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길었던 명절연휴가 끝났다. 웬만한 가족들은 오랜만에 한자리에 둘러앉아 맛깔스런 명절음식을 들며 각별한 정을 나눴을 법하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명절이 어느 때보다 쓸쓸한 이웃들이 많다. 홀로노인 등 세상의 관심에서 비껴간 노인들. ‘외로운 노인들’이 많은 탓인지, 노인자살이 적지 않다. 긴 연휴를 마치면서 노인자살의 실태와 대안을 세차례에 걸쳐 가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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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하고 노인자살 보고가 올라옵니다 . 많을 땐 하루에만 5명이 넘는 노인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집니다”
전주지검 관계자의 근심스런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농도(農道)인 전북에 유독 노인자살이 많은 것같아 안타깝다”면서 “노인자살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배려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자살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미 몇년전부터 노인자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전주지검 본청의 경우 거의 매일 2∼3명, 많게는 5명이 넘는 60대이상 자살자가 보고되고 있다. 여기에 군산지청·정읍지청·남원지청 등을 포함하면 하루 노인자살자수가 두자리수에 육박하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의 자료에서도 노인자살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지 오래다. 전북도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5년의 경우 도내지역 자살자(492명) 가운데 60대이상은 209명으로, 전체의 42.5%에 달했다. 2004년에도 노인자살률은 38.7%(전체 522·60대이상 202), 2003년은 36.4%(전체 538·60대이상 196) 등으로 노인자살률이 증가추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노인자살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극심한 빈곤과 소외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국내의 경우 전통적으로 노인부양의 책임은 가족과 자녀에게 있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산업화와 핵가족화 등으로 인해 전통규범이 무너지면서 노인들이 설자리를 잃고 있는 것.
지난 2006년의 익산시노인종합복지관의 조사결과에도 노인자살의 어두운 그림자를 실감할 수 있다. 이 복지관이 관내 60세 이상 노인 807명을 대상으로 ‘노인자살’에 대한 설문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6.6%가 자살할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고, 이 가운데 0.6%는 자주 자살할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결국 노인 4명 중 1명 꼴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것.
전주 금암노인복지회관 관계자는 “흔히 노인이 겪는 3대 문제로 빈곤·질병·고독을 꼽는데 고령화사회로 진입할수록 이같은 3고(苦)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이런저런 이유로 자녀들과 떨어진 노인들의 경우 홀로 남겨진 외로움과 우울증에 병을 얻어 몸까지 불편해지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주변에서 이번 명절에도 자식을 만날 수 없는 노인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했다”면서 “갈수록 세상과 벽이 쌓이면서 노인들의 한숨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② 외로움이 주범
가족과 불화 말벗 없을때 극단 선택...
정진우기자 [200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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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노인 김영석씨(가명)가 한기가 가득한 방에 앉아 있다.
#1. 전주시내 한 변두리 지역의 경로당. 이 경로당의 한켠에 87세의 김영석씨(가명)가 거주하고 있다. 그나마 마땅한 집이 없는 김씨를 위해 독지가들이 마련해준 장소다. 방 크기라야 3.3㎡에 불과한 이곳에서 김씨는 체온으로 한기를 녹이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난방시설은 있지만 돈이 없어 군불을 때지 못하고 있다. 김씨의 통장에는 몇백원이 고작이다. 인근의 교회에서 지원하는 음식 등으로 생활하며 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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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익산에 사는 이순례 할머니(78·가명). 시장 한귀퉁이에서 파 등을 내다팔아 생활하고 있다. 하루종일 다듬은 파를 팔아도 이씨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고작 4000∼5000원. 딸들과는 등을 돌렸고, 남편도 이미 세상을 뜬 상태다. 신경통과 관절염으로 몸이 불편하지만 ‘먹고살기 위해’ 시장일을 그만두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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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주의 강명수씨(80·가명)는 ‘죽고싶다’는 고민이 가득하다. 자신이 살던 집의 명의를 사위에게 돌린 뒤부터 아들의 폭언이 이어지고 있는 것. “왜 사위에게 재산을 넘겼느냐”는 아들의 불만과 욕설이 그치지 않자, 하루에도 몇번씩 ‘투신’을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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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에, 질병에, 가족들과의 불화로 인해 상심에 젖은 노인들이 적지않다. 일부는 삶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극단의 선택에 나서는 노인들도 상당수다. 이처럼 경제적 빈곤·고독·병고를 겪고 있는 노인들을 보듬어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황혼자살’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주지역의 한 독거노인생활지도사는 “어렵게 사는 홀로노인들을 만나면 눈물부터 나올 때가 부지기수”라면서 “항상 허기가 져서인지 간식으로 김밥 등을 드리면 허겁지겁 드시곤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생활지도사는 “경제적으로 힘든 노인들은 먹고살기가 힘든 탓에 자살을 생각할 겨를도 없다”면서 “최근에는 가족들과의 불화로 고민하는 중산층 노인들의 자살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굳이 생활지도사들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노인고립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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