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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육아휴직 활성화 지원과 사회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진 많은 기업이 임신한 여성의 출산과 육아, 재복귀에 인색하다. 기업 입장에선 출산과 육아에 따른 휴가 사용시 대체 근로자를 뽑아야 하고, 근로자 입장에선 한 동료의 장기 휴직은 본인의 직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 이런 가운데 JW메리어트호텔서울은 여성의 육아휴직 후 복귀률이 100%에 달하고, 90일의 출산전·후휴가만 사용한 직원의 모유수유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어떤 비결로 기업과 동료들의 부담을 딛고 이런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 이동주 JW메리어트서울 인사부 이사의 얘기를 들어봤다.
JW 메리어트서울은 전세계적으로 3700여 개 지점을 두고 있는 17개의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브랜드 가운데 럭셔리를 표방한 최고급 호텔 브랜드다. 2000년 9월에 개관한 JW메리어트서울은 497개의 객실 수, 35개의 스위트룸을 보유하고 있고, 정규직원 500명, 협력직원 3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전직원 기준 여성 대 남성 비율이 45대 55로 여성 비율이 꽤 높은 편이다. 특히 객실, 식음, 판촉 직무의 여성 비율은 80%에 육박한다. 세심하고 꼼꼼한 서비스를 지향하는 호텔업종의 특성상 여성이 잘 할 수 있는 직무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메리어트 인사 시스템의 가장 큰 원칙이 ‘평등’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것은 결혼, 임신, 육아를 해야 하는 근로자에게도 실질적 평등이 돌아가야 한다는 차원으로 연결된다.
JW 메리어트서울의 채용은 철저히 경험과 보유 역량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력서에는 연령·국적·인종·사진·주민등록번호·출신지·학교 이름란과 같은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에 대한 기입란이 없다. 이런 차별적 요인을 철저히 배제하고 호텔관련업에서의 경험과 경력을 서류전형 통과의 중요 요소로 둔다는 것. 관련분야에서의 경험은 이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나타내는 중요 지표라는 뜻이다.
서 류전형에서부터 호텔 근무 경력이나 요식업, 서비스업 등에서 파트타임으로라도 근무해 본 경험자만이 올라오는 가운데, 면접에서는 오히려 여성이 강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인사부의 설명이다. 호텔업에 필요한 서비스 정신·예절·외국어 실력 등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뛰어난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는 것. 또한 시즌별 대규모 공채방식이 아닌 결원 발생시 수시채용을 하기 때문에 비교적 관련 업계 경험자의 채용률이 높고, 성별 등 다른 요소는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관 리자급으로 갈수록 여성 비율이 높다는 것도 특이한 점. 중간관리자급 가운데 여성 비율은 40%, 부서장급은 68%, 임원급은 1명의 총지배인을 포함 8명 중 3명이 여성이다. 관리자급 여성이 많다는 것은 그들이 임신과 출산을 했을 때 커리어상 크게 장애를 받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실례로 이동주 인사부 이사는 여기서 근무하며 세 아들을 출산했다.
이동주 JW메리어트서울 이사는 “커리어상 중단만 없다면 여성이 충분히 높은 자리로 승진하는 것이 가능한 분야 중 하나가 호텔업”이라고 말한다. 손님을 대할 때 필요한 공감능력·배려심·언어 능력에서 여성이 분명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그런 장점을 호텔측에서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사에서 차별을 받는 것은 경영상 엄청난 손해라고 보고 있다.
JW 메리어트서울은 지난 8월 여성가족부와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선정하는 ‘2012년 엄마에게 친근한 일터’에 선정됐다. ‘엄마에게 친근한 일터’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2006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모유수유 권장 캠페인으로, 직장여성이 일 때문에 모유수유를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기업이 모유수유를 권장·실천하도록 앞장서달라는 취지의 사업.
‘모유수유실’로 불리는 공간을 만들어 모유수유에 필요한 유축기와 수유용품을 비치하고 임신·출산·수유에 관련된 도서를 비치하고 있다. 모유를 얼려둘 수 있는 냉장고와 편안한 유축과 휴식을 돕는 오디오, 청결을 위한 세면대와 세척제를 수유실 내부에 설치했다. 유축을 하는데는 1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직원들은 개인 튜브를 가지고 다니면 되기 때문에 유축기는 1대로 충분하다고 한다.
JW메리어트서울에 수유실이 생긴 건 4년 전. 당시는 정부와 사회 차원에서 모유수유와 모성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홍보하고, 호텔 내부에서도 결혼과 임신을 하는 여성의 수가 늘어나면서 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던 시기였다. 육아휴직 없이 3개월의 출산휴가만 쓰는 직원은 아이가 모유수유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기임에도 일 때문에 이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초창기에 가장 주력한 건 모유수유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었다. 지금까지 연 2회 오픈 강의식으로 진행되는 모유수유 강연은 보건소 등에서 초빙된 의료인이 사람 모형을 사용하며 모유수유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현장감 있는 교육에 직원들은 높은 관심과 진지한 자세로 경청한다고. 결혼과 출산은 미래에 누구에게든 닥칠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임산부뿐만 아니라 미혼여성, 남성 직원 참가율도 높다. 사무실이나 휴게실에 모유수유와 여성 건강에 대한 포스터를 붙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모유수유를 위해 잠깐씩 휴가시간을 내고 공동휴게실이 아닌 별도의 공간에서 휴식을 갖는 것은 다른 직원들의 배려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교육과 홍보활동 덕분에 현재는 모든 직원이 모유수유를 당연하고 중요한 일이라 여긴다.
