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공삼매가 왕삼매王三昧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은 이른 아침에 고요한 방에서 일어나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모든 감각기관이 청정하고 얼굴이 다른 사람과 다르구나.
그대는 지금 어떤 삼매에서 노니는가?“
사리불이 대답했다.
“예, 세존이시여. 저는 항상 공삼매空三昧에서 노닙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사리불이여. 공삼매에서 노닐 수 있다니.
무엇 때문인가? 모든 허공삼매虛空三昧가 가장 제일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비구가 공삼매에서 노닌다면
그는 ‘나吾我’와 ‘사람人’과 ‘수명壽命’이라는 것이 없음을 알고, 또 ‘중생衆生’을 보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모든 행의 본말을 보지 않을 것이고,
이미 보지 않으므로 행의 근본(무명)을 짓지 않으며,
이미 행이 없으므로 다시는 몸을 받지 않고,
몸을 받는 일이 이미 없어졌으므로 괴롭거나 즐거운 과보를 다시는 받지 않는다.
사리불이여, 알라. 나는 옛날 불도를 이루기 전에 나무 밑에 앉아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중생들이 어떤 법을 얻지 못해 생 ‧ 사에 흘러 다니면서 해탈을 얻지 못하는가?’
이때 나는 다시 생각하였다.
‘공삼매가 없으면 곧 생 ‧ 사에 떠다니게 되고 끝내 해탈에 이르지 못한다.
이 공삼매가 있더라도 중생들이 그것을 닦지 않으면,
중생들은 집착하는 생각을 내게 되고
세상이란 생각을 일으킨 뒤에는 곧 생 ‧ 사의 흐름을 받게 된다.
만일 이 공삼매를 얻고 또 원하는 것이 없게 되면 곧 무원삼매無願三昧를 얻게 될 것이며,
무원삼매를 얻어 여기서 죽어 저기에 태어나기를 구하지 않고 전혀 아무런 생각이 없을 때,
그 수행자는 다시 무상삼매無想三昧를 얻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중생들은 모두 삼매를 얻지 못하였기 때문에 생 ‧ 사에 흘러 다니는 것이다.
모든 법을 관찰하면 곧 공삼매를 얻을 것이요,
공삼매를 얻으면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다.‘
나는 그 때 공삼매를 얻고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보리수를 관찰하면서 눈도 깜짝인 일이 없었다.
사리불이여,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공삼매가 모든 삼매 중에서 가장 제일의 삼매임을 알 수 있다.
왕삼매王三昧가 바로 공삼매이다.
그러므로 사리불이여, 부디 방편을 구해 공삼매를 갖추도록 하라.
사리불이여,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사리불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증일아함경 제 41권 45. 마왕魔王편>
첫댓글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