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안움직여서 깼다.(05시정각)
어제 17시쯤, 잠자기 시작했으니...
흔들리는 기차에서도 12시간이나 잤다니...
역시 구리오돈은 "잠꾸러기 종결자"이다.
주섬주섬 나와보니...
기차가 안가고 서 있는데, 이곳은 역이 아니다.
쏭끄란 기간때문에 표를 못 구해 원래 계획보다 이틀이나 늦게 오게 된 것인데,
연착까지 된다면 방콕시내 다시한번 구경하기는 커녕, 비행기 시간도 빠듯할 수 있겠다.
마음은 초조한데 기차는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출발했다.
정거장에 도착했고, 내 룸메이트들이 내리려고 한다.
나도 따라 내리려고 하니, 여기는 쌈셋역이고 다음역이 휠람퐁역이라고 알려준다.
이번 룸메이트들은 별로 대화도 없었지만...그래도 반갑게 인사 해 주었다.
한정거장을 가는동안, 지도를 꺼내 대충 계획을 짜 보았다.
06시 40분 도착예정이니까, 07시에 나가서 택시타고 랏차웡가서 수상버스타고 방람푸 가면 08시,
나이쏘이 가서 한그릇 먹고 나면 08시 30분.
다시 수상버스타고 싸톤와서 지상철 타고 파야타이 내려서
ARL타고 공항가면 되겠다는 계산을 한다.
기차는...06시 55분에 도착하였다.
15분밖에 안늦었으니 이정도면 만족.
택시 승강장에 가서 택시를 타려니...
가까운 곳에 간다고 행선지만 묻고는 그냥 간다.
여러명의 승객이 있었는데, 다들 타기전에 행선지부터 말하고...
구리오돈이 다른 방법을 생각 해 냈다.
이번에 온 차에 그냥 타버렸다.
그리고 행선지를 말하니 안간다고 내리라고 한다.
아침부터 한 판 붙어야 하나? 잠깐 고민하다가...
태국 기사랑 싸우게 된다면, 다른 택시 기사들이 와서 누구편을 들 것인지 추측이 되었고
그냥 순순히 내렸다.
이번에는...
마침 지나가던 툭툭을 불렀다.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툭툭을 내가 먼저 부르다니...
물어보니100밧 달라 하기에 "하씹밧 다이 마이(50밧에 되요)?"라는 내 말에 바로 흥정 끝.
덥고 비싸지만...
오늘만큼은 택시보다 방콕을 더 찐~ 하게 느낄 수 있는 툭툭이 더 좋다.
이곳의 덥고 습한 공기가 반갑게 느껴졌고, 당분간 못만난다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돈다.
10분만에 선착장에 도착하였는데...
가슴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그렇다.
이곳은...
이번 태국여행에서 방콕에 온 첫날 수상버스를 탔던 곳이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로즈는 배가 가라앉고 있는 상황에서도 잭에게 말하지 않았던가?
"잭, 우리 처음 만났던 장소예요!"
그런 감격이 구리오돈에게도 있었다.(정말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수상버스가 왔고, 능숙하게 탔다.
오늘은...
줄 묶는 차장의 휘파람소리에 더 관심이 간다.
호루라기가 저런 소리가 나는 것일까?
어디에 가면 저 호루라기를 살 수 있을까?
하나 팔으라고 한다면 여분이 있을까?
그래도 밥줄인데 쉽게 줄 것 같지는 않다.
수상버스의 안전과 직결된 만큰,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특별 제작된 호루라기는 아닐까?
손을 보니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휘파람인것 같은데 어떻게 저런 소리가 날 수 있을까?
자세히 보다보니...
허걱!!!
손에 호루라기가 감춰져 있다.
호루라기를 부는데, 손으로 가리고 바람세기를 조정하면서 부는 소리였다.
일반 호루라기였으니...집에 가면 연습 해 봐야겠다.
반가운 풍경이 눈앞에 또 한번 펼쳐진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다.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무척 그립겠지?
관광객을 가득 태운 배도 지나가고...
반가운 왓아룬...
한번도 올라가 보지 못했지만, 그냥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
롱테일 보트도 그리웠는데 마침 한 대 지나간다.
씨리랏 병원도 나오고...
방람푸에 내려서 시계를 보니 07시 45분.
나이쏘이 능!
오늘도 양이 많은 게 50밧짜리 곱배기인줄 알았는데, 100밧 내니 60밧 거슬러준다.
뻔~ 한 맛이지만, 그래도 그리워할 지 몰라서 구운 바나나(5밧)도 하나 먹고...
오렌지 쥬스(15밧)도 하나 원샷!
이번에는 디디엠으로 향했다.
인사하러 간 김에, 싱하도 사 갖고 갈 계획이었는데, 유리병으로 된 맥주만 있다.
