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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5월 1일 토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501토] 한중 정상의 의미 있는 '천안함 대화'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상하이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천안함 침몰사건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문제 등 양국 관심사항을 논의했다. 후 주석은 회담 모두에 "이 자리를 빌려 천안함 침몰사고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와 위문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천안함 침몰 원인이 내부의 폭발이 아닌 비접촉 외부폭발로 추정된다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결과를 소개하자 "한국 정부가 이 사건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데 대해 평가한다"고도 했다.
후 주석이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을 통해 위로의 뜻을 표한 것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측의 깊은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측의 해석이다. 사안의 민감성에 비춰 두 정상이 나눈 얘기 가운데 공개되지 않은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물론 후 주석의 천안함 관련 언급이 기대보다는 다소 못 미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중국의 깊은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고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한 만큼 양국 간에 공식 협의를 위한 첫 단추를 무난하게 뀄다고 볼 수도 있다.
북중 간의 특수관계를 감안할 때 중국이 이 문제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리라는 점은 예상된 일이다. 북한 소행이라는 심증이 굳어지더라도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정부의 외교 노력이 보다 정교하고 치밀해야 하는 이유다. 중국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 결과"가 제시된다면 세계질서를 선도하는 G2의 한 축이자 유엔 상임이사국의 일원으로서 책임 있게 행동해야 마땅하다.
국익에 따라 움직이는 국제질서는 냉엄하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 분명해진 뒤에도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응징하고자 해도 관련국들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막혀 그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수 있다. 이런 현실과 제약을 감안하고 최선을 다 하는 수밖에 없다. 이달 중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은 중국과 일본의 협력과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501토] 한나라당 떼법 시위는 ‘국가 변란 행위’다
이것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무법천지다. 법치주의는 능멸당했고, 헌정질서는 유린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자신들의 인터넷 누리집에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공개하고 나선 것은 단순히 전교조 죽이기나 사법부 흔들기 차원을 넘어선다. 이것은 대한민국 헌법과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심하게 말하면 다수의 위력을 빌려 법을 무력화하려는 집단적 국가 변란 행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법원이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에게 전교조 명단을 삭제하라는 결정을 내리자 한나라당은 ‘조폭 판결’ 등의 입에 담지 못할 표현을 동원해 매도했다. 하지만 정작 조폭적 행동을 하는 것은 바로 한나라당이다. 조폭이란 게 뭔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떼로 몰려가 난장판을 만들고 힘으로 해결하려는 무리들이다. 사법부의 판단이 싫다고 다른 의원들까지 무리를 지어 법원 결정문을 휴짓조각으로 만들어버리려는 행동이야말로 정확히 조폭들의 모습이다. 이런 집단행동의 밑바탕에는 ‘떼를 지어 위법행위를 저지르면 법도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오만하고 교활한 계산이 숨어 있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국회의원이라면 법원 결정을 무시하는 조전혁 의원을 말리고 정당한 법절차에 따르도록 충고해야 옳다. 이것이 명색이 집권여당이자 법과 질서를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보수정당이 보여야 할 태도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거꾸로 갔다. 심지어 “의원들 사이에 조 의원을 무조건 돕자는 감성적 공감대가 있다”는 말까지 스스럼없이 한다. ‘조폭적 3류 의리’에 지나지 않는 빗나간 동료애다.
한나라당은 이제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입에 담을 자격조차 상실했다. 애초 한나라당이 전교조 명단 공개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교육권 문제였다. 이렇게 교육을 걱정한다는 한나라당이 정작 자라나는 세대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은 ‘법치주의나 민주주의 따위는 잊어라. 마음에 안 드는 판결이 나오면 떼지어 판결 불복종 운동을 벌이라’는 것이다. 아이들 보기가 민망하고 부끄럽다.
한나라당이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은 전교조 문제를 계속 쟁점화해 이번 지방선거를 ‘색깔선거’로 몰아가려는 의도일 것이다. 이런 얄팍한 의도가 제대로 먹혀들지도 의문이지만, 나라의 기본을 거덜내고라도 어떻게든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발상이 놀랍고 개탄스럽다.
