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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잡가(十二雜歌) 가사
1. 유산가(遊山歌)
봄을 맞아 구경하기를 권하고 봄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노래한다.
잡가는 전문적인 소리꾼들에 의해 불려졌던 민속 성악곡으로 19세기 무렵부터 성행했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 경기ㆍ서도ㆍ남도잡가 등으로 구분되는데, 그 지역에서 불려지는 민요와 동일한 선법으로 되어 있지만 선율과 장단, 형식 등이 민요에 비하여 어렵고 세련된 것이 특징이다.
19세기 이후의 경기잡가는 주로 사계축(지금의 서울 만리동과 청파동 일대)의 소리꾼들에 의해 전승되었으며,
현재 불려지는 ‘유산가’는 이때의 사계축 소리꾼 가운데 한 사람인 박춘경에 의해 정리된 것이라 한다.
12가사 중에서 ‘백구사’를 가사의 백미로 한다면, 잡가에서는 ‘유산가’를 잡가의 백미로 꼽는다.
만물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봄을 맞아 산천경개 구경하기를 권하고 봄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노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드리장단에 얹어 서도소리 선법으로 부른다.
유산가(遊山歌) 가사
화란춘성(花爛春城)하고 만화방창(萬化方暢)이라.
때 좋다, 벗님네야, 산천경개(山川景槪)를 구경을 가세.
죽장망혜(竹杖芒鞋) 단표자(單瓢子)가니,
만산홍록(滿山紅綠)들은 일년일도(一年一度) 다시 피어
춘색(春色)을 자랑노라 색색이 붉었는데,
창송취죽(蒼松翠竹)은 창창울울(蒼蒼鬱鬱)한데,
기화요초(琪花瑤草) 난만중(爛漫中)에
꽃 속에 잠든 나비 자취 없이 날아난다.
유상앵비(柳上鶯飛)는 편편금(片片金)이요,
화간접무(花間蝶舞)는 분분설(紛紛雪)이라.
삼춘가절(三春佳節)이 좋을씨고.
도화만발점점홍(桃花滿發點點紅)이로구나.
어주축수애삼춘(漁舟逐水愛三春)이어든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예 아니냐.
양류세지사사록(楊柳細枝絲絲綠)하니
황산곡리당춘절(黃山谷裏當春節)에
연명오류(淵明五柳) 예 아니냐.
제비는 물을 차고, 기러기 무리져서
거지중천(居之中天)에 높이 떠서
두 나래 훨씬 펴고, 펄펄펄 백운간(白雲間)에 높이 떠서
천리 강산 머나먼 길을 어이 갈꼬 슬피운다.
원산(遠山)은 첩첩(疊疊), 태산(泰山)은 주춤하여,
기암(奇岩)은 층층(層層), 장송(長松)은 낙락(落落),
에이구부러져 광풍(狂風)에 흥을 겨워 우줄우줄 춤을 춘다.
층암 절벽상(層岩絶壁上)의 폭포수(瀑布水)는 콸콸,
수정렴(水晶簾) 드리운 듯, 이골 물이 주루루룩, 저 골 물이 ??,
열에 열 골 물이 한데 합수(合水)하여 천방져 지방져 소쿠라지고 펑퍼져,
넌출지고 방울져, 저 건너 병풍석(屛風石)으로 으르렁 콸콸
흐르는 물결이 은옥(銀玉)같이 흩어지니,
소부허유(巢父許由) 문답하던 기산영수(箕山潁水) 예 아니냐.
주곡제금(奏穀啼禽)은 천고절(千古節)이요,
적다정조(積多鼎鳥)는 일년풍(一年豊)이라.
일출낙조(日出落照)가 눈앞에 벌여나 경개무궁(景槪無窮) 좋을씨고.
2. 적벽가 (赤壁歌)
삼국지의 내용 중 적벽대전에서 크게 패한 조조가 관운장에게 목숨을 비는 광경을 그린 노래이다.
적벽가는 두 갈래가 있는데, 판소리 ‘적벽가’와 잡가 ‘적벽가’가 그것이다.
서울지방 12잡가 중 하나인 ‘적벽가’는 삼국지(三國志)의 내용 중 적벽대전에서 크게 패한 조조(曹操)가
관운장에게 목숨을 비는 광경을 그린 노래이다.
싸움에 몰린 조조가 화용도로 쫓겨 가는 초라한 행색과 이긴 자의 충천하는 위엄을 눈앞에 그리듯이 묘사하고 있다.
