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에 던져지는 명쾌한 질문과 답.
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요?를 읽고.
(김기현 김희림 저)
먼저 고등학생인 아들과 아버지가 편지형식으로 정답게 말을 주고 받으며
애매한 여러 주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생각과 의견을 나누었다는 점에서
경탄을 금치 못하겠다.
먼저 희림군이 가진 열 가지 주제를 보면
누군든지 한번쯤은 고민을 해봤을법하지만 썩 시원한 대답을 얻지 못한채로
무조건 믿든지, 아니면 검색의 가벼운 찾아봄으로 사고의 뚜껑을 덮어놓든지
하고 살았을 주제들인데
청소년 시기에 이런 주제들에 진지하게 고민하고 묻고 사고한다는 자체가 참 귀하게 느껴진다.
현대는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
그것도 빨리 잘 먹어야 칭찬을 듣는 시대에서
본인이 직접 요리재료를 사고 다듬고 요리하고 상을 차려서 먹는 그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건강한 젊은이의 행보를 보는 것 같아 흐믓하다.
아니 우리집에서 크고 있는 비슷한 또래들을 보노라면
희림군의 글은 경탄할만 하다.
부전자전.
아버지 목사님의 대답 또한 질문의 의도 질문의 배경 질문보다 더 중요한
그 주제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와 세계관을 한꺼번에 설명하고 있다.
애매모호하고 여러 신학자의 의견들이 갈리는 복잡한 주제들 가운데서도
정말 중요하고 우리가 살아내야 할 본질적인 것들을 깨우쳐 주는 점에서
이 책은 참 마음에 든다.
예를 들면, 성경도 변해야 하는 건 아니냐는 물음에 성경을 믿는다고 말을 하면서도 순종하지 않는다면
좋은 글 읽는 차원에서 성경읽는 스님과 다를 바 없고,
성경의 본질적인 이야기.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는 이야기.
또 그 이야기를 살아내라는 초대장.
나도 그 이야기의 일부와 살아있는 증거가 되라는 부르심이란 명확한 결론은
성경도 시대에 따라 문화에 따라 변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보다
더 정확하고 근본적인 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악. 기적. 인간. 기도. 종교 다원주의. 성경. 예정. 돈. 과학. 천국..
이 주제에 대한 오고 가는 편지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랑이 가득하면서도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최대한 친절하게 표현하여 알려주려는 애정이 책 전체에 가득하다.
특히 한 주제의 앞뒤에 나오는 서로를 향한 기대랄까 격려랄까 사랑표현은 가슴이 뭉클할 정도이다.
천국의 주제에 대한 글을 마무리하면서 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아빠는 아빠에게 작은 천국을 선사한 너를 사랑해. '
이걸 말로 한다면 참 오글거릴만도 한데
활자로 옮겨놓으면 얼마든지 할 법도
한 말이다.
사실은 우리가 자녀들을 보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모인 우리는 작은 천국을 이미 맛보고 있는 셈이지만
그것을 말로 표현하기는 얼마나 훈련이 안되어 있는지.
가끔은 이렇게 글로 편지로 활자로 우리의 마음이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얼마나 사랑하는 지도, 너의 존재로 내가 얼마나 기쁜지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신나는 일인가.
인류에게 문자를 주시고 지금까지 말씀이 전해내려오는 통로로 기록으로
살아있는 하나님의 영감이 깃든 말씀. 성경책을 주신 이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글쓰기도
그 한 연장선이려니 생각하면 또한 감사한 이유이다.
또 한 가지 돈에 관한 주제에 있어서 명확하게 결론을 내려주신 저자에게 감사한다.
돈은 하나님과 가장 강력하게 대치하는 신. 맘몬신이고
이 시대에 믿는 자든 안 믿는 자든 영향을 받지 않는 자가 없고
이제는 생명조차도 돈 밑에 깔린 지가 오래인 지금.
누군가는 이 강력한 우상, 맘몬신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꾸 움켜쥐라는 것에서 자꾸 손을 펴는 연습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책에서 존 웨슬리의 재정원칙을 소개한 것처럼
할 수 있는 민큼 벌어라.
