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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과거길 초입. 멀리 제1관문인 주흘관이 있고, 주흘관 성벽을 따라 오른쪽으로 오르면 주흘산 등산로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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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과거길 제3관문인 조령관. 조령관을 통과하면 충북 괴산군 연풍면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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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관문인 조령관을 통과하면서 만나는 백두대간 표지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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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과거길 왼쪽 개울 건너에 있는 자연생태공원 가는 길. 안개 낀 풍경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
문경은 백두대간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해발 1천m 정도의 산이 즐비하고 낙동강 발원지를 포함하여 여러 낙동강 지류가 발원하는 곳이다. 대도시와는 멀리 떨어져 있고 오염원이 없으니 문경의 산과 계곡은 깨끗하고, 걷기길이나 등산길은 상쾌하여 말처럼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고장이다. 지금은 문경시에 편입된 점촌은 강원도 태백이나 삼척과 함께 1970년대까지 한국 석탄산업의 중심지였다. 1980년대부터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생활수준이 향상되어 청정에너지를 선호함에 따라 석탄 산업은 사양길을 걷게 된다. 이러한 주유종탄 정책과 가스사용의 보급으로 점촌은 버려진 마을처럼 황량한 분위기였으나 1995년 문경과 행정구역이 통합되고 문경시청이 점촌으로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쇄신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문경은 상주·예천과 접해 있고, 북쪽으로는 충북 괴산·충주·제천·단양과 인접해 있다. 문경이 자랑하는 관광명소는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따라가며 펼쳐지는 불정자연휴양림, 진남교반, 도자기박물관, 문경새재도립공원 등이지만 가은읍에 있는 견훤 유적지나 문경석탄박물관, 희양산 봉암사와 백운계곡, 대야산 용추계곡과 선유동천 나들길, 산북면에 있는 운달산 김용사와 운달계곡, 사불산 대승사와 대하리천을 따라 걷는 길, 동로면의 황장산 등산길도 문경여행에서 놓칠 수 없는 곳이다.
대관령 동쪽지역을 관동지방이라 하듯 영남지방 혹은 교남지방이라는 지명도 조령의 남쪽 지방을 의미하는데, 그러한 의미에서 조령은 영남지방의 조산(祖山)이라 할 수 있다. 문경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백두대간의 대야산, 희양산, 백화산, 조령산, 포암산, 대미산, 황장산도 나름대로 힘찬 산세와 수승한 경치를 자랑하지만 백두대간을 살짝 비켜 앉은 주흘산이 문경의 진산이다. 진산(鎭山)이란 고을을 진호하는 주산이고, 고을의 염원을 담아 제사 지내던 산을 의미하니 주흘산은 문경고을의 역사와 혼이 서린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주흘산, 조령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조령천을 만들어 진남교반에서 영강과 합류하고, 영강은 이안천과 합류하여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하늘재와 새재
신라 아달라왕 3년(서기 156)에 계립령 고갯길을 처음 열었고, 아달라왕 5년(서기 158)에 죽령길을 열었다고 하니 계립령은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이라 할 수 있다. 신라시대에는 계립령으로, 고려시대에는 대원령으로, 조선시대에는 한울재로 불렀고 지금은 하늘재로 부르는 계립령 고갯길은 아도화상이 신라에 처음으로 불교를 전파한 길이고, 고려 말 홍건적이 침략하여 개경이 함락되자 공민왕이 봉화의 청량산으로 몽진할 때 넘던 고개이고, 조선시대에는 영남의 선비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과거 보러 넘던 오랜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고갯길이다. 이러한 역사의 숨결을 기념하기 위해 문경새재도립공원 입구에는 ‘옛길박물관’이 세워져 우리나라 길의 역사에 대해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조선 태종 14년(1414) 조령길을 새롭게 개척하였는데, 이때 새로 개척한 길이 지금의 ‘문경새재과거길’이 되었다. 새로 개척하였기에 새재라고 부른다는 설도 있고, 하늘재와 이화령 사이의 재이기에, 혹은 산세가 험준하여 날아가던 새들도 쉬어가기 때문에, 혹은 억새가 많이 자라서 새재라고 한다는 여러 가지 유래가 있는 길이다.
