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란 서로 도우며 서로 존경하며 살아야 합니다
이 학 영 이사(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양심에 맞게 돈을 벌고 쓸때는 남의 이목을 생각하고 썼으면"
싱그런 녹음이 우거진 아시아공원에서 이학영 선생님과 데이트를 하였다.
이학영 선생님은 위례역사문화연구회의 이사님이시면서 위례문화재지킴이, 문화유산방문교육교사로 활동을 하시는 분이다. 언제나 조용히 계시지만 선생님의 잔잔한 미소 속에서 따뜻한 인품을 느끼게 해준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시작된 인터뷰는 뜻밖에도 누에고치에서 비단실이 뽑아지듯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선생님의 다정다감한 새로운 면모를 뵐 수가 있었다.
* 요즘 근황은 어떠신지요?
4월엔 아들이 군복무를 하고 있는 제주도를 다녀왔고 5월엔 아내와 남해안을 다녀왔어요. 구례와 해남을 갔다 왔지요.
화엄사, 송광사, 미황사 등 사찰을 두루 다녀왔는데 미황사가 정말 아름답더군요.
그리고 보길도에서 문화유산해설사로부터 새로운 것을 듣고 왔어요. 윤선도란 분이 그렇게 많은 책을 집필하고 조선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기긴 했지만, 쌀이 나지 않는 섬에서 유독 쌀밥만 드시고 정원 조경에 필요한 커다란 바위를 옮겨오느라 섬사람들의 고생이 이만저만하지 않았다고 해요. 역사 뒤에 감춰진 새로운 것이라 인상 깊었던 말입니다.
6월엔 울릉도를 계획하고 있어요. 아내와 둘이만 다니는 여행이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입니다.
* 그동안 어떤 일을 하셨는지요?
학교(연세대)를 마치고 한양대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하다 개업(피부·비뇨기과)을 하여 37년간 열심히 활동을 하였지요. 아이들(1녀 1남)의 학교 행사도 다 챙겨주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살았어요. 그러다 59세 되는 해에 “둘만의 시간을 가지자”,“자기 삶을 새롭게 살아보자”란 생각으로 후배에게 병원을 넘겨주었습니다. 과학자의 길을 걷고 있던 아내도 같은 결정을 하고 같이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 새로운 삶이란 어떤 것인지요?
미술과 음악 등 예술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아내가 먼저 배운 수채화를 하고 있고 영어회화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간단한 회화정도가 아니라 여행을 가서 여행가이드가 전문적으로 설명을 하는 것까지 다 알아듣고 싶어서지요. 그리고 송파문화원에서 하는 한국사, 세계사 강의도 들었습니다. 문화원에서는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운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요. 모든 사람들이 소중한 우리의 것을 알아보고 아끼고 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 사시면서 생활의 신조로 삼으시는 것이 있다면?
양심에 맞게 돈을 벌고 쓸 때는 남의 이목을 생각하고 썼으면 합니다. 나는 주로 바깥나들이 나갈 때도 걷거나 지하철을 이용하고 한강에서 자전거 타는 것을 즐깁니다. 골프를 한국에서 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골프는 해외에 나갔을 때 early bird 제도라고 아침 일찍 가면 10불이면 골프를 칩니다. 그 때를 이용하는 것이지요.
* 사랑하는 가족소개 좀 해주세요.
같은 학교에서 무의촌 진료 갔다가 혈액학을 전공하는 아내를 만나 1남 1녀를 두었는데 아들과 며느리도 같은 길(의학)을 걷고 있어요. 딸은 프랑스회사인 로레알에 다니고 있는데 같은 동네에 사는 외손주를 돌보는 것이 기쁨이지요. 용돈의 대부분을 손주 군것질과 선물 사는데 쓰고 있어요.
* 앞으로의 바램이 있다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하고 싶고 나이가 더 들어 활동범위가 좁아지면 기독교를 믿는 사람으로서 아내와 같이 교회봉사, 사회봉사를 하며 살고 싶어요. 그리고 아내와 같이 할 수 있는 일(수영, 서예, 미술, 여행)을 더 많이 하고 싶습니다.
* 위례역사문화연구회에 바라고 싶은 점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역사에 대한 바른 생각이나 느낌을 전해줄 수 있는 강의와 배우면서 같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재나 자연프로그램에 대한 연구를 하여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알고 문화재에 대한 사랑을 심어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학영 선생님과 인터뷰를 끝내면서 불현듯 “부부학개론”을 듣고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남자, 여자의 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도우며 서로 존경하며 살아야 합니다.” 말씀 하나하나에 아내에 대한 존경과 배려가 묻어나고 있었다. 여행을 가기 전에 꼼꼼히 사전계획(여행코스, 볼거리, 시간배정, 숙박지, 맛 기행)을 짜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과정 이 모두가 행복한 부부로 가는 첫 발자국이 아닐까? 미리미리 연습해야 할 것 같았다.
(글: 정 선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