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이 커피에 닿자 흑인영가 들려온다
(中略)

백인의 총구 앞에 선 형제가 형제에게 채찍질하는 동안
검은 영혼은 같은 음계에서 흔들리고 있다
서둘러 커피콩을 따는 소년의 손이 한 소녀의 동공에서 떨린다
하얀 이빨로 검은 입술 깨무는 소녀여
사람이 낼 수 없는 향기로 흐느끼지 말아다오
이빨자국으로 스민 눈물로 두툼해지는 네 입술 따라 커피콩이 여문다
눈물의 향으로 채색되는 이 에티오피아 고원에서
너희는 키스하며 흔들리는 검은 영혼을 눈물로 염장하고 있다
서로의 등에 새겨진 악보를 더듬어 노래 부르고 있다
검은 유전자로 착색된 눈물을 마시는 나여
떨리는 손으로 유년을 건넌 소년처럼 눈감고 보아라
커피콩을 따듯 내 입술에서 손 떠는 한 방울의 검은 소녀를..
에티오피아산 원두커피를 입술에 좀 대본다고 의무처럼 흑인영가를 들어야 하는 건 아니다.
아니지만, 사람이 낼 수 없는 향기 커피향을 오늘도 맛보려면,
검은 영혼의 눈물, 검은 등에 새겨진 피의 악보쯤 기억하기도 해야 한다.
수만 톤의 눈물 든 두툼한 에티오피아 소녀의 입술을 따라 여문 콩.
시인된 영혼은 제 입술에서 떠는 한 방울의 검은 소녀를 향기로만은 삼킬 수가 없어
이 詩를 적었다.
<이진명·詩人>

..고즈넉한 오후, 멍~하니, 커피를 마시면서 드는 생각..
첫댓글 아프리카에 있는 아들 딸 들이 보고싶어집니다. *^_^*
제 취향은 아닌듯....ㅋㅋㅋ
이쁘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