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두 노인네가 살면서 무슨 음식 쓰레기가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이틀이 멀다 하고 음식 쓰레기 버리는 일이 여간 성가시지 않다.
아마 다른 사람들은 우리 부부가 마치 음식 호사를 마냥 누리고 사는 줄로 생각할 것이다.
물론 다양한 먹거리를 만들다 보면 발생하는 쓰레기이니 그런 말을 들어도 과언은 아니다.
만약 우리가 도시에서 이런 음식 쓰레기를 양산한다면 어쩌면 쓰레기 봉투값만 여간 부담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먹거리 쓰레기가 그렇게 나온단 말인가?
자세히 쓰레기 잔해를 들여다 보니 우리 식생활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식사 대용으로 고구마 감자를 먹기도 하고 심심풀이 땅콩도 껍질이 적지 않게 나왔다.
사과나 귤 껍질도 한 몫하고 야콘도 깎아 먹으니 쓰레기 더미에 수북이 쌓인다.
특히 각종 약재나 과일을 발효시키면 대개 3개월 후에 찌꺼기를 거르게 된다.
그러니 음식물 쓰레기를 무작정 땅에 버리기도 아깝다.
각종 껍질은 그냥 버리지만 염분이 너무 많은 것은 물로 희석하여 과수 밑에 뿌린다.
발효되고 거른 찌꺼기는 당장 땅에 버리기 보다 액비 통에 넣어 한 번 더 농작물 거름으로 사용한다.
쌀을 씼고 난 쌀뜨물도 액비통으로 들어간다.
효소 찌꺼기에는 여전히 당분이 남아 쌀뜨물과 혼합하면 미생물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달걀 껍질도 그냥 땅에 버리기 보다 액비통에 넣는다.
혹시 식물 생육에 도움이 되는 키틴질이 용해되어 나올까 싶어서다.
음식물 쓰레기 대부분이 유기질이다.
과수 밑에 뿌려주면 좋은 천연 비료가 된다.
겨울에도 어김없이 음식물 쓰레기는 나온다.
과수 밑에 수북히 쌓인 음식물 쓰레기에 봄이 되면 볏짚으로 엮은 이엉으로 앞치마를 덮어 준다.
마늘밭에 덮었던 것들을 해토가 되면 과수 밑으로 옮기는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가 쌓인 흉한 모습도 감춰지고 지렁이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하는데 좋은 환경이 된다.
그렇게 볏짚은 한 해 수명을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