전반에는 조조의 구차한 구명을 그리고, 후반에는 관우의 너그러운 덕으로 조조가 목숨을 건져 화용도를 벗어나는 데까지를 엮었다.
도드리장단에 얹어 서도소리 선법으로 부른다.
적벽가 (赤壁歌) 가사
삼강(三江)은 수전(水戰)이요 적벽은 오병(?兵)이라
난데없는 화광(火光)이 충천(沖天)하니 조조(曹操)가 대패(大敗)하여
화용도(華容道)로 행(行)할 즈음에 응포일성에(應砲一聲)
일원대장(一員大將)이 엄심갑(掩心甲) 옷에
봉(鳳) 투구 저켜 쓰고 적토마(赤토馬) 비껴 타고 삼각수(三角鬚)를 거스릅시고
봉안(鳳眼)을 크게 뜹시고 팔십근(八十斤) 청룡도(靑龍刀)7) 눈 위에 선뜻 들어
엡다 이놈 조조야 날다 길다 하시는 소래 정신(精神)이 산란(散亂)하여
비나이다 비나이다 잔명(殘命)을 살으소서 소장(小將)의 명(命)을
장군전하(將軍前下)에 비나이다.
전일(前日)을 생각하오 상마(上馬)에 천금(千金)이요.
하마(下馬)에 백금(百金)이라.
오일(五日)에 대연(大宴)하고 삼일(三日)에 소연(小宴) 할 제
한수정후(漢壽亭候) 봉(封)한 후에 고대광실(高臺廣室) 높은 집에
미녀충궁(美女充宮)하였으니 그 정성을 생각하오.
금일 조조가 적벽(赤壁)에 패하야 말은 피곤 사람은 주리워
능히 촌보(寸步)를 못하겠으니 장군후덕(將軍厚德)을 입사와지이다
네 아무리 살려고 하여도 사지 못할 말 듣거라
네 정성 갚으려고 백마강(白馬江) 싸움에 하북명장(河北名將) 범 같은 천하장사(天下壯士)안량(顔良) 문추(文醜)를 한 칼에 선듯 버혀 네 정성을 깊은 후에 한수정후(漢壽亭候)
인병부(印兵符) 끌려 원문(轅門)에 걸고 독행천리(獨行千里)하였으니 네 정성만 생각하느냐
이놈 조조야 너 잡으러 여기 올 제 군령장(軍令狀) 두고 왔다
네 죄상을 모르느냐 천정(天情)을 거역(拒逆)하고 백성을 살해(殺害)하니
만민도탄(萬民塗炭)을 생각지 않고 너를 어이 용서하리
간사한 말을 말고 짤은 목 길게 늘여 청룡도(靑龍刀) 받으라
하시는 소래 일촌간장(一村肝臟)이 다 녹는다
소장(小將) 잡으시려고 군령장(軍令狀) 두셨으나 장군님 명(命)은
하늘에 달립시고 소장(小將)의 명은 금일 장군전(將軍前)에 달렸소
어집신 성덕(聖德)을 입사와 장군전하(將軍前下) 살아와지이다
관왕(關王)이 들읍시고 잔잉(殘仍)히 여기사 주창(周倉)으로 하여금
오백도부수(五百刀斧手)를 한편으로 치우칩시고 말머리를 돌립시니
죽었던 조조가 화용도(華容道) 벗어나 조인(曹仁) 만나 가드란 말이냐.
3. 제비가(燕子歌 :연자가)
‘제비가 별조’라고도 하며 새를 주제로 한 곡이다.
새를 주제로 한 이 곡은 ‘제비가 별조’라고도 하며 한자곡명은 ‘연자가(?子歌)’이다. 곡의 처음이 “만첩 산중 늙은 범 살찐 암캐를 물어다 놓고 어르고 노닌다.
광풍에 낙엽처럼 벽허(碧虛) 둥둥 떠나간다”는 독특한 내용으로 시작하나
뒷부분으로 갈수록 평이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 곡은 매우 널리 애창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곡조와 리듬의 변화가 재미있게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초반부는 도드리장단이고, “제비를 후리러 나간다”부터 세마치장단으로 바뀌면서
다른 긴 잡가에서 맛볼 수 없는 비약적인 가락이 돋보인다.
제비가(燕子歌 :연자가) 가사
만첩산중(萬疊山中) 늙은 범 살찐 암캐를 물어다 놓고 에 - 어르고 노닌다.
