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이맘때 쯤 절친했던 지인의 딸 결혼식에 참석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인은 안타깝게도 몇년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늦게 얻게 된 외동딸을 소중히 키우며 행복한 삶을 살아온 , 딸 바보였던 지인은 그만 암에 걸려 몇 년간을 투병생활을 하다 딸의 결혼식도 못보고 돌아가셨기 때문에 혼자서 하객을 맞이하고 있는 신부의 어머니를 보게되자 웬지 마음이 짠하고 아팠습니다.
그런데 예식장을 들어간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예식장이 고인의 고등학교 친구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례자도 친구였고 사회자도 친구였습니다.
짧은 주례사가 끝나자 곧바로 축하송 순서가 있었는데 신부 아버지 친구들이 모두 앞으로 나와 "라나에로스포" 가 부른 옛날 노래인 "사랑해" 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한 쌍의 예비 부부를 에워싸고 노래를 부르는 친구들은 실력은 부족했지만 모두 함께 열심히 불러 주었습니다.
신부는 계속 울고 있었고 신랑의 부모님들도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고 특히 신부의 어머니는 고개를 떨군 채 계속 울고 있었습니다.
신부의 눈물을 신랑이 살며시 닦아 주었습니다. 후렴 부분에서는 하객들 모두 따라 부르며 예비 부부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친구들은 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습니다.
"사랑하는 우리의 딸 ㅇㅇ야! 앞으로 엄마 아빠 처럼 잘 살아야 한다! 친구야! 이젠 걱정말고 편히 쉬게나 !"
커다란 감동이 밀려오자 어느덧 제 눈시울도 저도 모르게 붉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때까지 수많은 결혼식을 참석했지만 그날만큼 기억에 남는 멋진 결혼식은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우정에 놀랐고 그들의 사랑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지인이 돌아가신지 몇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들은 친구와의 우정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 남은 가족에게 사랑을 베풀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친구들이 하나씩 둘씩 사라지고 있지만 남은 친구들은 꾸준히 함께 모여 마치 친구와 같이 있는 것처럼 진정한 우정을 나누며 살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부러웠습니다.
하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친구들의 마음은 얼마나 기쁘고 행복했을까요?
여러분은 친구라는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 그리고 우정의 무게는 과연 얼마나 무거운지 알고 계시지요?
그 결혼식 내내 지인 친구들의 행복한 우정을 지켜보며 모처럼 내 자신이 현재 지니고 있는 우정이란 무게는 과연 얼마나 무거운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친구들의 모습은 다양합니다. 똑똑한 친구도 있고 어딘가 부족한 친구도 있으며 걸핏하면 친구사이를 갈라 놓는 못된 친구도 있고 만날 때마다 행복과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친구도 있습니다.
서로 서로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사이가 친구라면 어떤 친구든 가리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안아주고 사랑을 베풀어 주는 것은 진정한 우정입니다.
이글을 쓰다보니 문득 친구들의 얼굴들이 떠오르며 그동안 친구들과의 만남에 소홀히 했던 내자신을 돌아보며 조용히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좋은 친구들이 내 옆에 있었기에 지금까지 행복할 수 있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언제까지 살런지 알 수 없지만 살아가는 동안 친구를 한번 더 만나고 더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기를 원합니다.
부족함이 많은 친구도 우정이란 이름으로 이해해 주고 포용해 줌으로 누구든지 부러워하는 좋은 친구들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