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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시대] 시놉시스
감 격 시 대
(2013.03.12)
형 식 : 32부작 X 70분물
기 획 이현석
원 작 방학기
극 본 김진수, 고영오, 이윤환
제작 (주) 황금소나무
기 획 의 도
1930년대 세계 최고의 화려한 도시 상하이의 외국인 조차지를 배경으로
한·중·일 3국 낭만주먹들이 펼쳐내는 사랑,의리, 우정의 환타지 오락드라마.
제 작 방 향
1. 로맨틱 느와르다.
홍콩느와르에 비견하여 상하이 느와르라고나 할까
상하이의 화려한 색채감을 배경으로 심플하고 강렬한 액션과 모험,
러브스토리가 멋있게 전개될 것이고,
한·중·일 3국 주먹들의 대결, 우정이 마치 현재 각국의 대리전쟁인 것 처럼
갈등과 흥미진지함을 더할 것이다.
2. 강렬한 러브스토리.
주조연을 망라하여 드라마 전반에 잘 짜여진 강렬하고도 심금을 울리는 멜로라인이
이전의 무풍지대나 왕초, 야인시대와는 달리 지금의 시점에 맞는 세련된 드라마 전개를 보일 것이다.
3. 새롭고 매력적인 캐릭터, 풍부한 에피소드.
뚜렷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와 인간관계를 통해 극의 재미를 집중화시키고,
흥미 있고 강한 개성의 주변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풍부한 에피소드를 통해
드라마의 재미를 보강하여 빠른 템포의 쉽고 단순하고 에너제틱한 드라마를 추구한다.
4. Visual Effect
열차 추적 씬(도비노리), 다양하고 격렬한 한·일 고수들간의 흥미진진한 격투 씬 등에 모션 픽쳐 등의 다양한 촬영기법과 완성도 높은 CG를 사용하여 새로운 액션의 패턴을 도입, 화려하고 흥미진지한 볼거리로 시청자를 흡인한다.
인물관계도
등장인물
신정태 (남자, 아역 15세 무렵부터 20대 후반까지)
악동 같은 영웅!
엉뚱하고 덜렁대기도 하지만 승부에 임해서는 180도 달라지는 빈틈없고 치열한 파이팅 아티스트다.
타고난 승부욕과 혈기로 내로라하는 주먹들을 꺾고 상하이 뒷골목을 제패, 대륙 최고의 파이터로 등극하는 불세출의 사나이.
사랑 앞에서는 어쩔 줄 몰라 하나, 어떤 남자도 그 앞에서는 비겁해지기 싫고, 남자답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함께 가졌다.
독립단원인 아버지의 일본 요인 저격 사건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이 될 수도 있다는 자책감으로 인하여,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는 절대적 신념을 갖는다.
그리하여 대륙 최고의 파이터임에도 불구하고 독립단원이 되는 것을 회피하게 되며, 수많은 싸움에서 결코 무기를 들지도, 사람을 죽이지도 않는다.
나이 열다섯 살에 아버지를 잃은 후 신의주 명화관 김성덕의 손에서 자라게 된다.
성덕의 딸 옥련과 동갑이었던 정태는 옥련과는 친오누이처럼 자라며 우애와 정을 쌓아간다.
경성 부잣집의 도련님 김수옥이 나타나 옥련의 마음에 돌을 던지기 시작할 때도 옥련에 대한 더 큰 사랑으로 수옥을 도와준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옥련에 대한 사랑이 있지만, 수옥에 대한 옥련의 사랑을 알기에 선뜻 다가서지 못하고 ‘키다리 아저씨’처럼 뒤에서 말없이 사랑에 달뜬 마음을 달랜다.
그러나 옥련을 찾아 상하이에 온 후 적극적으로 옥련을 사랑하며 목숨을 다하여 그녀를 지켜낸다.
윤옥련 (여자, 아역 15세 무렵부터 20대 후반까지)
얼굴은 경성인데 성격은 신의주!
예쁜 얼굴에 호방한 서북기질을 가진 당차고 씩씩한 아가씨다.
어수선한 시대(時代)… 그녀에게도 시련은 닥친다.
천방지축 말괄량이 아가씨는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무작정 상경한다.
그리고 사랑을 시작한다.
신의주에서 한 철을 지냈던 추억 속의 도련님 김수옥!
그와 경성에서 재회한 것이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한 상대를 다시 만난 설렘의 파장은 그 어떤 폭탄보다 강렬했다.
예기치 않은 일본군의 습격으로 수옥이가 죽은 후 옥련은 독립운동에 매진한다.
그러나 자기 눈앞에서 자기 대신 죽어간 첫사랑(!) 수옥을 가슴 깊이 간직한 채 결코 잊지 못한다.
신의주를 빠져나온 옥련은 상하이로 옮겨와 ‘제인’이라는 이름의 가수가 된다.
마타하리에 비견되는 팔색조의 모습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한 손에는 마이크를, 한 손에는 폭탄을 든 한인애국단(KPA)의 정예요원이 된 것.
그렇게 사랑의 감정마저 지우고 투사가 된 옥련 앞에 죽은 줄만 알았던 김수옥이 나타난다. 꿈에도 잊지 못하던 첫사랑 김수옥이 살아있다니!
옥련은 가슴 떨리는 감회에 오열한다.
그러고 늘 ‘키다리 아저씨’만 같았던 신정태의 진심어린 사랑 앞에서 깊이 갈등한다.
김수옥 (남자, 18세-20대 후반까지)
소년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하고 예술에 심취했던 섬세하고 이지적인 사내.
부잣집 도련님에서 방황하는 인텔리겐챠로, 또 비정한 아편상으로 변모하는 서글픈 청춘(靑春).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신의주를 찾았을 때만 해도 수옥은 행복했다.
경성과는 다른 풍광과 분위기가 새로웠다.
무엇보다 가장 큰 충격은 새로 만난 친구들! 정태, 옥련, 수빈, 짱똘, 승태(승태).
이들은 스스로 생계를 위해 돈을 벌고 있었다.
오늘 돈을 벌지 못하면 내일 굶어 죽을 수도 있는 각박한 국경 도시의 아이들.
하지만 그들은 순수했고 솔직했고 한편 치열했다.
특히 정태가 맘에 들었다.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의협심이 좋았다.
정성껏 옮겨 적은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를 선물해도 좋을 만큼 정태는 싸움에 대해선 철학적인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옥련은 매력이 넘쳤다.
유행처럼 번져가는 경박한 신여성들과는 다른 담백함과 순정을 가지고 있었다.
기뻤다. 그렇게 한 철 만나고 헤어지는 친구치곤 훌륭한 녀석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몰랐다. 그들의 삶과 시대의 격정에 휘말려 폭풍 같은 삶은 살게 될 줄은…
▢ 함께 있어 행복했던 그들! 정태의, 또 수옥의 친구들.
박수빈 (남자, 아역 15세부터 20대 후반까지) 별명 박박사. 인력거꾼
한때 신의주를 호령하던 지주 집안의 아들.
그러나 일본인 개발업자들에게 땅을 빼앗겨 집은 몰락했다.
끝까지 땅의 주인이라 대성일갈하던 할아버지는 논바닥을 뒤엎고 철도기지창이 들어서자 분을 이기지 못한 채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친구들과의 우정도 독립운동도 묵묵히 표나지 않게 언제나 최선의 모습을 다하는 겸손한 모습으로 인생의 최종 승자가 된다.
짱똘이 (남자, 아역 15세부터 20대 중반까지)본명 장석돌
천애고아다. 부모와 가정에 대한 그리움과 정에 굶주려 있다.
자신에 대한 작은 관심에도 뛸 듯이 기뻐하며 사소한 외면에는 심하게 아파한다.
구걸로 잔뼈가 굵은 길거리 인생답게 눈치는 히카리 특급이고, 말은 청산유수 압록강이다. 낯가리지 않고 자리 가리지 않으며 아무데나 쩍쩍 달라붙는 오뉴월 엿가락 같은 성격.
길바닥에서 단련된 넉살과 배짱으로 어딜 가나 남들의 주목을 끈다.
중국 노래도 곧 잘하고 물구나무서기와 접시돌리기 같은 중국식 기예도 할 줄 안다.
말수 적은 신정태의 활약상을 알리는 따따부따 변사로,
때로는 신정태의 삶에 웃음을 주는 감초로 즐거운 인생을 살아간다.
상하이로 옮겨온 후 특유의 넉살과 말재주로 영국인 여자 수잔과 동거를 시작한다.
한 때, 정태와의 우정을 배신하여 비겁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사고뭉치지만 결코 미워할수 없는 인물.
배승태(남자, 아역 15세. 20대 중반) 한국식 발음은 승태. 별명 미꾸라지.
국경 도시 신의주에서 특이하게도 일식주점(청송회관)을 운영하는 집안의 아들.
상하이에서는 상해명보(桑海明報)라는 신문의 기자로 활동한다.
아오끼와 ‘매화’라는 기생을 두고 연적이 되었던 전력이 있다.
아오끼의 감시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문기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상하이 유력 일간지인 상해명보의 기자로 활약하며 정태를 돕는다.
매화는 승태가 사랑했던 여인이다.
승태는 아오끼의 여자가 된 매화를 구하기 위해 신정태와 함께 병영으로까지 쳐들어간다.
그러나 매화는 승태를 보호하기 위해 아오끼의 권총 앞에 서고
한 송이 꽃잎처럼 스러지던 첫사랑 매화의 모습을 끝까지 잊지 못하는 승태는,
나중, 수옥의 여인 산홍과 사랑을 이루게 된다.
매화 (여자, 20대 초반) 본명 한순정.
승태가 첫 눈에 반한 여인. 매화도 승태를 사랑한다.
그러나 데구치가야의 계략에 의해 아오끼의 여인이 되고 만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 아오끼를 상대로 승태는 치열한 사랑의 투쟁을 감행한다.
그러나 매화는 승태가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 싫었다.
자신과 사랑하면 반드시 죽음을 면치 못 하게 될 승태를 위해 매화는 승태를 버린다.
하지만 사랑에 미친 승태는 매화를 찾아 신정태와 함께 아오끼의 병영까지 침투한다.
매화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매화는 아오끼의 아이를 가지고 있었다.
아오끼의 총구가 승태를 노리는 순간, 매화가 달려가 승태를 막아선다.
매화는 한 떨기 꽃잎처럼 쓰러지는데…
▢ 신정태 주변 인물들
김성덕 (여자, 40세부터) 옥련 어머니, 요정 명화관 마담, KPA제2반장
신의주 명화관의 마담. 작은 체구에 깔끔하고 대범한 성격.
평양 권번 출신의 기녀였지만 사대부가 여인의 대쪽 같이 엄한 면을 지니고 있다.
아버지를 잃은 어린 정태를 거두어 자기 자식처럼 키운다. 아니 친자식인 옥련보다 더 엄하고 혹독하게 키운다.
스스로 KPA단원이 되어 목숨을 건 독립 투쟁에 나선다.
일생의 소원인 독립을 끝내 보지 못하고 옥련에게 그 소임을 부탁한다.
상하이로 옮겨간 후 KPA의 안살림을 도맡아 단원들을 격려하고 그들의 가족들을 알뜰살뜰 챙기는 만인의 엄마가 된다.
영감 최수리 (남자, 50세부터) 다재다능한 포수
지금은 비록 산천을 떠도는 늙은 사냥꾼이지만 한때는 세상을 뒤흔든 동학군의 선봉장으로 김구 접주를 모셨던 재야의 무술고수다. 우금치 마루에서 일본군의 기총사격에 일만의 동학군이 몰살을 당한 후 세상을 등진 채 신의주 산기슭에서 여생을 살고 있다.
그러나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독립의 끈을 놓지 못하고 김구 선생과의 인연으로 임시정부 연통제의 신의주 거점 역할을 한다.
마치 암자의 고승처럼 세상을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해탈의 인물인 듯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조선과 조선인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산막 생활을 하는 동안 자연히 터득한 약초에 대한 지식으로 한방에도 일가견이 있다.
옥련의 엄마 김성덕에 대한 연모의 정을 가누지 못한다.
불곰 (남자, 20세 부터) 신의주 용암포파의 우두머리
신의주 시절 내내 신정태와 그 친구들을 괴롭히는 숙적이다.
거대한 체구에 날렵한 동작, 무모하기까지 한 배짱을 갖춘 하늘이 내린 건달.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나라라도 팔아먹을 간교한 인간이다.
정태를 궁지에 빠트리고, 옥련을 괴롭히고, 짱똘이의 손가락마저 잘라낸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태는 불곰을 꺾기로 하고 최영감에게 싸움을 배우기 시작한다.
정태의 첫 상대가 되어 무참히 쓰러진다.
오다 (일본인 남자, 19세 부터) 수옥의 동창생
김수옥의 절친한 친구. 와세다 대학 동문.
일본인이지만 일본의 만행을 저주하는 염세주의자다. 키에르케고르를 사랑하고, 커피를 사랑하고, 순정을 사랑한다.
학살 현장에서 목숨을 구해준 산홍이를 사랑해 병영을 탈출, 죽음으로 항거한다.
패권주의와 제국주의 일본에 대해 냉정하고 객관적인 비판을 가하는 일본인.
산홍이 (여자, 20대 후반)
일본군들에게 끌려와 노리개 신세가 된 조선 여인.
오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부대를 빠져나온다. 그 후로 오다에게 연정을 느낀다.
삶이 아무리 팍팍해도 밥상보 하나에도 각을 잡고, 시절이 아무리 막나가도 올 나간 버선코를 반드시 기워 신는 보통의 시대였다면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았을 전형적인 현모양처형의 여인이다.
전선의 삶을 견디지 못한 오다가 결국 죽음을 선택하자 수옥과 함께 만주전선을 탈출한다. 그러나 오다의 사랑에 대한 기억, 학살에 대한 악몽이 산홍을 괴롭힌다.
선우 철 (남자, 30대 후반) KPA 제3반장
김구 선생을 모시면서 자연스럽게 KPA의 단원이 되었다.
폭탄 테러를 전담하는 제3반의 반장으로 언제든 테러 작전에 뛰어들어야 한다.
언제나 품속에 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다.
저돌적이고 충동적인 면이 강해 김성덕으로부터 꾸중을 듣는 일이 많지만, 그는 지금껏 실패한 작전이 한 건도 없는 KPA의 영웅이다.
리리 (여자, 20대 중반) 본명 박영주. 상하이 댄스클럽의 여가수.
신정태의 그림자가 짱똘이라면 옥련의 그림자는 리리다.
여기저기 관심을 두지 않는 데가 없는 호기심 많은 열정파 아가씨.
귀엽고 야무진 외모로 노래 하나는 똑 소리 나게 잘하지만, 옥련이 챙겨주지 않으면 귀걸이 하나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털털 덤벙녀.
인도인 마술사 찬드라굽타를 사랑하게 된다.
파리 노인 (남자, 나이 불명) 중국 무술의 고수.
중국 국술원 출신의 무술 고수로 신정태의 실력을 한눈에 알아보고 상하이 입성과 상하이 접수(!)를 돕는다.
신정태가 최수리 영감에게 걸음마를 배웠다면 파리노인은 그에게 뜀박질을 알려준 셈. 그리고 나는 법은 신정태 스스로 터득한 것이 아닐는지…!
소림권법의 달인인 파리노인이 어찌하여 신정태 앞에 나타나 그의 재주를 알아보았을까? 천리마상유 백락불상유(千里馬常有 而伯樂不常有 )라고 파리노인 같은 무술의 고수들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 있었지만 신정태 같은 인물이 없었던 탓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여하튼 신정태의 삶에 나비처럼 날아와 무술을 전수해주고는 멘토가 되어주는 즐거운 고수.