할 수 있는 만큼 모아라.
할 수 있는 맡큼 주라는 것에 동의하며
한가지 덧붙인 할 수 있는 한 빨리 주라고 한 목사님의 실제적 제안에는 참 많이 동감을 하면서
얼마 전에 있었던 나의 한가지 예를 들고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복숭아가 한참 나올 때, 애들이 하도 복숭아를 좋아해서 흠과를 누가 좀 주셔서
두어번 얻어먹다가 이젠 사먹어야 할 때,
요맘때만 나오는 복숭아를 누가 참 선물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것이었다.
내가 좋으면 남도 좋겠지 싶어서 아이들 많고 형편이 어려운 목회자 가정에게 번듯한 맛난 복숭아를 선물하기 시작했다.
한 가정 한 가정 하다보니 급기야
열 몇가정이 되었다.
복숭아 철이 다 되어간다는 소리에
없어서 못 보낼까봐 평소에 마음에 두고 있던 사모님들 가정에 주욱 보내달라고
한 것. 중간에 한번 정산을 하고 나중에 한꺼번에 값을 보내려고 보니
다 합쳐 50만원 돈이었다.
해놓고도 나도 놀랬다. 이걸 어쩌지...
어쨌든 통장을 털어보니 나머지 복숭아 값은 다 보내고 잔고가 팔천얼마가 남았다.
그런데도 크게 걱정은 되지 않고 마음에 평안함과 기쁨이 있었으니
대책 없는 나이지만 하나님이 대책 세워주시겠지...
이런 무모한 배짱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 다음날 그냥 아는 한 집사님이 카톡으로 가끔 말씀카드로 인사만 주고 받는 사이인데
갑자기 톡이 와서 기도해달라시며 남편이 몇 달전부터 기도하기를 십일조를 십이조 하게 해달라고,
본교회에 십일조 하고 나머지 십일조는 마음 주시는데로 하기 원하다고 기도부탁을 하시더니
일단 목사님 와이셔츠 살 정도의 재정을 우선 나에게 보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평소 친근한 교제도 없던 분인데 그 생각이 고마워 계좌를 보내주었더니
세상에! 30만원이나 보내셨다.
와이셔츠를 그렇게 비싼거 입지 않는데!
그리곤 취미로 뭔가를 배워 지인들에게 알음알음 만들어주곤 하는데
근 1년동안 만들어달란 사람이 없더니 갑자기 추석밑에 선물한다고 하는지
여러 사람이 주문을 하는 것이었다.
그 재정이 20만원쯤 되었다.
그래서 복숭아값이 모조리 갚아졌다.
할 수 없다고 내 현실은 말하고 있지만
내 믿음은 웬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감동대로 하고 보니
역시나 맘몬신에 대한 통쾌한 한 방을 날린 것 같아 참 뿌듯한 추억이다.
내나 사먹고 말지 무슨 선물씩이나....그것도 한두명도 아니고. 이렇게 계산했다면
난 절대 못했을 것이다.
천국은 가야만 누리는 것이 아니고
지금 이 순간도 누려야 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대로
난 복숭아 일을 통해 천국을 누렸다.
내 입에만 들어가는 복숭아의 달콤함이 아니라
천국을 누린 자만이 맛볼수 있는 천국의 향기를 맛본 것이다.
마지막으로 희림군이 에필로그에서 말했듯이
더 많이 알아지고 또 그 나머진 더 궁금해지고 계속해서 알아가고 싶다는 고백은
이 시대에 자기 소견대로 옳은 줄 알고 막 사는 젊은 세대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희림군을 통해서 더 많이 사고하는 건강한 그리스도인이 기대가 되어서 기쁘다.
신학적으로 논란이 일수 있는 여러 주제에 대해
건강하고도 교만하지 않은 시각으로 따뜻한 필체로 쓰여진 이 책을
누구에게나 소개하고 싶고 선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