[동아일보 사설-20100501토] 학부모는 ‘교원평가 거부’ 교사 명단 알고 싶다
A중학교에서는 모든 교사가 동료 교사 평가에서 전 항목에 걸쳐 만점을 받았다. 공개수업 평가에 참가한 학부모들은 ‘도전 골든벨 수업’ ‘영상 수업’ 같은 수업 방식 때문에 도저히 교사평가를 할 수 없었다. 이런 황당한 상황이 올해 6, 7월 본격 실시되는 교원평가에서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일부 교사가 교원평가를 무력화하기 위해 인터넷에 이 같은 변칙적인 아이디어를 올려놓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 등에 ‘교원평가 강제는 교원에 대한 구조조정 시도’ ‘동료평가는 거부해도 괜찮다’는 거짓 정보를 올리며 다른 교사들을 선동하고 있다. 전교조 교사들이 이렇게 떳떳하지 못한 행위를 하기 때문에 전교조 소속임을 그렇게 애써 숨기려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이런 교사가 학생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교원평가제는 교사의 경쟁력을 높여 학생들에게 더 양질의 교육을 하기 위한 제도다. 교사들이 이를 한사코 거부하는 것은 대충 가르치고 편하게 지내면서 봉급이나 챙기겠다는 뜻과 다를 바 없다. 이런 교사들을 솎아내지 않고 공교육 수준이 높아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미국 워싱턴의 미셸 리 교육감은 “학생을 가르치는 행위는 예술만큼 신성하다”면서 교사 개혁부터 시작해 성과를 내고 있다. 교원평가가 성공하려면 평가 결과를 인사와 급여에 반드시 연계하도록 해야 한다.
전교조는 ‘명단 공개는 사생활 침해’라고 주장하지만 어떤 부모가 빨치산을 미화할 정도로 낡은 이념에 사로잡혀 있는 교사에게 자녀 교육을 맡기고 싶겠는가. 어떤 부모가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월급 받는 교사가 선진국에서 보편화한 교원평가를 거부하는 것을 납득하겠는가.
전교조는 교원평가 반대운동을 조직적으로 벌일 계획이 없다지만 소속 교사들의 교원평가 무력화 시도를 방치하는 것은 겉과 속이 다른 태도다. 교육당국은 교사들이 교원평가 무력화에 나서면 원칙대로 처리해 교원평가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원평가의 정착을 비롯한 교육현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전교조 교사들의 명단 공개는 반드시 필요하다.
[조선일보 사설-20100501토] 귀화 한국인 지방의원 후보 純血主義 깨는 계기돼야
한나라당이 일본에서 귀화(歸化)한 이연화(52)씨와 필리핀에서 귀화한 자스민(33)씨를 경기도의원과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했다. 한나라당은 이연화씨를 우선순위에 내정했고, 자스민씨도 우선순위에 배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우선순위 후보가 되면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두 후보가 광역의원에 당선될 경우 외국인에서 귀화한 국민이 주민대표가 되는 첫 사례가 된다. 2008년 4·9 총선 때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이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됐으나 당선권엔 들지 못했다. 3년 거주요건을 채운 영주권 보유 외국인들에게 2006년 지방선거 때부터 투표권이 주어졌다. 귀화 한국인 가운데서 지방의회 의원이 배출되면 장기 거주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결혼이민여성 16만8090명을 포함한 국내 거주 외국인은 11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2%를 차지한다. 비합법으로 들어와 있는 외국인을 합하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경기도 안산시 원곡본동 같은 곳은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40%, 서울 중구는 8%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건 결혼이주자건 굉장한 삶의 결단을 하고 한국에 건너온 사람들이다. 우리가 그들을 얼마나 부드럽게 수용하느냐가 한국 사회의 개방도(開放度)를 재는 척도(尺度)가 된다. 그렇지만 우리가 외국인거주자·결혼이주자와 그 2세들에게 충분한 배려와 존중을 하고 있다고는 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이 미래에 얼마나 쭉쭉 뻗어갈 수 있느냐의 여부는 우리가 외국 출신의 부지런한 손과 뛰어난 두뇌를 얼마나 불러들여 우리의 힘으로 만들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세계의 인재가 한국으로 모여들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타인(他人)을 판단하면서 피부색이나 언어를 따지고 드는 인종적 순혈주의(純血主義)부터 벗어야 한다.
