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핀 연꽃 / 통영 연화도
바다를 헤엄치는 한 마리 용일까? 아니면 망망대해에 떠 있는 한 송이 연꽃?
통영항에서 뱃길로 24km 떨어진 연화도(蓮花島)는 부드러운 연꽃 향내와 용틀임의 거친 몸짓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섬이다. ‘바다낚시의 천국’이라는 연화도 선착장에 도착하면 낚싯대를 꺼내기 전에 신발끈 묶고 연화봉(212m) 산책에 나서게 되는 것도 이런 아름다움을 먼저 만나려는 욕심 때문일 것이다.
‘연꽃의 형상’인 섬의 한가운데 자리한 연화사(蓮華寺)는 쌍계사 조실인 고산 스님이 1998년에 창건한 관음도량. 역사는 짧지만 기와를 포개서 쌓은 돌담과 8각 9층탑 등이 어우러진 풍광이 제법 운치 있는 절집이다.
향내음 그윽한 화심(花心)은 500여년 전 연산군의 억불정책으로 피해온 연화도사, 그리고 임진왜란 때 나라를 구한 영웅인 사명대사가 수행하던 토굴 자리라 한다.
연화사를 빠져 나와 널찍한 오르막길을 10분쯤 걸으면 3층석탑이 서 있는 언덕마루. 연화도의 아름다움이 가장 빛나는 '네바위'와 '동머리'를 내려다볼 수 있는 최적의 자리다. 날이 맑을 때엔 멀리 대마도까지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옅은 안개 사이로 보이는 뾰족뾰족 솟은 네 개의 바위섬들은 마치 망망대해를 헤엄쳐 나가는 용의 날카로운 발톱을 연상시킨다.
풍수에선 연화도를 용의 형상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때 네바위는 몸을 뒤틀며 헤엄치는 용의 오른쪽 앞발이 된다. 네바위엔 아슬아슬한 벼랑 바위틈에서 자라는 '외돌괴 천년송', 바다 속으로 뛰어드는 형상의 '거북바위'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다.
연화봉 남쪽 가파른 사면엔 마무리공사가 한창인 보덕암이 자리잡고 있다.
바위틈에서 솟는 시원한 감로수 한 모금을 들이키고 바다로 향한 나지막한 담장에 기대면 네바위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양양 낙산사, 여수 향일암, 남해 금산 보리암 등 이 땅의 유명한 관음도량에 결코 뒤지지 않는 빼어난 조망이다.
연화도는 이렇듯 경치가 매우 수려한 섬이다. 그러나 바다낚시 매니아들로선 황금어장으로 소문난 이 섬에서 낚싯대 한번 잡지 않고 떠날 수 없다. 실제로 섬 주변엔 사시사철 씨알 좋은 바닷고기들이 넘쳐난다.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엔 참돔, 돌돔, 농어, 뱅어돔 등 고급 어종이 많이 걸려든다.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네바위 근처가 역시 최고의 포인트.
그러나 가족끼리 갔을 때는 파도치는 갯바위낚시보다는 배낚시가 안전하다. 미처 낚시도구를 준비하지 못한 가족 단위 여행객들을 위해 간단한 낚시도구를 빌려주는 민박집도 있다. 뱃전에서 낚싯줄을 늘어뜨리고 있다가 손에 입질이 느껴지는 순간 낚아채면 된다.
낚싯대를 준비했다면 굳이 배를 타지 않아도 된다. 선착장 방파제 주변은 초보자도 손쉽게 낚을 수 있는 곳이다. 그중 최근 새로 쌓은 서쪽 방파제가 환상의 포인트. 물때만 잘 맞추면 1∼2시간 만에 한 가족 횟감은 충분히 잡는다. 섬에 마땅한 백사장이 없어 해수욕을 하기 어렵지만 짜릿한 손맛으로 그 아쉬움을 충분히 달랠 수 있을 것이다.
■ 자가운전
●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간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사천IC→3번 국도→3㎞→사천(좌회전)→33번 국도→고성→14번 국도→통영→연안여객선터미널. 서울서 5∼6시간 소요.
■ 현지교통
● 통영여객선터미널→연화도=욕지1호가 1일 2회(06:20 15:00) 운항, 1시간10분 소요. 어른 7200원, 어린이(만 3세 이상) 3600원. 연화도→통영=1일 2회(08:40 17:25) 운항. 통영시 산양읍 삼덕항에서도 연화도를 왕복하는 배편이 1일 2∼3회 있다. 통영여객선터미널(055-648-2927).
● 통영유람선터미널(055-645-2307, www.uram.co.kr)에서 연화도 유람선이 부정기적으로 왕복 운항. 3시간10분 소요. 어른 1만6500원. 섬내 교통편=연화도엔 대중교통편이 없다. 휴대폰 통화 가능.
■ 숙식
● 6대째 연화도에 살고 있는 최균주씨가 운영하는 우리민박(055-642-6717)에 묵으면 섬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자세히 들을 수 있다. 또 한 가족이 2만원쯤 지급하면 1시간 정도 배낚시를 경험할 수 있다. 낚시장비를 준비 못한 사람들에게 간단한 낚시 채비를 빌려준다.
이 외에 전망이 좋은 화원민박(055-645-2242), 용머리민박(055-643-6915) 등 10여 가구가 민박을 친다. 대부분 민박 손님에게 식사(1인분 5000원)를 제공한다. 작은 방 2만원, 큰 방 3만원.
식사할 수 있는 횟집과 생필품을 살 수 있는 가게도 있다.
통영시청 홈페이지(www.gnty.net), 욕지면사무소 (055)642-5119.
연화도=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이 땅에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 36' 저자
2004.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