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는 ‘사불여(四不如)’라는 말이 있다. “관리는 아전만 못하고, 아전은 기생만 못하고, 기생은 소리만 못하고, 소리는 음식만 못하다.”라고 할 정도로 전주는 음식을 중요시 여기는 고장이다. 예로부터 전라도는 넓은 평야를 가지고 있고 거대한 산과 바다를 가지고 있어 물산이 풍부해서 식재료가 다양했다. 그래서 사대부와 지방 아전을 중심으로 격식 있고 픙성한 반상 차림을 특징으로 하는 남도 한정식을 형성하게 되었다.
지역의 특색을 담은 재료 사용
전주 향토 한정식은 많은 가짓수의 찬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 지역의 특색을 담은 재료들을 사용하고 있다. 섬진강 맑은 물에서만 나오는 모래무지, 녹두로 만드는 청포묵, 계절에 따라서 음식을 달리 하는 등 전주 향토 한정식이 가진 특징이다.
산남동에 위치한 ‘전주명가’는 바로 이러한 전주 향토 한정식을 기본으로 상차림을 하는 식당이다. 매주 일요일은 휴무라고 한다. 단체행사가 있을 경우에는 영업을 하고 모임이 있을 때는 미리 예약하는 것이 필수다. 평일 점심시간에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기다려야 할 정도로 만석이다. 매장에는 룸도 3개 있어서 소규모 모임이나 돌잔치, 백일잔치 등을 할 때도 이용할 수 있다.
메뉴는 명가정식(한상 차림18가지)가 1만원, 명가A 1만5천원, 명가B 2만원, 명가스페셜 2만8천원이다. 일반 한정식집 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상차림이 많은 편이라서 손님들이 많다.
가장 저렴하면서 기본인 명가정식 코스를 주문하니 예쁜 주머니에 수저가 담겨져 세팅되었다. 달달한 호박죽이 첫코스로 나왔다. 호박죽은 역시 한정식의 상징인 것 같다. 이어서 무채 샐러드, 야채 샐러드로 입안을 상큼하게 한다. 신선한 회, 바삭하고 짭쪼름한 치킨, 집에서는 해먹기 힘든 잡채, 달콤하여 아이들 입맛에 제격인 떡갈비, 전혀 비리지 않고 달콤한 소스에 바삭하게 튀겨낸 생선튀김등 맛있는 음식이 한 상이다.
음식이 천천히 하나씩 나오는게 아니라 어느 정도 음식을 한 상 차린 후에 추가로 조금씩 나온다. 이곳의 특색 있는 메뉴 중 하나가 김치찌개와 된장찌개가 하나의 전골냄비에 반반 나오는 ‘반반찌개’이다. 한식을 먹을 때는 늘 ‘짬뽕을 먹을까? 짜장면을 먹을까?’만큼이나 고민이다. 이러한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 주는 ‘반반찌개’는 밥 한 그릇을 추가로 시키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반찬은 항상 같은 것이 아니고 매일 조금씩 다르다. 남이 차려준 밥상을 한 상 가득 받고 싶어지는 날이면 산남동 ‘전주명가’에서 저렴하면서도 푸짐한 전주 한정식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