모 유수유실 설치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보안성과 높은 접근성이었다. 수유실이 있기 전까지 여성들은 다른 사람 눈치가 보여 화장실 등에서 모유 수축을 했다. 비위생적이더라도 남들의 눈이 보이지 않는 곳을 원했기 때문. 또 고객 공간과 떨어져 직원들이 자유롭게 자주 드나드는 곳이라야 활용도가 높을 것이었다. 이 두 요건을 감안해 지하 1층 직원 공간 중 여성 간호사가 상주하는 건강관리실 바로 옆방에 수유실을 만들었다. 수유실은 건강관리실과 외부 출입문 두 방향으로 연결돼 있어 근로자는 원하는 방향으로 드나들 수 있다.
더불어 모유수유·유방암·자궁암 예방, 이 세 가지를 맞물린 모성건강 프로그램을 헬스케어 어드미니스트레이티브(administrative)가 지속적으로 개발하게 하고 있다. 헬스케어 어드미니스트레이티브는 전직원의 안전·건강을 책임지는 보건담당자로 인사부 소속. JW메리어트서울 인사부는 결국 인사관리는 직원의 건강과 안전한 생활 그 자체까지 책임져야 하는 업무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인사부 게시판에는 안전과 보건 관련 포스터가 가득 붙여져 있는데, 모성 건강 보호도 그런 차원에서 인사부가 주도하는 특화 프로젝트인 것이다.
전직원이 800명(소속직원 및 협력직원)이라고 할 때 보통 한 해에 모유수유를 해야 할 직원은 10명 남짓, 그러나 그 10명을 위해 회사가 한 공간을 따로 떼어내 관리한다는 것만으로 ‘여성이 보호받고 존중받는 직장’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이동주 인사부 이사는 최근 출산휴가를 마치고 온 여직원이 진심을 담아 “정말 고맙습니다.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해줘 매우 뿌듯하고 보람 있었다고 한다. 앞으로 공간을 확충해 보다 휴식 공간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덧붙인다.
JW 메리어트서울의 육아휴직 후 복귀률은 100%다. 이는 JW메리어트 자체 인사관리 철학이 본래부터 Work & Life Balance 에 있는 덕분이라고 한다. 앞에서 밝혔듯 여성 임원과 관리자급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들 모두가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경험한 여성들. 회사 차원에서도 결혼과 임신을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고 직원들도 복귀가 확실시되는 만큼 이 부분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한 해에 평균 출산휴가는 적게는 10명 많게는 15명 정도가 가고, 그 중에서 육아휴직까지 사용하는 사람이 10명 정도. 실제로 출산휴가 신청자 가운데 육아휴직까지 연결해 사용하는 경우가 최근 4년동안 91%으로 집계됐다. 2011년에는 11명이 출산휴가를 갔고, 이 중에서 7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2012년 10월 기준으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동시에 사용 중인 직원이 8명이다. 평균적으로 10명 내외가 출산 혹은 육아휴직으로 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휴 직기간은 보통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며, 이 기간에는 대체근로자를 고용한다. 1년 계약직으로 뽑는 대체근로자는 경력에 따른 연봉,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의 복리후생을 받는다. 원 근로자는 무조건 원직으로 복귀하게 되는데, 이 때 대체근로자는 결원이 생긴 타부서로 가게 된다. 매년 10명 정도의 육아 휴직자가 생겨 결원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체근로자가 원 근로자의 복귀로 호텔을 나가게 되는 일은 없다는 뜻. JW메리어트서울은 계약직도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의 보상을 하기 때문에 그들을 나중에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실제로 그런 식으로 2년 후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도 많다고 한다.
육아휴직자가 발생하면 동료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회사가 대체 근로자를 뽑아준다 하더라도 그들이 보통 종전 근로자보다 미숙련자이기에, 동료들은 업무의 증가 또는 변경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선 동료의 배려와 이해가 절실하다 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JW메리어트서울은 육아휴직 활성화의 초점을 직원 의식 개선에 두었다.
육 아휴직 활성화 운동은 5년 전부터 본격화 됐는데, 당시엔 임신한 여직원 스스로가 주변에 피해가 된다고 여겨 육아휴직 신청을 안 하는 추세였다. 동료들도 갑자기 장기휴직자가 발생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졌다. 그런데 오히려 출산휴가만 90일 쓰고 돌아온 경우, 육아 문제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이나 스케줄 변경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같은 직무를 3교대 혹은 2교대로 시간구간별로 돌아가며 할 때, 일부 직원이 조기퇴근이나 주말근무를 못하게 되면 다른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더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험은 ‘아이가 있는 부모들이 팀 내에서 부담으로 인식되는 것보다는 1년 이상 육아 휴직을 확실히 쓰고 오는 것이 더 낫다’는 교훈으로 이어졌다.
