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개념을 엄밀히 따지고 들면, 그럴싸해 보이는 것을 하나하나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지루한 반면에, 직관을 벗어나는 괴상한 반례도 많아 골치 아프기 쉽다. 수학자들마저도 엄밀한 극한 개념을 정립하는데 오랜 세월이 걸린 것만 봐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엄밀하고 세련되게 극한 개념을 정립한 수학자들은 과거 고생했던 사실은 까맣게 잊고, 이 개념을 보급하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흔히 엡실론-델타 논법이라고 부르는 함수의 극한 개념은 100여 년 이상의 계몽(?)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어색하게 여기고 불편해 한다. 인식론적 장애를 일으킨다는 한탄마저도 만만치 않다. 상황이 이럴진대 엄밀함만을 따지며 함수의 극한을 얘기하면, 아는 사람은 얻는 게 없고, 모르는 사람은 여전히 모르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연출될 것 같다. 게다가 극한에 계속 발목 잡혀 있어서야 어느 세월에 미분과 적분에 도달할지 암담하다. 그렇다고 교과서를 그대로 옮기기는 그렇고…
극한의 덧셈

수열 a와 b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합수열을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각각 와 으로 수렴하는 두 수열에 대해

합수열 a+b는 다음과 같다.

이때, 다음 질문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질문이다.

모처럼 증명해 보려 하니, 극한값의 정의를 돌이켜보길 바란다. 이제 양수 c를 하나 줘 보시라. 이 때 c의 절반보다 작은 양수 d를 하나 고르자. 예를 들어 c = 0.0000000321이라 했다면, d = 0.0000000001 이면 충분하다. 바로 이 d에 대해 생각해보면, a(n) 중에 L과의 오차가 d를 넘는 것은 유한 개다. 마찬가지로 b(n) 중에 M과의 오차가 d를 넘는 것도 유한 개다. 따라서 |a(n)-L|과 |b(n)-M| 중 어느 하나라도 오차가 d를 넘는 것은 유한 개다. 바로 이 유한 개의 항을 제외하면, a(n)과 L의 오차가 d보다 작고, b(n)과 M의 오차도 d보다 작다. 따라서 유한 개의 항을 제외하면, 둘을 더한 a(n)+b(n)과 L+M의 오차는 2d보다 작으므로 c보다도 작다! 즉, a(n)+b(n)과 L+M의 오차가 c보다 큰 것이 유한 개라는 결론을 얻는다. 극한값의 정의에 따라 a(n)+b(n)의 극한값이 L+M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즉, 다음이 성립한다는 얘기다.

극한의 곱셈: 미워도 다시 한 번 0.99999…

수열 a에 대해, k배 한 수열은 다음과 같다.

이번에도 a(n)이 L로 수렴하면, ka(n)은 kL로 수렴하는지 질문해 볼 수 있다. 한 번만 더 증명을 덧붙이겠다. k가 0일 경우 증명할 것조차 없으니 k가 0이 아닐 때만 증명한다. 이제 양수 c를 하나 줘 보시라. 이 때 c를 |k|로 나눈 것보다 작은 양수 d를 하나 고르자. 바로 이 d에 대해 생각하면, a(n) 중에 L과의 오차가 d를 넘는 것은 유한 개다. 바로 이 유한 개의 항을 제외하면, ka(n)과 kL의 오차는 |k|d보다 작으므로 c보다도 작다! 극한값의 정의에 따라 ka(n)의 극한값이 kL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즉, 다음이 성립한다는 얘기다.

이를 이용하면 다시 한 번 0.9999… = 1이라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다. 지루하게 봤을 1/3의 3배 대신 다른 것을 보자. 유리수 1/11은 순환마디 09가 반복되는 0.09090909…이다. 즉 다음 수열의 극한값이 1/11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이 수열의 각 항을 11배씩 한, 다음 수열의 극한값은 1이어야 한다.

이 수열의 극한값을 0.999999… 로 쓰고 싶을 텐데 (다르게 표현하고 싶은 분들은 좀 고민이 될 것이다) 이 수가 다시 한 번 1이라는 결론을 얻는 셈이다. 1/7 같은 것을 7배 해보는 것도 소수점 표기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데 도움이(혹은 방해가?) 되니, 연습장을 꺼내 계산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0.999...대해서는 오늘의 과학[0.999…는 1인가]편을 참조 바랍니다. 편집자주)
극한의 뺄셈과 나눗셈

뺄셈의 경우 a(n)-b(n)=a(n) + (-1)b(n)으로 이해하면, 아래와 같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상수배 및 덧셈의 일반화라 할 수 있는 곱셈과, 이의 역연산에 해당하는 나눗셈에 대해서도 짐작할 수 있는 결론이 난다. 증명에 약간 더기교가 필요하므로 생략하겠는데 결론인즉, 다음이 성립한다.

M=0인 경우 ‘0으로 나누기’에 해당하므로 제외하는 것은 필연이다.
수열을 함수와 합성하면?

수열이 하나 있을 때, 수열의 각 항을 ‘일정 규칙’에 따라 바꿔주면 수열을 새로 하나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f(x)=x2이라는 대응규칙(함수)에 따라 수열을 바꿔준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수열을 생각하겠다는 얘기다.

이 수열을 a와 f의 합성 수열 f ° a라 부르는데, 수열 a를 자연수 집합에서 정의된 함수로 이해할 경우 정말로 함수의 합성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로 수렴하는 수열

에 대해 대응규칙이 f(x)=x2인 함수 f를 합성한 수열을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이 수열의 극한값은 1.99999…, (정말로?) 즉, 2임을 또다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로 수렴하는 수열은 저것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수열을 가져 오더라도 항상 동일한 결론이 나올까? 예상대로다! 극한값의 곱셈에 대한 성질로부터 a(n)이 L로 수렴하면 a(n)2이 L2으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이를 고상하게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합성 함수의 기호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첫 번째 기호가 뭔가 그럴듯하다고 느낄 것이다. 이처럼 L로 수렴하는 모든 수열 a(n)에 대해 f(a(n))이 f(L)로 수렴할 경우, “f는 x=L에서 연속”이다고 말한다. 물론 a(n)들은 f의 정의역에 들어 있어야 하므로, 함수 f는 a 근처에서 정의가 돼 있어야 한다는 둥의 자질구레한 조건을 달아야 하지만, 필자의 손만 아프고, 독자의 눈만 아픈 이런 이야기는 눈치껏 빼먹기로 한다.
함수와 합성한 수열의 극한값은?

불행히도 수렴하는 수열 a와, 함수 f에 대해 항상 위와 같은 일이 성립할 거라는 기대는 산산이 부서진다. 예를 들어 이번에는 극한값이 3인 아래 수열

에 함수 f(x)=[x]를 합성해 보자. 여기서 [x]란 x를 넘지 않는 최대 정수, 즉, 정수 부분을 말한다. 합성한 수열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두 번째 항 [2.9]는 2.9를 넘지 않는 정수 중 최대인 것이므로 2다. 마찬가지로 모든 항이 2이므로 위의 수열을 다시 쓰면 다음 수열이다.

이 수열의 극한값은 당연히(!) 2인데, 이 값은 f(3)=[3]과 전혀 같지 않다! (원래 수열의 극한값은 3이었다.) 이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결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