수잔 (영국인 여자, 20대 중반) 상하이 맥주홀 빅밴의 부사장
국제적 바람돌이인 짱똘이의 애인으로 영국인 조계에서 맥주홀을 운영한다.
각국의 이권다툼이 치열했던 1930년대 당시 상하이의 단면과 세계정세를 보여주는 인물.
찬드라굽타 (인도인 남자, 30대 후반) 마술사
인도인 마술사.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신비로운 마술을 펼친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가 되면서 굽타 역시 인도를 떠나왔다.
인도 굽타 왕조를 창시한 왕의 이름으로 왕족의 후예일 가능성이 높다.
간디 사상의 영향을 받아 비폭력무저항 운동을 지지한다.
애국 애족의 이름으로 인간이 저지른 죄악을 깨우쳐준다.
리리를 사랑하며 끝까지 리리를 지킨다.
인도의 문화와 역사, 신비로운 정신세계를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
왕지강 (중국인 남자, 20대 후반) 상하이 부호의 아들.
무예에도 일가견이 있는 인텔리 청년.
중국인 특유의 수이비엔(제멋대로)기질이 있지만 대륙 사나이답게 의리와 체면을 중시하며 사업파트너로 만난 수옥과 좋은 우정을 나눈다.
카페 상하이에서 노래하는 옥련을 보고 첫눈에 반해 끊임없이 구애하며, 옥련의 후원자가 되기도 한다.
난링위 (중국인 여자, 20대 초반) 영화배우
왕지강의 보호를 받는 미모의 여배우. 정태에게 사내다운 매력을 느낀다.
1930년대 중국 은막의 세계를 보여준다.
신영출 (남자, 40대 중반) 신정태의 아버지. 독립단원.
만철 개통식 날 데구치가야의 아버지를 저격하여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윤봉길 (남자, 24세) 독립운동가
상하이 홍커우 공원 폭탄 투척을 성공시킨 한인애국단(KPA) 단원.
소년 신정태의 도움으로 압록강을 건너 만주로 향한다.
정태는 그가 건넨 손수건을 평생 품고 다닐 정도로 그를 존경한다.
윤봉길과의 인연으로 인해 정태는 끊임없이 독립단원들을 도와준다.
김구 (남자, 60세 초반) 한인애국단(KPA) 단장.
불의에 굴하지 않고, 의로운 일에 살신성인의 자세로 임했던, 강직한 민족지도자.
일찍이 동학의 접주 활동을 통해 구국과 애민 정책을 펼치고자 뜻을 세웠던 인물.
1876년 출생해 1949년 안두희의 권총에 맞아 숨을 거둔 애국지사.
상하이로 망명하여 대한민국임시정부 조직에 참여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에 선임된다. 신민회, 한인애국단(KPA)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한인애국단(KPA)
임시정부 예산의 절반 이상을 투자해 김구의 지시로 만들어진 특공대.
연통제에 기반을 둔 치밀한 정보력과 적재적소에 적임자를 기용하는 용병술이 뛰어난 조직.
김구를 단장으로 하여 이봉창,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성공시킨다.
단동 내의 거점은 이륭양행. 신의주 거점은 김성덕이 운영하는 명화관.
이륭양행(怡隆洋行)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비밀 연락조직망인 교통국의 아지트.
외형상으로는 아일랜드인 조지쇼우가 1919년 5월 중국 단둥에 설립한 무역 선박 회사.
독립운동가의 망명, 독립자금 모집, 무기 반입, 연통제 운영 등을 담당하였다.
백범 김구도 3·1운동 직후 단둥에 도착하여 이륭양행의 배인 계림호를 타고 상하이로 망명하였다. 또한, 의친왕 이강의 실패한 망명 시도도 이 곳을 통해 이루어졌다.
공식적으로는 1922년까지 운영되었으나 1922년 이후에도 이 회사는 여러 용도로 활용되었다.
미야모토 무사시 (宮本武藏)
일본열도를 떠돌며 60여 개의 도장 깨기 싸움에서 단 한 번도 패한 적 없다는 에도 시대의 전설적 검객(劍客).
그 방랑의 여정과 무소유의 삶, 그리고 끊임없이 고수를 찾는 승부사의 기질이 신정태와 닮았다.
그가 말년에 집필한 ‘오륜서’란 무술서로 시공간을 건너 신정태와 교류하는 정신적 멘토.
드라마 속 액자 드라마를 통해 일본 무사도의 매력과 재미를 새롭게 보여준다.
정재화 (20대 후반)
상하이 방상통 일대의 조선 상권을 담당하고 있는 주먹 패 두목.
일국회의 하수인으로 조선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드라마 중반 강렬한 극적 카리스마로 드라마를 이끌고 간다.
차상기 (20대 후반)
신마적의 똘마니. 깐족거리고 나서기 좋아한다. 실력보다는 혈기만 왕성한 젊은이.
신마적 (20초반-30대 초반)
경성에서 활약하던 조선 주먹.
격랑과 같은 시대에 부유하며 상하이에까지 발을 들여놓는다.
경성에서의 인연으로 신정태와 뜻을 같이 하여, 정재화 패거리를 누르고 방삼통의 새로운 패권을 거머쥔 싸움에 나선다.
망치(20대 중반)
정재화에 충성하는 둘도 없는 의리파 주먹.
▢ 신정태의 적수들
1. 일본 적수들
데구치 가야 (여자, 17세-20대 후반)
일국회의 대부 덴카이의 양녀이자 정부.
마도(魔都) 상하이를 주름잡는 대륙낭인의 우두머리.
팜므파탈. 뛰어난 패션 감각의 소유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남자들은 그녀의 미적 카리스마에 압도당한다.
그러나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
어떠한 순간에도 결코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낮고 조용하게,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는 그녀의 또 하나의 매력.
중국여인과 일본군인의 혼혈로 태어난 그녀에겐 동양적인 신비감마저 충만하다.
아버지의 나라 일본의 힘을 이용하여 중국 대륙을 손아귀에 넣고자 하는 삐뚤어진 욕망의 화신.
그 욕망 때문에 의붓오빠 아오끼의 연정에도 불구하고 양부 덴카이를 선택한 요부.
자라는 내내 쪽발이 계집이라고 칼부림을 당했고 멍석말이를 당했다.
10년만에 찾아간 아버지를 만나는 자리에서 조선인(정태 아버지 신영출)의 총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참하게 잃는다. 정태에게까지 질긴 복수의 감정과 애정을 함께 갖고 있다.
고아가 된 가야는 덴카이의 양녀가 되어 일국회의 후계자로 자란다.
덴카이의 아들인 아오끼와는 다정한 오누이 이상의 감정을 가진다.
성장기에 겪은 상처가 그대로 독이 되어 죽음의 미학을 탐한다.
황포강에서 벌어진 신정태와의 최후의 결투…
사방이 불길에 휩싸인 죽음 직전의 순간에도
여자의 아름다움과 자기 자신만을 사랑한 가야는 단정히 앉아 화려하게 화장을 한다. 모든 영혼은 죽기 직전의 모습으로 세상을 떠돌 것이기에…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다가오는 아오끼의 모습...
죽음 직전까지도 아오끼의 사랑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오끼 중위 (남자, 20대 초반-30대) 신의주 국경수비대의 작전 장교.
신의주 국경수비대 작전 장교. 상하이 주재 정보장교.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 육사 출신의 청년 장교다.
세상의 중심은 일본이고, 일본의 중심은 천황이라 믿는 철저한 민족주의자로 매일 새벽 욱일승천기 앞에 충성의 맹세를 바친다.
강인한 체력과 철저한 정신력. 때문에 탄탄한 근육과 폭발할 듯 이글거리는 눈빛, 일말의 미련도 없이 직도로 찌르는 일본도는 아오끼의 상징이다.
일국회의 우두머리인 덴카이의 아들이다.
검은 조직의 우두머리를 아버지로 두었다는 태생적인 콤플렉스가 그를 짓누른다.
아버지를 피해 아오끼는 군에 입대한다. 임관과 동시에 조선 근무를 신청해 덴카이를 떠난다.
아오끼는 가야에 대해 미처 풀지 못한, 내색하지 못한 사랑과 연민의 정을 꽁꽁 감싼 채 조선으로 떠나온다.
그리고 관사에 짐을 풀었을 때 가야가 수를 놓아준 손수건을 발견한다.
하얀 비단에 빨간 실로 새겨놓은 ‘칠생보국’ (七生報國, 7번 다시 태어나 나라에 보답한다는 뜻.) 가야가 아오끼 몰래 접어 넣은 가야의 마음이었다.
도야마 덴카이 (남자, 40후반부터) 아오끼의 아버지.
일본 최대 야큐자 세력인 일국회의 총두목.
야마구치 구미로 대표되는 일본 야쿠자 조직의 창시자 도야마 미치루(두산만)를 모델로 한 인물이다.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 점령에 혈안이 되어 있던 시대에,
마약과 폭력을 앞세워 식민지인들의 몸과 정신을 침탈해나가며 ‘조직’이라는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낸다.
이 힘을 바탕으로 정관계, 재계, 군벌의 실력자들과 동등한 위치를 확보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의중을 쉽게 드러내지 않고, 강렬한 카리스마로 조직원들을 장악하며 누구도 믿지 않는 어둠의 화신이다.
그러나 마츠리를 즐기고, 커다란 북을 치고, 하이쿠를 읊는 등 예술가적 기질도 다분하다.
양녀인 데구치 가야를 때로는 견제하고 때로는 사랑하며 힘의 줄다리기를 계속한다.
대륙낭인 일국회 조직의 3인방 (가야의 정예 3인방)
제 1인자 신이찌 (남자, 20대 후반)
데구치 가야의 최측근으로 일본 정신의 사내다움을 잃지 않는 매력적인 인물.
혼전의 도시 상하이에서 조선 주먹과 중국 르망패를 꺾으며 상하이를 접수한다.
그러나 신정태가 등장하면서 신이찌는 열세에 몰린다.
신정태와의 대결은 피할 수 없는 숙명!
조직의 명예와 보스의 체면을 걸고 신이찌는 신정태와의 1:1 대결에 나선다.
결과는 참패. 하지만 싸움은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신이찌는 신정태의 사나이다운 기개와 정정당당한 낭만주먹의 매력에 반한다.
차마 제 스스로 말할 수는 없었지만 신이찌는 신정태를 존경하고 싶었다.
제 2인자 야마모토 (남자, 30대)
마쓰시다 전기 상사를 통해 상하이 경제계를 쥐락펴락하는 도쿄 이무기.
단도의 명수로 온몸 곳곳에 숨겨둔 크고 작은 단도를
능수능란하게 던져 순식간에 상대를 벌집으로 고슴도치로 만들어버린다.
상대를 교란시키기 위해 잘 훈련된 매를 데리고 다니며
결투 직전 매를 날려 상대방의 눈을 파내게 한다.
그러나 신정태는 이를 역이용한다. 야마모토와의 결투에 선 신정태는 바닥에 기어다니는 게를 짓밟아 매의 식욕을 자극해 매의 공격을 피하고 야마모토의 단도 공격을 막아낸다.
결국 야마모토는 자신이 키운 매에게 눈을 파 먹히는 비참한 신세가 된다.
제 3인자 와타나베 (남자, 20대 중반부터) 가라데의 달인
가야의 친위대장.
가라데의 달인이며 검술에도 능하다.
온몸의 감각을 동원해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능력을 지녔다.
가야의 본당에 들어간 신정태가 가야를 상대하기 전 마지막으로 싸우는 초강자.
곤도 (남자, 30대 초반) 경성 경시청 형사.
최고의 고문 기술자.
특무대 고문실에서 사람의 회를 뜨는 칼잡이가 되어 수많은 조선인들의 생명을 떠냈다. 하지만 지금은 칼을 놓았다.
김구에 미친 곤도는 KPA의 흔적을 찾아 상하이까지 추격해온다.
상하이로 옮겨온 아오끼 중위와 함께 특무대를 이끌며 KPA단원들의 숨통을 조여 온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KPA의 정예요원이 그들의 단골 술집 가수라는 것을!
제인이라는 이름으로 스윙댄스를 추는 가수 옥련은 능수능란한 사교술로 곤도에게서 고급 정보를 빼낸다. 하지만 아오끼는 냉정했다. 일련의 사건들로 여자를 멀리해온 아오끼는 옥련에게서 수상한 냄새를 맡고 그녀를 집요하게 감시한다. 그리고 드디어 KPA의 그림자를 발견한다.
노무라 중좌 (남자, 40대 중반) 신의주 국경수비대장
일본 전통의 무사 집안 출신이지만 무사도엔 별 관심이 없다.
조선에 대한 적개심이나 대륙에 대한 정복욕도 없었다. 대동아공영을 외치는 군부의 공격적 태도도 싫었다. 오히려 노무라는 조선인들에게 우호적이었다. 노무라에게 조선인은 참으로 놀라운 재주를 가진 예인(藝人)이었다.
식민지 점령도 싫고 전쟁도 싫었던 노무라.
하지만 조선의 그릇들을 맘껏 보고 만질 수 있다는 기대로 조선 근무를 마다하지 않았다.
다완을 감상하고, 한국 음식을 즐기고, 한국 여자(김성덕)를 사랑했다.
그래서 대화혼(大和魂 )에 사무쳐 있는 아오끼가 불안했고 조선인이라면 이를 가는 부하 아오끼와는 부임 초부터 갈등이 깊었다.
도비꾼 소탕을 위해 아오끼가 압록강 거룻배 사건을 일으키자 아오끼와의 갈등은 극에 달한다.
사사끼 (일본인 남자, 30대 초반) 사무라이
신이찌가 관리하는 상하이 부두의 책임자.
정통 일본 검도 고수로 섬멸난자법(殲滅亂刺法)의 달인.
섬멸난자법이란, 검을 뺌과 동시에 수평과 수직으로 칼을 그어 칼이 지나간 공간 어느 한 점에도 상대방의 몸이 남아나지 않게 한다는 공포의 검법이다.
그러나 이 검법은 사방이 확 트인 개활지에서나 위력을 발휘한다.
상대방을 면밀히 분석한 신정태는 클럽 상하이에서 사사끼와 일전을 벌인다.
장검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그 곳에서 신정태는 사사끼의 검을 꺾는다.
결투 장소가 승부를 가른 것인다.
킹존슨 (영국인, 30대 초반) 전영국 챔피언
상하이 지옥의 링을 제패한 천재복서, 정재화의 친구.
정재화의 부탁을 받고 정태와 대결에 나서지만
여태껏 한번도 패해본 적 없는 사각의 링에서 처음으로 정태에게
무릎을 꿇는다.
2. 중국인 르망패
설두성 (중국인 남자, 50대 초반)
상하이의 밤을 지배하는 거물 중의 거물.
중국 거대 르망 조직인 청방(靑邦)과 황방(黃邦)을 통합한 최고 우두머리.
호방한 대륙적 기질이면서도 영리하기 짝이 없다.
야쿠자 창시자 덴카이에 비견되는 중국 쪽 인물.
신정태와 대립하면서도 도움을 준다.
왕백산 (중국인 남자, 30대 초반) 황방 조직의 우두머리
상하이에 뿌리 내린 황방 조직을 관장한다.
기골이 장대하고 목소리는 천둥 같은, 중국 무협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인물이다.