광풍(狂風)의 낙엽처럼 벽허(碧虛) 둥둥 떠 나간다.
일락서산(日落西山) 해는 뚝 떨어져 월출동령(月出東嶺)에 달이 솟네.
만리장천(萬里長天)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제비를 후리러 나간다. 제비를 후리러 나간다.
복희씨(伏羲氏) 맺힌 그물을 두루쳐 메고서 나간다.
망탕산(芒宕山)으로 나간다.
우이여 - 어허어 어이고 저 제비 네 어디로 달아나노.
백운을 박차며 흑운을 무릅쓰고 반공중에 높이 떠
우이여- 어허어 어이고 달아를 나느냐 내 집으로 훨훨 다 오너라.
양류상(楊柳上)에 앉은 꾀꼬리 제비만 여겨 후린다.
아하 이에이 에헤이 에헤야 네 어디로 행하느냐
공산야월(空山夜月) 달 밝은데 슬픈 소래 두견성(杜鵑聲)
슬픈 소래 두견제(杜鵑啼) 월도천심야삼경(月到天心夜三更)에
그 어느 낭군이 날 찾아오리
울림비조(鬱林飛鳥) 뭇새들은 농춘화답(弄春和答)에 짝을 지어
쌍거쌍래(雙去雙來) 날아든다.
말 잘 하는 앵무새 춤 잘 추는 학두루미 문채 좋은 공작
공기 적다 공기 뚜루루루루룩 숙궁 접동 스르라니 호반새 날아든다.
기러기 훨훨 방울새 떨렁 다 날아들고 제비만 다 어디로 달아나노.
4. 집장가 (執杖歌)-
판소리 <춘향가> 중의 집장가 대목을 노래한다.
잡가는 전문적인 소리꾼들에 의해 불려졌던 민속 성악곡으로 19세기 무렵부터 성행했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 경기ㆍ서도ㆍ남도잡가 등으로 구분되는데, 그 지역에서 불려지는 민요와 동일한 선법으로 되어 있지만 선율과 장단, 형식 등이 민요에 비하여 어렵고 세련된 것이 특징이다.
‘집장가’는 판소리 <춘향가> 중의 집장가 대목을 노래한 것이다.
춘향이 관장답지 못한 변사또에게 엄숙한 말로 “유부겁탈하는 것은 죄 아니고 무엇이오.”하고
대꾸함을 마지막으로 모진 형벌을 받게 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집장사령이 형장(刑杖)을 다루는 모습과 형장을 들고 내닫는 모습,
춘향이 엄형을 당하는 형상 등을 세마치장단에 얹어 엮어 나간다.
집장가 (執杖歌) 가사
집장군노(執杖軍奴) 거동을 봐라.
춘향을 동틀에다 쪼윽라니 울려 매고
형장(刑杖)을 한 아름을 듸립다 덥석 안아다가
춘향의 앞에다가 좌르르 펄뜨리고
좌우 나졸 들이 집장 배립(排立)하여 분부 듣주어라.
여쭈어라 바로바로 아뢸 말삼 없소.
사또 언전에 죽여만 주오.
집장군노 거동을 봐라.
형장 하나를 고르면서 이놈 집어 느긋느긋 저놈 집어는청는청 춘향이를 곁눈을 주며 저 다리 들어라 골 부러질라.
눈 감아라 보지를 마라.
나 죽은들 너 매우 치랴느냐 걱정을 말고 근심을 마라.
집장군노 거동을 봐라.
형장 하나를 골라 쥐고 선뜻 들고 내닫는 형상
지옥문 지키었던 사자가 철퇴(鐵槌)를 들어 메고 내닫는 형상
좁은 골에 벼락치듯 너른 들[廣野]에 번개하듯 십리만치 물러섰다가
오리만치 달려 들어와서 하나를 드립다 딱 부치니
아이구 이 일이 웬 일이란 말이오.
허허 야 년아 말 듣거라.
꽃은 피었다가 저절로 지고 잎은 돋았다가
뚝뚝 떨어져서 허허한지 광풍(狂風)의 낙엽이 되어
청버들을 좌르르 훌터 맑고 맑은 구곡지수(九曲之水)에다가
풍기덩실 지두덩실 흐늘거려 떠나려 가는구나.
말이 못된 네로구나.
5. 소춘향가 (小春香歌)
판소리 ‘춘향가’ 중 춘향이 이도령과 처음 만나는 장면을 그린 노래로
서도소리 선법으로 부르는 노래이다.
