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꽃(Flower) 이야기
<8> 허브 이야기<1> 십리향(十里香)과 백리향(百里香)
십리향(十里香) / 백리향(百里香) / 선향초(癬香草)
우리 주변에 있는 식물 중 향기로운 냄새를 가지고 있는 방향(芳香)식물들이 많다.
이런 방향식물(芳香植物)을 영어로는 허브(Herb)라고 부르는데 서양에서는 일찍부터 방향제, 약초 등으로 널리 이용되었고, 근래에 와서는 식용으로서의 가치와 활용도가 매우 높아지고 있단다.
어원은 라틴어 허바(Herba/푸른 풀)에서 유래되었고 ‘향(香), 약초(藥草)’라는 뜻이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식용과 약용으로 이용되는 허브(향신료)는 대략 1.400여 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서양의 대표적인 허브는 ‘라벤더(Lavender), 로즈마리(Rosemary), 바질(Basil), 타임(Thyme/서양백리향, 사향초:麝香草)’ 등이고 동양의 대표적인 허브는 ‘미나리, 쑥, 마늘, 생강, 고추, 깨’ 등이라 할 수 있다.
음식에 첨가되는 허브는 육류나 생선류, 해물류의 비린내를 제거해 줄 뿐만 아니라 음식의 풍미를 더욱 풍부하게 하며 영양학적인 면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알려졌다.
동양에서는 여러 가지 꽃의 이름을 지을 때 향기가 좋은 것들은 다양하고도 재미있는 이름들을 붙여서 재미있다. 이를테면 향기의 진하기에 따라서 십리향, 백리향, 천리향, 만리향 등이 그것이다. 그런 재미있는 이름들이 붙은 식물들을 알아본다.
십리향(十里香)은 난(蘭)의 별칭인데 향기가 아주 특별하고 은은하며 진하지는 않지만, 그 향기가 십리(十里/4km)를 간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화려한 서양 난(蘭)에 비하면 동양 난은 소박한 것이 특징인데 한국 난이나 일본 난에 비하면 중국 난이 유독 향기가 좋다고 한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만두집 음식이름 '십리향'도 유명하다. ^^
백리향(百里香)은 일명 선향초(癬香草)라고도 하는, 꿀풀과에 속하는 낙엽 반관목으로 키는 15cm 정도인데 강한 향이 있다. 백리향이라는 이름처럼 향기가 백리(百里)까지 퍼진다는 뜻이다.
줄기나 잎을 비벼서 으깨면 더욱 강한 향이 퍼진다.
서양에서도 아주 오랜 옛날부터 백리향을 키웠는데, 그리스인들은 행동과 용기의 상징으로 생각했으며, 로마인들은 우울증을 치료하는 식물로 사용했다고 한다. 또 중세 시대에는 수프로 먹기도 했는데, 수줍음을 없애주고 뇌를 강하게 하며 오래 살게 해준다고도 믿었다고 한다. 배롱나무(목백일홍)도 향기가 있어 오리향(五里香)이라고 부른다.
허브 이야기<2> 천리향(千里香)과 만리향(萬里香)
천리향(千里香) / 만리향(萬里香) / 말리화(茉莉花/재스민)
천리향(千里香/daphne)은 서향(瑞香), 침정화, 침향, 팥꽃나무 등으로 불린다.
서향(瑞香)은 ‘상스러운 향기’라는 뜻이니 향기가 진하여 천리(千里)를 간다고 하여 흔히들 ‘천리향(千里香)’이라고 부르는 대표적인 봄꽃이다. 키는 1~2m 정도로 자라고 3~4월에 붉은색의 꽃을 피우며 5~6월에 열매를 맺는다.
암그루와 수그루가 따로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주로 수그루를 심었기 때문에 열매를 보기 어렵다고 한다. 꽃잎은 흰색이지만 꽃잎 뒤쪽, 꽃자루 등이 자주색이라 꽃이 핀 모습을 보면 ‘흰색’이 아니라 ‘붉은색이 감도는 흰색’으로 보인다.
