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특별한 준비 없이 성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친한 샘께 "선생님, 저는 별 준비 없이 성교육해요. 17년 하다 보니 인자 준비가 필요 없네요"라고 말씀드렸더니 그 샘 왈 "자기가 같은 교육을 계속하다 보니 성이라는것이 자기에게 너무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 돼버려서 그래. 자기 몸의 일부가 된 거야. 장이 숙성돼 듯 성교육이 숙성이 돼버린 거지."라고 말씀하셨다.
성교육이 나와 일체가 되버렸나? ㅋㅋ
작년에 써먹은 멘트, 올해도 써먹었다.
시험 준비를 안 했는데 선생님이 갑자기 시험을 본다고 하면 어떤 감정이 들지 물었다. 당황, 긴장됨, 화남, 짜증남, 부끄러움, 두려움, 무서움 등을 학생들은 말했다. 그럼 이번에는 시험을 준비했는데 선생님이 시험을 본다고 말한다면 그때의 감정도 말해보라고 하자 기쁨, 당당함, 기대감, 자신만만함, 설렘 등을 학생들이 답했다. 사춘기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하고 칠판을 가리켰다. 앞으로 선생님과 13시간의 사춘기 준비 수업을 할 거라고 말하고 워크북 차례를 살펴보았다.
내가 만든 피노키오와 백설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들이 몸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유를 물었다. 학생들은 사춘기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사춘기가 무엇인지 설명했다. 여러분의 역사는 부모님의 만남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학생들에게 나이와 생년월일을 물었다. 2011년생,12살이라고 학생들이 답했다. 선생님은 몇 년생일까? 물었더니 학생들이 1985,2000년 등을 말했다. 나는 선생님은 1976년생이고, 초 5 때 즈음 88 올림픽도 봤고, 아이엠에프도 경험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도 봤다고 말하면서 47세라고 했다. 선생님의 몸도 마음도 계속 성장하고 여러분의 몸도 마음도 계속 성장한다고 설명하면서 아직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이 대부분 이겠지만 조만간 여러분은 사춘기를 경험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초1 남녀가 똑같은 머리 스타일, 옷을 입는다면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하지만 사춘기라는 시기가 지난 사람을 세워 놓으면 구분이 쉽다고 말하고 그 이유를 물었다. 어느시기가 되면 뇌의 뇌하수체에서 내부 생식기를 자극하고 그러면 성호르몬이 나오게 되어 몸의 변화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호르몬 분비에 대해 칠판에 그래프를 그려 설명했다. 학생들이 놀라워하는 부분은 남성에게 여성 호르몬도 나오고 여성에게 남성 호르몬도 나온다는 부분이었다.
워크북을 읽으며 키와 몸무게, 체성분의 변화, 사춘기 몸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젖몽우리 생겼을 때 아팠던 이야기, 양쪽 가슴이 비 대칭이어서 고민했던 이야기, 겨드랑이털이 안나서 오랜 시간 걱정했었던 어린 나의 이야기도 했다. 그 시절 성교육 책도 없고 요즘처럼 성교육도 안 해서 몸에 생긴 변화들에 때문에 당황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학생들도 내 이야기를 들으며 매우 흥미로워했다. 성교육에서 교사의 이야기는 학생들에게 성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일상적인 것이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데 좋은 것 같다.
사춘기 몸의 변화에 대한 설명을 다 마무리하고 사춘기 고사를 봤다. 사춘기 고사는 워크북에 있는 피노키오와 백설이의 변화를 줄을 그어 문장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시험에서 백점을 맞으면 누구나 기분이 좋다. 이런 기분 좋음을 학생들에게도 경험시키고 싶었다.각자 줄을 그어 문장을 완성하게 했다. 그리고 난 후 A라는 학생이 앞문장을 말하면 B라는 학생이 뒷문장을 말하게 했다. 그리고 체점을 하라고 했다. 한 반에 90%가 백점을 맞았다. 10%로의 학생들에게도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모두가 백점이 되는 행복을 잠시 만끽했다. 백점은 아이큐가 475이고 촉지법이 가능한 능력자라고 칭찬해 주었다. 사춘기고사를 백점 맞았으니 우리의 사춘기 준비는 무난하게 시작되겠다고 선언하고 사춘기 몸이 변화할 때 필요한 미덕을 숙제로 내주었다.
판서를 보며 오늘 배운 내용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 후 수업을 마무리했다.
첫댓글 사춘기 첫 수업의 좋은 정리네요, 또 배워갑니다
왜 우리가 이 수업을 받아야하는지에 대한 목적이 설정되면 아무래도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쉽더라구요. 학생들의 마음이 움직이 흥이 돋아야 살아있는 수업이 되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저하고 동갑이예요.1976년. 더 반가워요.
성교육이 내일부터 시작인데, 수업을 받아야하는 목적 기억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