조선시대에는 새재를 넘는 이 길을 ‘영남대로(嶺南大路)’라고 불렀다. 이 길은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최단거리 길인데, 이 길을 따라 각종 물산이 유통되었고 사람들이 한양을 오갔다. 경부고속도로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가 450㎞에 이르고 동래에서 한양까지 뻗은 영남대로는 380㎞ 남짓이다. 영남대로를 모두 걷는 데 14일 정도 걸렸다고 하니 동래를 출발한 선비는 매일 70리(28㎞) 정도를 걸어서 보름 만에 한양에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새재 구간은 영남대로의 중간지점이 될 뿐만 아니라 영남대로 전 구간에서 가장 험한 구간이었으니, 지나던 길손들의 절실한 애환이 가장 많이 숨어있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새재길 남쪽에는 기암괴석과 층층절벽으로 아름다운 진남교반이 있다. 진남교반의 ‘토끼비리길’(토끼가 다니던 낭떠러지 길)은 고려 태조 왕건의 일화가 얽혀있는 멋진 걷기길이고, 고모산성과 고부산성의 유적이 남아서 이 지역이 삼국의 접경지역이고 신라 북진정책의 교두보이고 한강 진출의 전진기지였음을 알려준다.
◆문경새재과거길
조선 태종 14년(1414), 계립령 고갯길을 대신하는 새재길을 새로 만들었다고 하니 ‘문경새재과거길’은 정확히 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길이다. 이 길은 문경아리랑 가사 내용에서 짐작하듯 민초들의 애환이 서린 길이고,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오가던 길이다.
한양을 통행하는 길로는 김천에서 영동으로 넘어가는 추풍령 고갯길이 있고, 영주에서 단양으로 넘어가는 죽령길이 있었지만 문경새재길이 최단거리 길이었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통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경(聞慶)이라는 지명이 이 길을 더욱 선호하도록 만든 것 같다. 문경의 고려시대 명칭은 문희(聞喜)였다. 문희, 문경은 말처럼 기쁘고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게 되는 곳이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 미끄러질까 걱정되어 미역국을 먹지 않는 것처럼 추풍령 고갯길을 넘으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질까 두렵고, 죽령길을 넘으면 미끄러운 댓잎에 미끄러질까 걱정이 되었을 것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했으니 산세가 험하지만 최단거리이고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게 되는 길이니 과거 보러 가던 선비들은 모두 문경 새재길을 넘어 한양으로 가면서 청운의 꿈이 영글어 금의환향의 영광을 얻기를 기원했을 것이다.
문경새재과거길은 출발지에서 도착지인 제3관문 조령관까지 대략 7㎞의 길이다. 왕복하면 대략 14㎞가 되고, 5시간 정도 걸리는 길이다. 문경새재도립공원의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걷기길은 옛길박물관-주흘관-조곡관-조령관까지인데 멋진 경치와 중간중간에서 만나는 볼거리, 역사적인 유적이 많아 걷기길이 흥미진진하고 스토리가 풍부하여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명품 걷기길이다. 초입의 옛길박물관에서 주흘관까지 500m 정도는 전망이 좋은 편안한 길이고, 주흘관을 지나면 왼쪽을 흐르는 계류가 깨끗하고 시원하다. 이어서 역사드라마를 촬영한 오픈세트장을 지나면 조령원터와 교귀정을 지나고, ‘산불됴심비’를 지나면 제2관문인 조곡관에 이른다. 조곡관문을 지나 쉼터에서 땀을 식히고 조금 오르면 ‘문경새재아리랑비’가 있고, 동화원과 낙동강 발원지를 지나면 제3관문인 조령관에 도착한다. 조령관문을 지나면 여기가 백두대간임을 알려주는 표지석이 있고, 진행방향으로 계속 길을 따라가면 충북 괴산군 연풍면으로 이어진다.