일본 대륙낭인들의 무차별 습격으로 상하이의 밤 골목을 모조리 빼앗겼지만, 부두와 유곽 등의 핵심 구역은 아직 왕백산의 손아귀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갈수록 교묘해지고 잔인해지는 일인들의 도발에 한계를 느끼는 중이다.
거기에 조선 주먹들까지 가세해 도전장을 던지자 왕백산은 조직의 사활과 자신의 자리를 걸고 대결전을 선언한다.
“상하이가 더 이상 쪼개지는 것을 볼 수 없다. 모두 부셔라!”
신정태와의 일대일 대결.
그러나 진정한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
팽팽한 기싸움 속에서 두 사람은 수십 합의 대결을 엮어본다.
부딪히는 시선과 후끈하게 쏟아지는 호흡 속에 얽히고설키는 상상 속의 대결들!
아찔하고 섬뜩하고 경이롭다.
신이찌와의 대결후 상대의 사내다움에 반해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로 거듭난다.
모일화 (중국인 남자, 20대 후반) 꽃미남. 소림무술의 달인
파리노인의 수제자.
압록강변 중국 국경 도시 단둥의 밤을 지배하는 청방패의 최고 실력자.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흰 살결, 붉은 입술을 가진 여자 같은 미남자다.
자라면서 성질이 포악해져 근처의 들도둑 산도둑들과 사귀자 걱정이 된 부모는 그를 파리노인이 있는 절로 보내 파리노인에게 수양 겸 무예를 배우게 한다.
권술에도 남다른 재주가 있던 모일화는 당랑권, 팔극권 등 여러 무술을 통달한다.
하지만 망나니 본성은 고칠 수 없는 법! 스승을 꺾을 정도의 기술을 터득하자 모일화는 산을 내려가 악행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드라마 초반 ‘데구치가야’와의 세기의 한 판 대결을 벌이게 된다.
중국 대륙의 아편 상권을 차지하기 위해 덴카이의 일국회가 반드시 넘고 지나가야할 첫 번째 상대.
마오 (몽골인 남자, 20대 후반) 왕백산의 부하. 삼절곤의 달인.
왕백산의 최측근 부하.
안남인이라고도 하고 몽고인이라고도 하는 마오는 십팔기의 명인이며 돈이라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처음엔 인신매매를 주로 했던 포주로 인종을 가리지 않고 잡아다가 상해의 외국인 조계 사창가나 유곽에 대주는 일을 해왔다.
그러나 왕백산의 부하 중 가장 처참한 몰골이 되어 병원에 실려 간다.
마오를 손수 병원에까지 데리고 간 신정태는 병원비의 반은 왕백산이 내라는 편지를 보내 왕백산을 놀라게 한다.
패배한 대결 상대의 치료비를 처리해주고 그를 보살피는 것은 조선 낭만주먹들의 관례였다.
이를 알게 된 왕백산은 신정태에 대해 경외감을 느끼는데…
신가점 (중국인, 남자, 40대 중반) 상하이 분두(똥지기패) 두목.
거대도시 상하이의 진짜 실력파.
냄새 나는 직업이지만 상하이 골목 골목의 정보에 누구보다 훤한 정보통이다.
똥작대기로 무장한, 충성심 강한 부하들을 거느린다.
딸 양양에 대한 사랑이 극진한 사나이.
마당가 (중국인 남자, 20대 중반) 똥지기 분두 신가점의 부하.
마적단 출신의 싸움꾼. 힘과 기개가 장사급에 가깝다.
말은 물론 호랑이의 등에까지 올라타는 날렵함을 자랑한다.
두목의 딸인 양양을 지키는 보디가드.
양양 (중국인, 여자, 20대 초반) 신가점의 외동딸.
위기의 순간에 자신을 도와준 신정태를 일방적으로 사랑하는 철부지.
극 중반부터 똥지기 마을을 배경으로 파리노인과 함께 즐거운 웃음과 재미를 선사하는 감초같은 인물이다.
줄거리
프롤로그
1934년-
1. 마도(魔道) 상하이 부두-
많은 인파 속에 맥고모자의 한 사내가 서있다.
한쪽 어깨에 자그마한 멜빵 가방을 매었다.
신정태-
신정태가 상해에 나타난 것이다.
천천히 움직인다.
화물 하역장-
수십 명의 노무자들. 모두 조선인들이다.
어린 소년부터 노인까지 불쌍하고 비참한 모습들이다.
감시자 일본인들이 일을 독려한답시고 때리고 걷어차고 잔인하고 난폭하다.
신정태 “(혼잣말로) 듣던 대로군!”
2. 검객(劍客) 사사끼.
비명 소리가 들린다.
부두 노동을 나왔던 아녀자 단심이가 일본인 감독관에게 붙잡혀 끌려간다.
백주대낮에 부녀자 희롱이라…
신정태가 달려가 감독관을 붙잡아 훌쩍 내던진다.
“네놈들이 긴다마(불알)를 찬 오도코(남자)냐! 여자를 그렇게 덮치는 게 아니야!”
난데없는 불청객의 등장에 일본 감독관들, 뿔이 단단히 났다.
우글거리며 달려든 인원수 열셋.
사십 명도 한 주먹이면 끝나는 신정태다. 두렵지 않다.
돌려차기, 걸어차기, 어퍼컷, 스트레이트, 미끄러져 후려쓸기, 일명 빗자루 공격…
눈부신 싸움기술로 열셋을 순식간에 눕혀버린다.
그 싸움의 사이사이에 대륙의 사막과 오지, 도박판 등에서
숱하게 싸움을 치러낸 방랑자 신정태의 모습이 짧고 강렬하게 소개된다.
2년의 세월-
황량한 대륙이 정태를 야수로 만든 것이다.
마지막 열세 번째 점박이를 때려눕히고 돌아서는 순간,
앞을 가로막는 섬광이 있다.
잘 갈아놓은 칼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광채.
부두 총감독관인 사사끼의 칼끝이 신정태를 겨누고 있었다.
일본도를 머리 높이 치켜든 일섬(一閃)의 자세.
“감히 대일본제국의 황국신민을 건드렸겠다!”
신정태가 미처 방어를 하기도 전에 사사끼의 검이 춤을 추었다.
무릎이 뜨끔해지나 싶었는데 금세 피가 밴다.
칼끝에 묻은 피를 무명천에 닦아내는 사사끼.
다시 발검일합(發劍一合)의 자세를 취한다.
신정태는 재빨리 사사끼의 자세를 읽는다.
칼 든 손… 오른손은 칼을 받치고만 있을 뿐 집검(執劒)은 왼손으로 했다.
특히 왼손 가운데 손가락과 새끼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두자 여덟 치의 칼을 주먹끝, 발끝, 코끝이 일직선상에 놓이는
삼첨상조(三尖相照)의 자세로 겨누어든 사사끼다.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가 섬광처럼 떠오른다.
친구 수옥이가 선물해주었던 책…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던 검법의 원칙을 사사끼는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고수다. 사무라이다. 쉽지 않다… 하지만 싸워야 한다.’
신정태는 호흡을 가다듬는다.
이때 조선인 노무자들의 비명과 아우성이 터진다.
신정태에게 호되게 당한 일본인 감독관들이 미친 듯 몽둥이를 휘둘러대며
조선인 노무자들을 노역장으로 내몬다.
끌려가는 조선인 노동자들의 눈빛에 불안과 서글픔이 가득하다.
신정태는 주먹을 내린다.
그러나 싸움을 포기한 건 아니었다.
“단 둘이 싸우고 싶다.”
한 쪽 발을 옮기며 막 달려들려던 사사끼가 멈칫한다.
신정태 “힘없는 여자를 추행하고 맨주먹뿐인 사람에게 칼부터 들이대는 가짜 사무라이와 싸우는 게 우습지만, 한 번 시작한 싸움이니 끝은 봐야지.”
가짜 사무라이!
격분한 사사끼는 신정태의 결투를 받아들인다.
“좋다! 카페 상하이! 오늘 밤 8시다.”
사사끼가 검을 거두고 호흡을 누른다.
신정태와 사사끼의 팽팽한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힌다.
부두가 보이는 황포강 한복판-
깊은 주름이 얼굴에 가득한 한 노인이 신정태를 지켜본다.
파리노인이다.
조는 듯 앉아있으면서도 젓가락으로 파리를 잡아 강물에 던지는
상당히 요괴스럽고 기이한 영감이다.
신정태는 오징어 뼛가루를 발라 무릎의 상처를 치료하고 결투를 준비한다.
그런데 뜻밖으로 사사끼는 쉽지 않은 상대였다.
부도 노동자들이 알려주는 정보를 종합하면 사사끼는 진짜 사무라이였다.
일국회의 낭인이며, 검도의 달인이었다.
일국회… 신정태도 충분히 알고 있다.
이미 신의주에서부터 지긋지긋하게 겪어오지 않았는가.
불과 2년 사이에 일국회는 살인, 밀수, 마약, 범죄의 악명을
대륙 깊숙한 곳까지 퍼뜨리고 있었다.
3. 상하이역-
술렁인다.
일본도를 비껴 찬 수십 명의 사무라이들이 플랫폼을 장악했다.
마치 비상이라도 걸린 듯
절도 있는 정장 차림의 일인 주먹들도 역 일대를 누볐다.
포인트가 떨어지고 기차가 들어온다.
도열하는 일인 주먹과 사무라이들. 그들의 앞에 보스 3인방.
와타나베, 야마모토, 신이찌.
기차가 멈추어 선다.
장식부터가 특별한 특별 객차.
특별 객차의 문이 열린다.
가야의 경호원이자 친위부대인 칠웅(七雄)이 먼저 내려 주변을 살핀다.
몸종이 계단 밑에 엎드리고
몸종의 등을 밟으며 내려서는 기모노 자락. 연분홍의 사쿠라가 지천으로 핀 부채살…
그 너머로 슬쩍 보이는 희고 매끈한 턱선.
데구치 가야다!
보스3인방과 일인 주먹들이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린다.
신이찌 앞에 멈추어서는 가야.
기모노 자락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난 하얀 손가락이
신이찌의 가슴께를 훑어 내린다.
가야 “신이찌상-”
신이찌 “하이!”
가야 “기요미즈테라에 가보셨습니까?”
신이찌는 몸이 굳는다.
기요미즈테라, 청수사라 했다. 천 길 낭떠러지에 지어진 일본 최고의 사찰.
용기 없는 자, 뒷걸음질 치는 자에게 청수사의 난간을 걷게 하는 것이
조직의 규율이었다.
하여 일국회 조직원들은 청수사에서 뛰어내릴 용기로 싸운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
가야 “한번 가보시겠습니까?”
지금 데구치 가야는 상하이 주먹계를 평정하지 못한 신이찌에게
청수사를 빗대어 죽음을 각오하느냐고 묻는 거였다.
신이찌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가슴께를 지그시 누르는 가야의 손끝에 날카로운 비수가 들려있는 것 같았다.
상하이의 주먹 판이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황방조직으로 똘똘 뭉친 중국 르망의 세가 장난이 아니었다.
상해 곳곳이 인계철선이었다. 상해 전부가 화약고였다.
어느 한 곳에서라도 접전이 붙으면 바로 황방과 일국회간의 대격돌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래서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조선주먹들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방삼통 삼거리를 뒤져보지도 못했다.
자칫 황방과의 충돌이라도 일어날까 조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신이찌의 우유부단함을 질책하며 가야님이 직접 상해에 나타나신 것이다.
신이찌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기요미즈테라를 거론하며 죽음을 각오하라는 가야님의 질책때문만은 아니었다.
중국 최대의 암흑가 조직인 황방의 두목 설두성이 자리하고 있는 상해에
일국회의 후계자이자 행동대장인 데구치 가야가 나타난 것이다.
산 하나에 호랑이 두 마리가 살 수는 없는 법,
이제 황방과 일국회, 설두성과 데구치 가야,
일본과 중국의 최대 조직간의 대격돌이 임박하고 있는 거였다.
4. 그런데 상해역을 떠나려는 데구치 가야 일행을 막아서는 아오끼의 특무대.
가야의 경호원인 칠웅이 각자의 무기를 뽑아들며 가야를 지키려 나서는데
이번에는 아오끼의 특무대가 총을 겨누며 칠웅과 대치, 아오끼를 보호하려한다.
서로의 부하들을 제지하는 가야와 아오끼.
가야 “오랫만이예요 오라버니”
아오끼 “공적인 일이다. 오라버니라 부르지 마라”
가야 “네 중좌님”
아오끼 “여기가 상해다. 세계열강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곳이야! 부화뇌동하지 마라, 경거망동하지 마라. 경고다.”
가야 “남아메리카 대륙에 잉카제국의 전사들은 세계 최강이었어요. 총으로 무장한 스페인 군인들의 비할 바가 아니었지요. 그런데 잉카제국 전사들은 스페인군의 총보다는 그들이 가져온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돼 모조리 죽고 말았지요. 정복지에는 군대만 필요한 게 아니에요. 박테리아도 함께 올 필요가 있는 거죠. 박테리아가 어쩜 더 위험할 지도… 중국대륙도 워낙 땅덩어리가 넓어서 군대만으로는 힘들지 않을까요? 오라버니! 어쩌면 박테리아의 힘이 더 셀 지도 모르지요.”
아오끼 “박테리아는 박테리아일뿐이야.”
그리곤 가야가 아오끼를 본다.
가야 “특무대장이 되었다고 하시던데 여전히 제복 차림이시네요.”
아오끼 “특무대장이기 전에 나는 군인이다.”
가야 “군인 이전에 제 오라버니세요. 이제 공적인 업무는 끝나셨나요? 그럼 오라버니, 내일 제가 주최하는 파티가 있어요. 꼭 오시길 바래요. 이 가야가 상해에 입성한 것을 환영하는 성대한 파티가 될 거에요”
아오끼 “상하이는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착각하게 만들뿐이다. 진심을 담아 얘기한다. 난 네가 돌아가길 바란다. 간절히…”
가야 “저도 진심을 담아 묻겠어요. 나를 걱정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내가 가까이에 있는 것 때문인가요?”
아오끼, 말이 없다. 시선이 흔들린다. 호흡이 뜨거워진다.
그러나 내색할 순 없다.
아오끼 “아버지는 잘 계신지 궁금하구나.”
가야 “진심으로 물으시는 건가요?”
아오끼 “……”
가야 “아버지의 안부를 물어야 할 타이밍은 아닌 듯 해서요. 그리고 공적인 자립니다. 아버지라는 호칭도 어울리지 않아요. 정식으로 초대를 한 것이니 내일 파티에 오고 안 오고는 오라버니, 아니… 아오끼 중좌님이 결정하세요.”
가야가 아오끼의 옷깃을 여며준다.
단단하게 쥔 주먹을 어루만지려다 손을 거둔다.
가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오끼, 끝내 말이 없다.
새까만 포드 자동차 안-
가야가 묵묵히 앉아있다.
백미러로 아오끼의 모습이 보인다.
차창 위로 빗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심복 하나가 다가와 곱게 포장된 물건을 건넨다.
열어본다. 새빨간 일본식 우산이다.
편지 한 장이 들어있다. 아오끼다.
‘상하이의 비는 차다. 항상 지니고 다녀라.’
편지 위에 뚝- 떨어진 물방울이 번진다.
빗방울일까- 눈물방울일까-
5. 싸움에 대한 예의
결전의 시간을 앞둔 신정태는 두려움을 느낀다.
혼자 있을 때만 꺼내보는, 가슴 밑바닥에 깊이 감추어둔 감정이다.
생사를 건 싸움을 앞두고 무섭지 않는 자 어디 있는가?
하지만 신정태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이 두려움을 내보인 적이 없었다.
