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슨 일이?”
“오늘은 뭐할까? 모둠을 지어서 밖에 나갔으면 좋겠다”
국립민속박물관과 함께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통합예술치유 프로그램! 지난 13일 토요일엔 ‘나를 찾아 떠나는 시간 여행’ 이라는 주제로 파주시의 초등학생 어린이들과 함께했습니다. 오늘은 열두 띠 동물과 옛 조상들이 태를 보관하던 태항아리 속에 숨겨진 상징적인 의미를 배워보면서 나를 표현하는 상징을 생각해보는 시간, 아이들은 이날 자신의 어떤 면을 새롭게 발견했을까요?
벌써 3주차로 접어든 프로그램. 제법 강사들과 친숙해진 아이들은 박물관에 도착하자마자 포옹으로 인사를 한 후, 통통거리며 교실 곳곳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오늘에 대한 기대감을 메모로 남겼습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태를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가 과거를 보러가는 아들의 행운을 빌면서 도포자락에 꿰매주기도 했어요”
강사님은 먼저 우리 조상들이 탯줄을 왜 중요하게 여겼는지, 탯줄을 어떻게 보관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십이간지로 해(年)의 이름을 정하는 원리와 열두 띠 동물들이 상징하는 시간 및 성격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습니다.
이후 민속박물관 내에 설치되어 있는 열두 띠 동물 조각들을 직접 만나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몸집과 비슷한 동물 조각들의 등에 올라타기도 하고, 꼭 안아주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요.
“멋져보여서 용 띠가 되고 싶어요”
“용을 닮고 싶어요. 오래 살 수 있잖아요. 엄마랑 재미있고 행복하게 오래 살고 싶어요”
아이들은 자신의 띠에 해당하는 동물과 사진을 찍으며 자신의 띠와 실제 성격이 꼭 맞는다며 신기해하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띠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기도 했습니다.
“용과 호랑이 띠가 되고 싶어요. 용맹해보이니까요”
용맹한 띠를 좋아하는 승민이! 하지만 무서운 호랑이의 얼굴보다는 해맑은 미소가 더 잘 어울려요. 초등학교 고학년인 아이들은 주로 뱀과 말, 그리고 양 띠였지만, 아이들은 유독 용 띠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열두 띠 동물 조각들이 있는 광장 한 가운데에는 한자가 아주 많이 적혀있는 원판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복잡한 한자들이 있는 원판의 정체를 파헤치는 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 때 들려온 강사님의 힌트!
원판의 정체는 열 두 띠 동물들이 수호하는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판이었습니다. ‘방위신상’이라고도 불리는 이 원판에서 열두 띠 동물들은 각각 하나의 방향을 맡아 수호합니다. 아이들은 동서남북을 짚어나가면서 자신의 띠가 지키고 있는 방향을 확인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열두 띠 동물들과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외에 오늘의 추억을 담을 수 있는 비밀 아이템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태 항아리’와 도장! 아이들이 직접 만든 태 항아리에 탯줄 대신 자신을 상징하거나 아끼는 물건들을 넣어 보는 과정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태 항아리’를 통해 자신의 탄생을 떠올리면서 한 발 한 발 자신의 정체성에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행동이 느릿느릿해서 별명이 ‘달팽이’예요. 근데 저는 느리다는 것이 기분 나쁘지 않아요. 느린 게 때로는 더 좋을 수도 있거든요” – 황인호
이런 아이들이 오늘 하루 저에게 부여해준 정체성은 바로 ‘잔소리꾼’ 리포터였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품고 있는지 함께 파헤쳐볼까요?
양유진 : 전 하늘에 가보고 싶어서 명찰에 ‘하늘’이라고 적었어요. 오늘 별모양 항아리를 만들었는데 이것도 하늘에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안에는 제가 제일 사랑하는 가족들의 얼굴을 그려 넣을 거예요.
오은진 : 제가 스스로 지은 제 별명은 ‘오색깔’ 이예요. 오색 빛으로 빛나는 여러 가지 색깔들이 다양한 면이 많은 저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의 상징이라면.. 파마머리? 머리를 짧게 자르고 파마를 했는데 되게 편하고 저랑 잘 어울리지요? 또 제 성격은, 약간 길치예요. 늘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보면서 다니는 성격인데 그래서 길을 잘 잃어요.