판소리 춘향가 중에서 춘향이 이도령과 처음 만나는 장면을 그린 노래이다.
장단은 6박의 도드리장단이며, 서도소리 선법으로 부른다.
판소리에 춘향가의 이름이 있는 탓에‘춘향가’라 하지 못하고 ‘소춘향가’라 하였다.
소춘향가 (小春香歌) 가사
춘향(春香)의 거동(擧動) 봐라 오인(왼) 손으로 일광(日光)을 가리고
오른손 높이 들어 저 건너 죽림(竹林) 보인다
대 심어 울하고 솔 심어 정자(亭子)라
동편(東便)에 연정(蓮亭)이요 서편(西便)에 우물이라
노방(路傍)에 시매고후과(時賣故侯瓜)요
문전(門前)에 학종선생류(學種先生柳)라
긴 버들 휘늘어진 늙은 장송(長松) 광풍(狂風)에 흥을 겨워 우쭐 활활 춤을 춘다
사립문(柴門) 안에 삽사리 앉아 먼 산을 바라보며 꼬리치는 저집이오니
황혼(黃昏)에 정녕히 돌아를 오소
떨치고 가는 형상(形狀) 사람의 간장(肝臟)을 다 녹이느냐
너는 어연 계집 아희(兒?)관데 나를 종종(從從) 속이느냐
아하 너는 어연 계집 아희관데 장부간장(丈夫肝臟)을 다 녹이느냐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華時)에 해는 어이 아니 가노
오동야월(梧桐夜月) 달 밝은데 밤은 어이 수이 가노
일월무정(日月無情) 덧없도다
옥빈홍안(玉?紅顔)이 공로(空老)로다
우는 눈물 받아 내면 배도 타고 가련마는 지척동방천리(咫尺洞房千里)로다
바라를 보니 눈에 암암(暗暗)
6. 선유가 (船遊歌)
여러 가지 내용을 담고 있으며 ‘가세 가세’의 후렴이 중간에 삽입되기 때문에 ‘가세타령’이라고도 한다.
제목으로 보면, 산을 노래한 유산가(遊山歌)에 비교가 되는 것으로, 물놀이를 노래한 것이지만
가사의 내용은 물놀이와는 그다지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가세 가세”의 후렴이 중간에 삽입되기 때문에 “가세타령”이라고도 한다.
전체 6마루는 3마루씩 전후로 나뉘는데, 이 중 전반부 3마루를 선유가라 하고 후반부는 따로 떼어
‘풋고추’ 또는 ‘출인가’라고 하여 독립시키기도 한다. 도드리장단에 맞춰 부른다.
선유가 (船遊歌) 가사
가세 가세 자네 가세 가세 가세 눌러 가세.
배를 타고 놀러를 가세. 지두덩기어라 둥게 둥덩 덩실로 놀러 가세.
앞집이며 뒷집이라 각위(各位) 각집 처자들로 장부 간장 다 녹인다.
동삼월(冬三月) 계삼월(桂三月) 회양도(淮陽道) 봉봉(峯峯) 돌아들 오소.
아나 월선이 돈 받소.
가던 임은 잊었는지 꿈에 한 번 아니 보인다.
내 아니 잊었거든 젠들 설마 잊을쏘냐.
가세 가세 자네 가세 가세 가세 눌러 가세.
배를 타고 놀러를 가세. 지두덩기어라 둥게 둥덩 덩실로 놀러 가세.
이별이야 이별이야 이별 이자 내인 사람 날과 백년 원수로다.
동삼월 계삼월 화양도 봉봉 돌아들 오소. 아나 월선이 돈 받소.
살아 생전 생이별은 생초목에 불이 나니 불꺼 줄 이 뉘 있읍나.
가세 가세 자네 가세 가세 가세 눌러 가세.
배를 타고 놀러를 가세. 지두덩기어라 둥게 둥덩 덩실로 놀러 가세.
나는 죽네 나는 죽네 임자로 하여 나는 죽네.
나 죽는 줄 알 양이면 불원천리(不遠千里) 하련마는
동삼월 계삼월 회양도 봉봉 돌아를 오소 아나 월선이 돈 받소
박랑사중(博浪沙中) 쓰고 남은 철퇴(鐵槌) 천하장사(天下壯士) 항우(項羽)를 주어
깨치리라 깨치리라 이별 두 자 깨치리라
가세 가세 자네 가세 가세 가세 놀러 가세
배를 타고 놀러를 가세 지두덩기어라 둥게 둥덩 덩실로 놀러 가세
7. 형장가 (刑杖歌)
판소리 <춘향가> 중 신관사또에게 모진 형벌을 받고 옥중생활을 하는 춘향의 애닯은 심정을 노래한 것이다.
