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탐방] “독거노인이 찾아오는 교회, 그냥 문 열고 나눌 뿐” 대조동루터교회 최태성 목사 한연희(redbean3@naver.com) l
예배당이 작았던 시절, 목사와 성도들의 거리는 그만큼 가까웠다. 그러다 경제적 부흥기를 맞아 너도나도 웅장하고 큰 예배당을 지으면서 설교단상과 성도들의 거리는 그만큼 벌어졌다. 주변 이웃도 화려하고 굳게 닫혀 있는 교회를 위안삼아 찾아오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그렇다보니 교회가 지적 받고 있는 부분이 ‘소통의 부족’이다.대조동루터교회(담임 최태성 목사)는 교회 규모면에서 크지 않다. 하지만 ‘문을 열어두고, 찾아오면 대화하고 나누겠다’는 단순한 철학으로 교인,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데 전력하고 있다. 
| ▲지난달 29일 대조동루터교회를 찾아 최태성 목사를 만나 이웃과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뉴스미션 | 이웃과 소통은 작은 것부터 이 교회가 실천하는 소통의 방법은 문을 열어 두는 것이다. 우선 화장실 문을 열었다. 교회 밖에 위치해 있는 화장실을 24시간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대조동은 서울권에서 경제 사정이 열악한 곳이어서 독거 어르신, 부랑자들이 많다. 또한 트럭 장사, 노점 장사로 생계를 잇는 사람들도 들러서 고맙게 급한 볼 일을 해결 할 수 있다.또한 교회 1층을 개방했다. 이곳은 담임인 최태성 목사가 근무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어 둔다. 로비에는 정수기와 일회용 커피를 항상 구비해 놓고 있기 때문에 지나가다 교회에 들러 커피 한잔하며 쉬어 갈 수 있다. 아이를 엎고 시장에 다녀오던 엄마, 동네에 마실 나온 할머니, 집에 하루 종일 있기가 어려운 백수 청년 등이 골목길에 우뚝 서있는 이 교회의 문을 열고 들어와 잠시 쉼을 얻는다.최태성 목사는 “교회 문을 열어 둔다는 것이 쉽지 않다. 물건을 집어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았다가 지금은 교회가 커지니까 닫아 둔다”면서 “하지만 교회는 사람들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화장실을 지역에 개방했을 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내 것이 아니란 생각 때문인지 아침에 가보면 변기부터 주변이 엉망진창이었다. 아침마다 내가 청소 했다. 고생이 심하니까 교회 성도가 만류했다. 그래도 계속 했다. 최소 3개월 이상 적응하는 시간을 보냈다. 함부로 쓰는 사람에게는 ‘그러면 안된다. 함께 편하게 쓰기 위해 열어둔 것이니 깨끗이 해야 한다’고 지적도 해가며 관리했다”고 웃으며 말했다.최 목사는 “일회용 커피를 무료로 주고 있는데, 비용이 만만찮다. 우리 교회 규모로 30만원이면 결코 가벼운 지출이 아니다. 그래도 교인들의 이해를 얻어 지속해 나가고 있다. 이런 일들을 통해 ‘교회가 지역을 위해 뭔가 하고 싶다’는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교회의 열린 마음을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서로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고 설명했다.늦게 시작한 목회지만 사회생활 경험으로 아픔 보듬어 최 목사는 지난 2011년 이곳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대조동루터교회로 부임했다. 대조동루터교회는 1970년 차의리 선교사와 홍영환 준목 가정을 중심으로 창립됐다. 이후 도로우 목사, 김윤철 목사, 조은규 목사 등이 착실하게 성장시켰고, 최 목사가 8대 목사로 취임했다.전도사를 거쳐 목회 경력 없이 바로 담임을 맡아 부담감이 없진 않았지만, ‘이웃 섬김을 통해 지역사회에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교회’를 목회 방향으로 삼아 성실히 실천해 가고 있는 중이다.특히 이 교회의 이웃 섬김은 화장실과 커피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교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일 수 있는 기도처소의 개방이 그것이다. 2층에 있는 예배당은 잠가 놓는 대신, 1층 로비 옆 공간을 리모델링해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기도실을 만들었다.