다문화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사후적(事後的)으로 '사회 문제' 차원에서만 다루려 할 게 아니라 다문화가정의 2세들을 우리 사회의 주도적 일꾼으로 키우기 위한 여건 마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사실 인종·종교·정치적 차별과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탈출한 이들에게 난민자격을 인정해주는 비율이 5%에도 못 미치는 현실은 낯 뜨거운 일이다. 귀화 한국인 출신의 지방의원 후보 등장은 우리에게 이런 문제들을 깊이 들여다볼 기회를 만들어 준 셈이다.
[서울신문 사설-20100501토] 성남시 우범지대 만들려 호화청사 지었나
초호화 건축으로 눈총을 심하게 받았던 성남시 새 청사가 우범지역으로 변해 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청소년들이 휴게실이나 실내정원 등 청사에서 낯 뜨거운 애정행각을 벌이는 것은 보통이고 금연구역인 화장실에서 흡연까지 버젓이 일삼는다고 한다. 이런 탈선행각은 한밤중까지 이어지지만 직원들이 제재조차 하지 않아 방치되고 있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3222억원이란 천문학적인 공사비를 들여 아방궁처럼 세운 청사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다시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성남시 새 청사는 건립 전부터 숱한 시비를 불러일으킨 사안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 형편에 호화스러운 건물을 짓는 데 따른 재정악화와 연간 54억원 규모의 유지관리비 조달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이다.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해 말 건물을 세우더니 3억원을 들인 호화 개청식까지 열어 빈축을 샀던 성남시 새 청사다. 그 따가운 시선을 받고도 강행한 청사라면 그에 걸맞은 역할과 기능을 보여 주는 게 당연한 것이다. 주민복지 향상을 위한 구심점이 아닌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으니 선심성 전시행정 의혹과 우려를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성남시 말고도 40여개의 지자체가 새 청사 건축을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22개 지자체가 청사 건립에 32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니 나라 경제의 짐이 그만큼 늘 수밖에 없다. 청사 건축비 조달도 힘든 터에 대민 서비스며 복지정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은 뻔하다. 감사원이 지자체들의 청사를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감사가 시늉만으로 끝나선 안 되는 까닭이다. 성남시 새 청사만 하더라도 웬만한 교실 4개 크기의 시장실을 들이면서도 정작 문화센터며 보건소 같은 중요한 시민공간은 뺐다지 않는가. 지자체 청사가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엄정한 감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지자체장들의 비뚤어진 업적 쌓기가 드러난다면 제재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501토] FTA 추진 공감대 확인한 한·중 정상회담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상하이엑스포 개막식 참석을 위해 출국,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양국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발전과 자유무역협정(FTA) 진전,여수 엑스포 협조, 원전 수출 등에 관해 논의했다.
