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부산저축은행 부산 본점 3층 건물 앞에는 갑자기 예금을 찾을 수 없게 된 예금주들이 찾아와 “내 돈 내놓으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어제는 부산저축은행과 같은 계열인 부산2저축은행에도 예금을 찾으려는 사람이 수천 명이나 몰렸다. 저축은행을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공동책임이 있다.
삼화저축은행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영업 정지된 부산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은 국내 저축은행 중에서 자산규모가 가장 큰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사들이다. 부산저축은행은 원래 부산지역의 건실한 서민금융기관이었으나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덩치를 키운 것이 화근이었다. 공적자금 투입을 꺼린 금융당국은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저축은행이 120억 원을 투입할 경우 지점을 1개씩 늘릴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 부산저축은행은 2008년 부실 저축은행 두 곳을 인수하고 나서 지점을 늘려 예금을 불린 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늘렸으나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 부실화했다. 부실의 직접적 원인은 부동산 대출 부실에 있으나 근본 원인을 따져보면 특혜를 주고 부실회사를 인수시킨 금융당국의 정책 실패에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2008년부터 3년 동안 매년 저축은행의 부실 채권을 자산관리공사에 환매조건부로 넘겨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는 방식으로 손실 축소를 도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사실상 저축은행의 분식회계를 조장한 것이나 다름없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부실을 적기에 도려내지 못하고 오히려 덮어줘 부실을 키운 것이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에 걸쳐 두 차례 저축은행들의 부실채권 1조700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작년에도 다시 부실에 빠진 저축은행에 2조8000억 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공적자금 지원과 저축은행의 부실화가 반복되는 것은 부실의 근본 원인인 정책 실패를 제거하지 못한 데 있다.
정부는 영업 정지된 삼화와 부산 대전 저축은행을 우리금융 KB금융 같은 금융지주사에 인수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부실을 떠넘겨 희석하려는 의도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국민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판을 피하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은행에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시키려면 인수 은행에 특혜를 줘야 할 것이다. 과거 부실 저축은행을 대형 저축은행에 인수시켜 동반 부실화했던 정책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