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정든곳 포항을 떠나면서..(신광산불 진화중 헬기전복 사고로 순직한 해군6전단 정봉석 중령의 부인)
이번 산불 화재로 산화하신 고 정봉석 중령 안사람입니다.
내일 저희 가족은 포항을 떠납니다. 비가 온다고 해서 이사하는데 걱정은 되지만 비나 눈이 올때 이사가면 잘산다고 하니 그말을 믿어보고 싶군요.
십여년전 남편을 보러 5시간여의 거리를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을때의 그 낯선 느낌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남편이 처음 제게 보여줬던 구룡포의 동해바다는 정말 예뻤습니다.
그 후 남편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십여년을 살면서 군인이라는 직업이 워낙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는 직업이긴하지만 포항에서 가장 많은 많은 시간과 추억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새해가 되면 잠든 아이를 안고 동해바다을 달려 해돋이를 보러갔고, 봄이면 구룡포의 파릇한 보리밭을 보러갔었습니다.
여름엔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던 바닷가-모포리, 칠포, 그리고 구룡포의 바다를 기억합니다. 아! 그리고 우리 가족들이 여름이면 한번은 꼭 갔다와야 했던곳-하옥리 계곡가-그곳에 우리들만의 캠프를 치기위해 남편은 텐트와 야외 식탁, 에어 침대을 샀고 , 작년에도 우리 가족은 그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젠 그곳에서 남편이 끓여주던 라면을 맛볼수가 없게 되었네요. 무슨 말로서 그 슬픔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것이 믿을 수 없고, 주말 부부로 살았던 제게는 남들보다 더 많이 못해준게 많아 가슴이 아픕니다. 이제 포항을 떠나면서 저희 가족과 함께 산화하신 다른 가족분들 가족을 대신해서 포항의 많은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박봉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보태주신 공무원 여러분들, 그리고 시장의 상인들, 동네 주민분들, 그리고 일일히 열거할수 없을 만큼의 많은 분들이 저희들에게 성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드리지 못해 죄송하고, 또 고맙습니다. 고인이 되신 분들과 여러분의 뜻을 이어받아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아빠을 추억하며 이곳에 들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첫댓글 인간이 만든재앙에 장열하게 순직하신 고인에게 명복을빌며 가족에게도 행운이 함꼐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