이 대통령으로선 이번 회담이 가장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음에 틀림없다. 천안함 침몰(沈沒)사건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고 이번 회담이 협조를 얻어내기 위한 소중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침몰 원인이 북한의 공격으로 확인돼 유엔 안보리를 통해 제재를 추진하려 해도 북한의 우방인 중국의 동의없이는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지난 29일 '46용사 영결식'에서 경고한 대로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북의 개입에 대한 명확한 물증을 찾아내지 못해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뾰족한 설득 수단이 없는 점은 답답하기 짝이 없는 현실이다. 이 대통령은 2008년 5월 후 주석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설정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이번 회담에서 더 다지고 발전시키기로 합의한 만큼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5월 하순에도 한 · 중 · 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고 보면,정상끼리의 대화는 말할 것도 없고 외교라인에서 이번 사건의 위중함에 대한 양국의 공통 인식을 넓히는데 모든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그런 노력은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는 러시아에도 예외일 수 없으며 미국이나 일본과의 공조 강화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 · 중 FTA는 서로에게 중요한 사안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산 · 관 · 학 공동연구'를 조속히 끝내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연말로 예상되는 협상개시 시점도 늦출 이유가 없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501토] '중국의 힘' 상징 상하이엑스포 개막
'더 좋은 도시, 더 좋은 생활'이라는 주제를 내건 상하이엑스포가 5월1일 막을 올린다. 무려 286억위안(5조원)을 쏟아부은 이번 상하이엑스포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192개국이 참가하고 관람객만도 무려 1억명이 예상될 정도로 사상최대 규모의 엑스포다. 개막식에 이명박 대통령을 위시해 30여명의 세계 정상이 참여할 정도로 이번 상하이엑스포는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두번째인 이번 엑스포를 통해 중국은 'G2'로 부상한 자국의 저력을 과시하고 '중화(中華)'의 부활을 알린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상하이엑스포는 지난 1978년 시작된 중국 개혁개방 정책의 성과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전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이징올림픽이 가능성을 제시했다면 상하이엑스포는 그동안 이룬 실적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도전과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과만도 795억위안으로 평가되는 이번 엑스포는 중국의 내수시장 확대와 경제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상하이엑스포를 계기로 명실상부하게 G2의 위상을 다지겠다는 것이 중국의 전략이다.
192개국 외에도 50개의 국제기구, 50개의 도시관이 들어찬 이번 상하이엑스포는 그 규모와 내용면에서 일단 성공적으로 출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첨단기술의 경연장이 된 상하이엑스포가 중국의 산업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여수엑스포를 앞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번 상하이엑스포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벤치마킹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또 상하이엑스포 이후 예상되는 중국경제 및 중국시장의 변화를 사전에 파악해 중국시장 개척전략 수립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런 면에서 500억원이 투입된 한국관 외에 삼성ㆍ현대차 등 12개 대기업이 참여해 마련한 한국기업연합관은 중국은 물론 세계 바이어들에 우리 기업의 이미지와 기술수준을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엑스포 이후 활기를 띠게 될 중국시장을 개척하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더구나 이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상하이엑스포가 중국의 도약은 물론 한국 경제교류의 새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구희령(사회부문 기자)-20100501토] 명단 공개
명단이 문제였다. ‘20세기의 레오나르드 다빈치’라고 불릴 만큼 다재다능했던 미국의 건축가 버크민스터 풀러(1895~1983) 얘기다.
그는 1935년 세계 최초로 유선형 자동차를 발명했다. 그런데 인명 사고가 나는 바람에 자동차 생산이 중단됐다. 풀러는 대신 집필에 열중했다. 아인슈타인이 어떻게 상대성 이론을 발견하게 됐는지에 관한 책이었다. 갑자기 출판사에서 “책 내용이 의심스럽다”고 했다. 명단 때문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는 사람은 세계에 열두 명밖에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어렵다는 비유적 표현이었다. 그런데 한 출판사가 열두 명을 임의로 골라서 명단을 공개해 버렸다. 이 명단 안에 풀러가 없었던 것이다.
풀러는 “그럼 아인슈타인에게 직접 원고를 보내서 검증을 받으라”고 출판사에 따졌다. 출판사는 정말 그렇게 했다. 풀러의 책은 아인슈타인의 추천을 받아 출간됐다. (김제완, 『상대성 이론, 그후 100년』)
1950년대 미국을 ‘매카시즘’ 광풍으로 몬 것도 한 개의 명단이었다. 50년 2월 조셉 매카시 미국 상원의원이 “미 국무부에서 일하는 공산당원 205명의 명단을 가지고 있다”며 의회 연설을 했다. 사회 전 부문에서 공산당원 색출 작업이 벌어졌다. 진보적인 젊은 인재가 많았던 영화계가 특히 피해를 많이 보았다. ‘할리우드 텐(10)’이라는 이름으로 작가·감독 등 열 명의 살생부까지 돌았다.