서빙이나 프런트같이 서서 일하는 임신 근로자는 회사입장에서 임신 5~6개월 정도부터 휴가를 권하고 반드시 원직 복귀가 된다는 것을 약속했다. 매니저와 동료들에게도 회사가 대체근로자를 구해줄 것이며, 육아휴직이 우리 모두에게 닥칠 중요한 사건임을 설명했다. 그렇게 하나 둘씩 회사 차원에서 권장한 육아휴직을 떠났다가 성공적으로 업무복귀를 하는 것을 모두가 지켜본 결과, 지금은 동료가 육아휴직 가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여기는 문화가 형성됐다.
무조건 원직 복귀를 시키는 상황에서, 육아휴직 사용자가 1년 이상 직무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복귀에 있어 큰 갈등은 없다고 한다. 라이프 서비스를 제공 하는 호텔업의 특성상 1년 동안 크게 기능 퇴보가 생기지는 않기 때문. 트렌드에 민감한 요식업 등에선 복귀 초창기엔 약간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지만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온 만큼 호텔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져 더 열심히 따라잡으려고 노력한다고. 인사부에서 느끼기에도 육아휴직을 다녀온 직원의 업무 성과와 업무 몰입도가 높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JW메리어트서울이 육아휴직을 적극 활성화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 남성 직원이 육아 휴직을 사용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남성 직원이 사용해도 된다고 적극 홍보를 하고 있음에도 인식 변화가 쉽지 않아서인지 신청자가 없다. 요즘같은 맞벌이 시대에 남성이 아내의 출산에도 육아휴직을 쓰지 않는다면 결국 다른 곳에서 여성이 육아휴직을 써야 하는 만큼, 육아 분담 차원에서 남성도 적극적으로 육아휴직을 쓸 필요가 있다.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적극 홍보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 성 입장에서는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이 있더라도 임신 상태로 근무하는 것 자체가 신체상 부담이 된다. 이에 JW메리어트서울은 출산 전부터 몸에 무리를 많이 느끼는 근로자에게 정규 출산휴가 이전부터 최고 3개월의 무급 휴가를 신청할 수 있게 한다. 유급의 3개월 정규 출산휴가 이전에 3개월의 무급휴가를 가짐으로써 총 6개월의 출산전·후휴가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앉아서 하는 직무로 일시적 변경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서서하는 프런트 근무자를 앉아서 하는 곳으로 옮기는 식이다.
또 호텔업이 24시간 365일 근무하는 형태이니 만큼 연장·야간 근로가 있는 가운데 임산부에겐 매니저 관리하에 스케줄 조정을 해 주고 있다. 본래 임산부는 연장근로가 전면금지되고 산후 1년 미만의 여성은 1일 2시간, 2주 6시간, 1년 150시간 초과근로가 금지된다. 야간근로에선 임산부의 명시적 청구 및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 산후 1년 미만의 여성은 (자의적) 동의 및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라는 요건이 필요하다.
JW메리어트서울은 사무직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3조3교대의 연속 조업 형태고, 한 달 2회의 근로자 지정 휴일을 부여한다. 1주 7일 가운데 5일간 8시간씩 40시간, 1일 8시간 연장근로(법정 기준은 12시간 이내), 1일 8시간 휴일근로 식으로 법정기준에 부합한다. 그러나 호텔내 직무의 다양성만큼이나 실제 교대형태는 더욱 복잡해 인사부가 총괄관리하는 건 힘들고 팀별로 매니저가 조정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임산부와 산후 1년 이내 근로자만큼은 야간 교대조 금지, 연장근로 금지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인사부 차원에서 그런 혜택을 홍보해 근로자 개개인이 잘 알고 있는 만큼 매니저에게 스케줄 조정을 당당히 요구하고, 매니저와 팀원들도 그에 맞춰 스케줄을 짜고 있기 때문이다. 교대제 근로 현장일수록 조직 차원의 배려가 꼭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직장내 보육시설은 현실적으로 직원들이 아이를 직장 근처까지 데려오지는 않는 점, 자가용이 없는 직원의 경우 아이를 데려오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 막대한 예산이 든다는 점때문에 아직까진 계획이 없다. 직원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무리하기 보다는 보육비 지원이 더 실효성 있다는 것. 현재 만4세에서 만7세의 아동 보육비에 1인당 연간 120만 원씩 2년간 지원하고 있다.
JW메리어트서울의 엄마가 일하기 좋은 직장은 전직원의 이해와 배려를 이끌어내는 캠페인 활동과 수유실·육아휴직 활성화라는 조직 차원의 투자에 기반하고 있었다. 직원이 일에서 프로가 되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선 조직과 동료의 도움이 필요하다. 가정을 이루고 엄마, 아빠가 되는 문제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이고 당연한 일이라는 인식은 서로가 돌아가면서 육아 부담을 나눌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그것은 결국 남성, 여성 구분없이 자신의 커리어를 진행해갈 수 있고 실력에 의해 인정받을 수 있는 조직문화로 연결되는 것이다.
필자 : 이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