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과 20070372 송치성
역사학과의 로망 답사
‘역사학과의 로망 답사’ 추계 답사 하루 전날 나의 미니홈피 작성한 일기 내용이다. 답사는 역사학도의 특권이자 특징이라 생각했다. 그 때문인지 새내기라 칭하기도 멋쩍은 1학년 이지만 답사를 떠날 때만큼은 갓 입학한 새내기의 마음처럼 떨렸다.
출발하기 전에 궂은 날씨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하늘도 답사원들의 마음을 아셨는지 경주지역에서는 답사 기간 내 맑은 날씨가 계속되어 4일 동안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수학여행 0순위 경주
경주! 천년고도, 시 자체가 국립공원, 땅을 파는 곳마다 유적지가 나오는 문화재의 화수분, 수 많은 수식어와 별명들이 따라붙는 지역이 바로 경주다. 특히 경주는 수학여행의 1번지로 꼽히는 곳이다. 나 역시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이곳을 거쳐 갔고 답사 중에도 유적지 곳곳에서 수학여행 중인 학생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경주가 지니는 역사적 가치의 중요성 때문일 것이다. 첫 목적지인 경주박물관에서 ‘수학여행 0 순위’의 가치를 느껴볼 수 있었다. 사실 경주는 신라의 수도로써 박물관에서 신라 문화재만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박물관에는 신라의 유물은 물론 석기시대 등 다양한 시대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 아쉬웠지만 유물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관람 중에 선생님의 인솔아래 움직이는 초등학생들을 만났다. 줄을 지어 동일한 속도로 박물관을 관람하고 있었다. 유물을 보고 저마다의 역사적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할 아이들이 유물들을 눈요기로서 형식적인 관람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보이는 것과 보는 것, 그 각각의 매력
우리문화재의 대부분은 불교유적이다. 신라의 천년고도 경주는 신라불교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으며 불교 유물 중 상당수가 국보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사찰은 승려와 보살들이 불도를 수행하는 장소로 불교 유적의 대표적인 것이다. 이번 답사에서도 사찰은 중심적인 코스였다. 첫째날 방문한 분황사는 모전석탑이 눈길을 끌었다. 신라의 최고(最古)의 탑으로서 탑에 3층의 모습으로 남아있지만 널찍한 기단과 탑신을 미루어 보아 7층이나 9층의 우뚝 솟은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고려 숙종 때 만들어진 화쟁국사비부에는 추사의 글이 새겨져 있다. 현재로는 추사의 글이 비를 돋보이게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문화재에 탁본조차 쉽게 허용되지 않는 현실과 발견된 비에 음각을 할 수 있었던 조선시대와 대조적인 문화재 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석굴사원인 골굴사에서는 골굴암이 인상 깊었다.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언덕을 오르고 좁고 가파른 길을 오르느라 힘이 들었던 코스였다. 하지만 골굴암의 잔잔한 미소를 보니 찌그러진 얼굴에도 웃음이 퍼진다. 불교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미소로 보고 있노라면 되레 마음이 편해졌다. 그 매력에 빠져서 인지 골굴암에서 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늦게 내려가 답사부원에게 미안해했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한 때 불국사를 말사로 거느렸던 기림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명코스였다. 입구에서는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였고 대적광전에서는 문의 정교한 모란꽃 모양의 아름다움에 내 건조한 감정을 축였다. 세심한 모란문양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으니 현지 보살님께서 당시의 사람들이 직접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말씀해주신다. 당연하게 생각 했던 것이지만 설명을 들으니 선조들의 노고와 신앙의 지극함이 새삼 느껴진다.
신라의 대표 사찰, 아니 세계의 대표 사찰인 불국사는 답사의 마무리를 장식하였다. 초등학생들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불국사를 찾았다. 사람이 모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문화재를 어떻게 물질적 가치로 따질 수 있겠냐만 불국사는 사찰 중 가장 비싼 입장료임에도 불구하고 비용 대비 최고의 감흥을 주는 사찰이다. 불교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불국사의 연화교ㆍ칠보교, 청운교ㆍ백운교, 다보탑과 석가탑 등의 예술적 아름다음에 빠져버리고 만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연화, 칠보교는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낭만적이라고나 할까. 보존을 위해 밟아볼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보통 문화재를 볼 땐 누군가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떡거리며 그 가치를 알 수 있었지만, 불국사는 그 외형만으로도 엄청난 가치와 감동을 발산시켰다.
