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지금 임종을 준비하는 활동인 슈카츠(終活) 즉 ,엔딩 노트가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후회없는 인생의 마무리를 위해 죽음에 대해 배우고, 사후의 신변 정리까지 스스로 꼼꼼히 챙기는 것이다. '엔딩 노트'는 2012년 일본 10대 유행어였다고 한다.
이 방송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남겨진 사람들이 곤란하지 않기 위해서 쓰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해 볼 수도 있어요.” 3년째 엔딩 노트를 작성 중인 이시가미 루미코(63세)씨.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잃은 후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는 그녀는 재산 상속부터 장례식 절차까지, 원하는 바를 엔딩 노트에 꼼꼼히 적었다.
난치병에 걸린 상황에서의 대처법이나 인공적인 생명 유지 장치에 대한 거부, 사후 시신 기증 등 세세한 부분까지도 엔딩 노트 한권에 담았다. 루미코 씨는 엔딩 노트 작성이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하나의 예의이자 현재를 충실하게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일 정도로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이미 독신 세대가 30%를 넘어섰고, 지금도 매해 고독사로 3만 명 이상이 사망한고 한다.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는 일본인에게 ‘죽음’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고, 임종을 미리 준비하는 슈카츠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슈카츠는 죽음을 준비하는 고령 세대뿐만 아니라 젊은 층에서도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
슈카츠가 단순히 죽음을 준비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의 중간 점검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슈카츠는 죽음을 고민함과 동시에 현재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
영화 <엔딩 노트>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영화의 주인공은 베이비 붐 시대에 태어난 평범한 가장이자 유쾌한 성격의 샐러리맨이다. 40여 년간 한 직장에서 몸바쳐 일하고, 이제는 정년퇴직하여 제2의 삶을 시작하려는 그때, 그는 위암 말기라는 충격적인 선고를 받는다. 보통 사람이라면 크게 좌절하고 삶에 대한 희망도 잃어버릴 듯한 그 소식 앞에서 그는 담담하게 인생의 마무리를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평소 꼼꼼한 성격이었던 그가 죽음을 앞두고 하고 싶은 것들을 엔딩노트에 하나씩 적어 실천해 나간다.
그의 엔딩 노트는 '한 번도 찍어보지 않았던 야당에 투표하기', '평생 믿지 않았던 신을 믿어보기', '손녀들과 힘껏 놀아주기', '아내에게 처음으로 사랑한다 말하기' 등 결코 거창하지 않고 소소한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에게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것에 대한 무리한 도전보다는, 바쁜 직장생활로 인해 소홀했던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더욱 소중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소소하지만, 소소하지 않은 계획들을 실천했던 그는, 점차 악화되는 병세에도 결코 괴로운 내색을 하지 않고 특유의 유쾌함으로 여느 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며 자신의 인생을 마무리해 간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자,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죽음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보통 가족의 죽음 특히 병마로 인한 죽음을 다룬 영화나 다큐멘터리는 병에 걸린 주인공이나 가족들이 육체적, 감정적으로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많다. 그래서인지 보면서 죽음은 늘 공포의 대상, 두려움의 대상으로 느껴지곤 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조금 달랐다. 죽음을 다룬 영화에서 이런 감정을 느낄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영화를 보고 난 후 슬프고 어두운 감정보다는 산뜻하고 가벼운 느낌만이 남아있었다. 암 선고를 받고 나서도 절망하지 않고 평소 모습 그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고 노력한 주인공을 보면서 그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죽음을 맞이한다면 죽음이라는 것도 그리 무서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구나 죽음이라는 것은 다가오기에, 그것이 본인일 수도 있고, 가족 혹은 주위의 누군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힘들지만 받아들이고, 되도록이면 '인간답게'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 어쩌면 주인공에게는 그 준비시간은 주어졌기에 가족, 손녀들과 함께 행복함을 누리고 떠날 수 있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