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무에 흰 꽃과 붉은 꽃 피는 희귀 진달래...노자산에서 발견?

[옥건수]

한 나무에 흰 꽃과 붉은 꽃 피는 희귀 진달래의 운명은?

---

골프장으로 사라질 노자산의 희귀식물들

한 나무에 흰 꽃과 붉은 꽃이 함께 핀 희귀진달래 

“세상에 이런 진달래가...” 전문가들도 놀랐다.

한 나무에 흰 꽃과 붉은 꽃이 함께 피는 희귀한 진달래가 거제 노자산에서 발견됐다. 옆으로 비스듬하게 누워있는 이 진달래는 수고 3ｍ, 근원지름 4㎝, 수관폭은 약 1.5ｍ 정도로 수령은 40~50년으로 추정된다. 1ｍ 높이 줄기에서 같은 굵기로 갈라진 이 나무는 한 쪽 가지에는 흰꽃이, 다른 가지에는 붉은 꽃이 핀다.

경상국립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산림자원학과 추갑철 교수는 “진달래에는 붉은 꽃이 피는 ‘진달래’와 흰 꽃이 피는 ‘흰진달래’가 있지만, 한 나무에 흰 꽃과 붉은 꽃이 피는 것은 거의 없다”면서 “아조변이로 인한 아주 드문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귀 멸종식물에 포함해야 하고 자생지 훼손 우려가 높은데 보존을 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아조변이(芽條變異)는 생장중의 가지 및 줄기의 생장점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두셋의 형질이 다른 가지나 줄기가 생기는 일로, 가지변이라고도 한다.

《창원에 계신 나무 어르신》을 펴낸 박정기 나무 전문가는 “미세 기후와 특수한 환경에서 변이가 일어난 것으로 보이며, 뿌리가 외줄기여서 이주할 경우 생존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고 진단하고, “자생지 현장 보존 방안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꽃이 모두 졌다. 온 산을 환하게 하던 산벚꽃과 붉은 산도화도, 한 그루에 흰 꽃과 붉은 꽃이 함께 피던 희귀한 진달래도 졌다. 내년에도 그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이곳이 골프장으로 개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진달래는 희귀하지만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이나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도 아니다. 법적보호를 받을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축구장 450개 면적의 노자산에 골프장이 허가나면 이 희귀 진달래 뿐만아니라 수백 만 그루의 나무가 베어진다. 이 숲을 삶터로 하는 50여종의 멸종위기종도 멸종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노자산 정상에서 바라본 골프장 개발예정지.
거제도 최고봉인 가라산(585m) 정상에서부터 노자산 케이블카 상부정류장 아래까지 길이만 5km에 달한다

노자산의 멸종위기종 멸종위기 내몰려

“노자산에는 천연기념물 233호의 동백나무 숲과 팔색조가 서식하고 있으며, 노각나무 박달나무 등의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신비의 산으로 일컬어지며, 불로영약의 산삼이 있다고 하여, 늙지 아니하고 오래 사는 신선이 된다고 노자산(老子山)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노자산 정상의 안내판

거제시가 노자산 정상에 박아놓은 노자산 안내판의 내용이다.

거제시의 말대로 노자산은 과연, 희귀 동식물의 보고이다.

논문 <거제도 노자산 지역에 분포하는 관속식물상>에 따르면 노자산에는 갈매기난초, 백작약, 애기등, 두메대극, 수정난풀 등 23분류군의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이 산다. 백양꽃, 변산바람꽃, 두메대극, 백운산원추리 등 27분류군의 특산식물이 서식한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생물 2급인 대흥란과 애기송이풀 등 모두 719분류군의 식물이 확인됐다.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다. 또한 문헌에는 신선처럼 구름 속 절벽에서 안개를 먹고 산다는 풍란과 나도풍란, 석곡의 서식 기록도 남아 있다.

멸종위기1급 수달, 흰꼬리수리, 매를 비롯해 새매, 붉은배새매, 벌매, 참매, 독수리, 물수리, 수리부엉이, 솔개, 황조롱이, 두견이, 애기뿔소똥구리 등 50여종의 법정보호종이 산다.

한반도 최후의 맹수로 알려진 ‘삵’이 이 산기슭에서 살고 있는 것이 실물로 확인됐다.

부생생물인 나도수정초

대흥란의 우리나라 최대 서식지

대흥란

노자산은 장마가 오고나면 잠깐 피었다가 사라지는 희귀식물 대흥란의 우리나라 최대 서식지다. 대흥란은 다른 물질에 기생하는 부생생물이지만 엽록소가 있어서 일부 광합성을 한다. 약 보름 정도의 아주 짧은 기간동안에만 개화하는 생태적 특성으로 꽃이 지게 되면 대흥란을 확인할 수 없다.

논문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 대흥란 자생지의 생태적 특성-거제도 노자산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거제도 노자산은 대흥란의 우리나라 최대 자생지로 밝혀져 관광개발사업은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흥란이 상대적으로 많이 출현한 6개 지점(45~212개체)에서 조사한 결과 입지환경은 고도 87~137m, 남서향, 10도이하의 완경사, 토양수분은 평균 25%, 산성도 pH는 평균6.76, 유효토심은 깊게(14.5~26.8cm)나타났다. 낙엽퇴적층이 두껍게 형성된 곳, 토양이 습하고 유기물이 풍부한 곳에서 대흥란 개체수가 많았다.

기존 연구에서 대흥란 자생지는 상록활엽수로 발표됐으나, 노자산의 경우 곰솔중심의 침엽수림에서 대규모 대흥란 자생지가 발견됐는데, 대흥란은 상층의 우점종이나 임상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것으로 판단됐다.

국립생태원은 거제도의 한 골프장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서 검토의견(2022년)에서 대흥란은 국내 확인된 자생지가 극히 적은 식물종으로, 자생지 개발과 무분별한 채취 등으로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흥란은 세균이나 토양 박테리아의 도움으로 식물체 주변의 영양분을 흡수하여 생장한다. 세균이나 박테리아가 이런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최적의 조건이 요구되는데, 산소와 수분이 충분해야하고, 25도 정도의 적당한 온도와 pH7정도의 중성 산성도 등이 잘 맞아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부생식물을 재배하기 어렵고, 이식하면 생존하기 어려우므로 이식보다는 자생지를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한다고 밝혔다.

흰 대흥란

현재 거제시와 경동건설은 거제남부관광단지 골프장 개발을 위해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중이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거짓과 졸속으로 환경평가가 진행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흥란의 경우 당초에는 ‘전혀 없다’는 평가서를 제출했다가 환경단체의 증거 제시에 어쩔 수 없이 평가서에 추가했지만 대흥란이 골프장 경계 밖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거짓작성했으며, 이를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받아들이려 한다는 것이다.

대흥란의 경우 부생생물이어서 이주, 이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서식지를 원형보전해야 한다. 대흥란이 발견될 경우 골프장 개발 계획에 큰 지장이 있기 때문에 축소 조사했다는 주장이다.

각종 개발에서 멸종위기종은 이주, 이식하거나 일부 형식적인 서식지 보전을 받겠지만 희귀 진달래를 비롯해 희귀식물들은 아무런 저항도 못한 채 삽날과 톱날에 사라진다. 휘귀식물들의 낙원인 거제 노자산이 파괴되지 않고 온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저작권자 © 거제통영오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