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저녁은 선유현에 도착하여 삼회사에서 잤다. 비록 방장이 쓰는 방이지만 시설은 물론 거미줄이 처져 있어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스님들은 다 이런 곳에서 잔다고 아무렇지 않게 방을 배정해 주어 호텔에서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처럼 생겨났지만 이것도 큰스님의 환경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 긴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지금 고백하지만 그때 5박 6일 여행하는 동안 한 번도 씻지 못하였다. 그 뒤 돌아와서 정말 검약하게 살며 지금도 칫솔, 치약 모으는 버릇이 생겼다.
11월 13일 아침 일찍 일어나 큰스님이 미국 가시기 전에 주지로 계시던 삼회사를 둘러보았다. 「극락세계유람기」 서문에 보면 큰스님이 이곳에서 7일간 선정에 들어 많은 대중들이 몰려 3,000명의 귀의자 있었다는 곳이다. 건물도 오래된 것이고 잘 갖추어진 절이었다.
이어서 다음 목적지로 가는데 오래된 차라 그런지 고장이 나서 1~2시간 기다려야 했다. 여기서 큰스님과 우리 5명의 제자들은 큰 차이가 났다. 우리는 무슨 큰일이나 난 것처럼 걱정을 하는데 정작 큰스님은 식당 앞에 있는 의자에 편안히 길게 앉으셔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기다리신다. 돌이켜 보면 이런 시간들이 큰스님의 진면목을 보고 가까이서 느껴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한국에서 은사 스님들이 제자들에게 무섭게 대하는 것과 달리 너무 허물이 없는 것이 나는 좋았다. 큰스님 손을 만지면 참 좋았다. 늘 따스한 것이 스승은 말할 것 없고 친아버지 같았다.
얼마 뒤 우리는 영춘에 있는 청천암에 다다랐고, 그곳에서 큰스님의 스승이신 허운 화상의 사리탑을 참배하였다. 그리고 청천암 부처님 뒤에서 사리병을 하나 꺼내서 직접 사리를 보여주셨다. 그때 등인 스님이 “저에게 주신 것과 똑 같은 것이네요.”라고 하였다. 한국에서 4명의 제자들에게 허운 화상 사리를 특별히 나누어 주셨는데, 등인 . 만덕 . 운성 스님 그리고 나에게 주셨다. 나는 3과를 받았다.
드디어 큰스님이 한 불사 가운데 가장 큰 절인 구선산 영취암사에 다다랐다. 영취암사는 전체 건물이 17채나 되는 큰 가람이었다. 당시 미국과 동남아 제자들이 400만 달러를 내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입구의 설명에 따르면 대웅보전 점안식 했을 때 하늘에서 특별한 이적이 일어나고 옥불을 안치한 날에는 호랑이가 와서 예배를 했다고 한다. 미륵동굴을 볼 때는 정말 감회가 깊었다. 「극락세계 유람기」에 보면 극락에 다녀와서 날이 샐 때까지 이곳에서 극락을 그리워했던 곳인데, 생각보다 깊은 굴도 아니고 넓지는 않지만 통풍도 잘 되고 빛도 스며드는 곳이었다. 구선산 자체가 옛날 신선들이 노는 곳답게 신기한 바위들이 많고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었다. 미륵동굴은 좁기 때문에 조금 내려와 입구에 미륵대전을 세우셨는데 이곳에 있는 관세음보살상 있는 곳에서 흐르는 물은 사시사철 마르지 않고 솟아오른다고 한다. 약간 추운 날씨였지만 물을 마시고 나니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11월 14일, 이 날은 차가 북쪽으로 달렸다. 가파른 산을 넘어 1시간 반쯤 달려가니 문자 그대로 구름도 쉬어가는 운거산이 나타났다. 해발 1,000m가 넘는 이 산에 바로 관정 큰스님이 극락에 가기 전에 수행하며 선정에 들었던 동굴이 있다. 산문을 들어서 얼마쯤 올라가니 탑이 하나 나왔다.
“이곳이 내가 죽으면 들어갈 곳이다.”
세운 날짜를 보니 이미 10년 전에 싱가포르 제자들이 세운 것이다. 그때부터 큰 스님은 이미 언제든지 돌아가실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조금 더 올라가니 선과암이란 작은 절이 나오는데 이 절은 관세음보살이 큰스님을 극락에 데리고 가 주신 것에 대한 보은의 뜻으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2층에 보은당이 있다.
