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죽도의 호(鎬)와 응하는 기술
―야노 히로시(矢野博志. 범사 8단. 국사관대학 교수)
전월호에 이어 야노 선생에게 지도를 부탁했다. “칼과 마찬가지로 죽도에도 호가 있습니다.
그것을 잘 다루면 응하는 기술은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야노 씨는 말한다.
죽도를 칼과 같이 사용하라고 흔히 말하지만, 그 모양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실제로 어떻게 겨누면 좋은가를 알기 어렵다는 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야노 씨의 이론은 그 어려움을
‘호’라는 접점을 이용하여 초보자라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명쾌히 해소하고 있다.
도대체 죽도의 호란 무엇인가. 그리고 사용 방법은? 전월호에서 야노 씨가 설명한 검선의 공세를
살리는 방법은 실은 이 호를 사용한 응하는 기술을 알게 됨으로써 다시 설득력이 되살아난다.
<편집부>
1. 죽도는 대가 네쪽이다. 위가 등, 밑이 날, 그리고 좌우가 호(鎬)
전월호에서는 중심을 뺏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최근 중심을 벗어나면서까지
수비하려는, 그리고 피하려는 검도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 원인의 하나로
응하는 기술을 낼 수 없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즉, 검도를 일방통행식으로 한다는 것이지요. 한쪽이 치고 나가면 다른 한쪽은 단지 수비만 합니다. 지키기만 해서는 이길 수 없으므로 이번에는 다른 쪽에서 치고 나옵니다.
그러면 이쪽에서 수비합니다.
시카께 기술이 주체가 되어 공격측과 수비측이 확실하게 나누어지는,
그리하여 수비에 실수한 쪽이 패배하는 그런 검도가 되고 마는 것이지요. 마치 펜싱과 같습니다.
확실히 최근에는 학생 검도가 발전하여 자세 등 여러 가지가 많이 좋아졌습니다만,
(공격과 수비가 확실히 구분되는) 이런 면에서는 아직 수준이 낮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원래 검도에는 ‘받기’라든가 ‘수비’는 없습니다. 그것은 ‘사바끼(=운용)’라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치고 나오면 발 운용(=발 사바끼), 몸 운용, 또는 칼 운용 등을 통해 되받아 응합니다.
응하는 기술을 알면 “먼저 기술을 내는 쪽이 패배다.” 라는 말의 깊은 맛도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자세를 무너뜨려가면서까지 수비를 견고히 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심 빼앗기, 검선의 공방이라는 것에 전념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검도 고유의 맛이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응하는 기술을 능숙하게 익힐 수 있는가?
나는 그것을 위해서는 먼저 죽도의 호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호(鎬)란 칼의 등과 칼날의 경계를 이루는 선을 말합니다. 당연히 호는 칼날 부위보다 두텁고,
그 두터움이 있기 때문에 치고 들어오는 상대의 칼에 응하여 되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검도의 형 소도본에서도
1본은 왼쪽 호로써 받아흘리고 정면을 칩니다.
2본은 오른쪽 호로 받아흘리고 정면을 칩니다.
3본은 왼쪽 호로써 스쳐 그대로 왼쪽 호로 선도의 코등이 부위까지 밀고 들어갑니다.
호의 사용법은 이렇듯 잘 나타나 있습니다.
대도본에서의 스쳐올리기 기술이나 되받기 기술도 모두 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검도가 도법에 기초하는 이상, 그것을 죽도에서도 살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죽도에는 칼날이 없기 때문에 칼과는 전혀 별개다, 고 생각하면 호에 대한 개념을 익힐 수 없습니다. 죽도에도 분명 칼날이 있고 호가 있습니다. 아이들이나 초보자들에게 검도를 가르칠 때 먼저
죽도의 등줄이 있는 쪽이 칼등, 그 반대편이 칼날이라는 것을 분명히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칼날 줄기를 바르게 하여 치지 않으면 유효 타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로 칼이나 목검을 이용하여 설명하면서 “자, 칼이나 목검의 양측면에 있는
불룩 튀어나온 부분은 무엇입니까?” 라는 식으로 물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호에 대한 설명을 하면 됩니다. 간단합니다. 죽도로 말하면 네 조각의
대의 하나하나를 들어서 줄이 있는 쪽이 등, 그 반대쪽이 칼날, 양 옆의 두 쪽이 호다,
라고 가르치면 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죽도를 겨누었을 때 자신을 기준으로 왼쪽이 겉 호, 오른쪽이 안 호라고 말해주면 됩니다.
“스쳐올리기 기술이나 응하는 기술에서는 호를 사용하면 좋아요. 그 사용법은
이러합니다.” 라고 설명하면 아이들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이치는 가르치지 않고 단지 “스쳐올리기는 이렇게, 받아치기는 이렇게……” 하는 식으로
시범만 보여서는 배우는 사람이 그 움직임을 멋도 모르고 흉내만 내어 제 멋대로 치기 쉽습니다.
그 결과 도법을 무시한, 단지 봉을 다루는 듯한 기술이 나오고 맙니다. 예를 들어
머리 받아 허리치기에서 되받을 때에 보통 겉 호를 사용하면 되는 것을 지금은
손목 돌리는 것이 힘들어서인지 안 호를 사용하여 받는 것을 곧잘 볼 수 있습니다.
해보면 아시겠지만 그렇게 하여 허리를 쳤을 때는 (칼날) 옆으로 치기가 되는 것은 당연하고,
타격 후 그것을 얼버무리기 위해 오른손 하나로 빼는 듯한 타격이 나옵니다.
무릇 칼이라면 표리(表裏)(=겉과 안) 어느 쪽의 호를 사용하면 되받기가 쉬운가를 저절로 알게 되며, 머리로 올바른 호의 사용 방법을 이해하여 두면 그런 허리치기는 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국사관 대학의 검도부원에게는 훈련 뒤 이미지 트레이닝을 시키고 있습니다.
거울 앞에서 상대가 치고 나온 것을 상정하고 호로써 되받거나 스쳐올리기를 하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입니다.
그때 호를 이해하고 있으면 되받거나 스쳐올리기를 하는 순간을 어디서 어떤 각도로 해야 하는가를 미세하게 이미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 깨달음이 빨라지겠지요.
훈련할 때, 받아주는 4학년생들은 순발력으로 뛰어들어오는 1학년생들의 기술을 팍팍, 보기 좋게 되받습니다. 그 중에는 “지금까지 이미지만큼 제대로 받아친 것이 한번도 없었다.”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여기까지 이해할 수 있는 것만도 “즐겁다”라고 덧붙입니다.
나는 최소한 이 정도 수준까지 가지 않으면 검도는 헛것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재빠른 ‘시카께’ 기술도 좋으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빠르게 친다는 것은 무리한 일입니다.
공세하여 상대가 괴로워져 나올 때를 응하여 친다, 라는 것도 있는 것입니다.
그때 필요한 것이 이 호의 응용입니다.
몸만으로 깨닫는 기술은 나이를 먹고 육체가 쇠퇴했을 때 사용할 수 없지만,
이치를 안 기술은 나이에 맞게 언제까지도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지도자는 이 이치를 가르치는 것이 임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