처음 네 마루는 도드리장단, 뒤의 18마루는 세마치장단에 맞추는데 유산가와 같은 조로 부른다.
형장가 (刑杖歌) 가사
형장(刑杖) 태장(笞杖) 삼(三) 모진 도리매로 하날치고 짐작할까
둘을 치고 그만 둘까 삼십도(三十度)에 맹장(猛杖)하니 일촌간장 다 녹는다.
걸렸구나 걸렸구나 일등춘향이 걸렸구나.
사또 분부 지엄하니 인정일랑 두지 마라 국곡투식(國穀偸食) 하였느냐
엄형중치(嚴刑重治)는 무삼 일고 살인도모 하였느냐.
항쇄족쇄(項鎖足鎖)는 무삼일고. 관전발악 하였느냐.
옥골추심(玉骨催甚)은 무삼 일고. 불쌍하고 가련하다.
춘향 어미가 불쌍하다 먹을 것을 옆에다 끼고
옥 모통이로 돌아들며 몹쓸년의 춘향이야 허락 한 마디 하려무나.
아이구 어머니 그 말씀 마오. 허락이란 말이 웬 말이오.
옥중에서 죽을망정 허락하기는 나는 싫소.
새벽 서린 찬 바람에 울고 가는 기러기야
한양성내 가거들랑 도련님께 전하여 주렴,
날 죽이오 날 죽이오. 신관사또 날 죽이오.
날 살리오 날 살리오. 한양낭군님 날 살리오.
옥같은 정갱이에 유혈이 낭자하니 속절없이 나 죽겠네.
옥같은 얼굴에 진주 같은 눈물이 방울방울방울 떨어진다.
석벽강상(石壁江上) 찬 바람은 살 쏘듯이 드리불고
벼룩 빈대 바구니는 예도 물고 제도 뜯네.
석벽에 섰는 매화 나를 보고 반기는 듯 도화유수묘연(桃花流水渺然)히
뚝 떨어져 굽이굽이굽이 솟아난다.
8. 평양가 (平壤歌)
8 혹은 9장단의 짧은 가락이 반복되는 단조로운 곡이다.
경기잡가는 경기도 지역에서 불려지는 민요와 동일한 선법으로 되어 있지만 선율과 장단, 형식 등이 민요에 비하여 어렵고 세련된 것이 특징이다.
‘평양가’는 제목과 달리 평양의 풍광이나 풍속을 읊은 것이 아니라 월선에 대한 연정을 표현한 노래이다.
곡명을 ‘평양가’라 한 것은 노랫말에 등장하는 월선이가 실존했던 평양기생이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6박 한 장단인 도드리 장단에 얹어 부르는 곡으로 여덟 혹은 아홉 장단의 짧은 가락이 반복되는 단조로운 곡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조로움과 시김새를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 담담한 표현으로 인해 오히려 예스러운 맛이 느껴지는 음악이다.
평양가 (平壤歌) 가사
갈까 보다 가리갈까 보다 임을 따라 임과 둘이 갈까 보다.
자진 밥을 다 못 먹고 임을 따라 임과 둘이 갈까 보다.
부모 동생 다 이별하고 임을 따라 임과 둘이 갈까 보다.
불붙는다. 평양성내 불이 불붙는다.
평양성 내 불붙으면 월선이 집이 행여 불갈세라.
월선이 집이 불이 불붙으면 육방관속(六房官屬)이 제가 제 알리라.
월선이 나와 소매를 잡고 가세 가세 어서 들어를 가세.
놓소 놓소 노리놓소 그려 직령(直領)소매 노리놓소 그려.
떨어진다 떨어진다 떨어진다 떨어진다 직영소매 동이 동떨어진다.
상침(上針) 중침(中針) 다 골라내어 세(細)모시 당사(唐絲)로 가리감춰 줌세.
9. 달거리
‘월령가’라가도 하며 남녀간의 애정, 자연풍광 등을 노래하고 있다.
월별(月別)로 노래하였다 하여 ‘월령가(月令歌)’라고도 한다.
그러나 정월부터 3월까지만 월별로 노래하였을 뿐 “적수단신”이하부터는 노래가사를 월별로 맞춰나가는 월령체(月令體)를 사용하지 않고 남녀간의 애정, 자연풍광 등을 읊고 있다.