신정태는 면도를 하고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다.
속옷과 셔츠도 새것으로 갈아입었다.
숙소를 제공해준 단심의 아버지가 묻는다.
“옷은 왜 갈아입나?”
희미하게 웃는다. 그리고 대답한다.
신정태 “당연한 거 아닙니까? 행여… 일이 잘못돼 죽어버리면 누군가는 내 시체를 치울 게 아니오! 피비린내도 지독할 텐데 누더기에 꼬린내까지 나면 예의가 아니잖아요!”
싸움을 앞둔 신정태의 정갈한 몸가짐.
앞으로 벌어지는 모든 일생일대의 대결에서 이것은 하나의 의식처럼
비장하게, 스타일리시하게 그려질 것이다.
흔들리는 촛불-
사사끼가 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하이쿠를 읊조린다.
“벼룩… 너에게도 밤은 길겠지… 하나 마지막 밤은 짧으리라…”
하지만 불안한 마음에 호흡이 자꾸 거칠어진다.
녀석은 빠르고 매서웠다…
오늘 낮 부두에서 휘두른 검법은 ‘결절복단의 세’였다.
어깨에서 반대쪽 옆구리까지 단번에 긋는, 상체를 비스듬히 두 동강내는
사사끼의 필살기였다.
보통사람 같았으면 선지피를 뿜어내며 그대로 즉사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녀석은 무릎에만 상처를 입었다.
매서운 눈빛으로 칼의 길을 읽고 번개 같은 동작으로 피한 것이다.
20대 초반에 사카츠키(盆)를 받고 야쿠자가 된 이래
제법 칼을 쓴다는 소리를 들으며 여러 차례 목숨을 건 접전을 치러봤지만
이런 놈은 처음이다.
6. 클럽 상하이
새하얀 핀 조명이 불을 밝힌다.
한 마리 홍학처럼 옥련이 나타난다.
구슬픈 아코디언 반주와 함께 노래가 시작된다.
황성옛터…
한켠에서 이를 지켜보는 신정태의 눈가가 살며시 젖어든다.
전주가 연주되는 그 짧은 사이-
신의주 시절의 노래하던 옥련이의 모습과
경성에서 노래하던 옥련이의 모습이 아득히 스쳐간다.
그런데-
“皇城旧跡に 夜が なったら 月色だけ 静かで 廃墟に 立ちこめた 懐抱を 言って…“
(황성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에 스른 회포를 말하여 주노라)
일본어 가사다.
그 모습이 낯선 신정태, 주위를 둘러본다.
그제야 희부연 담배 연기 사이로 사람들이 보인다.
일본인, 유럽인, 여자, 남자… 한데 엉겨있다.
클럽 상하이.
상하이 최대의 클럽이자, 중국의 암흑가 조직인 황방이 장악하고 있는
에두와르로의 건너편을 등대처럼 지키고 선 일국회의 전초기지.
바로 이곳에서 신정태는 사사끼와 대결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신정태에게는 그 전에 할 일이 있었다.
“정태야!”
분장실로 들어오는 정태를 본 옥련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실로 몇 년만인가?
신의주를 떠난 이후로 처음이다.
옥련이 정태를 부여안고 말없이 눈물을 쏟는다.
정태도 가슴으로 운다.
“기다려줘! 세 곡만 더 부르면 끝나!”
그러나 정태는 옥련을 기다릴수 없다.
지금 밖에는 정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7. 대결-
“사무라이들은 결투 직전에 술을 마신다네.”
하며 스탠드 바 위로 채운 술잔을 밀어 보내는 사사끼.
신정태가 술잔을 잡는다.
허공에서 부딪히는 두 맹수의 눈빛, 건배의 의미다.
시선은 그대로 얽힌 채 술이 들어간다. 화끈하고 쓰리다.
먼저 잔을 비운 사사끼가 홀 중앙에 선다. 칼을 뽑아든다.
직립정안(直立正眼)의 살수자세!
샹들리에에 비친 칼끝의 섬광이 아름답다.
사사끼는 길게 뻗은 칼끝 위에 신정태를 올려놓는다.
신정태가 맨주먹으로 나와서며 빠르게 공간을 읽는다.
비좁은 카페- 의자와 테이블, 조명- 인테리어 소품들-
‘칼을 휘두르기 위해선 공간이 필요하지! 지형지물은 충분히 내게 유리하다!’
판단을 끝낸 신정태가 손가락을 뻗어 까닥거린다.
공격해도 좋다는 일종의 서비스 매너.
“벼룩 같은 놈! 네놈의 밤은 이것으로 끝이다!”
이야아압! 악마의 함성 같은 기합 소리와 함께 사시키가 검을 든다.
사사끼가 뛰었는가, 신정태가 날았는가!
등 뒤에서 들리는 예리한 금속성!
칼날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
가까스로 세 합의 칼을 피한다.
아니 칼날은 이미 신정태의 등을 베고 있다.
만약 붕대로 몸을 감지 않았더라면 칼끝은 살 속을 후볐을 터.
사사끼는 다시 돌아선다.
이제야말로 끝장을 내려는 태세다.
숨 막히는 살기!
단 한 합에 모든 것은 끝난다.
“요오‐‐‐!”
사사끼는 이단을 짧게 뛰었다.
동시에 수평과 수직으로 칼을 그었다.
공간의 어느 한 점에도
상대의 몸이 남아나지 않게 하는 그 섬멸난자법(殲滅亂刺法).
오륜서에서 보았던 검법이다.
사사끼의 칼끝에 뭔가가 잘린 듯 한 기별이 왔다.
‘베었다!’
허나 땅에 떨어진 건 신정태가 벗어던진 자켓-
실체를 놓치고 그림자만 벤 것이다.
회심의 일격이 빗나가자 사사끼의 칼이 흔들린다.
그러나 신정태도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는 구석으로 몰린다.
신정태는 앞으로 뛰었고 사사끼는 칼을 한껏 치켜들었다.
그러나 사사끼의 칼끝은 이번에도 허공을 벤다.
칼끝이 목표를 잃은 것은 당연했다.
신정태는 사사끼에게로 돌진하는 척하고는 옆 기둥을 향해 뛰어올랐던 것.
자연 사사끼의 칼끝이 빗나갔다.
칼이 훑고 지나간 그 간발의 시공에 신정태의 몸이 팽이처럼 옆으로 돌았다.
사사끼의 칼은 배의 장식형 조타핸들에 박혀버리고
따‐‐‐악!
뼈가 으스러지는 무자비한 소리!
머리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다시 야쿠자 사사끼의 얼굴에 가 꽂혔다.
체중을 실은 정태의 일격에 쓰러지고 마는 사사끼.
이로써 대결은 끝났다.
그러나 이기고 짐이 무의미한 대결.
정태가 둘만의 싸움을 청했을 때 부터,
사사끼가 그것을 받아들였을 때부터, 두 사람은 승패가 아닌
서로의 실력을 가늠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정태가 쓰러진 사사끼에게 손을 내민다.
사사끼가 그 손을 잡는데 그런 두 사람 옆으로 누군가 다가선다.
그리곤 사사끼의 얼굴에 가차없이 술을 쏟아붓는다.
돌아보는 정태.
가야다!
이제 막 상하이에 입성한 일국회 상하이 조직의 수장, 가야.
그리고 중국대륙을 떠돌다 사랑하는 여인 옥련을 잊지 못해 상하이로 찾아온
외톨이 싸움꾼 신정태.
언뜻 보기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신정태를 노려보는 가야의 눈동자에 불이 인다.
그리고 가야를 보는 정태의 시선이 먹먹해 진다.
무대에서 노래를 하던 옥련과
클럽 상하이를 찾아든 수많이 시선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정태와 가야, 두 사람의 얼굴에 지난 날들이 밀려든다.
신의주
8. 1928년 봉천(심양)역 뒷골목-
중국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간다.
먹잇감을 발견한 승냥이 떼 같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폭행을 당하는 소녀. 가야(17세)다.
“더러운 왜년!”
주먹과 발길질이 산사태처럼 쏟아진다.
이때 달려와 아이들을 밀어내는 소년, 신정태(辛正泰, 15세)다.
“비겁한 짓 그만하고 물러나라!”
하지만 물러나지 않는다.
중국 아이들, 이번엔 정태를 노린다.
1:10- 애당초 승산이 없다.
실컷 분풀이를 해댄 중국 아이들이 제풀에 지쳐 떨어져 나간다.
정태, 흙먼지를 털어낸다.
옹크린 가야에게 손을 뻗는다.
순간, 가야가 정태의 뺨을 때린다.
볼에 주욱- 핏금이 그어지고 핏물이 배나온다.
가야의 손바닥에서도 피가 흐른다.
손아귀에 사금파리를 쥐고 있었다.
“저놈들 눈동자에 박아버릴 생각이었다. 조센징, 니가 망쳤다.”
이글거리는 가야의 눈동자.
정태, 아무렇지 않은 듯 너덜너덜한 옷소매를 쭉 찢어 가야의 손을 묶어준다.
“덧나면 큰일이다. 쑥이라도 발라.”
뜻밖의 반응에 가야가 흠칫 놀란다.
정태, 정성스레 상처를 동여맨다.
신정태와 데구치가야- 운명의 첫 만남이다.
9. 1928년 봉천(심양)역-
만철 (타오난)선 개통식 축하행사장이다.
만국기가 휘날리고 일장기가 물결친다.
인파 속에 정태(辛正泰, 15세)와 최포수(崔龍天, 50세)가 우뚝 서있다.
극도의 긴장으로 두 사람 모두 굳어있다.
10. 그 시간 역장실-
기모노로 곱게 단장한 두 여인이 숨 막히는 긴장 속에 조용히 앉아있다.
모녀(母女)다.
두 여자 모두 대단한 미녀다.
어머니는 전형적인 일본 미인이고,
딸 데구치가야는 서구적인 육감적인 미인이다.
기생의 딸 가야-
어제까지도 아버지가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그것도 바로 지금,
만철 총재가 된 아버지를 만난다는 것이다.
어머니 “(조심스럽게) 아버지 잘못이 아냐! 널 빼앗기지 않으려고 내가 피했기 때문이야!”
가야 “흥!”
어머니 “가야야!”
가야 “쉽게 용서하지 마! 난 못 해! 아버지 없어도 살아! 지금까지 없었던 아버지야! 도대체 아버지란 존재가 뭐야?”
데구치가야의 성격은 모질고도 차가웠다.
출생과 성장이 그렇게 만들었다.
누구든 무엇이든 짓밟고 이겨야한다는 치열한 생존논리로 철저히 무장되어 있었다.
이윽고 아버지 데구치 고레미키 총재가 들어온다.
그리고 형제처럼 지내는 덴카이와 그의 아들 아오끼(22세)가 함께 나타난다.
중위 아오끼, 신의주 소재 국경수비대 장교다.
덴카이는 일본 야쿠자 최대 세력인 일국회의 총두목으로 중국 대륙까지 장악하려는 야심으로 겸사겸사 만철 총재이자 친구(고레미키)의 행사장에 참석한 것이다.
가야-
덴카이는 가야의 냉혹할 정도로 사리분명하고 단호한 태도에 대단한 흥미를 느낀다.
데구치 고레미키가 ‘아버지’ 소리를 듣고 싶어 하자
가야 “저도 지난 긴 세월... 아버지 소리를 외치고 싶었어요! 바닷가에 나아가서 가슴 터지게 외치기도 했어요!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는 아버지 소리를 입 밖에 내고 싶지가 않아요!”
차갑다. 얼음장이다.
가야 “저에겐 사과하지 않으셔도 돼요! 어머니, 어머니한테 용서를 비세요!”
단호한 명령조다.
가야 “속죄하세요! 무릎 꿇고요! 어머니가 흘린 피눈물을 아버지도 흘려야죠! 어머니 가슴속에 원망이 있고, 한이 있는 상태로 아버지를 맞는다면, 무슨 기쁨이 있겠어요! 원망과 한을 누가 풀어내야 되겠어요! 누구의 몫이겠어요?”
기다렸다는 듯이 덴카이가 외친다.
덴카이 “데구치 총재! 무릎을 꿇으시오!”
털썩 무릎을 꿇는다.
가야 “(감격) 아버지!”
뜨겁게 포옹하는 부녀-
어머니 “……(말없이 눈물만)”
그런데 부녀의 화해도 한 순간이다.
11. 다시 봉천역 행사장-
신명나게 연주하는 브라스 밴드-
여전히 인파 속에서 굳은 표정으로 서있는 정태와 최포수-
드디어 행사 주역들이 나타난다.
신임총재 데구치 고레미키, 전임총재, 만주군 참모총장, 덴카이, 아오끼 중위, 고위급 인사들, 그리고 훨씬 뒤쪽에 가야와 어머니가 따른다.
이때다. 군중 속에서 신영출(정태의 아버지)이 나타난다.
정태 “(흑 하는 느낌)”
동시에 탕! 탕! 신영출이 권총을 발사한다.
아수라장이 된다.
신영출의 총구가 데구치 고레미키를 향하여 탕!
순간 어머니가 총알받이가 되어 피를 뿜는다.
고레미키가 어머니를 끌어안는데 또 탕!
그의 가슴에서 핏줄기가 솟구친다.
가야 “(비명) 아버지! 어머니!”
신영출, 헌병대에게 끌려간다.
정태 “(초긴장으로 지켜본다.)”
끌려가며 신영출, 목 터져라 외친다.
“조선독립만세! 조선독립 만세!”
헌병과 경찰들이 신영출을 무참히 짓이긴다.
피투성이로 외친다.
“조선독립만세! 조선독립......”
장총 개머리판이 얼굴을 가격하며 그대로 썩은 나무토막처럼 무너져 버린다.
정태 “(자기도 모르게 외친다.) 아버지!”
그 소리에 가야가 홱 돌아본다.
정태 달려든다. 아버지! 아버지!
헌병들에게 역시 짓밟힌다.
정태 한 헌병의 불알을 확 움켜쥔다.
“으악!”
개머리판이 달겨드는데 정태 잽싸게 잡으며 벌떡 일어난다.
번개 같은 동작이다.
그런데 피투성이 기모노가 앞을 탁 가로막는다.
가야다.
정태 “(가야의 기세에 기가 질린다.)”
가야 “(부르르 떨며 증오로 쏘아본다.)”
이후의 감격시대 스토리는 정태와 가야의 증오와 애정의 숙명적인 얽히고 설킨 매듭을 풀어나가는 스토리로 전개된다.
12. 신의주의 다섯 친구
다시 돌아온 고향 신의주.
대장 정태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여자면서 남자보다 더 왈패인 옥련(15세)이 세라복을 입은채 학교 담장을 넘었다.
각설이 타령에 개다리 춤을 섞어 구걸을 하던 고아소년 짱똘(15세)이 구걸 바가지도 잊고
내달렸다.
일식집 청송의 주방보조를 보던 배승태(15세)도 사시미칼을 내던지고 뛰었다.
마지막으로 인력거 소년 박수빈(15세)이 손님을 실은채 그대로 달려왔다.
그렇게 정태와 신의주의 다섯친구가 오랜만에 재회하였다.
그러나 정태의 얼굴이 어딘가 어두웠다.
평소 정태를 대장으로 따르던 아이들인지라
그런 정태의 행동에 다들 풀죽어했지만 그중 옥련이 가장 마음이 안좋았다.
정태와 옥련,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호감을 놓지 못하고 있는
소년 소녀다운 풋연정을 품고 있었다.
그즘, 신의주의 세력판도는 일국회 신의주 지부의 전면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불곰패가 장악하고 있었다.