원산지는 중국인데 우리나라의 남중부지방에 잘 자라고 관상용으로 심지만 뿌리와 껍질은 약재로 쓰는데 지혈, 타박상, 강심, 백일해, 거담, 해독 등에 효능이 있다. ‘천리향’으로 더 잘 알려졌지만.
정식명칭은 ‘서향(瑞香)’으로 서향나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옛날 어느 스님이 잠결에 맡은 기분 좋은 향기를 찾아 나섰다가 이 꽃나무를 발견했다.
그래서 잘 수(睡) 향기 향(香), 수향(睡香)이라 부르다가 상서로운 향기라 하여 서향(瑞香)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꽃말은 ‘꿈속의 사랑’으로, 천리향이라는 이름은 후일 지어낸 이름이고 정식명칭은 ‘서향(瑞香)’이다.
만리향(萬里香)은 돈나무과에 속하는 상록 관목으로 금목서(金木犀), 은목서, 구골목서, 박달목서, 금계(金桂) 등 여러 가지로 부르나 정식명칭은 ‘돈나무’이다.
기후가 온난한 남쪽 섬이나 바닷가에서 잘 자라나 온실에 심으면 중부지방에서도 겨울을 날 수 있다. 음지에서 자라는 식물이지만 양지에서도 잘 견디며 가뭄이나 공해에도 강하지만 줄기에서 많은 가지가 나기 때문에 어린나무는 옮겨 심어도 잘 자라지만 큰 나무는 자라기 힘들다. 만리향은 황금색이나 노란색 꽃을 피우지만 대부분 흰색 꽃을 피운다.
늦여름에 피우는 황금빛의 작은 꽃은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향기가 좋아 정원수, 공원수, 가로수로 인기가 높다.
또, 향기가 강하여 약주(술)나 차로 마시며, 약리작용으로는 치통(齒痛)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금목서(金木犀)의 서(犀)는 ‘물소 서’로 나무껍질이 물소의 가죽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중국 명칭은 은계(銀桂/은목서), 자계(刺桂/구골나무), 단계(丹桂/금목서)로 모두 계수나무란 의미가 들어있다.
말리화(茉莉花/재스민, Jasmine)는 발음이 비슷한데 또한 강한 향(香)이 있는 방향식물(허브)로 흰색, 노란색, 분홍색의 꽃을 피우는 향기로운 관목(키 작은 나무)이며 향유(香油)를 얻거나 관상수로 많이 심는다.
나는 한 달 반, 중국을 배낭여행 하면서 말린 재스민 꽃으로 만든 말리화차(茶/재스민 차)를 즐겨 마셨던 기억이 새롭다. 차를 마시며 흥얼거렸던 중국 강소(江蘇) 지방의 민요 ‘모리후아(茉莉花)’, 그리고 또 중국인들이 즐겨 인용하는 사자성어(四字成語)도 소개한다.
好一朶美麗的茉莉花(하오 이 뚜오 메이 리 더 모 리 후아) 한송이 아름다운 모리화
好一朶美麗的茉莉花(하오 이 뚜오 메이 리 더 모 리 후아) 한송이 아름다운 모리화
芳美麗萬枝芽)펀 팡 메이 리 만 쯔 야) 가지마다 넘치는
又香又白人人誇(여우 샹 여우 바이 런 런 쿠아) 그윽한 향기의 하얀꽃
讓我來將你摘下(랑 워 라이 지앙 니 짜이 샤) 아름다운 꽃을 친구에게
送給別人家(송 께이 비에 런 지아) 한송이 보내련다
茉莉花 茉莉花(모 리 후아 모 리 후아) 모리화 모리화
<사자성어>
난향백리(蘭香百里) 난초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묵향천리(墨香千里) 묵(붓글씨 쓰는 먹)의 향기는 천리를 가고
덕향만리(德香萬里) 덕(사람의 인품)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
또는
주향백리(酒香百里) 잘 익은 술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난향천리(蘭香千里) 난초 꽃의 향기는 천리를 가며
인향만리(人香萬里) 훌륭한 사람의 향기(인품)는 만리를 간다.
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