캔은 없다고 하신다.
카오산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파는 집이 있다는 정보를 이미 입수했기에
작은 가게로 가서 싱하를 가리키며 "타오라이 캅?"물으니 주인 할머니가 장부를 찾는다.
"씨십(40)밧?" 물어보니 눈을 휘동그레 뜬다.
"하씹하(55)밧!"그러신다.
55밧이면...한국에서 마트가서 사먹는 게 낫겠다.
그냥 나와서 다시 방람푸를 향해 걸었다.
망고가 먹고싶었으나, 망고는 찾을 수 없었다.
꿩 대신 닭 => 망고 대신 파인애플! 15밧.
방람푸 선착장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08시 30분이다.
예상했던 시간과 정말 잘 맞는다.
08시 40분에 배가 왔고,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다.
언제 다시 올 지 모른다.
수상버스도 무지하게 그립겠지?
밧줄청년도 차장이고, 요금받는 언니도 차장이라서 호칭이 궁금했는데,
밧줄청년은 엔지니어였고, 요금받는 언니는 티켓콜렉터라는 정식 이름이 있었다.
09시 10분에 싸톤선착장 내려서 지상철을 타기위해 올라갔다.
요금표를 보니 5구역이니까 35밧이다.
창구에 지폐를 내니, 역시나 잔돈으로만 거슬러준다.
공항철도의 코인형태 표보다는...
귀여운 그림이 들어간 이 표가 훨씬 정감있다.
전철을 타고가면서...공항에서 일어날 일들을 생각 해 본다.
방콕에서 하노이 가는 비행기를 타야하고 하노이에서 10시간 대기 후
인천가는 비행기 타야하기에...궁금한 것이 많다.
"Where I find my baggage?"라고 물어보면 되려나?
""Where I meet my baggage?" 이것도 이상하고...
"Can I go out of Hanoi airport, during wait 10 hours?"
다 이상해~~~
아무리 생각해도 어법에는 안맞지만, 대충 내 뜻은 전달 될 것 같다.
세금 리펀드도 받아야 하고...공항에서 할일이 정말 많다.
하노이에서는
10시간을 꼬박 면세점 앞에서 기다려야 하거나,
시내로 나가서 구경을 하거나.
둘중 하나이고, 방콕에서 부친 짐을 인천에서 찾게 된다면 가벼운 여행또는 대기가 될 것이다.
만약, 하노이에서 수화물을 찾아야 한다면...그 무거운 배낭을 두개나 메고 여행또는 대기.
공항에서의 일들이 만만한 게 아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했고, 바깥에 비가 내린다.
다행이 교각 아래로 도보 이동하기에...비를 안맞아도 된다.
공항철도를 탔는데, 바닥에 SIEMENS라고 써 있다.
독일에서 수입한 열차구나.
우리나라는 자체조달 뿐 아니라 수출도 많이 하는데...생각이 든다.
09시 40분에 탔으니...
늦어도 10시 20분 전에는 도착 예정이고, 늦지는 않겠다.
공항에 도착했고, 새로 산 가방을 수화물로 보내야 하기에...
난생처음 이런 거 돈주고 해 보았다.
옆에 보니 저울이 있는데, 달아보는 데 10밧을 별도로 내야한다.
120밧이나 내고 하는데, 또 10밧을 달라고 하는것이 아까웠지만
만약 20Kg을 초과하게 되면 랩을 뜯어야 하는 생황이 생길수도 있으니 10밧 내고 달아보니 17Kg.
운수업을 하는 구리오돈...
빠레트 위에 쌓인 물건에 랩 감는 거 지겹도록 하는데, 그걸 돈주고 하려니 조금 아깝기는
했지만, 새 가방이 망가지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에 선뜻 주문했다.
그리고...
세금 리펀드를 받기위해 물어보았다.
140밧이면...5,000원도 넘는 금액인데...
이런 거 꼭 받아야 권리를 챙기는 것이라 생각하는 구리오돈.
리펀드 사무실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중년아저씨 두명과 아가씨 두명이 직원으로 있었는데, 아가씨에게 이 표를 내밀었더니 웃는다.
옷이 어디에 있냐고 묻는데, 랩으로 꽁꽁 싸여있는 가방안에 있다고 하니,
확인도장을 찍어주었고, 태국어로 뭐라뭐라 하면서 웃으니 옆에 있던 아가씨도 웃기 시작한다.
왓코르를 남자가 샀다고 웃는 것인가?
뻘쭘해서 "This is not for me, for my wife."라고 했는데...이번에는 전직원이 웃는다.
얼굴이 화끈거려, 다음부터 여자 속옷선물같은 거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고 나왔다.