이 노래가 서울지방에서 즐겨 불려졌다고 하는데, 그 까닭은 일반적인 긴잡가 대부분이 차분하고 느린 도드리장단인데 비해서 달거리는
세마치장단-도드리장단-굿거리장단 등으로 구성되어 장단의 변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달거리 가사
네가 나를 볼양이면 심양강 건너와서 연화분(蓮花盆)에 심었던
화초 삼색도화(三色桃花) 피었더라.
이 신구 저 신구 잠자리 내 신구 일조낭군(一朝郞君)이 네가 내 건곤(乾坤)이지
아무리 하여도 네가 내 건곤이지.
정월이라 십오일에 망월(望月)하는 소년들아.
망월도 하려니와 부모봉양 생각세라.
아무리 하여도 네가 내 건곤(乾坤)이지.
이 신구 저 신구 잠자리 내 신구 일조낭군(一朝郞君)이 네가 내 건곤(乾坤)이지
아무리 하여도 네가 내 건곤이지.
이월이라 한식(寒食)날에 천추절(千秋節)이 적막이로다.
개자추(介子推)의 넋이로구나.
면산에 봄이 드니 불탄 풀 속잎이 난다.
이 신구 저 신구 잠자리 내 신구 일조낭군(一朝郞君)이 네가 내 건곤(乾坤)이지
아무리 하여도 네가 내 건곤이지.
삼월이라 삼짇날에 강남서 나온 제비 왔노라 현신(現身)한다.
이 신구 저 신구 잠자리 내 신구 일조낭군(一朝郞君)이 네가 내 건곤(乾坤)이지
아무리 하여도 네가 내 건곤이지.
적수단신(赤手單身) 이내 몸이 나래 돋힌 학(鶴)이나 되면 훨훨 수루루룽 가련마는
나아하에 지루에 에도 산이로구나.
안올림 벙거지에 진사상모(眞絲象毛)를 덤벅 달고 만석당혜(萬?唐鞋)를 좌르르 끌며 춘향아 부르는 소래 사람의 간장(肝腸)이 다 녹는다.
나아하에 지루에 에도 산이로구나.
경상도 태백산(太白山)은 상주(尙州) 낙동강이 둘러있고,
전라도 지리산(智異山)은 두치강(豆治江)이 둘러있고,
충청도 계룡산은 공주(公州) 금강(錦江)이 다 둘렀다.
나아하에 지루에 에도 산이로구나.
좋구나 매화로다 어야 더야 어허야 에 디여라 사랑도 매화로다.
인간이별 만사(萬事) 중에 독수공방(獨守空房)이 상사난(相思難)이란다.
좋구나 매화로다 어야 더야 어허야 에 디여라 사랑도 매화로다.
안방 건너방 가로닫이 국화새김의 완자문이란다.
좋구나 매화로다 어야 더야 어허야 에 디여라 사랑도 매화로다.
어저께 밤에도 나가자고 그저께 밤에는 구경 가고
무삼 염치로 삼승(三升)버선에 볼 받아 달라나.
좋구나 매화로다 어야 더야 어허야 에 디여라 사랑도 매화로다.
나무로 치면은 행자목(杏子木) 돌로 쳐도 장군석(將軍石) 음양(陰陽)을 좇아 마주섰고,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 한가운데는 신동(神童)이 거북의 잔등이 한 나비로다.
좋구나 매화로다 어야 더야 어허야 에 디여라 사랑도 매화로다.
나 돌아감네 에헤 나 돌아감네 떨떨거리고 나돌아 가노라.
좋구나 매화로다 어야 더야 어허야 에 디여라 사랑도 매화로다.
10. 십장가 (十杖歌)
판소리 ‘춘향가’ 중 한 대목인 ‘십장가’를 경기잡가 양식으로 부르는 노래이다.
서울ㆍ경기지방의 12잡가 가운데 하나이다.
잡가(雜歌)는 가곡ㆍ가사로 대표되는 정가(正歌)에 대비되는 용어로서,
정가가 아닌 모든 곡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소리를 업으로 하는 전문적인 소리꾼에 의해 불려진다는 점과 민요에 비해 긴 사설의 통절형식이 많다는 점에서 민요와 구분된다.
십장가는 판소리 <춘향가> 중 한 대목인‘십장가’를 경기잡가 양식으로 부른 것이다.
춘향이 매를 맞으며 두 지아비를 섬기지 않겠다는 절개를 도드리장단에 얹어 부른다.