황봉식의 도비노리패가 건재했지만 봉식의 도비노리패는 중국의 단동을 오가며
생필품을 밀수하는 도비노리 일에만 전력할 뿐 뒷골목 일에는 나서지 않아
신의주의 뒷골목에는 순수한 조선인 건달패가 전무하다시피한 실정이었다.
정태는 봉식의 도비노리패가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 탓이었는지, 치고 받고 치열하게 사는게 실었다.
그래서 기차를 타고 바람처럼 떠도는 봉식의 도비노리패가 더 마음에 들었다.
정태의 후견인 역할을 하는 최포수와
비록 명화관이라는 기생집을 운영할 지언정 정태에게만은 어머니나 다름없는
옥련의 어머니 성덕이 한사코 만류했지만
정태는 기어이 봉식의 도비노리패에 들고 말았다.
옥련은 그런 정태를 만류하고 싶었지만
정태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던 터라 잡지 못했다.
되려 정태가 도비노리 패에 가입하는 것을 돕고 말았다.
어쩜 정태에겐 저런 삶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고 옥련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정태의 첫 도비노리,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히카리 특급열차을 따라잡아
아슬아슬 매달려 국경을 건너는 밀수꾼들의 로망, 그 첫 도비노리를 정태는 성공하고 말았다.
13. 일본 오사카-
일국회의 총 오야붕 덴카이의 대저택! 어머어마하다.
가야는 양녀가 되었고 양부 덴카이의 딸 사랑이 끔찍했다.
야심의 여인이다.
덴카이의 사랑은 그녀를 조직에 깊숙이 개입하게 하고 실세의 중심에 있게 한다.
중요 중간 보스들이 모인 중대한 회의-
특별한 인물이 참석했다.
일국회 신의주 지부장인 요가 와타나베와 덴카이의 아들 아오끼!
아오끼는 중위에서 대위로 진급하였다.
덴카이 “신의주 일대 산속에 양귀비 밭을 만들어 양귀비 꽃 장사를 해야겠소! 대일본 황군은 총칼로 정복하고 우리는 양귀비 꽃 향기로 정복지에 평화를 뿌리는 것이오! 하하하!”
육군내 실력자인 아베 대장과 덴카이 사이에 이뤄진 약조였다.
일국회 조직을 이용해 우선 조선과 중국 대륙에 아편으로 민중 침략을 시도한다는 무서운 음모였다.
그 첫 번째 거점으로 신의주를 선택한 것이다.
신의주는 가야의 선택이기도 하였다.
부모가 조선인 총에 죽었다.
그 저격범의 고향이 신의주다.
저격현장에서 보았던 아들… 잊을 수 없는 표적 아닌가.
그리고 어린 시절 중국인들에게 당한 치욕적인 일들과 고생과 설움…
이런 것들은 가야의 가슴속 커다란 증오의 덩어리로 불타고 있었다.
조선인과 중국인을 짓밟자.
아오끼 대위는 달랐다.
덴카이 “아오끼! 넌 후계자를 거부하고 군인의 되었다! 아버지 뜻을 크게 거역했어! 두 번은 실망시키지 마라! 곧 국경수비대에서 신의주 지구 헌병대로 전출을 시키겠다! 아버지 새 사업을 적극 도와라!”
그러나 아오끼는 아버지의 암흑 조직 일국회가 벌이는 범죄 사업에 동조할 수 없었다.
아오끼 “아버지! 저에게 기대하지 마십쇼! 저는 황군 장교 육군 대윕니다! 범죄를 비호하는 것은....”
덴카이 “닥쳐!”
지휘봉이 탁자를 후려친다.
그러나 더욱 꼿꼿하게.
아오끼 “천황폐하의 은덕에 배신하는 짓은 목숨을 버리면 버렸지 못 합니다! 일본을 지키고 이끄는 정신은 대화혼입니다! 정의롭고 정당한 혼입니다! 아편으로 병들게 하여 침략하고 지배하는 것은 천황폐하의 뜻이 아닙니다! 하늘의 뜻이 아닙니다!”
가장 놀랜 것은 가야였다.
가족이다. 오라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오끼한테서 숨막힘을 느낀다.
14. 아오끼와 가야-
일본의 두 얼굴로 ‘감격시대’에 또 다른 긴장감을 줄 것이다.
아오끼에게는 일본의 양심이 있고
가야에게는 또 하나의 일본 침략의 탐욕과 비인간성만이 있다.
그러나 아오끼의 양심 천황폐하가 절대 기준인 양심이라 차갑고 잔인한 비정함이 그 속에 깔려있다.
가야는 그런 아오끼에게 매력을 느낀다.
사랑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이미 덴카이의 손을 탔다.
힘을 갖기 위해 덴카이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은 가야였다.
아오끼는 마음으로만 사랑해야 하는 ‘오라버니’였다.
아오끼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
가야가 딱하고 가련했다. 하지만 외면했다.
동정하고 도와주면 아버지는 분명 가야를 내칠 것이다.
더는 그녀를 불행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었다.
가야는 가슴으로만 사랑해야 하는 ‘여동생’이었다.
15. 가야가 아오끼에게 선물을 건넨다.
‘칠생보국(七生報國)’이라 수를 놓은 옷깃이다.
일곱 번 태어나도 나라를 위해 충성하겠다는 맹세.
아오끼의 신념이었다.
아오끼 “이것을 나에게 주는 이유가 무엇이냐?”
가야 “마음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뿐입니다.”
아오끼 “오누이간에 주고 받는 정이라 생각하겠다. 또한 너도 그리 생각하여야 한다.”
아오끼는 냉정하게 말못을 박는다.
가야는 그러겠다, 아니 하겠다 대답하지 않는다.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의 연정은 사랑의 아픔이 되어
정태와 가야의 최후의 결전이 펼쳐지는 황포강 결투 현장까지 이어진다.
둘을 지켜보는 덴카이의 매서운 감시 속에
연모의 정은 외줄을 타듯 아슬아슬하게 이어진다.
16. 히카리 열차가 달린다.
인조견 등의 밀수물품을 몸에 감은 도비패가 하나하나 열차에 매달린다.
정태도 바람처럼 매달린다.
밀수품의 거래처 중국 상회 안-
봉식의 도비패가 풀어놓은 밀수품이 산더미로 쌓여있다.
봉식이가 중국 상인으로부터 돈 뭉텅이를 넘겨받는다.
봉식 “(부하들에게) 오늘은 단둥에서 하룻밤 때려먹고 내일 떠난다.”
“와!” 함성이 터지고
17. 단동의 환락가.
마작패가 현란하게 돌아간다.
마치 공기알을 놀듯 마작알을 갖고 놀며
봉식과 날렵하게 생긴 중국르망이 마작대결을 벌이고 있다.
로마이에 가다마이, 번쩍이는 가죽구두까지 신은 도비패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술잔을 기울이고 있고,
맥고모자를 맹랑하게 눌러쓴 16세의 정태가 봉식의 옆을 지키고 있다.
퉁패를 쳐내고 샤패를 올리는 중국르망,
비릿한 웃음을 흘리는데 순간 중국르망의 팔목을 잡아채는 정태.
정태 “이 새끼 속임수 썼어!”
봉식이 정태를 말리는데 중국르망이 정태에게 잡힌 팔목을
부드럽게 풀며 되려 정태의 팔목을 잡는다.
르망 “우린 속임수 따위는 안 써!”
하는데 당수로 르망의 목젖을 쳐버리는 정태.
르망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마작알.
정태 “이건 뭐야 새끼야! 손에 침 바르는 척 하면서 바꿔치구! 개새끼!”
동시에 마작판이 뒤집히면서 중국르망이 정태에게 달려들고
도박판은 도비패와 중국패거리들 사이에 일대 격전장으로 변하는데
봉식 “그만둬! 뭣 하는 짓이야!”
하며 도비패들을 뜯어말린다.
그때 범상치 않은 풍모의 사내들이 도박장 안으로 들어온다.
그중 선두의 모일화.
언짢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데
그 앞에 털썩 무릎을 꿇는 봉식.
봉식 “죽을죄를 졌습니다!”
영문을 몰라 하는 정태.
르망패거리들에 의해 도비패들도 줄줄이 무릎이 꿇리는데
정태 혼자 무릎을 꿇지 않으려 완강히 저항한다.
모일화가 그런 정태 앞으로 다가온다.
사내인지 계집인지 구분이 안가는 화장발.
모일화가 슬쩍 정태의 어깨를 집는다.
그러자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무릎을 꿇는 정태.
모일화에게 혈을 집힌 것.
모일화, 마치 한 떨기 꽃과 같다 해서 지어진 그 이름.
사내라 하기에는 너무 아름답고 계집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위험한 인물.
그 독기어린 성격탓에 끝내 스승인 파리노인을 배신하고 나오기는 했지만
한때는 팔극권의 정통 계승자로 여겨지기까지 했던 무술의 고수!
남성의 힘에 여성의 부드러움을 갖춘 그의 팔극권은
그 아름다운 궤적에 감탄하는 순간 급소를 찔린다는 치명적인 기술이었다.
모일화가 봉식의 뺨을 갈긴다.
봉식 “죽을 죄를 졌습니다.”
모일화 “그럼 죽어야지”
다시 봉식의 뺨을 갈기는 모일화.
잠자코 맞기만 하는 봉식.
혈을 눌린 정태는 화는 나지만 꿈쩍할 수 없고.
모일화 “자기들이 해오는 광목이 참 좋아. 때깔이 조금만 더 예뻤으면 좋겠어. 할 수 있지?”
봉식 “네!”
모일화, 정태에게 다가온다.
몸은 마비되었지만 눈빛으로 완강히 버티는 정태.
모일화 “눈 깔아”
정태 (버티는)
모일화 “평생 이러구 살래?”
정태 (잠시 망설이지만 그래도 버티는)
모일화 “이쁘다 자기. 성깔있네. 그냥 그러구 살어”
봉식 “저 새끼가 없으면 광목은 어렵습니다. 저 새끼만 거래처를 압니다.”
모일화, 가려다 잠시 주춤, 굴러다니는 마작알을 손가락에 끼고 정태에게 겨눈다.
날아가는 마작알.
모일화 “아아 빗나갔네. 그래도 대충은 맞았으니까 좀 있으면 풀릴 거야”
최근 단동의 암흑가에 천지개벽의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철의 권력을 누리던 아편왕 마점산이 신흥실력자 모일화에게 당하고 만 것.
단동의 암흑가는 급격하게 모일화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이제 단동은 모일화의 것이 되었다.
그간 마점산 패의 보살핌으로 도비노리를 하던 도비패들도
이 급격한 힘의 변동에 적응해야만 했던 것.
그래서 오늘 도비노리로 번 돈을 모조리 잃어주더라도
모일화 측에 선을 대려던 게 봉식의 계획이었는데
눈치 없는 정태 때문에 일을 그르치고 만 것이다.
아직 마비가 풀리지 않아 식구들의 주물떡 안마를 받고 있는
정태를 쏘아보는 봉식.
마침내 마비가 풀린 정태.
그런데 그 때문에 벌어진 일은 상관도 안하는 듯,
고개만 갸우뚱거리며 도대체 어디를 집혔기에 그리 맥을 못 쓰게 되었을까만
궁금한 정태였다.
그래서 식구들의 몸뚱이 여기저기를 괜히 찔러보지만
간지럽다는 지청구만 듣고.
그래서 한때 무술을 가르쳐준 적이 있었던 최포수를 찾아가는 정태.
최포수-
이름은 최용천-
지금은 KPA단원-
황실 근위대 훈련부장 출신이다.
정태는 싸움기술 대부분을 그에게 배웠다.
이날도 정태는 사람의 혈에 관해서 몇 가지 가르침을 얻는다.
18. 어둠 속에 묻혀있는 신의주 역전 광장-
“남남북녀라더니 그 말이 딱이로구나”
“네?”
“이능화의 조선여속고란 책을 보면 남남북녀라는 말이 있어.
남쪽에는 남자가, 북쪽에는 여자가 그럴듯하게 생겼단 말이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요. 땅뎅이가 애를 배는 것도 아니고”
“기후 탓이지, 기후가 찰수록 피부가 희고 얼굴이 갸름한 법! 그래서 남남북녀라 하는 게야.”
“도련님은 참, 그쪽으로는 빠삭하십니다요-”
신의주거리에 경성 깍쟁이 하나가 나타났다.
잘 빼입은 양복하며 반짝거리는 구두, 하인까지 거느린 품새로 보아
보통의 인사는 아닌 듯 한데,
지나가는 여자의 살랑이는 엉덩이만 쳐다보는 품이 꽤나 바람둥이인 듯 보였다.
수빈이가 인력거에 수옥이를 태운다.
중간 크기의 가죽 트렁크를 들었다.
경성에서 제일가는 명문 중학교의 교복을 입었다.
경찰도 헌병도 함부로 못했다.
바로 그 점을 이용해서 수옥은 아버지의 계획에 따라 독립 군자금을 신의주 백부 김학준에게 전달하려고 온 것이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패거리에게 습격을 당한다.
수빈이는 손님 보호 차원에서 필사적으로 달린다.
역부족이다.
위기에 몰린다.
이때 정태가 나타난다.
허둥지둥 달리는 인력거를 보고 쫓아온 것이다.
정태와 정체불명 패거리와의 결투가 벌어진다.
수빈이는 물론이고 수옥까지 가담한다.
정태의 액션이 너무나 아름답다.
너무나 눈부시다.
수옥은 넋을 놓고 정태의 동작 하나하나를 본다.
군자금을 무사히 지켜내고 수옥은 정태에게 의형제를 제안한다.
정태 “(차갑게 한 마디로) 친구로 지내자!”
19. 수옥은 옥련에게 반한다.
옥련도 수옥에게 끌린다.
정태는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인냥 유쾌하게 어울린다.
그래야했다. 옥련에겐 오라비였고 수옥에겐 친구였으니까.
하지만 옥련 생각에 잠못 이루는 밤은 나날이 늘어만 간다.
20. 달려오는 히카리 열차-
자막 “3년 후”
신정태 나이 19세 청년이 되었다.
단둥에서 신의주로 달리는 열차다.
신정태가 절도 있게 개인 넘버를 부른다.
신정태 “일번! 이번! 삼번! 사번....”
번호에 따라서 일정한 간격으로 갈대밭에서 도비꾼들이 튀어나간다.
멀리 히카리 열차가 달려온다.
전속력으로 달리다 뛰어올라야 열차의 속도에서 오는 위험을 덜 받을 수 있다.
하나하나 매달리고 맨 나중에 신정태가 매달린다.
특실 차창-
유심히 내어다보는 얼굴이 있다.
요염하기까지 한 성숙한 미녀 데구치가야-
기차에 매달려있는 신정태를 유심히 본다.
특실 안-
덴카이와 동행이다.
덴카이 “도비노리라고 한다! 밀무역꾼들이 먹구살려고, 죽음을 무릅쓰고 달리는 열차에 매달리고 뛰어내리는 거야! 국경선 감시를 피해서....”
가야 “아름답군요!”
덴카이 “뭐가?”
가야 “도비꾼요!”
덴카이 “왜?”
가야 “목숨까지 던져가며 살기 위해 필사적이라면.....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움이 있지요. 아버지!”
덴카이 “하하하! 맞아!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너의 깊은 맛이야! 매력이야!”
가야 다시 창밖을 내어다본다.
신정태는 바로 특실 승강대 손잡이를 잡고 매달려 있다.
가야의 눈앞에 4년 전 봉천역 그 사건 현장이 떠오른다.
