰는 법, 한솔님이 싸오신 곰취 짱아치를 비롯한 마늘 삭인것등으로 한배를 채우고 공룡의 등허리를 올라봅니다. 아차, 족발.... 무엇 때문이였는지는 모르지만 족발에 목숨걸고 아자님이 롼님과 마루님이 쥐잡는 곳까지 역주행하여 끝내는 아니 쉽사리 우리의 꽁무니를 잡았습니다. 마등령을 조금 내려오자니 꿩의 다리인가요, 완전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누군지 몰라도 둘이서 신이 났습니다. 한참을 쉴쯤 아자님은 돌아왔고 공룡 두번째 쉼터에서 족발안주에 고분뿌리 몇놈 찌어넣고 술한고뿌!
세상에 이런일도 있습니까? 13명중에 알콜 소지자는 솔체님의 쬐그만 휴대용 팩소주 한병,아자님이 준비한 4홉하나가 전부였으니~~~~
12시간 산행에 음주가 저뿐 아니라 다른분께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를 염려하여 지참하지 않았는데 모든분들의 마음도 대부분 비슷했던 것 같슴니다만 두분의 철없는 동지가 있었네요(하지만 꿀맛같은 영약을 제공한 두분께 감사).
이제부터는 고난의 연속입니다. 제천 촌놈들 흙길에 달련해 왔는데 이놈아 동네는 돌로 시작해서 돌로 끝내는구먼유, 돌계단 돌벼랑....오르고 또 오르고,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여기서 부터는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는 것도 귀찮았습니다. 중간에서 강바다님의 카메라로 단체사진도 찍고 그 귀하다는 산솜다리(에델바이스)도 보았지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제가 얼마나 고지식한지를 알겠더라구요. 카메라를 꼭 배낭에 보관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런데 바지 왼쪽에는 차키,오른쪽에는 휴대폰, 뒤주머니에는 손수건과 지갑. 이런 고정관념의 틀에 사로잡혀 카메라는 배낭에 보관할 수 밖에 없다는 사고, 여기서 필요없는 차키와 휴대폰을 배낭에 보관하고 카메라를 바지주머니에 넣고 다녔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비경을 담을 수 있었을텐데....
회운각대피소 직전에서 턴하여 천불동계곡으로 하산합니다. 산등성이를 휘감은 바위가 마치 천개의 불상과도 같다하여 천불동이라 한다던데 아자님 말에 의하면 하도 힘들어 가슴에서 천불이 난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지만 아마도 전자가 옳을 듯 합니다. 말이 하산이지 세네시간 걸리는 하산길이라니 그것도 돌계단과 철계단만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길인것을.....일단 계곡의 물이 흐르는 곳에서 발을 담그고 남은 음식을 모두 처분하기로 하였습니다. 얼마나 물이 차가운지 1분 30초도 못버티겠더라구요. 객기가 발동하여 옥수수형님과 누가 오래 버티나 내기해봅니다. 그러면 그렇지 객군이 끼여 진사람은 모든 사람에게 차를 사라고 흥정을 하고, 헤헤~ 둘이는 하나 둘 셋하여 동시에 발을 빼자고 모의하고 실행하니 흥정붙인 사람만 낭패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비경에서 사진 한장 못찍고 오다니 후회가 막심입니다. 다른분들의 사진에서도 하산의 비경을 담은 사진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아 대부분이 탈진 직전이 아니였나 생각됩니다. 어찌되였건 비선대 휴게소에서 시원한 물과 맥주 한컵은 아마도 그대로 피가 되고 살이 되였을 겁니다.
마지막 2.5km, 거의 평탄한 길인데도 왜그리 길게만 느껴지던지....새벽 3시 48분에 어둠을 뜷고 출발하여 도착직후 식당에 모여 맥주한잔 시작하던 시간이 오후3시 40분이였으니 거의 꼬박 12시간을 걷고 쉬고를 하였네요. 구태여 12시간을 강조할 필요는 없겠지만 해냈다는 자신감은 저만이 느끼는 뿌듯함이 아니겠지요?
저녁 8시에 제천에 도착하여서는 장어구이집에 터를 잡았습니다. 처음잔은 한명의 예외없이(아차 옥수수형님은 퇴청땜시 음료수)소맥 비빔으로 시작했고 회장님 건배제의, 초행자들의 소감등 모든사람이 함께하는 시간동안 사계산악회를 위하여가 몇번이나 울려퍼졌는지 모릅니다. 단지 아쉬움이라면 산행내내 우리의 사진기자가 되어주시였던 강바다님이 불참하였다는거.
실없는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전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전국 어디에서고 이렇게 산행열풍이 지속되고 산악회가 활성화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최우선이야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려 함에 있겠지만 지속적인 관계 유지의 비밀은 이번같은 힘든 산행을 통해 어렵고 힘들때 같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친밀감을 느낄 수 있어 확실한 소속감을 가지게 되고 자신이 대단한 일을 이루어 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성취감에 힘들지만 계속해서 산을 찿는것이 아닐까요?
이번 산행을 통해 많은 터득을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부득불 참여하지 못하신 회원님들도 다음에는 꼭 함께하시어 즐겁고 느낌있는 산행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첫댓글 글쓰기가 얼매나 어려운데 참으로 잘 쓰십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역시 문학소년은 틀려요 !! 후기 잘 읽었습니다.
진짜로 글 한 줄 쓸라면 골아프기가 한이없는데 줄줄 잘도 쓰셨네요... 생생 후기 잘읽었습니다.
현계산님!! 멋재이~~
거미 엉덩이 실 뽑아내듯 술 술...
현계산님 짱입니다. 좋은 글 잘읽었고 사진 잘봤습니다.
휴~~~읽기에도 길고도 긴글,넘 잘 읽었습니다. 현계산님을 사계산악회 작가로 임명해야겠네요^^*
산행후기 감사 역시 현계산님 사진도 감사....늘행복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