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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해바라기여, 시간에 지쳐 저 아름다운 황금나라를 찾아가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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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 Sun Flower
William Blake
Ah! sunflower, weary of time,
Where the youth pined away with desire, |
아! 해바라기여
윌리엄 블레이크
아! 해바라기여, 시간에 지쳐,
그 곳은 욕망으로 수척해진 젊은이도, |
이 시는 윌리엄 블레이크가 1794년 출판한 <경험의 노래:Songs of Experience>에 수록되어 있다. 시인은 그에 앞서 1789년에 <순수의 노래:Songs of Innocence>를 출간했는데, 후일에 이 두 권의 시집을 합본하여 <순수와 경험의 노래>로 재발간했다. 이 합본 시집의 부제(副題)는 "인간 영혼의 두 대립 상태를 보여주는(Shewing the Two Contrary States of the Human Soul)"이라고 되어 있다. 이 합본 시집의 제목과 부제는 시인 블레이크가 평생동안 인간의 영혼에 대해 탐구한 두 가지 주제, '순수'와 '경험'을 함축적으로 가리키고 있다.
<순수의 노래>에 나타난 '순수의 세계'는 더럽혀지지 않은 가장 순수하고 완전한 영혼의 상태를 말한다. 시인 블레이크는 '양(The Lamb)'과 '호랑이(The Tyger)'를 통해 순수의 세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였다. 그에 비해 <경험의 노래>에 표현된 '경험의 세계'는 억압적 도덕과 사회적 폭력 등으로 가득한 현실세계의 모습이다. 시인은 '피리부는 사람(Piper)'과 '밀턴(Milton)'등에서 경험의 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마치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어린 아이의 눈으로 본 세계가 순수의 노래이라면, 모순과 갈등 속에 있는 성인(成人)의 경험을 통해 순수로 나아가려는 차원이 경험의 노래이다.
본래 모든 인간은 순수의 상태로 태어났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사회 현실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타성과 무기력함에 젖게 되고 결국 억압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이 처한 불리한 조건과 처지에 대해 불평만 하고 있어서는 안되며, 자신의 주체성과 실천적 노력을 통해 스스로 억압의 쇠고랑으로부터 해방되어 유토피아의 세상인 순수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시인 블레이크가 <경험의 노래> 시편들을 통해 추구하는 세계는 닫힌 인식에서 벗어나 보다 나은 순수에 도달하기 위한 창조적인 과정이 된다.
시인은 해바라기의 꽃에서 영원을 지향하는 인간의 마음을 발견한다. 그 해바라기는 영원세계를 끊임없이 동경하고 있으나 경험세계에 뿌리박고 있는 그 해바라기의 매일매일의 시간은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시간이며, 물리적으로 나뉘어진 경험세계에서의 시간이므로, 순수세계에서의 시간과는 다르게 지루한 시간으로 묘사된다. 이와 같이 한정된 시간과 공간속에 제약된 해바라기의 이미지는 시인에게 인간존재의 한계성으로 투영되고 있고, 그 상징적 어구가 바로 제 1연 첫 행에 등장하는 해바라기이다. 시인은 이 어구를 한숨 어린 어조를 담아 내뱉고 있다.
제 2연에서 경험세계에 속한 인간들은 욕망과 좌절의 수레바퀴 속에 머물며 스스로 그 한계를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눈(snow)'으로 상징되는 차가운 이성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은 욕망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동경과 좌절을 거듭하며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인간존재의 모순을 악순환시킬 뿐이다. 이에 시인은 스스로 사람들이 인간의 의식에 잠재된 자유로운 에너지를 발현해야 바라는 이상의 세계에 도달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하여 마침내 인간은 순수의 세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현실과 이상의 괴리(乖離)를 운명처럼 짊어지고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 마지막 행에 나오는 '나의 해바라기'는 인간의 나약한 의지와 결단의 표상이자, 이상의 세계를 성취하지 못하는 인간의 숙명적인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우리가 해바라기에 대해 머리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이미지는 동경(憧憬)과 그리움이다. 동경은 이상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그리움은 이상향에 도달하지 못하고 좌절한 후 느끼는 감흥이다. 이 이중적인 이미지를 시인 블레이크가 인간의 모습에 빗대어 한 편의 시로 펼쳐 보인 것이다.
시의 제목이자 주된 소재인 Sun Flower, 즉 해바라기는 이상으로 상징되는 태양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인간의 모습이 투영된 존재이다. 해바라기의 꽃봉오리는 하늘을 돌아 지나는 태양을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꽃잎을 펼치고 씨앗을 따뜻하게 데운다. 그 꽃머리와 불꽃같은 노란색 선들은 떠오르는 태양의 광채를 연상시킨다. 해바라기의 열린 꽃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태양을 끊임없이 따라간다는 생각은 많은 시인과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해바라기는 고흐(V.v.Gogh:1853-1890)의 작품집에서 많이 발견된다. 고흐는 생전에 해바라기 작품을 일곱 점 그렸다. 그의 해바라기는 태양처럼 뜨겁고 격정적인 자신의 감정을 표상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의 해바라기는 임패스토(Impasto)기법으로 그려져 매우 질감이 두텁고 입체적이다. 한 마디로 연거푸 덧칠에 덧칠을 거듭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붓터치는 끊임없는 수행과정을 연상케 한다. 마치 악성 베토벤이 교향곡을 작곡하면서 악보를 고치고 고쳐 그 덧댄 자국이 불룩하게 된 것과 유사하다. 고흐 해바라기의 두 번째 특징은 자연 상태의 모습이 아닌, 꺾여져 화병 속에 담겨있는 상태이라는 점이다. 지상에서 마음껏 태양을 동경하지 못하고 화병에 미이라처럼 갇혀 있는 해바라기 꽃의 이미지는 평생동안 세인의 시선을 받지 못하고 좌절과 실의를 거듭했던 화가의 생애와 닮아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시인 블레이크가 시에서 표현했던 '무덤 속에서 황금나라를 그리는' 인간의 실존적 상황을 대변하는 듯 하다.
시인 블레이크는 "한 알의 모래 속에 세계를 보며, 한 송이 들꽃에 천국을 본다(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And a Heaven in wild flower)"라고 시에서 말하였다. 이 말은 미욱한 자연의 피조물들 모두가 다 진리를 품고 있으며, 세상의 모든 시간과 공간이 세상의 궁극으로 향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블레이크는 양과 호랑이, 백합과 장미, 파리와 흑인 소년에게서 인간의 영혼을 발견했고 또 그 동경과 좌절을 발견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위대한 지성, 블레이크의 시를 통해 새로운 인식의 경험을 누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