새재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임진왜란 당시 천연의 요새인 새재를 포기하고 충주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치고 싸우다가 전사한 신립장군의 이야기가 있고, 주흘관 성벽에 맞닿아 있는 성황사에는 인조 때 영의정이 된 최명길(崔鳴吉)이 여신(女神)과 이 길을 함께 걷다가 죽을 운명이었던 안동 좌수의 딸을 살린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주흘관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오르는 주흘산 등산로에는 여궁 폭포와 혜국사가 있는데, 혜국사에는 고려 공민왕과 얽힌 이야기가 전해지고, 주흘산 정상에서 왼쪽 길을 돌아 내려오면 제2관문인 조곡관 앞길로 하산하게 된다. 조령원터는 숙박시설이었고, 교귀정은 경상도 신구관찰사가 관인을 인수인계하던 장소였다. 제2관문인 조곡관 앞에는 ‘산불됴심’ 표석이 있는데 산림보호를 위한 최초의 한글 비석일 것이다.
문경시에서는 5월에서 10월까지 둘째·넷째 토요일이 되면 문경새재 ‘달빛사랑여행’을 개최하는데, 참가자에게 엽전을 나누어 주고 엽전을 사용하여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엽전을 사용하여 걷기길 중간에 있는 주막에 앉아 시원한 막걸리를 한잔할 수도 있다.
아리랑 노래는 수천 종류의 이본(異本)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3대 아리랑은 강원도 정선아리랑, 전라도 진도아리랑, 경남 밀양아리랑이라 한다. 북한에도 많은 아리랑이 있고 중국에도 조선족 아리랑이 있어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문경새재 걷기길에서 만나는 문경새재 아리랑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함께 지정되길 기원한다.
◆문경의 명산 그리고…
문경에는 백두대간을 따라 명산(名山)이 늘어서 있고, 명산에는 명찰(名刹)이 있다.
희양산 봉암사는 현대의 선지식이라 할 수 있는 성철, 청담, 자운 스님이 일제강점기에 타락한 대한불교의 성성한 수행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부처님 법대로 살아보자’는 소위 ‘봉암결사’를 한 곳이고, 그러한 수행 전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봉암사에는 동방제일의 수행도량이라 할 수 있는 선원이 개설되어 초파일을 제외하고 일반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선원으로 들어가는 진공문(眞空門)에는 ‘입차문내 막존지해(入此門內 莫存知解-이 문 안에 들어오면 알음알이를 말하지 말라)’라는 주련이 있어 여기에서는 세속적인 알음알이가 쓸모없음을 일러준다.
산북면의 운달산 김용사는 지금은 조계종 8교구 본사인 김천 직지사의 말사이지만, 일제강점기에는 31본산의 하나였고, 근처의 사불산 대승사는 15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고찰이다. 신라 진평왕 때 붉은 비단에 싸인 사면의 석불상이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대승사의 창건설화가 사찰의 신비함을 더해주고, 부속암자로는 묘적암, 윤필암, 상적암 등이 있다.
문경의 백두대간은 110㎞ 정도의 구간인데, 상주와 경계가 되는 눌재를 지나 시작되는 문경구간은 청화산- 조항산- 밀재- 대야산- 불란치재- 은티재- 구왕봉- 이만봉- 이화령- 새재- 하늘재- 대미산- 황장산- 벌재- 저수재까지이며, 문경구간 종주길은 일부 험한 구간이 있어 꼬박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일본에서 출생하여 문경에 터를 잡은 도예가 도천(陶泉) 천한봉 선생은 40년 전에 도자기로 일본에서 한류열풍을 일으킨 분이다. 영화 ‘겨울연가’로 본격적인 한류열풍을 일으킨 배우 배용준도 도천선생으로부터 도자기 굽는 법을 배웠다고 하니 묘한 인연이라 할 수 있고, 도천 선생의 제자들이 모여들어 문경에는 도자기를 굽는 요(窯)가 무수히 많다. 또한 매년 5월이 되면 전통막사발축제가 열려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도천 선생이 구운 막사발이나 다기를 소장하는 것이 차인들 사이에서 부러움이 되고 있다.
그 외에도 문경의 당도 높은 사과, 황장산 주변의 오미자, 클레이사격장 등이 문경을 더욱 문경답게 만들어가고 있다. 문경 관광산업의 꿈이 영글어 한국 최고의 ‘관광 문경’이라는 경사스러운 소식을 곧 듣게 되길 바란다. 대구 능인중 교사
첫댓글 내년에 꼭 한번 가자
나도 동감.^^
나도 껴죵
회장님과. 대장님께. 강력하게 추천합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