그곳에서 조금 올라가니 맥사암사가 나왔다. 우리는 먼저 극락 가시기 전 수행했다는 굴부터 보고 싶어 했다. 이곳은 80세가 다 되어 가시는 큰스님이 직접 안내를 못하고 그 절에 있는 거사에게 안내하라고 시켰다. 입구가 좁아 간신히 들어갔는데 좁은 길이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해서 힘들고 겁도 났다. 조금 들어가니 박쥐가 날아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한 참 다니다 나와 보니 바로 축대 아래 큰 바위 밑으로 나온다. 관정 큰스님의 말에 따르면 이 굴은 이 산 넘어 뒤에 있는 마을까지 연결되어 있고 갈래가 많기 때문에 잘못하면 길을 잃어버려 영원히 미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바로 그 때문에 홍위병들을 피해서 숨어있을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6) 정토선 도량을 세우다.
관정 스님을 만난 뒤 나는 앞으로 남은 삶을 정토선을 펴는데 온힘을 쏟기로 마음먹고 관정 큰스님이 오실 때마다 성의를 드렸다. 당시 오송암은 안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욕심 부리지 않는다면 편안히 수행하며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정토선 도량이 되기에는 너무 규모가 작았고 큰 도량이 되기에는 몇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오송암은 길이 좁아 동네 길을 써야 하는데 말썽이 잦아 따로 길을 내려고 했으나 그것마저도 마을 사람들이 방해를 해서 이룰 수가 없었다.
현재 서방사의 도량터도 관정 스님께서 지정해 주셨다.
“이 터는 호리병 같은 모양을 가진 땅으로, 이런 땅은 마치 고기들이 어항에 들어가서 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다시 말해 새나갈 틈이 없는 곳이라는 것이다.”
아주 좋은 터라고 하면서 어디에 대전을 세우고, 어디에 요사채를 세우고 방향을 어느 쪽으로 할 것인가를 하나하나 짚어주셨다. 그리고 처음에 계획하지 않았던 산신각 자리까지 잡아주셨다. 나중에 저수지로 가는 앞산 쪽에서 바라보면 전체적으로 아주 어울리는 가람배치를 지시해 주셨다.
“절 이름은 어떻게 할까요?”
“서방사라고 해라”
이렇게 시작된 불사는 2007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미 닦아놓은 자리를 떠나서 완전히 새로운 길에 들어섰고, 모든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1년 동안 기초를 닦고 법당을 세우는 행선에 들어갔다. 내가 신도들에게 1년간 공부하러 들어간다고 했는데 나중에 불사를 했다는 것을 알고 크게 실망했다고 하는데, 나는 이보다 큰 공부가 없었다. 지금 1~2년이 문제가 아니라 먼저 관정 큰스님과 약속한대로 정토선 터전을 닦아 세움으로 해서 남은 일생동안 한 길로 가는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고, 나는 물론 모든 사람들이 정토선을 수련하여 득도하고, 근기 낮은 사람들은 정토염불 소리를 들으며 삶을 마감하여 극락에 태어나게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오송암을 떠났다는 것을 끝내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
내가 한참 터를 닦고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을 때 스승께서는 세상 옷을 벗고 원적하셨다. 사실 나는 그 소식조차도 한참 뒤에야 들을 수 있었다. 그만큼 나는 바깥세상과 단절되어 있었다. 하안거가 지나고 등인 스님이 다비식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늦게라도 찾아뵙겠다며 함께 가지 않겠느냐는 연락이 왔다. 그러나 그 많은 일을 벌려놓고 자리를 뜰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무엇보다도 스승님의 유지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더욱 열심히 일에 매달렸다.
7) 큰스님 사리탑 세우고, 정토선 수행을 이어가고 있다.
2010년 2월 3일 대한불교 정토선종으로 종단을 등록하여 정토선을 오릇하게 열중할 수 있는 작은 조직도 마련하였다. 지금까지 불사하느라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9개 사찰이 참여하여 기반을 다지고 있다.
그리고 중국에 다녀온 등인 스님이 관정 큰스님 사리라고 2과를 건네주셨다. 나는 스승을 다시 만난 것 같은 기쁨을 가지고 가슴에 간직하다가 2년 뒤 어느정도 1차 불사가 마무리 되자 2010년 10월 17일 사리탑을 세워 나뿐 아니라 대대로 참배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무상 스님이 시를 한 수 지어주셔 시비까지 함께 모셨다.
큰스님은 떠나셨지만 우리 절 법당에 명예주지 스님의 영정을 모시고, 큰스님이 친필로 써주신 ‘서방 극락세계 연꽃에 태어나지이다’라는 휘호를 함께 걸어놓아 법당을 찾는 모든 중생들이 극락 가는 원을 세우도록 하였다. 한편 내 방에도 큰스님의 영정과 큰스님이 친히 써주신 ‘일심염불’을 모셔놓고 관정 큰스님의 유지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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