돈은 출국장 나가면 면세점 있는 구역에 있는 부스에서 준다고 한다.
빨리 이 위기를 벗어나고 싶어서 체크인부터 하였다.
다행이 짐은 인천에서 찾으면 된다고 한다.
하노이에서 나가도 되냐고 물으니 그것은 그곳에서 물어보라고 한다.
편의점에 가 보니, 이곳은 시간에 상관없이 맥주를 판다.
그 대신...가격은 비싸다.
싱하 캔 가격이...
시내에 있는 세븐일레븐은 36밧이었고, 테스코편의점은 34.5밧이었는데,
공항내에 있는 세븐일레븐은 44밧이나 한다.
출국장으로 나갔고...
리펀드창구부터 찾는다.
드디어 찾았고, 노란종이를 내밀었다.
"능러이씨십밧?"물어보니
"씨십밧"이라고 한다.
어라?
분명히 140밧이라고 되어있었는데?
우측 아래를 손으로 짚어주시는데...100밧은 떼고 준단다.
허걱!!!
아까 그 창구 여직원들과 모든 직원들이 웃은 이유를 알겠다.
40밧 돌려받겠다고 땀 뻘뻘 흘리며 찾아온 게 안쓰러워서 웃었나보다.
세금 한 번 돌려받아 보겠다고 백화점에서도 꼭대기까지 찾아가서 서류 만들고,
공항에서도 쪽팔려가면서 도장받고 왔는데, 그 대가가 고작 40밧?
역시...안하던 짓 하려면 잘 안된다.
면세점은 비싸서 사고싶은 것이 없는 관계로...
게이트 앞에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11시 15분부터 열어준다 했는데 아직 안열었다.
게이트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있었는데...
조금 있으니, 한두명씩 나가기 시작했다.
11시 25분이 되었는데도 문을 안열어준다.
다른사람들은, 다들 공항 안쪽으로 돌아간다.
뭔가 이상하다.
10명도 안남았고, 게이트 직원있는 곳으로 가 보니...
이런 게 붙어있다.
믿어지지 않아서 직원에게 물어보았으나, 늦춰진 게 확실하다.
그럴꺼면 좀 미리 이야기 하지, 바깥에서 더 있었으면 오죽 좋아?
"일부러 비싼 음식 사먹게 하려는 계략"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별 수 없이...
좋아하지도 않는 면세점 구역에서 시간을 보낸다.
일본돕기 운동이 여러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비행기 타면 기내식 먹으려고 뱃속을 약간 비워두었었는데...
마지막으로 태국음식을 먹을까 싶어 가격표를 보니...
한국에서도 저정도 가격이면 먹을 수 있지 않나?
비싸서 패쓰~~~
펩시캔 하나에 100밧이다.
과일 몇조각 썰어놓은 도시락은 150밧.
배가 고팠지만 먹을 수 있는 가격의 음식은 없었다.
반가운 한글이 있길래 반가워서 한컷!
밖에는 비가 억수로 온다.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에서 비로인해 곤란한 때가 없었다.
출발하기 전에 기도하고 왔던 일이었는데...감사한 마음이 팍팍 든다.
이쪽 동네를 구경 다니다보니...
가격은 당연히 비쌌는데...
그 중 한집에...
바우처 사용가능하다는 안내가 붙어 있다.
오홋!!!
연착되었으니 바우처를 달라고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고,
베트남항공 직원을 찾아가 물어보니...
"Not enough time...sorry..."라고 한다.
배가 더 고파왔지만, 조금만 더 참기로하고 게이트 앞에 와 보니...
아직도 비행기가 도착하지 않았다.
이대로...비행기가 안와서...
이곳에 눌러 앉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피식 웃으며 바깥을 보니...
잠깐 사이에 비행기가 도착했다.
분주하게 청소하시는 분들이 다니시고...
시간이 되어 게이트가 열렸고, 구리오돈은 비행기를 타고 하노이로 향했다.
첫댓글 저는 하노이 여러번 가봐서 하노이가 그립네요 ㅎㅎㅎ 태국이 훨좋다는데 가본적이 없어놔서리...조만간 갈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네요 .
하노이보다 태국이 10배는 더 좋습니다.
꼭 태국에 가 보세요~~~
태국을 한번 가봐야 하겠네요..
요즘 동남아쪽은 한류의 열풍과 더불어 ...
한국인이 무쟈게 많이 여행을 하는모양...
잘보고 갑니다..
한국인이라고 하면...무척 좋아합니다.
사기꾼은 사기치려고 좋아하고, 순박한 사람은 한국의 아이돌을 떠올리며 좋아하겠죠.
저는 후자를 훨씬 많이 만났는데, 사베지님도 아마 좋은 분들 많이 만나실 수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