십장가 (十杖歌) 가사
전라좌도(全羅左道) 남원(南原) 남문 밖 월매(月梅) 딸 춘향(春香)이가 불쌍하고 가련하다
하나 맞고 하는 말이 일편단심(一片丹心) 춘향이가
일종지심(一從之心) 먹은 마음 일부종사(一夫從事)하쟀더니
일각일시(一刻一時) 낙미지액(落眉之厄)에 일일칠형(一日七刑) 무삼 일고
둘을 맞고 하는 말이 이부불경(二夫不敬) 이내 몸이
이군불사(二君不事) 본을 받아 이수중분백로주(二水中分白鷺洲) 같소
이부지자(二父之子) 아니어든 일구이언(一口二言)은 못하겠소
셋을 맞고 하는 말이 삼한갑족(三韓甲族) 우리 낭군 삼강(三綱)에도 제일이요
삼촌화류승화시(三春花柳勝華時)에 춘향이가 이 도령(李道令) 만나
삼배주(三盃酒) 나눈 후에 삼생연분(三生緣分) 맺었기로 사또 거행(擧行)은 못 하겠소 넷을 맞고 하는 말이 사면(四面) 차지 우리 사또 사서삼경(四書三經) 모르시나
사시장춘(四時長春) 푸른 송죽 풍설이 잦아도 변치 않소
사지(四肢)를 찢어다가 사방으로 두르서도 사또 분부는 못듣겠소
다섯 맞고 하는 말이 오매불망(寤寐不忘) 우리 낭군 오륜(五倫)에도 제일이요
오날 올까 내일 올까 오관참장(五關斬將) 관운장(關雲長) 같이
날랜 장수 자룡(子龍)같이 우리 낭군만 보고지고
여섯 맞고 하는 말이 육국유세(六國遊說) 소진(蘇秦)이도 날 달래지 못하리니
육례연분(六禮緣分) 훼절(毁節)할 제 육진광포(六鎭廣布)로 질끈 동여
육리청산(六里靑山) 버리서도 육례연분(六禮緣分)은 못 잊겠소
일곱 맞고 하는 말이 칠리청탄(七里靑灘) 흐르는 물에 풍덩실 넣으셔도
칠월칠석 오작교(烏鵲橋)에 견우직녀(牽牛織女) 상봉(相逢)처럼 우리 낭군만 보고지고
여덟 맞고 하는 말이 팔자(八字)도 기박(奇薄)하다
팔괘(八卦)로 풀어 봐도 벗어날 길 바이없네
팔년풍진초한시(八年風塵楚漢時)에 장량(張良)같은 모사(謀士)라도
팔진광풍(八陣狂風) 이 난국(難局)을 모면(冒免)하기 어렵거든
팔팔결이나 틀렸구나 애를 쓴들 무엇하리
아홉 맞고 하는 말이 구차(苟且)한 춘향이가 굽이굽이 맺힌 설움
구곡지수(九曲之水) 아니어든 구관자제(舊官子弟)만 보고지고
열을 맞고 하는 말이 십악대죄(十惡大罪) 오날인가 십생구사(十生九死)할지라도
시왕전(十王前)에 매인 목숨 십륙세(十六歲)에 나는 죽네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나님전 비나이다
한양(漢陽) 계신 이 도령(李道令)이 암행어사(暗行御史) 출도(出到)하여 이내 춘향을 살리소서
11. 출인가 (出引歌)
12잡가의 하나인 ‘선유가’의 후반부를 따로 떼어 도드리 장단에 맞추어 부른다.
잡가는 전문적인 소리꾼들에 의해 불려졌던 민속 성악곡으로 19세기 무렵부터 성행했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 경기ㆍ서도ㆍ남도잡가 등으로 구분되는데, 그 지역에서 불려지는 민요와 동일한 선법으로 되어 있지만 선율과 장단, 형식 등이 민요에 비하여 다소 복잡하고 세련된 것이 특징이다.
19세기 이후의 경기잡가는 주로 사계축(지금의 서울 만리동과 청파동 일대)의 소리꾼들에 의해 전승된 것이다.
‘출인가’는 같은 12잡가의 하나인‘선유가’의 후반부 “풋고초 절이김치~”이하를 따로 떼어 부르는 곡으로,
가사의 첫 구절을 따 ‘풋고초’라고도 한다.
춘향과 이도령이 이별하는 내용 등 여러 가지 일관되지 않은 내용이 얽혀 있으며, 도드리장단에 맞추어 부른다.
