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엇박자에 사업진행 차질, 무등록 시장은 사업비 지원 전무…대형마트는 인산인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대형마트‧백화점 등 대형유통채널의 의무휴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근본대책은 빠진 ‘수박 겉핥기 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차장 등 인프라를 개선하고 대규모 예산을 책정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어들일 만한 유인책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대형마트들은 기존 전통 할인점형태의 매장에서 벗어나 특화매장과 고객 편의시설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어
전통시장의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정부에 따르면 현재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월 2회 의무휴업 등 영업 규제 대상을
복합쇼핑몰까지 확대하고 규제 여부와 규제 대상을 지방자치단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정치권에서는 현재 월 2회 의무휴업을 4회로 늘리고 규제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백화점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각각 전통시장 살리기에 팔을 걷어 부쳤지만 현장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소비자 유인을 위해선 각각의 전통시장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획일적인 사업계획으로 인해 필요한 부분에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관계자는 “아케이드(지붕)가 설치된지 12~13년 정도 돼서 당장 보수해야 하는데 보수비용이 만만치 않다. 비가 오고하면 누수도 많다. 국가와 시청, 구청 비용을 나눠서 부담하는 구조다. 중기청에는 지원을 해주려고 하는데 구청이 망설이고 있어 사업진행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 관계자는 “2년전 지붕 덧씌우기 공사를 마쳐 소비자들이 노점식 스탠드바 형태의 점포에서 음식을
먹곤 하는데 어떤 고객은 ‘도저히 더워서 못 먹겠다’고 하면서 시장을 떠났다. 에어컨 설치를 구청에 건의 했는데 번번이
막혔다”고 토로했다.
①냉풍시설이 없는 서울 망원시장. ② 롯데마트는 매장 내 고객편의시설./사진=시사저널e
실제 시사저널e가 입수한 서울시 관내 A자치구의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을 보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광과 고객 이벤트에 치우친 마케팅 전략이 대부분이다.
A자치구 관계자는 “현재 관내에 등록시장을 기준으로 주차장 개선 사업이 진행된 곳은 한 곳도 없다. N시장에서 주차장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부지가 적절하지 않아서 포기했다. 내년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기청에 등록되지 않은 무등록 전통시장은 더욱 큰 문제다. 본지 확인결과 이곳 A자치구 관내에는 무등록 시장이
약 7개 정도로 파악됐는데 주차장, 화장실 개선 등을 위한 사업비를 한 푼도 지원받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전통시장 개선사업이 주춤하는 동안 대형마트는 변신을 꾀하며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마트의 경우 서초점과 양평점 매장 내 어반포레스트를 설치해 고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대폭 확대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특화‧전문매장을 늘리면서 기존의 매장형태에서 벗어나고 있다. 모두 소비자들이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전통시장의 경우 냉풍시설은 고사하고 아직도 남녀화장실이 분리되지 않은 곳이 많다”며
“정확한 실태조사가 먼저 선행된 상태에서 환경 개선 등의 사업이 진행돼야 의무휴업확대가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