벽돌과 목재로 내부를 꾸며 친근함을 더했고, 은은한 조명 아래 방석을 놓아둬 언제든지 무릎 꿇고 경견의 세계로 침전할 수 있게 했다. 기도처만큼은 가장 아늑하고 편하게 해놓고 싶어서 수백만 원의 경비를 지출해가며 실행했다고. 추운 겨울도 문제될 것 없다. 보일러는 늘 틀어놓고 있어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따뜻함이 감돈다. 그야말로 실용(?)적이다. 최 목사가 얼마나 기도실에 애정이 깊은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최 목사는 “나이 40이 되어서야 목회에 꿈을 갖고 공부한 늦깎이 목사다. 대신, 교회 집사로 근 10여년 생활하면서 나름대로 후에 목회를 하면 어떻게 해야겠다는 각오 같은 게 있었다. 가장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이 기도처 개방이었다. 길을 가다가도 기도하는 장소가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문 닫아놔 못 들어가거나 있어도 맘 놓고 편히 기도할 수 없는 환경이더라. 그래서 기도실에 신경을 많이 썼다. 어느 날 기도실에서 누군가 흐느껴 울며 기도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하나님께 ‘그거면 족하다’고 그렇게 말씀드렸다”고 힘주어 말했다.사회를 경험했기에, 정도만 걸어온 목회자들과는 분명 달랐다. 사회 생활하는 성도들의 고뇌, 교회는 다니기 싫지만 대화가 필요한 사람들의 텅 빈 마음들이 보여서, 곧잘 위로한다. 특별한 시간이 아니면 늘 교회에 있기 때문에 비기독교인들도 상담하러 그의 방을 노크한다. 기자가 교회를 방문했던 오후에도 로비에는 청년이 차를 마시고 있었고, 공부를 마친 초등학교 어린이가 목사실을 성큼 들어와 사탕을 한 움큼 쥐고 해맑은 표정으로 나갔다. 모두 아직 교회를 다니지 않는 비기독교인들이라고 했다.얼마 전에는 교회 십자가 가까이에 사는 한 아기 엄마가 찾아왔다. ‘십자가 불빛 때문에 아기가 잠을 못 잔다’는 거였다. 최 목사는 바로 행동에 옮겼다. 교회 십자가 불을 끈 것이다. 44년간 켜왔던 불이었다.최 목사는 “십자가 불을 꺼도 교회는 교회다. 교회가 어떤 곳인지 알리는 게 중요한 것이다. 그런 행동을 취함으로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아, 교회가 이런 곳이구나’하고 느끼고 알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 ▲단 한사람이라도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면 열어두겠다는 각오로 시작한 기도실 개방.ⓒ뉴스미션 | 교회성장주의 대신 이웃 사랑에 에너지 쏟아 그는 또 새벽예배를 마치면 빗자루를 들고 나가 길가를 청소한다. 오랫동안 해오니 동네 사람들도 그의 새벽 봉사를 알아차리고 신뢰를 던진다. 성도 수가 2배가량 늘었고, 산전수전 다 겪은 독거 어르신 등도 제 발로 찾아와 정착하고 있다.“폐지 줍는 분, 정신지체인, 직업을 찾지 못한 사람 등 지역 특성상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 그 분들이 오신다. 그럼 성도로 받는데, 때로는 내부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지만, 야단친다. 그들도 하나님 보시기에 천하보다 귀한 자라고. 평신도 때 느낀 교회의 문제점이다.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이 교회에 나오는 것보다 잘살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찾아와 헌금도 많이 하고 빛내 주길 바라는 마음, 그게 한국교회가 지탄 받은 이유다. 교회 본질은 그게 아닌데…….”대조동루터교회는 루터교단에서 손에 꼽힐 만큼 역사가 오래된 교회다. 교회 건물도 오래됐다. 그런데 이곳에서 다른 교단 교회들에서 목격되는 교회성장주의는 찾기 힘들었다. 낡은 목사실은 그대로 사용하고, 이웃에게 전하는 것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언젠가 건축을 하겠지만, 염려(?)될 만큼 규모는 아닐 거란 생각이다. 유치부실이 부족해서 컨테이너를 갖다 놓고 만족해하며 사용하는 모습에서도 다름을 느낀다. 세상살이를 경험한 늦깎이 목사와 작은 것을 귀히 여기는 성도들의 협력이 교회 담을 넘어 이웃에게도 전해져 루터교회만의 화음이 아름답게 들리고 있었다. 
| ▲단 한사람을 위해서라도 열어두겠다는 각오로 시작한 화장실 개방.ⓒ뉴스미션 | 저작권자(c) 뉴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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