출인가 (出引歌) 가사
풋고초 절이김치 문어 전복 곁들여 황수조 꿀 타
향단이 들려 오리정으로 나간다.
어느 년 어느 때 어느 시절에 다시 만나 그리던 사랑을 품안에 품고
사랑 사랑 내 사랑아 에- 어화둥개 내 건곤
이제 가면 언제 오뇨 오만 한(恨)을 일러 주오,
명년 춘색 돌아를 오면 꽃 피거든 만나 볼까.
놀고 가세 놀고 가세 너고 나고 나고 너고만 놀고 가세.
곤히 든 잠 행여나 깨울세라 등도 대고 배도 대며 쩔래쩔래 흔들면서
일어나오 일어나오 겨우 든 잠 깨어나서 눈 떠 보니 내 낭군일세.
그리던 임을 만나 만단정회(萬端情懷) 채 못하여
날이 장차 밝아 오니 글로 민망하노매라.
놀고 가세 놀고 가세 너고 나고 나고 너고만 놀고 가세.
오날 놀고 내일 노니 주야장천에 놀아 볼까.
인간 칠십을 다산다고 하여도 밤은 자고 낮은 일어나니 사는 날이 몇 날인가.
12. 방물가 (房物歌)
님을 한양으로 떠나보내는 여인의 애절한 마음과 그 마음을 모른채 방물을 들추어내며 돈자랑하는 촌부자의 노래이다.
경기지방 12잡가 가운데 한 곡으로 도드리장단에 맞추어 부른다.
방물(房物)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한양으로 떠나는 님을 그리며 애가 타는 아녀자의 속도 모르고,
집 치례ㆍ세간 치례ㆍ의복 치례ㆍ 노리개 치례 등 허다한 물건을 들추어내며 그녀의 소원을 풀어 주겠다며 돈 자랑하는 촌부자의 노래이다.
방물가 (房物歌) 가사
서방(書房)님 정(情) 떼고 정(正) 이별(離別)한대도 날 버리고 못 가리라
금일 송군(送君) 임 가는데 백년소첩(百年小妾) 나도 가오 날 다려 날 다려 날 다려가오
한양낭군(漢陽郞君)님 날 다려가오 나는 죽네 나는 죽네 임자로 하여 나는 죽네
네 무엇을 달라고 하느냐 네 소원을 다 일러라 제일명당(第一名堂) 터를 닦아
고대광실(高臺廣室) 높은 집에 내외분합(內外分閤) 물림퇴며
고불도리 선자(扇子) 추녀 헝덩그렇게 지어나 주랴 네 무엇을 달라고 하느냐
네 소원을 다 일러라 연지분(?脂粉) 주랴 면경(面鏡) 석경(石鏡) 주랴
옥지환(玉指環) 금봉차(金鳳 ) 화관주(花冠珠) 딴 머리 칠보(七寶) 족두리 하여나 주랴
네 무엇을 달라고 하느냐 네 소원을 다 일러라 세간 치례(致禮)를 하여나 주랴
용장(龍欌) 봉장(鳳欌) 귓도리 책상이며
자개 함롱(函籠) 반다지 삼층 각계수리 이층(二層) 들미장(欌)에
원앙금침(鴛鴦衾枕) 잣베게 샛별 같은 쌍요강(雙尿江) 발치발치 던져나 주랴
네 무엇을 달라고 하느냐 네 소원을 다 일러라 의복 치례(衣服致禮)를 하여나 주랴
보라[藍色] 항릉(亢綾) 속저고리 도리볼수 겉저고리 남문대단 잔솔치마
백방수화주 고장바지 물면주 단속곳에 고양 나이 속버선에 몽고삼승 겉버선에
자지 상직 수당혜(繡唐鞋)를 명례궁(明禮宮) 안에 맞추어 주랴
네 무엇을 달라고 하느냐 네 소원을 다 일러라
노리개 치레를 하여나 주랴
은(銀)조로롱 금(金)조로롱 산호(珊瑚)가지 밀화불수(蜜花佛手) 밀화장도(蜜花粧刀) 곁칼이며
삼천주 바둑실을 남산(南山)더미만큼 하여나 주랴
나는 싫소 나는 싫소 아무것도 나는 싫소
고대광실도 나는 싫고 금의옥식(錦衣玉食)도 나는 싫소
원앙충충 걷는 말에 마부담(馬負擔)하여 날 다려 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