2007년 1월 우리나라에선 ‘판사 명단’이 돌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유신 당시 긴급조치 위반사건 재판에 관여했던 판사 492명의 실명을 공개한 것이다. 명단에는 현직 판사도 다수 포함됐다. 마녀사냥이라는 비판과 사법부 자성의 계기라는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이번엔 ‘선생님 명단’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홈페이지에 교원단체·교원노조 가입 교사 명단을 공개하면서다. 조 의원은 서울 남부지법의 명단 공개 금지 가처분 결정에 불복했다.
지난달 27일 남부지법은 조 의원이 명단 공개를 중단하지 않으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하루 3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반발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명단 공개에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한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조 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명단이 문제다, 명단이.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100501토] 이상저온
태양이 식은 것일까, 지구가 탈이 난 것일까. 때아닌 추위에 잔뜩 움츠린 한 주였다. 만발한 봄꽃 위로 눈이 내리고, 반팔 옷을 챙기던 사람들은 겨울옷을 꺼내 입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런 ‘4월 한파’는 1907년 기상관측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주말부터 예년기온을 되찾는다고 하지만 기상이변은 5월 초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다. 계절이 길을 잃고 겨울과 봄 사이에서 갈지자 걸음을 하고 있다. 날씨가 이상하고, 지구가 수상하다. 계절의 시계가 고장난 것은 하늘 탓인가, 사람 탓인가.
세상이 이렇게 뒤죽박죽인 것은 신이 우주를 짓다가 말았기 때문이라는 영시(英詩)가 있다. 6일 동안만 천지를 만들고 칠일째에는 손을 놓아 미완성인 바람에 사람들이 고생한다는 것이다. 홍수는 하늘을 덜 기워서이고, 지진은 땅을 덜 다진 탓이다. 오세영 시인의 ‘기상이변’이라는 시에서도 이런 유의 상상력을 읽을 수 있다.
“우주는 미완의/ 장편 대 서사시/ 빙하기를 지새우며 간신히 써낸 초고를 두고/ 신의 여윈 펜 끝은 아직도 떨린다.” 시인에 따르면 신은 우주라는 대 서사시의 초고를 써놓고 지금도 계속 퇴고 중이다. 산사태와 화산 폭발로 ‘군더더기 췌사(贅辭)를’ 지우고, 천둥 벼락으로 ‘하나씩 오자를 잡아’낸다. 밀물과 썰물은 단조로워 해일을 일으키고, ‘사건전개가 너무 단선적’이라서 유라시아판과 환태평양판의 지층을 바꾸고 남극과 북극의 빙하를 녹인다. 신의 펜끝이 한번 스칠 때마다 지구에는 이변이 일어난다. 그리하여 시인은 “신이여, 당신의 마침표는 언제 찍겠습니까”라고 호소하듯이 묻는다.
그러나 성경을 보면 신은 이미 마침표를 찍었다. 창세기 2장 1절은 ‘하늘과 땅과 그안의 모든 것이 완성됐다’고 적고 있다. 세상이 불완전해진 것은 인간이 죄를 지어 타락한 탓이라고 성경은 말한다. 이를 믿든 안 믿든 최근 잦아진 기상이변이 인간 탓, 곧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는 것을 의심할 사람은 많지 않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봄의 유별난 이상저온도 온난화가 원인이라고 한다.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 찬 공기가 밀려난 탓에 한파가 닥쳤다는 것이다. 신은 빙하를 만들고, 인간은 그것을 녹여 기상이변을 만든다. 신이 쓴 대 서사시를 인간이 감히 뜯어고치고 있다. 오만한 인간에게 신이 마침표를 찍을까 두렵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데스크 칼럼/홍기영(과학기술부장)-20100501토]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복원해야
"과학기술부 폐지는 과학 홀대정책의 대표적인 사례 국가 R&D 총괄할 시스템 강화 절실"
축제는 없었다. 과학기술인들은 어두운 마음으로 `과학기술의 달` 4월을 보냈다. 천안함 사건 등 암울한 사회 분위기에다 컨트롤타워 부재 속에 갈수록 실추되는 과학기술계의 위상 때문이다.
