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코너는 강도 높은 화장빨로 본질을 숨기고 순진무구한 민간인들을 삐끼질하여 바쁜 시간, 없는 돈을 쪼개서 찾아간 사람들을 종국에는 3대에 걸쳐 홧병에 빠지게 하는 국내외 여행지, 음식점, 숙박업을 선정하여 이른바 '멍에의 전당'에 등극시키는 자리이다.
특히 작금에 이르러 그나마 이름난 장소라는 곳이 비록 처음에는 그러하지 않았다 하나 이른바 배가 불러 순수했던 초심을 잃어버리고 명성 하나로 곡관아세하는 업체가 나날이 급증하는 바, 본 코너는 365일 민간인의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이며, 자칫 사파의 무리로 전락할 업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영광스런 멍에의 전당에 등극되는 과정은 이러하다.
본지의 취재 및 독자들에 의한 추천업소를 본지가 직접 발굴하여 그 죄명을 낱낱이 공개한다. 이후 독자들이 배심원이 되어 본 업소를 경험한 소감을 리플한다. 이를 최종 심사하여 멍에의 전당에 올라갈 업체를 선정 발표한다. |
멍에의 전당 추천(4) - 서울타워(남산타워)
가까운 곳을 더 안 찾는 다는 비유를 할 때 즐겨 쓰는 말중 하나는 " 서울 사람들이 남산타워 안간다"이다.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야, 이쪽에서 보나 저쪽에서 보나 우뚝 솟아 있는 저 탑이 그저 방송국 송신탑 정도로 보이는 삭막함도 있고 "늘 가까이 있으니 언젠가 기회 되면 가겠지"라고 생각도 하면서, 남산에 봄나들이는 갈 지언정 타워 앞에서 쌩까고 돌아오는 경우가 비단 당신 한 명 뿐일까 마는..
남산타워라고 해야 더 귀에 익숙한 서울 타워는 맨 윗줄의 비유가 상징하듯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대표하는 으뜸 관광물로서 특히나 지방에 계신 분들의 서울 나들이, 자식 보러 서울을 방문하신 부모님 동행 소풍,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필수 탐방 코스로서 이견의 여지없이 오케이 딱지 받은지 오래였음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원래 타워니 탑이라고 하는 것들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국력의 상징혹은 그 도시의 얼굴과 같은 이상한 협의를 뒤집어 쓰고 있는데다가..
대전에 계룡산, 광주에 무등산이 있듯이 서울하면 역시 남산일 테고 한강이 서울의 젖줄이라면 남산은 탯줄 정도로 불려도 크게 틀릴 것 없는 역사성에 더해 맑은 날 타워에 오르면 서울의 동서남북은 물론 인천 앞바다까지 조망된다고 하니 높은데 올라가 전망 즐기기 좋아하는 이방객이라면 남산타워는 우선은 가보고 싶은 곳이 아닐래야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정도의 막강 화력과 엄청난 뽀대 혹은 중압감을 가지고 있는 서울타워가 멍에의 전당에 등극하게 된 배경은 잠시 후에 설명하기로 하고 우선 서울타워에 대한 브리핑 시간을 간략하게 갖기로 하자.
너 어쩌다 여기까지 왔니?
서울타워는 남산 243 미터위에 타워높이 236.7 미터, 도합 해발 479.7미터 높이의 위용을 갖추고 1980년 일반에게 공개된 종합전파탑되시겠다. 인구 1천만 명의 대도시 서울의 중심부, 게다가 남산의 정상에 우뚝 솟은 천혜의 로케이숀 덕분에 1990년 전망객 1천만명을 돌파했고, 2001년에는 2천만 명의 방문 기록을 달성했다. 2000년 YTN은 서울 타워를 인수했고 현재는 타워 전 시설의 영업이 중단되있는 상태다. YTN측에서 (주)CJ와 리노베이션 계약을 체결하고 2005년 3월 31일부터 공사를 시작했으며 2005년 12월 1일 새로운 모습의 서울타워가 공개될 예정이다.
이상 브리핑 끝!
본 멍에 추천인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울타워를 찾은 것은 2005년 2월 5일. 지방에 사는 지인이 가고 싶다고 해서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따라 나선 것이 멍에의 도화선이 될 줄을 본인도 몰랐음이다.
비록 겨울이었지만 남산은 나름의 운치와 멋을 가지고 있어서 장충동에서 시작되는 꼬불꼬불 드라이브 코스가 즐겁기도 했고 타워 주변의 남산 봉수대와 서울 성곽을 통해 전해오는 그 어떤 시간의 향기도 풍족했으며 열심히 발을 굴려 솜사탕을 만드는 아저씨의 모습까지 정겨웠으니 서울의 중심이면서도 마치 교외라도 나온 듯 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우리 남산은 여러모로 서울이라는 땅에 내린 축복이 틀림없었음이다.
