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곳을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대숲에 어지러이 부는 바람만이 가득한 화면으로 시작되는 한국영화 <달콤한 인생>의 오프닝 장면의 내레이션은 바로『육조단경 六祖壇經』29則에서 혜능대사께서 던진 화두인 <비풍비번 인자심동 非風非幡, 仁者心動>이다.
살다가보면 무너지는 마음에 안지도 서지도 못하던 날들이 있는 법이다.
허망했다. 이게 ‘다’란 말인가. 봄날 벚꽃마냥 화사했던 그가 한 줌 재가 되어 나오던 화장장에서 눈물조차 흐르지 않았다. 직원은 익숙한 손길로 이미 닳아 뭉툭해진 빗자루로 쓰레받기에다가 재를 쓸어 담았다. 그리고 용기주변에 묻은 여분의 재를 털어내고 뚜껑을 닫았다. 죽음 앞에 예를 갖춘다거나 격조어린 애도나 정성스런 손길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혹여 그처럼 나도 창밖으로 몸을 던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한동안 창 가에 다가서지 못했다. 그 겨울 내내 죽음의 향기가 코 밑까지 밀려오곤 했고 그 후 몇 해의 봄이 오고 갔지만 나는 그 해 겨울 끝에 얼어붙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가까이 있어 가끔 들르곤 했던 절집 법당에 꽂혀 있던 책 한 권을 뽑아 보게 되었다. 그 책 뒤편에 실린 글을 읽고 또 읽다가 결국 집으로 가지고 와 버렸다. 그 당시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유아세례를 받고 집안 대대 기독교를 신앙으로 가지고 있던 나에게 절이라는 공간은 낯선 곳이었고 절문화에도 익숙치 못했기에 어디에다 물어보고 그 책을 얻어야할지 알지 못했다. 이유야 어떻든 그 때 도둑질한 글은 <영가전에>였다.
인연따라 모인것은 인연따라 흩어지네/태어남도 인연이요 돌아감도 인연인걸
몸뚱이를 가진자는 그림자가 따르듯이/종이위에 그림처럼 잘그려도 흔적이듯
일생동안 살다보면 죄없다고 말못하리/죄의실체 본래없어 마음따라 생겨나니
분별마음 없어지면 죄업역시 사라지리/죄업이니 마음이니 망상분별 텅비우고
비움마저 무심하면 참된참회 되오리라...
물이얼어 얼음되고 얼음녹아 물이되듯/이세상의 삶과죽음 물과얼음 같은것을
높고깊은 산하대지 부처님의 도량이요/법계우주 장엄함이 부처님의 마음이라
불심으로 바라보면 온세상이 불국토라...
그 얼마 후, 대전에 소재한 대학에 출강할 때 만난 분을 통해 포털사이트 다음의 인터넷불교공부모임인 금강카페를 소개받으면서 겨울과 봄, 그 사이 어디쯤에서 귀한 인연으로 불법을 공부하게 되었다.
사경을 하면서 漢字... 一, 字, 一, 字를 아른거리는 눈으로 찾아가며 한숨 한숨 ... 조심스레 들숨날숨을 쉬었다. 머리 속의 煩惱妄想이, 맘 속의 五慾七情이, 자신을 통과하여 흘러감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이승의 마지막 숨을 거두는 그 순간에 후회하지 않게 불필요한 消耗가 아니라 완전한 消盡의 삶을 살아가도록 애쓰겠다는 원을 세우며 조금씩 낮아지는 法을 배워가는 자신에게도 감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청화스님께서 쓰신 『가장 행복한 공부』(시공사 2003년)를 읽게 되었다. 스님께서 들려주시는 철학과 종교, 혹은 종교와 종교 간에 걸림없는 ‘진여불성(眞如佛性)’과 ‘일상삼매(一相三昧)’에 관한 말씀은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다. “... 모든 상을 떠나고 허망 무상한 현상을 떠나서 영원한 것, 또 생사를 초월하고, 더함도 덜함도 없는 일체 존재의 근본인, 그러한 생명의 본체를 알기 위함이다.”(앞의 책, p.78) 큰스님께서 들려주시는 불교사상과 접목된 ‘무아경’ 이야기는 서양철학에 대한 이해의 새로운 지평이었다.
그리운 것들이 마음 끝에 닿아 저마다 등불 하나씩 켜는 계절.
잠시 멈추어 지난 생을 더듬는다.
늘 숨가쁘게 달음질치지만 여전히 무언가 소중한 것을 놓치는 듯해 허허롭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고뇌가 깊으면 깨달음도 깊다는 것을.
가을깊어 겨울되듯 그렇게 조용한 깨달음과 평화에 이르게 되리라는 것을.
마음공부하며 가는 이 길이 행복의 길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어 그에게 사랑한단 말 건넬 수 있고,
불법을 만나 매순간 공부하며 걸어가는 행복한 이 생입니다.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_()_
미재합장

2013년 5월/ 용인 와우정사/ photo by mijie,
첫댓글 불법을 만나 걸어가는 행복한 길...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깃발을 펄럭이는 하늬바람 잠시 멎은 가을 한 자락의 여유!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_()_
법계일상입니다. 일상사매, 일행삼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가을입니다.... 온 산하가 온몸으로 환희하는.... 분주한 일상 속에 고요한 행복..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고뇌가 깊으면 깨달음도 깊다는 것을.
가을깊어 겨울되듯 그렇게 조용한 깨달음과 평화에........!!
감사하고감사드립니다..미재(渼縡) 부처님..나무삼신일불 아미타불_()()()_
미재님, 행복으로 나아가는 우리들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아미타불_()_
고맙습니다,나무아미타불 _()_
미재님 ~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미재님~마음은 언제나 행복한 동행입니다...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