답사 때 사찰과 함께 단골코스로 꼽히는 곳이 사찰 터이다. 여러 가지 건물과 탑 등이 남아있는 사찰과 달리 절터에는 탑이나 건물의 주춧돌이 전부이다. 장항사지, 감은사지, 용장사지도 마찬가지다. 신라의 최대 규모라고 하는 황룡사지 역시 허허벌판에 당간지주가 전부이다. 춘계 답사에서도 백제 최대의 사찰인 미륵사지에는 탑 2개가 전부였다. 그 때에는 이 벌판 보려고 이곳에 왔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은 더 많이 볼 수 있음을 뜻한다. 황룡사지의 거대한 당간지주를 보고 당시의 웅장했던 황룡사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남아 있는 유적을 바탕으로 눈을 감고 내 마음껏 그 때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였다. 소위 말하는 역사적 상상력이다. 대나무와 풀이 전부인 용장사지에서도 인적이 드문 용장사에서 3층 석탑을 보며 소설을 쓰는 매월당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남산, 보물창고에서 보물찾기
남산에서 보물찾기 게임을 하면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게임 난이도는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고 산을 오르면 운동효과까지 볼 수 있을 것이다. 남산, 말 그대로 보물 창고이기 때문이다. 산의 입구에 있는 보물 63호 경주배리석불입상을 시작으로 삼릉계 석불좌상, 용장사곡삼층석탑, 용장사지마여래좌상 등 전부 나열하기 조차 어렵다. 시도문화재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헤아리기도 어렵다. ‘남산은 1주일을 봐도 다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8시간 동안의 답사는 수박겉핥기라고 이지만 그 양이 방대하다. 답사지를 보면 남산을 등반하는 셋째 날의 일정표가 가장 빡빡하게 채워져 있다. 남산에서의 일정이 정리되지 않을 만큼 많은 유적들을 보았다.
남산에서의 많은 유물들은 한가지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남산은 신라인의 성지, 서민불교의 산물이기에 유물들은 서민불교를 대변하는 것들이다. 산 곳곳에 있는 불상 앞에서 가족들 건강과 평안을 위해 기도하는 신라인들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답사 중에 참배객을 볼 때면 신라의 구복신앙이 아직까지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남는 건 사진만이 아니다
흔히들 ‘여행 가서 남는 것은 사진뿐이다’라고 말한다. 나는 답사 역시 여행의 연장으로 보았기 때문에 이 명제 또한 참이라고 생각했다. 문화재 가는 곳마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사진 찍는 일에 급급했었다. 특히 위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안압지나 포석정 등에서는 특히 그랬다. 사진도 좋지만, 짧은 시간에 여러 곳을 방문 하는 답사인 만큼 내가 더욱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찾아 다녔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답사에 관한 것들을 교수님과 답사부원에 설명에만 의존했었다. 물론 설명들은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답사에 오기 전에 능동적으로 준비 하지 못했던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사전에 더 많은 준비를 했었다면 좀 더 기억에 남는 답사가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답사의 묘미들
답사의 사전적 의미는‘현장에 가서 보고 조사함’이다. 그러나 역사학과의 답사를 설명하려면 추억이라는 단어가 추가로 필요하다. 역사를 배우는 것 뿐 아니라 그곳에서 쌓은 서로의 추억들을 만드는 것에 또 다른 묘미가 있다. 이번 답사의 추억이라 하면 우선 대왕암에서의 물놀이가 떠오른다. 물에 빠뜨리려고 하는 사람들과, 여분의 옷이 없다며 도망가는 사람들. 챙겨온 옷가지가 없는 극적인 상황이였기에 더 실감나고 재미있지 않았나 싶다. 한 두명씩 바다에 빠지고 나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의를 가장한 자의로 바다에 빠졌다. 바다에 빠지지 못한 사람이 서운할 정도였으니까. 이 때문에 다음코스에 가지 못하는 에피소드도 발생했지만 그 이상으로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또한 전체판을 비롯한 일과 후의 술자리에서는 서로간의 친목을 도모 할 수 있는 자리였다. 교수님들이 각 조를 방문하셔서 교수님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좋은 시간도 가졌다. 남산 등반 때에는 남학우들이 솔선수범하여 여학우들의 잡아주거나 짐을 들어주는 등 어느 때보다 정감가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 답사였다.
첫댓글 테마를 정해서 보고서를 쓴 것은 좋으나 답사 유물과 유적에 대한 설명이 많이 부족한듯 싶습니다.
시간적 순서가 아닌 다른 형식으로 글을 쓴것이 특이하고 색다르네요 ^-^
형식이독특한것같습니다...그러나테마별로내용이조금적은듯하네요
기존의 형식과 다른 새로운 양식이네요. 하지만 답사라는 테마를 조금더 세부화시켰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잘봤습니다.
특이한 형식이네요...기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