봄이면 또 얼마나 아름다운 꽃길이 되버리는가
타워를 올라갈까 말까를 고민하다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어떤 것이든 마침표를 찍어야 마음이 개운한 것이어서 1인당 5천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전망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그 순간까지도 약간의 설렘까지 있었드랬다.
이렇게 사진들도 찍으시고
서울의 과거를 전시해 놓은 사진들을 구경하면서 문득 작년 동경 올빼미 취재 여행 때 올라갔던 신주쿠 소재 도청 타워가 생각났다. 거긴 관람 자체가 무료였는데 깔끔한 시설하며 잘 관리되는 휴게 시설, 쾌적한 전망 환경등이 신주쿠의 명소로서 손색이 없겠다는 인상을 받았드랬다.
로봇이 출동할 것 같은 동경 도청 타워
전망대 안의 무료 휴게실
고급 전망대 유리 덕분에 전망 사진이 제대로 나와 준다.
도쿄타워도 아니고 도청 타워가 그 정도인데 서울타워라면 어느 정도일까. 말로는 뉴욕의 엠파이어 빌딩, 런던의 브리티시 텔레콤타워, 비엔나의 도나우타워 보다 한 끝발 앞서는 전망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고 하던데.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너무 빠르게 확 올라가면 귀가 멍멍 할 텐데 라는 걱정도 잠시 무슨 아파트 엘리베이터도 아니고 딩동 그러더니 내리라고 한다. 엘리베이터 속도가 워낙 빠른 것인지, 전망대 2층이 그다지 높지 않아서 인지는 모르겠다만 엘리베이터 안에서 받은 느낌은 대략 허탈.
전망대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효도 단체 여행을 온 듯 한 어르신들, 수학여행을 온 듯 한 교복 입은 학생들,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여행객. 그리고 역시 예상 보다 많이 눈에 띄는 외국인들.
2층과 3층 전망대를 처음 본 소감.
좁은 공간의 어수선..그 정도의 감상이었다.
협소한 두 대의 엘리베이터 입구하며 그 옆에 숨은 듯이 박혀있는 화장실, 시설이라고는 작은 기념품점과 전망 망원경, 그리고 서울시내 안내사진이 전부.
뭐 전망대가 반드시 화려할 필요가 있나? 내부는 좀 후지더라도 전망만 잘 보여준다면 용서가 되는 것이 전망대지. 그리하여 흑묘백묘의 실용적 관점으로 주위를 둘러보는데 사방을 둘러싼 전망대의 뿌연 통유리창, 시계(視界) 확보를 도와주는 것이 아닌 시계 확보를 차단해주는 장애막이다. 그러나 이 부분을 가지고 멍에의 단서를 잡기는 본인 스스로 확신이 없다. 전망 유리의 재질이 좋지 않은 것인지 혹은 청소를 안해서 인지 그 것도 아니라면 원래 그런 것인지에 대해서는, 단지 후졌다는 느낌만 있을 뿐 따짐에의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포착된 멍에의 흔적은 바로 이거다.
서울시내 안내 사진.
전 세계 어느 탑 및 전망대를 막론하고 방향 및 주요 시설 표지판은 이런류의 관광 시설에 반드시 있어줘야 할 필수 시설물이다. 그래야 저 빌딩이 뭐고 전 산의 네임이 뭔지를 관람객들이 알아먹을 수 있을 테니까. 물론 서울타워도 있긴 있다. 그 것이 서울시내 안내 사진판이다.
그런데 함보시라. 얘가 지금 제대로 안내를 하고 있는지.
안내판 1 - 번호 표착의 흔적은 있다
안내판 2 -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역시 여기도 번호 표착지의 흔적이 부분부분 보인다
안내판 3 - 여긴 아예 깔끔하다.
보시다시피 사진은 있고 양쪽으로 글자는 있는데 사진과 글자를 연결해주는 번호가 없다. 전망자의 위치에서 확보되고 있는 서울의 파노라마를 사진으로 잘 담아놓고 그 옆에는 한글, 영어, 한자로 건물명이나 지형지물의 이름까지 써 놓고는 사다리 긋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닌듯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너덜너덜 해진 것을 그냥 방치해둔 탓에 이제는 표식의 흔적도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는 이런 식의 관광지 인재(人災)앞에서 다음과 같은 표현을 쓴다.
