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문득, 사랑 받으며 사는 사람들에게선 빛이 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양지에서 햇살 받는 나무들처럼 밝은 기운과 자신감이 가득해 슬픔이나 절망에 대한 면역력도 강합니다.
그들은 잘 웃고, 세상을 낙관하고, 안 좋은 일이 닥쳐도 금방 회복합니다.
사랑의 힘은 정말 놀라운 것이죠.
인생을, 사람을 바꾸어 놓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엔 양지만큼이나 넒은 그늘도 있어 질투와 시기와 음모가 삽니다.
탐나는 그 햇빛을 어쩌면 좋을까요.
운명이란 말을 쓰긴 거창하지만 인생의 어느 부분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죽기 살기로 매달려도 안될 때가 있고, 피하려 애를 써도 그 잔을 마셔야 할 때가 있습니다.
꿈꾸던 일이 기대하지 않던 순간에 이뤄질 때도 있고, 독약처럼 마신 잔이 묘약이 되어 나를 살릴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앞날을 모르는 우리는 두려움이 많죠.
강하거나 나약한 인간들은 이
흐름을 바꾸려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댓가를 치르게 됩니다.
미니시리즈 <태양의 여자>는 서로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피가 섞이지 않은 두 자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사랑과 욕망, 복수와 용서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두 남자를 통해 궁극적으론 인간애를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또는 간절히 원했던 아니면 피하고 싶었던.....
인생의 가장 뜨거운 순간에 맞닥뜨린 네 사람의 이야기.
‘어찌하여 앞길이 보이지 않게 사방을 에워싸 버리시고는 생명을 주시는가’
(구약성서 욥기 3장 20~23절)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1992년 12월 어느날, 목포의 아주 오래된 고아원 앞을 우연히 지나다 이상한 끌림으로 멈추어 섰습니다.
그 우연이 인연이 되어 <태양의 여자>를 쓰게 됐습니다.
사막의 태양과 봄날의 햇빛을 닮은 두 여자를 통해 욕망과 용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