가수, 탤런트, 교사, 의사, 요리사, 디자이너, 운동선수…. 어린이 장래희망 조사에서 과학자는 19위로 밀려났다. 100명 중 1명만이 과학자를 꼽았을 뿐이다. 대부분의 청소년은 과학에 흥미를 잃어간다.
서울대ㆍ카이스트ㆍ포스텍 출신 과학도는 전공을 포기하고 돈이 되는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몰린다. 원전 르네상스로 전문 인력은 부족한데 해외 박사는 귀국을 외면한다. 정부 출연연구기관 연구원 중 절반 이상이 교수 또는 취업이민을 희망한다. 미흡한 보상과 정년제도는 과학기술인들의 상대적 박탈감만 키웠다. 이공계 인재양성 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셈이다.
과학기술부 폐지는 과학 홀대정책의 단적인 사례다. 2008년 초 과학기술부가 교육부에 통합된 이후 과학기술 이슈는 교육 현안에 묻혔다. 26개 출연연구기관은 교과부와 지식경제부 산하로 양분됐다. 기초ㆍ원전 분야의 국가 연구개발(R&D) 추진력은 과기부총리 시절에 비해 크게 약화됐다.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R&D를 총괄 기획하고 부처별 R&D사업을 조정하기엔 역부족이다. 수족 없는 비상근직 과학기술특별보좌관은 대통령 자문역에 그친다. 민경찬 과실연 대표는 "국가 R&D 예산의 효율적 배분, 부처 간 정책 조정, 소모적 경쟁 해소 등 과학기술 이슈를 해결할 컨트롤타워 복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매일경제신문은 2009년 3월 5일 1면 머리기사(과기정책 기술만 있고 과학은 없다)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정책변화는 전혀 없었다. 이제서야 정부는 과기특보의 상근직 전환과 국과위 기능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과학기술계는 차제에 국과위가 R&D 예산편성권과 성과평가권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과학기술부를 부활하거나 IT와 과학기술 정책을 아우르는 통합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드세다.
출연연구기관은 또다시 구조개편 회오리에 휘말렸다. 출연연발전민간위원회는 △식품ㆍ건설ㆍ교통 분야 등 해당 부처 이관과 함께 △안전성평가연구소(KIT) 등 일부 연구기관 민영화를 검토 중이다. 아울러 △유사 기능을 갖는 기관 통합 △국과위나 세종과학기술원 산하 조직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오픈 이노베이션 시대에 출연연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대형 국책사업이나 공공기술을 연구하는 주체로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무사안일과 비효율을 없애기 위한 부단한 노력도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정부가 장난 삼아 개구리에 돌을 던지는 식의 무책임한 행동을 반복해선 곤란하다. 정부의 정책 실패는 경제와 사회 전반에 커다란 외부불경제(negative externalities)를 낳기 때문이다. 출연연 개편은 과학정책 컨트롤타워 강화에 맞춰 종합적인 관점에서 추진돼야만 할 것이다.
MB정부의 `577전략`은 과학기술 정책이 중심을 잡고 힘을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 국가 R&D투자를 GDP의 5%로 확대하고, 신산업 창출 등 7대 R&D분야를 육성해 2012년에 과학기술 7대 강국으로 부상하려면 과학기술계와 민간부문의 참여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정부의 노력만으론 국가 R&D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 산ㆍ학ㆍ연 협력이 활성화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기업의 성패는 소비자를 중시하는 정도경영에 달려 있다. 정부의 과학정책 역시 과학계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학기술인의 추락한 사기는 반드시 북돋워줘야만 한다. 과학정책이 단기적인 성과나 기초보다 응용에만 급급해서는 미래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수 없다. 과학강국 전략은 미봉책이 아닌 과학기술 지원ㆍ육성 시스템 강화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