"쪽 팔리다"
서울에서만 서른 해를 넘게 살아온 본인도 저거이 북한산인지 요거이 한남대교인지 헷갈리는 판에 지방시민 및 외국인들은 어떠했을까? 전망은 보되 눈감고 하는 구경이요, 좀 심하게 말해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의 서울 구경은 아니었을지. 안내판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외국인에게 본인이 마구 미안해질 지경이니 세계적인 수도 서울의 타워 안내판 치고는 실로 송구스럽기 짝이없다.
그리하여 당시 맘먹었다. 그 까이꺼 돈이 없어서 못하는 것도 아니고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지를 , 그 것도 5천원까지 받아가면서 이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방치해 놓는 한심한 타워 관계자들의 관리 부재 마인드를 멍에 후보로 추천하리라고.
그러면서 차일피일 기사 작성을 미루던 차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말았으니 멍에의 소문을 미리 감지했음인지 서울 타워가 개보수 공사 관계로 폐관을 하겠다는 뉴스를 듣고 만 것이다. 비록 멍에의 찬스는 놓쳤지만 알아서 기겠다고 하니 그것도 대견하다 싶어 기사 작성을 접었드랬는데..
어느 날 서울 타워 홈페이지를 열람하던 중, 게시판에서 한 네티즌이 올린 다음과 같은 글을 발견하고 말았으니 멍에 후보는 어쩔 수 없이 제 운명을 타고 나는가 보다.
제목: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되겠다고요??
내용: 지난 3월 4일 외국손님들과 함께 서울타워에 올랐다..저녁 9시가 넘은 시간이고 관람 시간도 얼마 안 남았고, 날씨도 추워서 케이블카를 타고 남산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케이블카에서 내려 타워정문 앞에 도착했더니 지난 3월 1일부터 10월(?)까지 내부 공사 중이라 관람이 안된다고 공사중 푯말이 세워져 있었다. 잘 알아보고 올걸 그랬다고 자책하면서 함께 간 손님들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돌아서려다 생각해 보니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케이블카 타는 곳에 타워가 공사중이란 안내판 정도는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타워1층에 관리실로 찾아가 이 같은 안내판을 설치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더니 케이블카 운영사는 자기들과 다른 업체라 뭐라 할 수 없다고 한다. 오히려 그렇게 하면 영업방해라고 한다.
(중략)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다시 태어나려 공사를 한다는 내용이 써있는 안내판의 글이 공허할 뿐이다. 서울타워 측과 케이블카 운영사는 관광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어떤 기분이었겠는가. 또다시 이곳을 찾고 싶을까.
(중략)
관광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가 없다면, 공사후의 서울타워의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관광객들은 외면할 것이고 서울타워는 관광명소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죽었다 깨어나도!! |
내용인즉슨 폐관을 하면 한다고 안내문이라도 써놔야지 돈 내고 타는 케이블 카 정거장에도 아무런 안내가 없으니 이런 식의 마인드로 개뿔이나 무슨 관광명소 운운을 하느냐 깐따라삐야 성의 항의글이었다.
흠. 알아서 길 것이라고 기대한 본인을 일케 배신해도 되는 것이며, 뭐 그리 대단한 명예라고 멍에의 전당에 오르지 못해 이 안달인가...라고 생각하며 잽싸게 남산까지 달려갔더니 클레임을 하두 맞아서인지 케이블 카 매표소 옆에 안내문 한장이 수줍게 걸려있더라.
케이블카 매표소 옆의 안내문
그러나 이 글을 읽고 계신 열분들 중에 남산 타워가 지금 문 닫고 있다는 걸 아시는 분이 몇 분 계시는고?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 중 눈 좋은 사람은 이제 안내문을 본다고 해도 차타고 가거나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은 이 안내문을 어디서 확인할고? 행여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를 데리고, 외국 친구 마이클을 데리고 친절히 서울타워 가이드를 자처하실 분이라면 입구까지 가서 받아야 하는 정신적 황당함과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을 어케 감당할고?
해서!!
천년만년 공소시효가 없는 멍에의 전당 원칙상, 여태까지의 서울 타워를 멍에의 전당에 추천하는 바이다. 즉 이는 과거의 잘못을 엄정하게 심판하고자 하는 멍에의 전당 목적은 물론 보수 공사에 한창이신 관계자 열분들에게는 다시 한 번 긴장의 빤스끈을 졸라매는 계기를 제공함이며, 멋모르고 타워 나들이를 계획하시는 시민들에게 지금은 공사 중이라는 정보를 드리기 위함이니 금번 멍에의 전당 추천은 쓰리쿠션 버젼되시겠다.
이제 남은 것은 배심원 열분들의 판결. 과연 지금까지의 서울 타워의 자태에 대해 당신은 어떤 심판을 해주실 것인가? 준비된 사로부터 정의의 멍에봉을 휘둘러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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