불을 뿜는 권총-
피를 솟구치며 쓰러지는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 외치던 어린 신정태-
가야 “(문득 정신을 차린다.)”
동시에 신정태(현실)가 열차에서 뛰어내려 풀숲을 나딩군다.
21. 데구치가야는 양아버지 덴카이의 혹독한 훈련과 각별한 사랑으로
일국회의 조직 속에서 제일 후계자로 당당하게 성장하였다.
덴카이-
그는 일본의 왼손, 밤의 천황이었다.
오른 손인 황군의 칼이 더 쉽게 상대를 벨 수 있도록
아시아의 멱살을 틀어쥐고, 아시아의 급소를 움켜쥐며
아시아의 시야를 현혹시킨 그런 왼손이었다.
그는 고귀하신 천황이 직접 하시지 못하는
더러운 일들을 배후에서 깔끔히 처리해주는 밤의 천황이었다.
그는 일본 야쿠자의 시조였고
아시아에 마약과 밀수, 매춘의 씨앗을 퍼뜨린 장본인이었으며
조선의 김옥균, 중국의 쑨원, 인도의 비하리보스 등
아시아의 주요 혁명가들을 후원한 후원가이기도 했다.
그가 그들을 후원한 것은 그들의 혁명을 지지해서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이 그들의 나라를 흔들어주면 그뿐이었다.
그는 일본 그 자체였으나 어둠의 일본이었다.
그런데 놀랍다-
그 막강한 인물의 바로 옆자리를 이제 갓 21세의 여자가 차지하고 있다.
데구치가야, 그녀는 지금 덴카이의 혹독한 훈련을 통해
덴카이의 아시아 진출을 위한 비밀병기로 거듭나 있는 것이다.
그녀의 가족사, 그녀의 개인사, 그리고 그녀의 집요한 성격이
아시아에 충분한 저주의 씨앗을 뿌리리라 덴카이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아들 아오끼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반감이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으리라… 짐작하고 있었다.
목적을 위하여 마음을 버릴 수 있는 여자!
하여 덴카이는 가야를 총애했다.
22. 일국회의 덴카이는 절대적이다.
별장- 다다미방 첫 문이 열린다.
20명씩 좌우에 엎드려 있는 부하들-
덴카이가 오른쪽에 가야, 왼쪽에 와타나베를 거느리고 들어온다.
모두 더욱 깊숙이 다다미방에 이마를 박는다.
두 번째 문이 열린다.
이 방에는 15명씩 좌우에 엎드려 있다.
세 사람이 지나간다.
세 번째 문이 열린다.
지역 오야붕들이 5명씩 좌우에 엎드려 있다.
끝자리에 용암포 불곰이 보인다.
세 사람 자리 잡고 앉는다.
좌우에 도열해 앉아있는 40명, 40명씩 총 80명의 부하들이 장관이다.
별장 회의에서는 중대한 결정이 내려진다.
덴카이 “와타나베가 뒷문을 든든히 단속해두었으니 이제는 앞문을 열어야지! 이제부터 우리는 대륙으로 갈 것이다. 그 선봉에 가야가 서거라.!”
가야와 와타나베, 동시에 읍하며 “명에 복종하겠습니다!”
부하들도 일제히 외친다.
“충성을 약속합니다! 천황폐하 만세! 대일본제국 만세! 일국회 만세!”
덴카이 “(대만족)”
가야 “(야망이 이글거리는 표정)”
23. 시장통
신정태와 승태 짱똘 등이 건들거리며 온다.
양복은 멋지게 뽑아 입었으되 아직은 어색하고 촌티마저 흐르는 그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앞을 가로 막는 와타나베 휘하의 7인의 사무라이들.
와타나베가 신정태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까닥 한다.
앞으로 나서는 신정태.
와타나베와 7인의 사무라이들이 신정태만을 채어 차에 싣는다.
승태 “뭐야 저 새끼들?”
짱똘 “애들 모아!”
신의주 일국회 본부로 끌려온 신정태.
거칠게 떠밀어지는데 상석에 앉아있는 여인.
가야 “날 기억하느냐?”
신정태가 눈만 꿈뻑꿈뻑하자, 가야가 신정태의 뺨을 날린다.
신정태의 뺨에 핏금이 그어진다.
가야가 손가락 사이에서 사금파리를 보여준다.
가야 “이제 날 기억하느냐?”
신정태 “너는…!”
그때 7인의 사무라이중 하나가 칼등으로 신정태의 뒷무릎을 내려친다.
무릎을 꿇는 신정태.
와타나베 “가야님이시다. 언행을 주의하라!”
가야, 사금파리의 손을 들어본다.
사금파리 탓에 손에 상처가 나 피가 배어나온다.
순간에 부모를 잃고 천애고아가 되어 일본 열도에 내팽개쳐진
가야의 몸뚱이를 지탱하던 손이었다.
살기위해 음식을 구겨넣던 손이었고, 부모 생각에 눈물을 닦아내던 손이었다.
살려 달라 받아 달라 애원하며 덴카이의 발뿌리에 매달리던 손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 손에 검을 쥐었다.
법으로는 다스릴 수 없는 무법의 세계를 다스리는 힘을 쥐었다.
그리고 이제 돌아온 것이다.
그녀를 천애고아로 만들어버린 조선인들의 땅에,
그리고 그녀를 불행의 씨앗으로만 내몰던 중국인들의 땅에
이제 데구치 가야가 돌아온 것이다.
그녀의 눈짓에 7인의 사무라이들의 몰매가 시작된다.
신정태가 혈을 토하고 무릎을 꺽는다.
짓눌린 신정태의 몸뚱이 위로 무수한 발길질이 가해진다.
그런 신정태 앞으로 다가오는 가야.
가야 “오늘의 고통은 앞으로 니가 받아야할 고통의 시작에 불과하다.
우선은 네 주변의 모두를 죽일 것이다.
그들의 죽음 앞에 울다 울다 더는 울어줄 이가 없을 때…
그들의 시신을 묻다 묻다 더는 묻어줄 이가 남아있지 않을 때…
네가 이 세상에 혼자가 되었을 때,
그 때 내가 나타나 너를 친히 죽여줄 것이다!”
돌아서는 가야.
사무라이들이 만신창이의 신정태를 끌고 나간다.
가야 “대륙으로 갈 준비는 끝났나?”
사무라이 “하이!”
24. 경성, 스윙재즈 작렬한다.
댄스홀을 가득 메운 모던걸 모던보이들이 살랑거리며 춤을 춘다.
그들 틈에 보이는 옥련과 수옥, 그리고 수옥의 일본인 친구 오다.
클로슈 모자에 스윙자켓을 걸쳐입은 옥련도 제법 모던 걸의 느낌이 나는데
그때 모던보이 하나가 옥련주위를 맴돈다.
옥련이 무시해보지만 점점 다가오는 모던보이.
옥련이 상대의 치근거림을 견디다 못해 뺨을 날리려는 순간,
댄스홀로 쏟아져 들어오는 왜경들.
“풍속문란 혐의다! 다 체포해!”
방금 전까지 광란의 춤을 추던 모던보이 모던걸들이
왜경에 의해 하나둘 끌려 나가고
옥련은 수옥과 오다의 손에 이끌려 댄스홀을 탈출하는데,
잡혀가던 모던보이, 모던 걸들은 이 모든게 재밌다는듯 낄길거리고
소리를 지르는 이도 있다.
“친애하는 조선총독각하! 하루속히 경성에도 딴스홀을 허락하시어
동경의 후로리다홀이나 일미홀에 노는 것 같은 유쾌한 기분을 느끼게 하소서!”
경성 거리를 시보레가 달렸다.
“이게 드라이브라는 거야. 우리 말로 마구 달리기!”
영화간판이 근사하게 걸려있는 종로통을 달리자 옥련은 얼굴색이 밝아진다.
그런 옥련을 보면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두 총각이
명동 잡화골목에서 옥련에게 갖은 신기한 물건들을 사주고는 사진도 한방 찍는다.
신문물, 신세계, 그리고 권총까지 들었던 절박감이 풀어진 편안함에
옥련과 두 총각은 금세 친해진다.
수옥과 극장으로 향한 옥련은 당대 최고의 가수 이애리사의 공연에 넋을 잃는다.
잔잔한 아코디언 선율에 실린 구슬픈 노래…
‘황성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에 스른 회포를 말하여 주노라
아 가엾다 이 내 몸은 그 무엇 찾으려고 끝없는 꿈의 거리를 헤매어 있노라.’
옥련은 저 불빛 아련한 무대에 꼭 서리라 다짐한다.
경성생활을 통해 가수라는 꿈을 본격적으로 꾸어보는 옥련이었다.
그렇게 옥련의 경성에서의 모던한 날들은
수옥의 죽음이라는 비극의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게 된다.
25. 압록강을 건너다.
“가서 자기 주인년한테 전해. 중국땅은 꿈도 꾸지 말라고. 내가 그년을 죽여버릴거거든!”
가야가 보낸 최후 통첩에 대한 모일화의 답변은 예상대로 였다.
가야는 드디어 단동을 치기로 한다.
더는 머뭇거릴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가야와 일국회의 낭인들이 압록강을 건너기 시작한다.
그 시간, 도비패의 복수를 끝낸 정태도 신의주를 뜨기로 한다.
그런데 그런 정태를 붙들고 늘어지는 승태.
매화를 구해달라는 것이다.
승태는 청송회관의 기생 매화에게 빠져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매화가 가야의 계략에 의해
아오끼의 사택에 있는 것이다.
국경수비대 장교의 사택에 있는 여자를 구해달라니.
그렇잖아도 수배중인 정태였다.
하지만 승태는 애절했다.
매화 없이는 살수 없다고 했다.
정태는 할수 없이 짱똘, 승태등과 함께 매화를 구해내기로 한다.
단동은 전쟁터가 되었다.
일국회 낭인들에 의해 이미 전세는 기울었지만
일당백의 모일화에 의해 번번히 일국회 핵심 낭인들이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마침내 가야가 나서기로 한다.
가야와 모일화의 대결.
팔극권의 고수와 수년간의 혹독한 야쿠자 수련을 받아온 일국회 후계자간의 대결.
싸움 실력은 모일화가 한수 위였을지 몰라도
계략은 가야쪽이 고수였다.
가야의 채찍 손잡이에 숨겨 놓은 칼을 미쳐 알아채지 못한 모일화가 마침내
가야의 손에 무릎을 꿇고.
그 시간, 정태등은 아오끼의 사택에 있는 매화를 구해내려다
되려 국경수비대의 병사들에게 쫒기게 되었다.
그와중에 매화의 등판에 총알이 박히고.
“매화!”
승태는 정태를 담장 밖으로 밀어내고 자신은 매화 옆에 남기로 한다.
뒤늦게 쫒아온 아오끼의 칼날 앞에 놓인 승태.
그러나 죽어가는 매화의 모습에 승태는 눈물만 짓고 있다.
승태에게 떠밀려 억지로 담장을 넘게된 정태.
쫒기는 와중에 짱똘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데
그런 정태를 추적하는 국경수비대.
정태의 뒤로 연이어 총성이 들리고
정태는 할수 없이 압록강물로 뛰어든다.
한반도에서 제일 긴 강이라는 깊은 압록강 물에 빠져든 정태.
만신창이가 된 조국을 등지고 수많은 조선인이 건넜다는 이별의 강물에서 허우적 대는 정태.
턱끝까지 차오른 숨과 바닥을 보이는 체력.
깊은 압록강 물에 빠져들며 정태는 생각한다.
‘친구들은 모두 무사할까? 혼자 남은 승태는 괜찮을까?
짱똘이는 어디 있을까? 그리고 옥련이는 지금쯤 상해에 도착했을까?
옥련이가 보고 싶다. 옥련이가....’
그 밤, 강물에 휩쓸려 정태는 점점 혼절해 가고
압록강을 건너 단동에 입성한 가야는
여지껏 자신을 괴롭혀온 중국대륙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정태와 친구들, 그리고 가야마저도 압록강을 건넌 그날,
죽은 줄만 알았던 수옥도 학병 징집 열차에 실려 압록강을 건너고 있었다.
마도(魔道) 상하이
26. 상하이탄(上海灘)
“정당한 대결이었어요. 보내주세요.“
가야가 돌아선다.
아무리 상하이탄이라지만,
강물과 바다가 만나 뒤섞이는 도시라지만,
동양과 서양이 만나 뒤섞이고 인연과 악연이 혼재하는 도시라지만
가야를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될줄은 몰랐다.
사사끼의 얼굴에 쏟아부은 술잔을 던져버리고 돌아서는 가야의 뒷모습을 보는
정태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상하이였다.
상하이의 북쪽은 미국, 영국, 일본등이 잘라내어 공공조계를 만들어 저들끼리 살고,
상하이의 남쪽은 프랑스가 잘라내어 프랑스 조계지를 만들어 저들끼리 살고
그 사이 사이에 중화계가 있어
전세계의 핍박받는 민족들이 스며들어 산다는 국제도시였다.
어디서 누구를 만날지 모르는 도시라더니 그말이 틀리지 않았다.
여기서 가야를 다시 만나다니.
그렇다해도 정태는 떠날 마음이 없었다.
옥련을 만나기 위해 이제껏 대륙을 가로질러 온 것이다.
그러나 그 밤, 정태에게 패하고 오야붕인 가야에게 술잔을 뒤집어쓰는 모욕을 당한 사사끼가 할복자살을 하면서 정태의 상하이에서의 삶은 또다시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워 지고 있었다.
프랑스 조계의 한귀퉁인 방삼통의 조선인 구역에서 빌붙어 살아가던 정재화패가
먼저 정태에게 떠날 것을 강요하고 나섰다.
아무리 같은 조선주먹이라지만
일국회의 쿠미쵸인 사사끼를 죽음으로 내몬 정태를 받아들였다가는
어떤 꼴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방삼통의 맹주, 정재화.
그는 호탕한 조선주먹이었다.
그러나 시절이 그를 변하게 했다.
열강들의 각축장인 상하이에서 소수 민족으로 살아가려면
눈치가 빨라야 했고, 주먹의 가오 따위는 잊고 살아야 했다.
살고 보는 일, 그것이 우선 이었다.
그래서 정재화는 정태를 받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속은 쓰렸다.
나도 한때는 조선주먹이었다는 회한 같은게 뻐근하게 가슴속에 있었다.
그러나 딸린 식구들을 생각한다면 의리보다는 처세, 그게 먼저였다.
그래서 그는 입버릇 처럼 수십년전에 사라진 조국 얘기가 나올때 마다
“조선은 옘병!”
그랬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것이
상하이의 북쪽 공공조계를 장악한 일국회와
상하이의 남쪽 프랑스 조계를 장악한 황방사이에 전쟁의 기운이 모락모락 피어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다스리고 있는 방삼통이 하필이면 그 가운데에 있었다.
방삼통은 지금, 중국과 일본의 고래싸움에 작살나게 새우등 터지던 조국의 상황을 그대로 닮아있었다.
어찌되었건 방삼통을 살려내야 했다.
방삼통을 옛날 조선의 꼴로 만들수는 없었다.
27. 신정태는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초일류 검객 사사끼를 할복하게 한 조선인 사내…
예술적 박치기의 달인…
조선인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열혈남아…
소문은 중국 황방패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렇지 않아도 일국회 때문에 나와바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조선인들의 방삼통은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사사끼를 꺾을 정도의 조선인이 나왔다면 방삼통의 세력도 급성장할 수 있었다.
사전에 막아야 했다.
황방패의 우두머리 왕백산은 최측근 마오를 부른다. 아니 빼낸다.
