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공식 마일리지 이면에 숨겨진 1만 시간의 진심, 제천 자원봉사계의 살아있는 전설
ㅣ솔선수범의 리더십으로 증명한 대가 없는 나눔의 가치와 참봉사 철학
ㅣ”가정이 편안해야 봉사도 즐거워” 대가 없는 나눔의 가치 증명
제천시가 시 승격 45주년을 맞아 선정한 제38회 제천시민대상 사회개발봉사 부문의 영예는 이상복 늘푸른산악회봉사단 단장에게 돌아갔다.
1997년부터 2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지역사회의 궂은일을 도맡아 온 그는 제천 자원봉사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자원봉사 마일리지는 4339시간이지만, 그와 오랜 시간 뜻을 함께한 봉사자들에 따르면 실제 그가 현장에서 흘린 땀방울은 1만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나눔의 가치를 묵묵히 실천해 온 그의 봉사 인생과 깊은 철학을 조명했다.
■ 28년 봉사의 뿌리와 1만 시간의 숨은 헌신
이상복 단장은 제천의 4만 6천여 자원봉사자들에게 영광을 돌리며, 헌신적인 활동을 펼치는 훌륭한 이들이 많음에도 자신에게 큰 상이 주어졌다며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그의 봉사는 1997년 무렵 자유총연맹 제천시지회와 재향군인회 제천시지회 활동에서 자연스럽게 싹을 틔웠다.
당시에는 거창한 봉사라는 사명감보다는 이웃과 함께한다는 따뜻한 마음으로 6.25 참전용사 가정과 월남전 환우들의 선진지 견학을 돕고 강원도 수해지역 복구 활동에 동참했다.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두 단체에서의 경험은 훗날 그가 대규모 봉사단을 이끌며 조직 관리와 화합, 단결의 중요성을 체득하는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2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봉사가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그는 시골 독거노인들을 위해 8년여간 자원봉사센터의 이동목욕봉사 차량을 운행했을 때를 가장 벅찬 보람으로 꼽았다. 한 달에 한 번 오는 목욕차를 애타게 기다리던 어르신들의 온몸의 때를 밀어드리고 깨끗한 옷을 입혀드릴 때 피어나던 환한 웃음은 아직도 그의 눈앞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 23년 지기가 바라본 ‘솔선수범’의 덕장
이상복 단장과 20여 년을 함께해 온 황선자 늘푸른산악회봉사단 사무국장은 이 단장을 “항상 앞장서서 실천하는 솔선수범의 리더”라고 평가했다.
황 국장은 “이 단장은 봉사 현장에 가면 지시를 내리기보다 본인이 먼저 진흙탕에 들어가 궂은일을 시작한다”며 “이런 모습을 보며 단원들도 자연스럽게 눈치를 보지 않고 스스로 일거리를 찾아 나서게 된다”고 회상했다.
또한, 1만 시간에 달하는 실제 봉사 시간에 비해 공식 기록이 현저히 적은 이유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황 국장은 “항상 단원들 명단을 먼저 챙기고 정작 본인의 봉사 시간은 적지 않고 넘어갈 때가 부지기수였다”며 “시간과 대가에 얽매이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는 것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단장은 단원들을 이끌며 강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면서도 뒤돌아서면 특유의 다정함으로 조직을 품는 면모를 지녔다. 사비로 단원들을 챙기는 것은 물론, 작은 노고에도 아낌없는 칭찬을 건네며 진정한 참봉사의 원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 220명 단원을 이끈 봉사 사관학교의 탄생
산을 좋아해 홀로 등산을 즐기던 이 단장은 여럿이 함께 땀을 흘리면 좋겠다는 생각에 2002년 친목 산악회를 먼저 조직했다. 심신만 단련하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 그는 2006년 보람 있는 일을 찾아 83명의 인원으로 늘푸른산악회봉사단을 창단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봉사단은 6개 팀, 팀별 30명씩 총 220여 명의 거대한 조직으로 성장했다. 방대한 인원을 체계적으로 이끌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 아닌 단원들의 자발적 참여에 있었다. 각 팀에 임원을 세우고 특유의 스타일로 운영하게 하자, 합이 맞는 팀원들 간에 열정이 생겨 더 큰 시너지를 발휘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사태와 세월의 흐름에 따른 세대교체의 어려움 속에서 현재는 50여 명의 인원으로 정예화해 봉사단을 이끌고 있다. 무리하기보다는 나이에 맞는 활동을 이어가며, 산악회 봉사단의 특성을 살린 클린 산행과 자원봉사센터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봉사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늘푸른산악회봉사단은 제천 지역 봉사자들의 든든한 요람으로 불린다. 이곳에서 헌신의 가치를 배우고 다른 단체로 떠나는 인재들에 대해 그는 서운함 대신 벅찬 자부심을 느낀다. 한 단체에 얽매이지 않고 활동 영역을 넓히며 지역사회 곳곳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후배들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큰 기쁨이자 자랑이다.
■ 460km를 직접 달린 야전사령관, 재난 현장을 누비다
이 단장의 진정한 리더십은 위급한 재난 현장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2020년 제천 수해 당시 그는 생업과 휴가를 반납하고 무려 30일간 복구 현장을 묵묵히 지켰다. 가옥이 침수되고 애써 키운 농작물이 물에 잠겨 망연자실한 수재민들을 보며 적은 일손이라도 보태야겠다는 절박함이 그를 이끌었다.
특히 수재민을 위해 사흘간 460km를 직접 달리며 철저한 사전 답사를 감행한 일화는 유명하다. 하루 한 시간이 소중한 상황에서 빠른 대책과 적시적소의 인원 배정이 복구를 앞당길 수 있다는 흔들림 없는 원칙 때문이었다. 현장을 둘러보며 우선순위를 신속히 결정하고 장비와 인원을 배정한 후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며 작업에 임하는 효율적인 현장 지휘는 지금까지도 많은 봉사자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 “봉사는 마음 나눔, 가정이 먼저” 변질되지 않는 철학
공식 기록에 얽매이지 않고 1만 시간 이상 남몰래 땀 흘려온 그의 궤적이 이 발언에 무거운 진정성을 더한다. 이 단장에게 자원봉사란 거창한 의무가 아니라 서로를 위해 마음을 내어주는 따뜻한 나눔이다.
그는 평소 단원들에게 “가정이 먼저 편안해야 봉사도 즐겁게 오래 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강조한다. 가정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줄 때 비로소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봉사에 전념할 수 있다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따뜻한 철학이다.
단체 내에서 의견 충돌이나 갈등이 생길 때면 그는 “우리는 봉사하기 위해 모였다”는 본래의 목적을 구성원들에게 상기시킨다. 누구 한 사람의 의견만 옳다고 고집하기보다 서로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열린 소통 방식으로 감정적인 대립을 줄이고 굳건한 화합을 이끌어낸다.
현장을 누비며 체감한 복지 사각지대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그는 행정 기관이 홀로 사는 어르신 등을 조금 더 세심하게 발굴하고 민간 봉사단체와 긴밀히 협력하는 체계가 마련되기를 제언했다.
제38회 제천시민대상 수상자로서 그는 앞으로도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묵묵히 나눔의 길을 걷겠다고 밝혔다.
젊은 봉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서로 돕고 살아가는 따뜻한 제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작은 밀알이 되겠다는 그의 아름다운 여정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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