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르포]
[2010 강대국 '브라질의 질주']
[3·끝] 녹색 혁명
▲ 상파울루·리우=조의준 특파원 |
사탕수수로 만든 '친환경' 에탄올 차(車)연료,
가솔린 소비량 앞질렀다
광활한 사탕수수밭 장관… 온실가스 획기적으로 줄어
개발 안된 경작지 3억여㏊… "지구촌 먹여 살릴수 있어"
후원 : kotra
브라질은 출발부터 '녹색'이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나무 이름(Brazil wood·물감을 채취하는 나무)을 국명으로 삼았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올해 발간된 '세계 지속 가능 에너지 투자동향' 보고서에서 브라질을 녹색 성장의 모범국가로 선정했다. 인구 약 2억명의 브라질은 전체 발전량의 75%를 수력발전으로 공급하고, 자동차 연료의 절반 이상을 사탕수수로 만든 바이오 에탄올로 충당한다.
지구 온난화로 호주와 아프리카의 곡물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브라질의 '녹색 가치'가 치솟고 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브라질의 경작 가능한 농지는 무려 3억2800만㏊로 압도적인 세계 1위다. 2위인 러시아(8800만㏊)의 약 3.8배에 이르고, 미국, 중국, 아르헨티나호주의 잠재 경작지를 모두 합한 것과 맞먹는다.
◆녹색의 사우디아라비아
▲ 브라질 상파울루주의 피라치카바 시에 있는 세계 최대의 바이오 에탄올 제조회사인 코산(Cosan)그룹의 코스타 핀토(Costa Pinto) 공장 전경. 지난해부터 브라질에선 자동차 연료의 에탄올 소비량이 가솔린 소비량을 넘어섰다. 이 공장에만 1억L가 넘는 사탕수수 에탄올이 비축돼 있다./상파울루 피라치카바=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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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끝도 없이 이어진 사탕수수밭을 2시간 가까이 달렸다. 집중호우 뒤 찾아온 푸른 하늘은 지평선까지 펼쳐진 사탕수수밭과 하늘의 경계를 허물어버렸다. 상파울루주(州) 피라치카바시(市)에 있는 세계 최대의 바이오 에탄올 제조회사 코산(Cosan)그룹의 코스타 핀토(Costa Pinto) 공장은 그런 '녹색 유전'지대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었다.
브라질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약 90%는 에탄올이건 휘발유건 아무 연료나 넣을 수 있는 '플렉스(Flex) 차량'이다. 브라질에선 휘발유에도 의무적으로 에탄올을 25%씩 섞도록 돼 있어 '순수 휘발유'는 이미 사라졌다. 지난해부터 자동차 연료의 에탄올 소비량이 가솔린 소비량을 넘어섰다.
골프장처럼 깔끔하게 정돈된 공장에선 '소꼴' 삶는 냄새가 났다. 안내를 맡은 에르론 아베라르 페레이라(Pereira)씨는 "어제 집중호우로 공장이 가동을 멈췄는데, 지금 방금 운전을 시작해 나는 냄새"라고 했다. 이 공장은 무려 60만ha(서울 면적의 약 10배)의 농장에서 사탕수수를 수확한다. 사탕수수를 잘라서 짜낸 즙으로 에탄올과 설탕을 만들고 찌꺼기는 태워 발전기를 돌린다. 코산의 사탕수수밭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최적의 재배방법과 수확시기를 선택한다.
브라질에 에탄올 차량이 도입된 것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다. 당시엔 산유국이 아니던 브라질이 휘발유 대체품으로 찾은 것이 사탕수수 에탄올이었다. 브라질산 사탕수수로 만든 에탄올은 미국의 옥수수산 에탄올에 비해 연료효율이 2배나 된다. 이날 코스타 핀토 인근 주유소의 에탄올 1L 가격은 1.48헤알인 반면 휘발유 가격은 2.39헤알이었다. 주유소에서 알코올을 넣던 히카르도(Ricardo·45)씨는 "연비는 휘발유보다 약간 떨어지지만 알코올을 쓰면 기름값을 30%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바이오 에너지의 거대한 실험장이다. 주유소에서 공급하는 디젤유에도 바이오 디젤(콩·피마자 기름 등을 가공해서 만든 것)을 의무적으로 4%씩 섞도록 하고 있다. 현재 연간 생산량이 37억L에 달하는데 2010년엔 전체 소비 연료의 5%, 2030년엔 12%를 바이오 디젤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여기에다 농산물 찌꺼기로 전력을 생산하는 '바이오 매스'산업과, 풍력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사업에도 국영 석유 기업 페트로브라스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1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태양이 있는 한 농업은 성장한다"
글로벌 경제위기 직전만 해도 식량 부족으로 농산물 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지금은 잠시 가려져 있지만 식량 부족문제는 언제든 다시 지구촌 최대 화두로 떠오를 수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에 세계 인구가 90억명에 달할 것이기 때문에 식량 생산량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나야 할 것으로 추산한다.
해결의 열쇠는 브라질에 있다. 전 세계 담수(淡水)의 12%가 있어 물 걱정이 없고 열대 기후로 곡물 생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경작지를 더 개간하지 않고도 2020년이면 생산효율 향상에 따라 세계 최대의 농업국가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미 브라질은 대두(大豆) 생산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옥수수 생산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커피, 육류, 과일 생산량은 세계 1위다. 로베르토 로드리게스(Rodriges) 전 브라질 농업부 장관은 "브라질은 10년 안에 곡물 생산량을 3억t으로 확대할 수 있다. 브라질 외에 곡물 수요 증가에 맞춰 생산량을 단기간에 늘릴 수 있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상파울루에서 만난 브라질 돈육협회 페드로 데 카마르고 네토(Neto) 회장은 "우리의 경쟁력은 광합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태양이 비치는 한 브라질 농업은 성장한다"고 했다. 그는 준비해온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펼쳐보이며 "얼마 전 미국 하원에 가서 똑같은 설명회를 했는데, 미국 사람들도 브라질과는 경쟁이 안 된다고 인정했다"며 웃었다.
그가 갑자기 돼지고기 수출 그래프에 볼펜을 대고 수직으로 그어 올렸다. "자연에서 그대로 자란 돼지나 쇠고기를 먹고 싶지 않으세요? 내 다음 목표는 브라질 돼지를 한국에 수출하는 겁니다. 그래서 현재 세계 4위인 돼지고기 수출량을 단기간에 1위로 만드는 거죠. 삼겹살 좋아한다고 들었는데…원하는 대로 다 맞춰 드릴 수 있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나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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