인신매매와 아편 거래 혐의로 붙잡힌 마오는 감옥에 있었다.
그러나 왕백산은 특무대의 곤도를 매수해 삼일 동안만 마오를 빼오기로 한다.
특무대의 곤도 또한 마다할 일은 아니었다.
어차피 신정태는 없애야 하는 불령선인.
왕백산의 힘을 이용하는 것도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왕백산의 우레와 같은 명령이 떨어진다.
“그 조선놈을 꺾어라! 무조건 이겨라!”
28. 황신 마오와의 대결
마오는 황신(荒神, 지옥의 신)이라는 별칭을 가진 십팔기의 명인이다.
신정태를 찾아온 마오는 삼절곤의 위력을 과시하며 결투를 신청한다.
“이틀 후 성문 밖 다리다. 도망치지 마라!”
운명의 이틀-
신정태는 성문 밖 다리 근처를 배회한다.
소림곤법의 귀신 마오를 해치우기 위한 작전을 구상한다.
“상대의 기량을 바꿔놓을 수는 없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변경이 가능한 것은 적과 장소와의 관계뿐이다.”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에도 나오는 말이다.
“적을 곤란한 장소, 곤란한 상태에 몰아넣어라. 적의 조건을 하나씩 나쁘게 만들어야 한다.”
결투 전날 밤, 신정태는 마오의 삼절곤에 맞아 죽는 악몽을 꾼다.
그러나 꿈은 꿈일 뿐!
새벽 일찍 냉수 목욕을 마친 신정태는 옷을 갈아입고 결투장소로 나간다.
결투-
쉽사리 싸움은 시작되지 않는다.
눈싸움과 기싸움으로 수십 합을 보낸다.
마오가 신정태를 바라볼 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신정태가 마오를 바라볼 때는 주변의 소리가 모두 들린다.
바람 소리, 낙엽 지는 소리, 시냇물 소리, 산토끼의 발자국 소리까지…
그렇다.
마오는 오로지 적만 보았고, 신정태는 적과 함께 주변을 모두 살폈다.
마오는 시간이 없었다. 오늘이 지나면 다시 감옥으로 가야했다.
그전에 왕백산에게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어야 했다.
거액의 돈을 들여 자신을 빼내준 두목에 대한 보답을 해야 했다.
다급해진 마오가 먼저 공격을 해온다.
삼절곤이 폭풍처럼 회오리치며 날아온다.
두 사람 모두 발이 딸에 닿을 겨를이 없이 날고 뒹굴고 뛰며 공격을 날린다.
‘상대의 기량을 바꿀 수 없다면 적을 곤란한 장소, 곤란한 상태로 몰아넣어라!’
오륜서의 구절이 떠올린다. 무사시의 결투를 그려본다.
마오의 무기인 삼절곤은 넓은 곳에서 쓰는 무기다.
그렇다면, 역시 공간이다!
신정태는 마오를 돌탑이 있는 곳으로 몰아붙인다.
순간 허공을 가르던 삼절곤이 돌탑과 부딪혀 튕겨나간다.
옆의 나뭇가지를 맞고 다시 방향이 틀어진다.
공격이 실패한 마오.
순간 신정태가 무릎 반동을 이용해 뛰어올라 회심의 박치기를 날린다.
빠박-!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마오가 쓰러진다.
교도소로 들어간 마오는 치료를 핑계로 의무실로 직행한다.
철창 안의 동료들과 다른 라이벌들에게 망신을 당하기 싫어서다.
겨우 정신을 차린 마오에게 치료비 영수증이 날아든다.
이미 신정태가 신마적을 시켜 치료비를 지불한 것.
겨우 정신을 차리던 마오가 다시 쓰러진다. 이번엔 정신적 충격이다.
마오의 패배 소식을 듣고 왕백산은 직접 교도소를 찾아간다.
누워있는 부하를 보니 마오의 말과는 달리 상처가 깔끔하다.
굳이 의무실에 입원할 까닭이 없었다.
똑똑한 기술 구사, 깔끔한 싸움 솜씨.
그제야 왕백산도 신정태란 인물에 대해 슬슬 구미가 당기기 시작한다.
마오의 참패에 격분한 왕백산의 측근 하나가 허락도 없이 신정태를 습격한다.
그러나 역시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다.
그 손에 봉투가 하나 쥐어져 있다.
싸움 때문에 박살난 술집 수리비 영수증과 편지다.
‘술집에 있을 땐 쳐들어오지 마슈. 수리비 물어줘야 하잖아! 반은 내가 냈으니 반은 당신이 내요. 그리고 다음엔 넓은 데서 붙자구!’
콧구멍이 벌름거리는 왕백산. 이쯤이면 되었다.
르망의 서열 2,3위가 박살이 났으니 이제는 자신이 직접 나서도 되는 거였다.
그리하여 신정태와 왕백산의 대결이 성사된다.
소문이 퍼진 상하이가 술렁인다.
29. 드디어 신정태와 왕백산의 결투가 시작된다.
그러나 정적뿐이다.
맨손과 맨손, 몸과 몸이 부딪히는 사나이들의 격돌.
무규칙경기, 그러나 이미 눈빛으로 주고받은 규칙들.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치열한 접전이 펼쳐진다.
신정태의 선공.
왕백산의 맷집.
당황하는 신정태.
왕백산의 미소, 그리고 돌격.
부드럽게 빠져나가며 신정태의 발차기.
열 받기 시작하는 왕백산.
다시 격돌.
신정태의 연타. 그러나 잡히고
왕백산의 힘.
뼈가 으스러질 것 같은 신정태다.
그러다 문득 왕백산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신정태를 내던진다.
신정태 몸을 꼬며 착지.
왕백산의 힘을 실감한 신정태.
신정태의 빠름을 절감한 왕백산.
고수와 고수의 대결, 긴장감이 감도는데…
상상만으로도 이마에 땀이 솟는 고수들의 기싸움.
숨이 막힐 지경이다.
서로의 눈빛으로 이미 상대의 세를 간파한 고수들!
함부로 먼저 공격할 수가 없다.
이런 대결에선 정확한 타이밍과 회심의 한 방으로
모든 게 결정 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두 사람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왕백산이 움직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왕백산의 그림자가 움직였다.
작열하는 태양에 신정태가 잠깐 눈살을 찌푸린 사이,
왕백산은 그 찰나를 이용해 공격해 들어왔다.
타이밍에 있어서는 왕백산이 먼저 수를 읽었다.
왕백산의 언월도는 작열하는 햇살을 찢고 가르며 신정태를 향해 돌진해왔다.
돌고 뛰고 날고 엎드리고 미끄러지며 신정태는 언월도를 피했다.
곡예에 가까운 몸놀림은 왕백산이 신정태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언월도가 신정태를 쫓아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모든 공격에는 리듬이 있는 법.
신정태는 그 리듬이 수그러들기를 기다리며 계속 언월도를 피했다.
그러다 문득 신정태는 자신의 구석진 곳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는 막다른 벽.
돌아서서 벽을 차고 오르는 자신의 장기를 펼치기에는 공간이 부족했다.
타이밍을 놓친 것이 그대로 패배로 이어지는 것인가?
신정태는 빠르게 공간을 읽어보지만 반격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때 숨 가쁘게 돌진해오던 왕백산의 언월도가 툭 땅을 향해 내리꽂히며 왕백산이 숨을 고른다.
아직 공격의 리듬이 끝날 때가 아닌데…
신정태가 몸을 고쳐 세우며 왕백산을 바라본다.
그런데 왕백산은 언월도 끝을 땅바닥으로 향한 채 뒤로 물러서는 게 아닌가.
“나오시게. 이번엔 자네 차례일세.”
왕백산은 구석에 몰렸던 신정태를 다시 중앙의 넓은 싸움터로 불러낸다.
이것은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고 일방적으로 눌러버리는 잡스런 싸움이 아니었다.
싸움의 맛을 아는 참다운 무인들의 대결이었다.
고수와 고수의 대결이었다!
왕백산은 철저하게 신정태를 최고의 싸움꾼으로 인정해주고 있었다.
만신창이가 된 마오를 병원으로 옮겨 치료비까지 치러주었던 신정태였다.
중국 주먹들 사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너였다.
신정태가 뚜벅뚜벅 다가선다.
왕백산이 긴장한다. 다시 언월도를 쥔 손에 힘을 준다.
칼끝을 서서히 들어올리는데,
신정태가 휙 손을 올리는가 싶더니 중절모를 벗어 내린다.
그러면서 “형님!” 하며 정중하며 악수를 청하는 게 아닌가!
팽팽하던 왕백산의 눈빛이 흔들린다.
‘고수 중의 고수로다…!’
결코 두 사람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없는 싸움이다.
수많은 눈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긴다 해도 그 마지막 몰골은 흉할 것이고, 싸우는 과정 또한 혼전난마일 터…
또 이미 싸움은 머릿속에서 수십 합을 해내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미 다른 사람 같았으면 걸레가 되었을지 모를 왕백산의 공격을
놀라운 솜씨로 다 피하며 오히려 먼저 악수를 청하고 있지 않은가!
이 제의를 무시하고 공격을 한다면 반드시 이겨야 했다.
그래야 왕백산으로서의 체면이 섰다. 그러나 자신이 없었다.
이미 앞선 선제공격에서 왕백산은 가진 힘의 반을 써버렸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인 공격이었다.
왕백산이 그대로 언월도를 내려놓는다.
“아우님!”
왕백산도 허리를 숙여 신정태의 손을 맞잡으며 호형호제를 허락한다.
이로써 피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 예상했던,
둘 중 하나는, 혹은 둘 다 죽을 것이라 예상했던 싸움은
피 한 방울, 살점 하나 떨어지지 않고 조용히 마무리 된다.
이 무혈 대결로 신정태의 명성이 또 한 번 상하이에 떨쳐진다.
조선인 상인들은 고무되고 조선인 거리에는 활기가 돈다.
30. 남경로에서 가장 큰 서민식당 ‘상하이 객잔’-
1층 홀은 2백 명이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있는 크기다.
구석자리-
신정태가 여러 가지 요리를 한상 가득 차려놓고 술을 곁들여 먹고 있다.
러시아 선원 20여명이 시끄럽게 먹고 있다.
이때 17세의 중국 처녀 양양이 활기 넘치게 나타난다.
혼자가 아니다.
험악하게 생긴 청년 장년 10여명을 거느렸다.
양양 “(손뼉 딱딱 치며) 지배인님! 우리 예약자리 어디에요?”
지배인이 안에서 쫓아 나와 싹싹하게 안내한다.
이때 러시아 덩치가 꽥 소리친다.
러시아 “이봐 지배인! 똥냄새! 똥냄새 속에서 어떻게 요리를 먹어? 웩! 웨!”
양양과 일행의 낯짝이 확 구겨진다.
이들은 ‘똥지기’들이다.
똥 푸는 조직이다.
따지고 자시고 시비할 것도 없다.
그대로 한 판 대결이 펼쳐진다.
대 난투극에 식당은 개판이 되고 중년의 똥지기가 밖으로 달려 나간다.
똥지기패가 대 열세다.
러시아 선원들이 깔깔 낄낄 신나게 매타작을 한다.
양양은 상당한 무술이다.
그러나 역부족이다.
러시아 세 놈이 양양의 몸을 만지며 안으로 끌고 들어간다.
표범처럼 날으는 신정태-
세 놈이 순식간에 쓰러진다.
양양 “누, 누구에요?”
신정태 “알 것 없어!”
양양 “무슨 소리에요? 어디 사는 누구에요? 정조의 은인이잖아요! 아니면 겁탈 당했단 말예요!”
맹랑한 처녀였다.
이제 러시아 놈들이 모두 사리소니에게 달려든다.
신정태의 솜씨가 넓은 식당 안을 누빈다.
한편 똥지기패 30여명이 몰려온다.
뛰어나갔던 중년이 조직에 알린 것이다.
똥지기 분두(대장) 신가점-
날카로운 눈빛에 어딘가 사색하는 듯 한 깊은 맛이 있다.
중국 주먹계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황방 6대 패미리 중 하나인 설두성(백발노인)파의 부두목이다.
막강한 세력이다.
신가점 일행이 식당에 나타난다.
신정태가 혼자 휙휙 날으고 있다.
양양 “아빠!”
신가점은 양양의 아버지다.
신가점 “(신정태의 액션이 눈부시다. 금방 반한다.)”
부하들이 합세하려하자 막는다.
끝내 신정태 혼자 해치운다.
러시아 놈들이 다 달아나자 신정태는 다시 자기 자리에 앉으며 술을 마신다.
양양 “(홀딱 반한 눈길)”
신가점 “(감탄)”
이렇게 해서 신정태는 상하이 중국세력 황방과 인연을 맺게 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양양이 신정태를 지독하게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31. 가늠쇠 위의 재회
한편 정태와 헤어진 그동안 옥련은 어느새 한인 애국단 KPA의 일급단원으로 변해있었다. 평소에는 신분위장을 위해 제니라는 밤무대 가수로 살지만
옥련의 진짜 신분은 요인 암살을 담당하는 KPA의 저격수였다.
그리고 그날도 상부의 지침에 따라 저격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노리쇠를 결합하고 영점을 조정하고 가늠쇠 위에 암살대상의 정수리를 올려놓고 있었다.
그런데 암살대상의 얼굴이 낮이 익었다.
낯이 익은 정도가 아니라 꿈에도 그리던 사람이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래서 옥련을 이 험난한 독립운동의 길로 이끌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김수옥-
경성에서 옥련이 탈출하던 날, 일본 경찰의 총에 가슴을 맞았던 수옥은 죽지 않았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하지만 그 댓가는 참혹했다.
아버지 김학성은 옥사했고, 그 많던 재산은 몰수 당하고 말았다.
게다가 수옥은 징집되어 만주벌을 누비며 공비라 불리는 조선인 의용군을 진압하는
학병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 친구 오다가 함께 해주었지만
너무나 순수한 영혼인 오다는 군대에서의 삶을 견디지 못했다.
토벌작전중에 학살해야만 하는 민간인을 번번히 살려주었고
오다가 살려준 사람중에 산홍이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지기까지 했다.
그 산홍으로 인해, 오다는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산홍과의 삶을 꿈꾸며 탈영을 하다
처참하게 병영의 원형철조망에 걸린 시신이 되고 말았다.
그 오다의 마지막 말이 산홍이를 부탁해-였다.
그날, 수옥도 탈출을 했다.
오다의 시신이 걸린 원형철조망을 넘어 오다가 부탁한 산홍의 손을 이끌고
탈영을 했다.
친구의 여인까지 떠안은 수옥의 삶은 순조롭지 않았다.
하지만 경성제대에 입학허가까지 받았던 수옥의 고급두뇌가 빛을 발했다.
처참하던 삶은 차츰 개선되었고,
어느새 수옥은 오다의 이름을 빌려 상하이의 공채중계인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일본인으로 위장해서 살아야 했고
일본에 협조해야 했다.
그런데 그런 수옥앞에 옥련이 나타난 것이다.
더구나 수옥 옆에는 산홍이가 있는데.
그래서 수옥은 옥련을 외면했고 매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옥련은 자기 때문에 이토록 허물어져버린 수옥을 놓아버릴수는 없었다.
정태가 온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이대로 정태에게로 갈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나타난, 그것도 변절자가 되어 암살대상으로 나타난 수옥 때문에
옥련의 삶도 흔들리고 있었다.
32. 최포수의 죽음
가야에게 정태는 뜨거운 감자였다.