강슬기 : 저는 키도 작고 가벼워서 ‘깃털’이에요. 친구들이 맨날 저를 귀엽다며 안아주거나 업어줘요. 제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건 저희 가족이에요.
우주희 : 제가 명찰에 적은 제 별명은 ‘매력포텐’이예요. 저는 여기서 키가 제일 커요! 웬만한 남자애들보다 클 정도로 키가 큰 편인데 그래서 그런지 저에게 있어 자신감이나 카리스마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승민 : 저는 유머 담당입니다. 애들이 제가 하는 이야기의 80%는 거짓말이라고들 하는데 사실은 웃기려고 하는 이야기들이고요, 또 잔머리를 잘 굴린다는 이야기도 듣는데 그건 사실이에요. 그리고 참 저는 삼총사 중 한 명이예요. ‘도라지’, ‘홍삼’, ‘다시마’가 있는데 저는 그 중에서 ‘도라지’를 맡고 있습니다.
지홍권 : 저는 ‘홍삼’을 맡고 있어요. 왜 ‘홍삼’이냐고요? 건강해지고 복스러우니까요! 참고로 리포터님 별명 ‘잔소리꾼’은 제가 지어드린 거예요. 잘 지었죠?
김다린 : 제가 바로 ‘다시마’예요. 다시마 춤을 잘 춰서 ‘다시마’인데 보여드릴 수는 없구요, 오늘 항아리 말고 ‘앨리스’라는 이름의 골렘도 만들었어요. 제일 잘 생긴 꽃미남이죠. 두고 가는 게 살짝 불안하긴 한데 강사님들이 안 망가지게 잘 지켜주신다고 약속하셨으니까 믿어볼 거예요. ‘앨리스’가 잘 구워졌으면 좋겠어요! (골렘: 게임 마인크래프트에서 만들 수 있는 캐릭터. 주로 로봇 모양)
아이들이 자신에게 붙인 이런 재미난 별명들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나 자신’과 자신이 가장 중요시 하는 가치들이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학교나 가정에서 가지고 있던 별명들을 그대로 사용하는 아이들은 매우 적었습니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학교 밖에서의 ‘또 다른 나’를 찾아나가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하는 경험은 학교와 가정에서 굳혀진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시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됩니다. 아이들은 앞으로도 또 다른 곳에서 다른 시간을 보내며 또 다른 별명들을 찾아나가겠죠?
아르떼 365 독자여러분들은 어릴 적 별명은 무엇이었나요? 혹 옛 별명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친구들처럼 갖고 싶은 나만의 별명을 직접 만들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글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리포터_홍수민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예술학과 10학번. 미래의 근원이 되는 문화예술, 흐림없는 눈으로 쫓고 찾겠습니다.
꿈다락토요문화학교는 국립 민속박물관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립 문화예술기관과의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3년 상반기에는 총 7개 국립기관과 함께하고 있으며, 점차적으로 참여기관을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한국인의 일생의례를 주제로 한 예술치유 프로그램,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조선시대 왕실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서는 창작 연회 공연 제작을 배워보는 시간, 정동극장에서는 한국무용과 몸짓놀이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소마미술관과 국립극장, 한국영상자료원 영화박물관에서도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 같습니다. 그날의 간식이 무엇인지도, 다음 주에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지요.
박물관이라는 공간이 무겁고, 어두운 곳이 아닌, 밝고 재미있는 곳으로 인식했으면 좋겠고, 일주일 간 나름의 스트레스로 힘들었을 아이들에게 꿈다락토요문화학교가 작은 휴식이 되었으면 합니다”
- 이요한, 국립민속박물관 ‘나를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 강사
국립기관과 함께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통해 박물관이나 극장, 미술관이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놀이터로 다가가면 참 즐거운 일이 아닐까요? 이날 조금은 멀고 낯설게 느껴지는 전통문화를 만나는 박물관을 조금은 더 쉽고, 재미있게 만날 수 있도록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프로그램을 진행한 홍정의, 이요한 강사님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ㅡ ‘나를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 강사 인터뷰
관련 링크
ㅡ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http://toyo.art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