이제 막 상하이의 조직책이 되어 황방과의 대격돌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개인의 사사로운 문제에 신경쓰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또, 정태와의 인연은 제 스스로의 손으로 풀고 싶었다.
그래서 부하들에게 신정태는 건들지 말라는 금지령을 내렸다.
그런데 그게 일부 부하들의 반발을 샀다.
사사끼를 깨고 할복까지 하게 만든 신정태를 그냥 두어서는
일국회의 체면이 서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그중 야마모토가 가야의 처분에 가장 불만을 표했다.
사실 상하이는 야마모토의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몇 년간 상하이에 공을 들였다.
공석이 된 상하이 오야붕의 자리도 자기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그런데 회장님의 양녀라는 이유만으로
가야라는 기집애에게 빼앗겨버린 것이다.
야마모토는 신정태를 치는 것으로 가야를 흔들어버리자고 생각한다.
부하들의 복수도 못하는 오야붕은 오야붕도 아니라는 명분을 내세우면
어찌어찌 가야를 오야붕의 자리에서 끌어내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일국회의 암살조인 이가닌자조를 급히 공수해 신정태를 잡도록 명을 내렸다.
그러나 이가닌자조에게 죽임을 당한 것은 신정태가 아니라
신정태를 보호하려던 최포수였다.
이로인해 사태는 급변했다.
단지 옥련을 만나기 위해 상해로 왔던 정태가
최포수 아저씨를 죽인 일국회를 잡기 위해 방삼통부터 장악하기로 한 것이다.
다급해진 야마모토는 그동안 은밀히 접촉하고 있던 정재화에게
신정태를 잡아달라고 청을 넣었다.
신정태만 잡아주면, 그래서 가야를 오야붕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기만 하면
상해 제일의 카지노인 신천지의 지분 일부를 주겠다는 조건이었다.
신천지의 지분이 들어온다면
쥐구멍같은 방삼통에도 해뜰날이 올것 같았다.
정재화는 방삼통을 남경로 못지 않은 거리로 만들고 싶었다.
오갈데 없는 조선인들 그래도 발뻣고 자게 하는 방삼통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비록 일국회의 편을 든다는 오해를 사더라도,
같은 조선주먹을 쳐야 한다는 고뇌에 휩쌓이더라도
일단은 잊고 신정태를 잠기로 결심한다.
가야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신임 오야붕으로 취임하는 즉시, 여기저기서 반발이 있을 것임을 예측하고 있었다.
여자가, 그것도 회장님의 양녀가 오야붕이 된다니
그간 암흑세계에서 잔뼈가 굵은 남자 부하들이 가만 있을 리가 없었다.
가야는 신정태를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다지고 있는 중이었다.
만약 야마모토가 신정태를 꺽지 못한다면, 또는 꺽는다 하더라도
자신의 명을 어긴 것으로 간주해 즉시 처치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야마모토만 제거한다면 나머지 자잘한 반대세력이야 저절로 입을 다물것이었다.
황방과의 대결은 그 다음이었다.
그런데 신정태는...?
만약 신정태가 이긴다면...?또는 진다면...?
그 다음에는 어찌해야 할지 가야도 모를 일이었다.
33. 신정태와 정재화, 두 조선주먹의 대결
사사끼외 이가닌자조를 꺽고 상하이 주먹계의 신성으로 등장한 정태와
이미 상하이 비밀복싱클럽에서부터 명성을 떨쳐온 정재화의 대결은
상하이의 유력인사들이 관람을 청할정도로 명불허전이었다.
그러나 치열한 대결 끝에 승자는 신정태.
패한 정재화는 조선주먹답게 상하이를 떠나기로 한다.
그러나 정태는 그런 정재화를 잡는다.
일국회를 꺽는데 힘이 되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재화는 그런 정태를 위해서 더더욱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싸움에서 패한 주먹이 그 거리를 떠주어야만
승자가 속편하게 그 거리를 접수 할수 있는 것이다.
아닌 말로 자신이 게속 남아있으면 한때는 자신의 부하였던 애들이
어찌 정태를 맘편히 보스로 받들어 모실수 있겠나?
그게 정재화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정재화도 사실은 방삼통만을 생각하는 조선주먹이었다.
만약 힘에 부치면, 방삼통이 위기일발이 된다면
언제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났다.
이제 방삼통의 맹주는 정태가 되었다.
34. 일국회, 방삼통을 치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 떠나라.”
“이제 막 왔는걸.”
“네가 죽으면 가슴이 아플꺼야 신정태.”
가야가 돌아선다.
시뻘겋게 타오르는 숯덩이도 한때는 흰눈 얹힌 나뭇가지였을 것이다.
정태와 가야도 그랬다.
심양에서의 추억, 둘 사이엔 그런 것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상처 하나씩을 안고 타오르는 숯덩이가 되었다.
방삼통의 맹주와 일국회의 오야붕으로서 시작한 둘의 와이탄변의 면담은 그렇게
신정태와 가야로서의 서로에 대한 아쉬움을 내보이는 것으로 끝이났다.
어쩌면 회한을 정리한 것일수도 있었다.
여태껏 피하고 미뤄왔지만 이제는 더는 미룰수 없다는 자각,
그것이 두 사람의 속마음을 잠시나마 열리게 한 것일수도 있었다.
그리고는 일국회와 방삼통 간에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가야는 섣불리 들어가지 않았다.
방삼통의 위치가 일본의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프랑스 조계였던데다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신정태가 만만치 않은 상대를 알고 있는 탓이었다.
가야는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왔다.
한편 옥련과 수옥은 그날 아무런 언약 없이 헤어졌지만
왕지강 때문에 다시 연을 이어갈 수 있었다.
왕지강이 옥련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에 반해 버린 것이다.
이 비련의 여인을 보살펴 주고 싶어 안달이 나버린 것이다.
그날 옥련을 카페 상하이에까지 바래다주었던 왕지강은
수옥을 대동하고 또는 혼자서 뻔질나게 카페 상하이에 들락거렸다.
그러나 수옥과 옥련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한참만의 만남-
너무나도 달라져 버린 존재의 기반,
그리고 산홍이라는 아내.
모든 것들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려는 둘을 고무줄처럼 뒤에서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래서 옥련은 정태에게 도움을 청했다.
수옥이를 만나 마음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정태가 옥련의 청을 이기지 못하고 수옥을 만나러 방삼통을 나온 밤,
그 밤이 바로 가야의 기회가 되었다.
수옥을 만나고 나오는 정태와
방삼통에 따로 일국회의 각개격파가 들어갔다.
정태는 와타나베가 이끄는 패에 맞서 혼자 분전했지만
큰 부상을 당하고 말았고,
신마적과 차상기, 짱똘등 정태의 부하들이 이끄는 방삼통 또한
일국회에 패하고 말았다.
드디어 방삼통이 일국회의 손에 떨어졌다.
35. 똥지기항
와타나베가 이끄는 일국회 패에 집단 린치를 당하고 있던 정태를 구해낸 것은
똥지기 항의 파리노인과 양양이었다.
신가점 분두가 이끄는 똥지기 조직은
지금까지 어떤 싸움에도 끼지 않고 지금까지 중립을 지켜왔지만
이제 방삼통이 떨어지고 일국회와 황방간의 전면전이 벌어지려고 하는 이때
더는 중립을 지킬수 있을지 고민스러워 하고 있었다.
마침 황방의 설두성 대두령도 와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신가점 분두는 아직까지 머뭇거리고 있었다.
신가점 분두는 단지 암흑가의 다툼 때문에 지금껏 지켜온
중립을 깨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해의 명운이 걸릴 정도로 판이 커진다면
그때는 신가점 분두도 결심을 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었다.
바로 상해의 똥을 치우는 것으로 먹고 사는 똥지기들 탓인 때문이었다.
정태는 신가점 분두의 딸 양양과 파리노인의 극진한 치료로 점차 건강을 되찾고 있었다.
양양은 러시아 선원들로부터 봉변을 당할 뻔 한걸 정태가 구해줬을 때부터
오로지 정태 바라기였다.
그런 양양의 눈에 정태를 간호하는건지 마는건지 설렁설렁 왔다가기만 하는
옥련이 눈엣 가시였다.
처음엔 옥련도 정태가 큰 부상을 당한 것을 알고 정태 곁은 떠나지 않았지만
이제 정태도 회복되었고
수옥의 문제와 KPA의 임무를 마냥 외면할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정태를 양양에게 맡기고 김구주석을 뵙기 위해 길을 떠나는 옥련.
그런데 그 임무에서 옥련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옥이가 단순한 변절자가 아니라 김구주석과도 연통을 하는
독립운동의 후원자였다는 사실이었다.
36. 설두성의 오른팔 왕백산 vs 가야의 진검 신이치.
옥련이 김구주석을 만나 수옥의 정체를 알게 될 무렵,
상해에서는 두 거물간의 격돌이 시작되고 있었다.
바로 설두성의 오른팔인 왕백산과 가야의 진검이라 불리는 신이치간의 대결이었다.
방삼통이 떨어진 후, 본격적으로 일국회와 황방의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일대일의 대결인줄만 알았던 이 싸움에
가야의 친위대인 산노카미들이 끼어들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산노카미들이 왕백산을 납치해 버린 것이다.
무사로서 자존심이 상한 신이치는 가야에게 항의를 했지만
가야는 묵묵부답일 뿐이었다.
가야는 신이치와 왕백산의 대결로 시선을 끌고
뒤에서 똥지기항을 치는 작전을 세우기는 했지만
산노카미들이 일대일의 대결에 끼어들어 왕백산을 납치한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그러나 이내 가야는 모든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 모든 것이 덴카이 회장이 남겨두고 간 또한명의 양자 고다마의 짓이었던 것이다.
가야는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아오끼와 가야의 관계,
그리고 상하이에서의 가야의 행로에 의구심을 품고 가야에게서 힘을 빼고 고다마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덴카이 회장은 가야를 희생양 삼아 황방의 설두성과
담판을 지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가야에게는 모든 것이 허사가 될 것이었다.
한편 고다마는 이번 기회에 가야누이를 확실하게 밀어내고
자신이 상해의 주인이 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덴카이 회장이 자신에게 하사한 무적의 전사 아카를 상해로 불러들였다.
천하무적의 아카를 데리고 신정태부터 황방까지 차근차근 밟아버리겠다는 것이
고다마의 계략이었다.
37. 중일전쟁
상해에서의 암흑가의 격돌이 한창인 가운데
마침내 일본이 중국과의 전쟁을 결심하고 말았다.
관동군은 물론 조선주둔군까지 중국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고
상하이의 KPA조직은 이번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광복군을 조직한다는
김구주석의 명을 받고 일제히 철수를 시작했다.
그리고 옥련과 김수옥은 광복군에 합류할 탈영학병들을 데리고
후발대로 철수하기로 하는데.
평소 김수옥을 주목하고 있던 아오끼의 특무대는 그동안 감시하던 KPA조직이
일제히 종적을 감춤과 동시에 김수옥 마저 잠적해 버리자 눈에 불을 켜고 찾기 시작하고.
옥련은 특무대장인 아오끼가 존재하는 한,
상하이에서의 탈출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직감하고 아오끼를 암살하기로 한다.
한편, 아오끼는 중일 전쟁에 때 맞추어
전선으로 복무하기로 한다.
아버지 덴카이로부터 가야를 살리고 싶다면
그 아이로부터 떠나라는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는 옥련은
상하이 탈출의 성공을 위해 특무대장 아오끼를 저격하고.
분노한 가야는 신이치와 산노카미를 시켜
옥련을 잡아오게 한다.
38. 와이탄변의 불길
이제 상하이에도 포성이 들려온다.
국민당의 정예부대가 투입되어 일본군을 막아내고는 있지만
상하이가 떨어지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소문에
상하이에 머물던 외국인들이 일제히 소개되고
전쟁동안은 상하이에서 철수하라는 명을 받은 일국회 낭인들도 대부분 철수하고 만다.
그리고 황방의 설두성 마저 홍콩으로 잠시 몸을 피한
전운의 상하이에 가야는 홀로 남아있다.
이제 덴카이 회장의 신임을 잃은 몸.
사모하던 오라버니 아오끼가 저격을 당해 생사를 헤메고 있는 상황.
가야는 상하이를 떠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게다가 신이치가 잡아온 옥련이
정태가 사랑하던 바로 그 여인임을 알게되면서
가야는 이제 정태와의 연을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한편 고다마가 데리고온 천하무적의 고수 아카마저 꺽은 정태는
옥련이 와이탄변의 일국회 별장에 잡혀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가야와 옥련이 있는 와이탄변의 일국회 별장을 단신으로 찾아든다.
야마모토와 신이치, 그리고 가야의 친위대인 산노카미들,
게다가 가야에 대한 마지막 정으로 덴카이가 보내준 절대고수 코타로 마저 지키고 있는
일국회 별장으로 혈혈단신 들어가는 정태.
이윽고 정태와 가야 부하들의 대격돌 소리가 들려오고.
생사의 기로에서 겨우 정신을 차린 아오끼는
부상당한 몸에도 전선으로 가기 위해 차에 몸을 싣는데
와이탄변의 가야 별장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에
급히 차를 와이탄변 별장으로 돌린다.
그리고 신마적과 차상기, 짱똘등도 역시
일국회 본부에 혼자서 찾아간 방삼통의 오야붕 정태를 구하기 위해
뒤늦게 일국회 본부로 달려가는데
가야와 정태의 마지막 대결과 애증이 교차하는 그 시간,
와이탄변의 일국회 별장에서는 불길이 인다.
정태와 옥련, 가야의 생사가 어찌된지도 모른채.
39. 황포강의 가야의 별장으로 달려온 아오끼는
별장에서 치솟는 불길을 보았다.
그 불길을 헤치며 별장안으로 들어간 아오끼.
그런데 불길에 휩싸인 가야의 방에서
홀로 화장을 하고 있는 가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오끼 “가야 어서 나와! 탈출해!”
하지만 가야는 정성스레 화장을 한다. 그러다 문득 돌아본다.
입가에는 미소를 품었는데 눈망울은 그렁그렁했다.
이별을 고하는 표정이었다.
가야 “오라버니, 가슴에 묻어주세요. 그럼 꽃이 되어 피어나겠어요.”
이대로는 안 되었다.
가야를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아오끼.
그러나 그 순간 가야의 방이 그대로 무너져 내리고-
아오끼는 그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는데…
에필로그
40. 수년 후, 상하이.
비록 오야붕들은 아니었지만
그날의 상하이를 누볐던 방삼통의 신마적과
황방의 왕백산, 일국회의 신이치가 재회한다.
각자 서로 한번씩 주먹을 섞었던 이 2인자들은
오야붕들의 대립과 조직간의 헤게머니 싸움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일이 끝나면 언젠가 꼭 한번 만나자고 약속을 했던 것이다.
그들의 재회장에 우연히 똥지기 항의 양양이 찾아오고.
그들의 후일담과 회상을 통해,
그날 밤, 중일전쟁의 포성이 상하이에 들이닥친 밤,
와이탄변 일국회 별장에 불길이 인 밤, 그날밤의 상황이 되살아 난다.
가야의 회한은 어찌되었는지...
옥련은 탈출하였는지...
일본의 패망이 확정된 지금, 사랑과 조국사이에서 갈등하던 진정한 사무라이 정신의 소유자 아오끼는 어찌되었는지...
그리고 신정태, 이 외로운 스라소니 같은 사내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든 것이 끝난 후, 이 삼국의 주먹들은
오야붕들과 옛사람들을 기억하며 뜨겁지만 치열했던 그 시절을 벅차게 회상하며
화해의 악수를 나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